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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미소지니와 제노포비아

범인은 재일동포가 아니다

오늘 동경은 지내기가 수월한 선선한 날씨였다. 지난 화요일에 있었던 노보리토 도오리마 사건에 대한 해설을 강의에서 한다. '혐오 범죄'로 추정된다는 내용이다. 범인은 어릴 때 부모가 이혼한 이후 큰아버지네 집에서 사촌들과 같이 성장한 모양이다. 부모와는 그 후 만나지 않았다고도 한다. 학교 다닐 때는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무난한 학생이었다고도 한다. 주변 이웃들은 항상 문을 꽉 닫고 지내며 만나도 인사도 하지 않았다며 범인이 은둔형 외톨이로 지낸 모양이다. 

 

학생들이 이 사건에 대해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오후 수업에서는 특히 해설을 하지 않았다. 학생 한 명이 감상문에 사건에 대해 쓰고 모방범죄를 일으키려고 했는지, 다른 사람이 주변에서 칼을 들고 설쳐서 경찰이 발포했다면서 일본에서 총기 소유를 해야 한다는 내용을 썼다. 나에게 화를 내면서 나갔는데, 그 이유를 몰랐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폴란드 선생이 범인이 카리타스 학교에 다녔다고 들었단다. 검색한 결과 사촌형이 카리타스에 다녔다고 나왔다. 그런데, 너무 기가 막힌 것은 범인이 '재일동포'라는 식의 유언비어가 사실인 것처럼 기사화했다. 사실 확인이 된 것이 아니다. 일본에서는 무슨 사건이나, 지진이 나도 외국인이나 재일동포가 나쁜 짓을 하고 돌아다닌다는 유언비어, '헤이트 스피치'가 순식간에 돈다. 후쿠시마 때도 구마모토 지진이 났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후쿠시마에서는 도둑들이 있었지만, 재일동포가 아니었다. 기가 막히는 것은 재일동포라는 소문이나, 기사는 크게 나지만, 결국 재일동포가 아니라는 기사는 크게 나지 않기에 믿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재일동포가 '괴물'처럼 '악의 화신'이 되어간다. 의도적인 차별 조장인 것이다. '약자'들에게는 아니면 말고 가 아닌 '치명상'이 된다. 오늘 나에게 화를 낸 학생은 재일동포가 무차별 살인사건을 일으켰는데, 해설도 하지 않느냐는 식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런 소문이 돌고 있는 줄 몰랐다. 

 

블로그를 쓰기 전에, 이 내용에 대해서 쓸 예정이 아니었는데, 관련기사를 읽다보니 너무 악의적이라, 몸에서 힘이 쭉 빠져나간다. '헤이트 스피치' 동영상을 보는 것처럼 몸이 떨려온다. '혐오'를 조장하는 사람들로 인해 '혐오'가 무럭무럭 자랐다. 그 결과 이런 범죄도 일어난다. '혐오'는 '폭력'이고 '범죄'다. '약자'에게 향한 '폭력'을 국민 오락처럼 즐기는 사회는 '혐오 범죄'의 온상이다. 그렇기에 이런 범죄가 일어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그러나, 참 슬프다. 

 

근거도 없이 쓴 기사를 반복해서 읽었지만, 결국 범인이 재일동포인지 아닌지 애매하게 썼다. 그 기사를 비판하는 다른 기사를 읽고서야, 재일동포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재일동포라는 증거가 없다. 그런데 재일동포가 아니라고 쓰지 않았다. 헤드라인에 '범인은 재일 한국인!'이라면, 재일동포라는 뜻이 된다. 거기에 '한국인(재일)?'로 해놓고 내용에는 '재일 한국인이라는 억측이 있다'고만 쓰면, 범인이 '재일동포'라고 생각해도 된다는 것이다. 비슷한 내용이 반복해서 나오면,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확정적인 것이 되고 만다. 일본에서 이렇게 악랄하고 교묘하게 범인을 '재일동포'로 몰아가는 보도는 지금까지도 많이 봐왔다. 하지만, 지금은 사회 전체가 '혐한'에 '재일동포'를 향한 '증오'로 들끓고 있는 시점이다. 

