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여성과 죄악감 1에 이어서 쓰기로 한다. 괄호( )안에 내 의견을 넣었다.
일본에서 '균등법'세대 여성이 남성보다 더 치열하게 일을 했다는 이야기다.
저자는 2001년 미국 동시다발 테러가 있었을 때도 취재를 했고 2003년 이라크 전쟁 때도 중동 취재를 했다고 한다. 현지에 가서 놀란 것은 구미 매스컴의 여성 기자, 캐스터가 많다는 것이다. 전쟁이 난 최전선에서 여성 기자들이 리포트를 하고 있었다. 여성이 중동, 그것도 전쟁이 난 곳에 취재를 간다는 것에 아사히에서도 반대가 있었다고 한다. 이슬람권에서 여성이 취재활동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저자는 여성을 보호한다는 의미의 '과잉 배려'야 말로 여성의 가능성을 없애는 것이라는 걸 남성, 특히 관리직에 있는 사람은 알았으면 한다. 기자로서는 소중한 취재 기회를 놓치기 때문에 성장할 수가 없다.
일본은 세계적으로 보면 굉장한 '여성 후진국'이다. 2017년 세계경제 포럼에서 발표한 '젠더갭 지수'에서 세계 144개국 중 114위다. 순위가 낮은 것은 지도적 지위에 있는 여성이 너무도 적다는 이유다. 정계를 봐도 아직도 국회의원에 여성의원이 2018년 4월 기준으로 10%다. 아베 정권에서는 '여성의 활약'을 내걸고 기업의 여성 관리직을 2020년까지 30%를 목표로 설정했다 (2019년 현재 상태로서는 목표에 도달은 커녕 가까운 수치를 달성할 가능성조차 없어 보인다. 전혀 실현 가능성이 없는 목표를 올려서 사회와 여성에게 '허황된' 꿈을 꾸게 하는 것은 그들의 상투적인 수단이지만, 이렇게 대놓고 사기를 쳐도 되는지 항상 궁금하다). 여성 관리직에 가장 많은 것은 직급이 낮은 계장이 가장 많아 14%다. 부장이 되면 6%가 넘을 정도(2년 전 통계)다. 과장 이상 여성 관리직이 많은 업계는 '의료/복지'로 50%다. 다음은 20%가 넘는 업계가 '숙박/음식서비스', '생활 관련 서비스/오락', '교육/학습지원'이다. 그 외 업종은 10%가 안 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여성 관리직이 적은 이유로 '채용시점에 여성이 적다'가 50% 이상이다. 다음으로 '현시점에서 관리직이 될만한 지식이나 경험, 판단력을 지닌 여성이 없다'가 45-49%, '관리직이 될 가능성이 있는 여성은 있지만, 재직년수가 짧다'가 33%다. 다음은 '여성은 거의 관리직이 되기 전에 퇴직한다'가 25%다 (나는 이 숫자만 봐도 여성이 관리직이 될 수 없다는 걸 알겠다. 처음부터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게 관리직이 될 수없게 채용해서 배치를 하기 때문이다. 회사에서는 자신들이 여성에게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은 잊고 나중에 마치 여성능력이 부족한 것처럼 말한다 ).