 

죄 없는 아이들과 학부형의 사망과 참담한 사건에 대해 범인이 죽고 말았으니 사람들은 욕을 할 사람도 화풀이를 할 대상도 없어졌다. 그때에 범인이 '재일동포'라니, 옳다구나! 그러면 그렇지, 일본인이 그럴 리가 없지 얼마나 다행이냐면서 '재일동포 때리기'를 하면서 이를 갈겠지. 트위터에도 근래에 들어 '재일 조선인에 의한 무차별 살상 사건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는 전혀 근거 없는 내용이 있었다. 나도 오랫동안 그런 글귀를 너무 많이 봐서 '재일동포'가 실제로 그런 사건을 많이 일으킨 줄 알았을 정도였다. 일본에서 사건, 사고가 나면 범인은 '조선인'으로 그냥, 습관적으로 하는 '헤이트 스피치'로 죄 없는 사람들에게 덤터기를 씌운다. '재일동포'를 '혐오'하는 사람들에게는 즐거운 일일지 모르지만, '재일동포'에 대한 '폭력'이며 그로 인해 자신들 사회까지 파괴하고 있다. 징글징글하다.

 

가와사키시에는 재일동포들이 많이 사는 지역이 있다. 물론 그 지역에서 떨어져서 재일동포가 살기도 하겠지만, 범인이 살던 아소쿠(가까운 역은 요미우리랜드)와 범행 현장이었던 노보리토역(다마쿠)은 가와사키시에서 가와사키답지 않은  곳이다. 가와사키시는 산업지역으로 노동자들이 많은 곳으로 알려졌다. 그에 비해 오다큐선 쪽은 교외 한적한 주택가로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내 친구도 아소쿠에 아파트를 사서 살고 있는데, 신유리가오카역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 7천만 엔을 줬다니까, 고마바 엄마가 그 가격은 고마바(시부야에서 두 정거장) 가격이라면서 너무 비싸다고 했다. 아소쿠, 신유리가오카도 새로 개발해서 아파트가 들어선 지역과 옛날부터 있던 곳도 다르다. 새로 개발된 곳은 신도시 비슷한 분위기로 부촌인 세타가야나 세이죠에 가까운 감각이다. 재일동포가 많이 사는 곳과는 아주 멀리 떨어져 있어 내가 보기에 재일동포가 살 확율이 낮은 지역이다. 신유리가오카는 오다큐선에서 비교적 나중에 개발된 곳으로 신쥬쿠와 오다와라, 하코네, 후지사와를 향하는 전철의 중간점이 되는 가장 빠른 열차도 정차하는 곳이다. 큰 역이며 새로 개발되어 비싼 아파트가 들어 서고 있으니 상권도 괜찮다. 친구가 주변에 한국음식점이 없다면서 나에게 한국음식점이 있으면 괜찮을 것 같다고 할 사람이 없겠냐는 제안도 있었다. 나는 비즈니스를 시작하려는 졸업생에게 한국음식점을 내라고 할까, 생각했었다. 주변에 '재일동포'가 있었다면, 한국음식점이 하나도 없을 리가 만무하다.

 

범인은 '재일동포'가 아니다. 그런데, 근거없이 '재일동포'를 범인으로 몰면서 '혐오'를 조성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자유 한국당'과 너무 닮은 느낌을 받아서 마음이 더욱더 복잡해졌다. '자유 한국당'은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니, 자신들의 행위에 책임을 져야겠지만, 익명이라고 '약자'에게 '헤이트 스피치'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벌이 내려질까? 이런 일은 단지 일본만이 아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헤이트 스피치'를 하면서 '혐오'를 조장하는 사람들이 사회를 파괴하고 있다. 

 

한국에서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여행을 갔던 사람들이 다뉴브강 유람선 침몰로 여행자가 다수 실종하는 사고가 났다. 외국여행에서 그런 사고를 당해서 얼마나 놀라고 황망할까. 한국 정부, 문재인 대통령의 대응과 강경화 외무부 장관을 급파하는 기사에 왜 이렇게 '헤이트 스피치'가 많은지. 그야말로 작전세력이 뜬 것 같다. 거의 비슷한 내용의 '헤이트 스피치'가 댓글이라고 줄줄이 달렸다. 설사, 해외여행 중에 생긴 일이라고 해도 국민에게 생긴 사고를 정부가 수습을 위해 최대한의 노력하는 것 아주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정부에 대해 '헤이트 스피치'를 쏟아내는 이유를 모르겠다. 큰 사고에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고 애도하는 틈을 타서 '헤이트 스피치'라는 '폭력'으로 '혐오'를 조장하는 사람들이야 말로 사회를 파괴하고 있는 반사회적인 사람들이다. 한국에서도 하루빨리, '혐오'를 금지하는 '차별반대법'을 제정해서 '엄벌화'하지 않으면 일본처럼 사회가 순식간에 '혐오'라는 '폭력'에 지배당하는 사회가 되고 만다. '혐오'가 '폭력'이기에 '폭력'은 다른 '폭력'을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