여성이 기업에서 살아남는 전략으로 경영자의 '오른손'이 되어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들이 있다. 외국계에서는 '스폰서를 찾으라'고 한다. 여성의 능력을 인정하고 어드바이스를 하며, 끌어올려주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스폰서는 '남성'이다. 하지만, 일하는 여성들은 꼭 높은 지위, 관리직이 되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니다. 여성이 관리직이 되고 싶지 않은 이유로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은 '장시간 노동'이다. '책임이 무거워진다'는 20대 후반부터 30대 후반까지 높다. '관리직에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가 30대 후반에서 가장 높고 다음은 40대 초반이다. (여성들은 기업에서 일을 하면서 자신이 관리직이 된다면 어떨까, 상상을 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여성에게 관리직이 된다는 것은 힘든 것에 비해 매력이 적다는 것이 된다. 즉, 이런 점도 여성이 일하기가 쉽지 않다는 환경이라는 걸 알려준다. )
일본 기업에서는 '다이버시티'가 중요한 가치라면서 여성들의 활약을 응원하는 포즈를 취한다. 하지만, 일하는 여성의 입장에서 어느 대기업 관리직이 된 저자의 친구(40대 여성)은 관리직이 되면서 사장에게 "남성 세계에 잘 왔다"는 말을 들었다. 입사 이후 주위 남성에게 "너는 남자니까" "남자 100배 하면 인정해주지" 그런 말을 목표로 해서 죽기 살기로 일을 하면서 '남성에게 정신적으로 지배당했다'고 한다. 여성 관리직은 경우에 따라, 아등바등하다가 혼자서 잘려 나간다. 남성처럼 사내에 동료나 선배, 후배가 없기 때문이다. 여성 관리직은 회사에서 고립된다. 동료나 위에 자신의 고민을 상담할 사람이 없다. 남성들은 위아래로 밀고 당겨주는 상하관계, 파벌이 있다. 여성이 파벌에 끼지 못한다. 남성들은 흡연실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밤에 술을 마시며, 주말 골프에서 남성들끼리 직장을 넘어 관계를 더 끈끈하게 만들 기회가 있는 반면 워킹맘은 밤이나 주말에 그런 사내 인간관계에 접할 기회조차 없다. 젊은 여성은 흡연실에서 중요한 회의를 하면 담배연기를 참고 흡연실에 들어갈 용기가 없으면 회의에 참가하지 못한다. 저자도 상담할 일이 있어서 당시 편집장에게 술 마시러 가자고 했더니, "사내 룰로 이성 부하와 둘이서 술을 마시러 가면 안 된다"라고 거절당했다. 사내에서 '성희롱'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지만, 다른 면에서는 여성이 '기회'를 잃는 것이 되기도 한다.
요새, 젊은 세대는 꼭 승진을 원하지 않는다고 한다. 여성의 경우 가장 큰 이유가 승진하면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가 어렵다'는 이유다. 다음은 '자신의 고용형태는 승진 가능성이 없다'와 '주위에 여성관리직이 없다'가 비슷하게 나왔다. 남성의 경우는 압도적으로 '승진을 해도 메리트가 없거나 낮기 때문이다'로 나온다. 그렇다고 해서 여성이 승진하고 싶다는 야심이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남성과 여성에게 '보람 있는 일과 달성 감을 느끼는 점이 승진을 희망하느냐'에 영향을 봤을 때, '승진을 희망'하는 여성이 모든 점에서 압도적으로 90% 전후로 나왔다. 남성은 높아도 70% 전후인 것과 대비된다 (즉, 여성에게 동기부여와 일하는 직장환경이 여성이 활약하는데 지장을 주고 있다는 것이 된다).
그렇다면 저자는 어떻게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남성과 동등, 그 이상 일을 할 수가 있었을까. 지방에 살던 친정부모님을 아파트 옆집으로 이사오시도록 해서 육아를 맡겼다고 한다. 두 살 아래 후배도 같은 방식을 택했다. 그렇지 않으면 결혼해서 가사와 육아를 하면서 남성처럼 도저히 일을 할 수가 없다(저자의 성공한 캐리어는 친정부모님의 전폭적인 협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그러나, 10살 아래 후배들은 '부모의 인생까지 바꾸면서 일하고 싶지 않다. 부모에게는 부모의 인생이 있다' '가능한 자기가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말을 들으면 "배신당한 기분"이 든다고 한다. '균등법'세대가 남성처럼 일을 최우선시해서 다른 걸 희생했다면, 젊은 세대는 '일도 하고 아이도 키우는 걸' 당연하게 여긴다. 그러니까, 일에 대한 가치관이 달라진 것이다. 그러면, 부모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캐리어 우먼의 경우는 자신이 받는 월급이 다 베이비시터에게 가기도 한다( 내 일본인 친구도 한 명 아이 둘을 데리고 지방에서 대학교수를 하며 베이비시터와 같이 살면서 육아를 했다. 일본에서 이런 예는 극히 드물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육아를 하면서 일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남편은 쓰쿠바에서 연구원이었다). 고급관료인 여성도 마찬가지다. 당시에는 신문기자나 여성 관료 정도가 아니면 기업에서 일하는 '종합직'에는 출산하고 계속 일하는 여성이 정말 적었다. 동창생 중에서 일을 계속하는 사람은 독신이나, 결혼해도 아이가 없는 경우다.
저자가 매스컴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성희롱' 피해에 관한 조사에 따르면 약 120명에게서 생생한 피해가 전해졌다. 상대는 '경찰 간부'등 취재대상에게 당하는 케이스가 많았지만, '같은 회사 선배' '상사' 취재처와 회식에서 선배들이 데려다 '성희롱' 상대로 바친 제물이 되었다는 경우도 있었다 (나는 당해 봤기 때문에 어떤 상황인지 구체적으로 상상이 간다). '성희롱'을 당한 70% 여성이 아무에게도 상담을 못한 것은 상담할 정도로 신뢰할 수 있는 곳이나, 사람이 없었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소중한 취재처이기 때문에 자신이 피해를 당했다고 하면 동료가 취재를 못하게 될까 봐 라고 한다 ('성희롱' 하는 상대는 그런 걸 잘 알고 있다. 권력을 가진 자들의 '갑질'인 것이다).
동경의과대학이 입학시험에서 여학생의 점수를 일괄적으로 감점했다는 실태가 드러났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차별에도 불구하고 여성 의사들이 "여성의 입학 제한은 있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냈다. 의사들이 과로하는 근무상황에서 출산으로 이직하거나, 근무시간을 단축하는 여성 의사가 늘면 현장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매스컴에서 일하는 여성도 '성희롱' 가해자가 욕을 먹어야 하는데, 피해자가 고발하거나 문제점을 지적하면 욕을 먹는가? 의사도 원래 무리한 장시간 노동환경이 개선돼야 하는데 죄 없는 여학생이 감점을 받아야 하나? 여성이 그런 상황을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일을 계속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부당한 것을 받아들이고 노력해서 극복해왔다고 여긴다. 그러니, 후배들도 같이 참아야 한다는 잠재의식이 있는 게 아닐까. 일하는 여성들이 '성희롱' 정도는 '잘 넘겨야 한다'라고 여기며 일을 했다. 저자가 담당했던 작가와 "만진다고 닳는 것도 아니고" 마치 무용담처럼 말을 했다. 결과적으로 '균등법' 세대가 여성이 사회에서 일을 하려면 무조건 참아야 한다고 했던 것이 문제가 아니었을까? '장시간 노동'이나, '출산하는 타이밍'도 남성이 만든 시스템에 무리하게 몸을 집어넣고 맞지 않는 양복을 자신에게 맞춘 것처럼 괴롭고 이상한 감정을 억누르고 살았다. 그런 상태가 계속되며 처음에 느끼던 괴로움이나 분노를 잊고 몸과 마음이 익숙해진 것이다.
(나는 이런 식의 '해설'이 참 싫다. 나도 같은 시대를 살며 남자들 속에서 단 한명의 여성으로 일을 했고, 다른 친구들 이야기도 들었다. 기본적으로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게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남자들 속에 여자를 넣었다. 거기서 여자들은 남자에게 물고 뜯기고 발로 차이면서 강제적으로 '남성화'하다 못해 '성희롱'을 당하며 몸과 마음이 망가질 정도로 일을 했다. 기본적인 사회구조의 문제이지 당시, 아니면 지금도 그런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는 여성들 몫이 아니다. )
여성 관리직은 약 40%가 미혼, 남성은 10% 이하에 결혼했더라도 아이가 없는 여성 관리직이 60%, 남성은 20% 이하를 차지한다( 능력 있는 여성들이 결혼 여부와 상관이 없이 능력 발휘하기가 힘든 사회구조라는 걸 드러낸다. 결국, 일본에서는 이렇든 저렇든 여자로 태어났다는 것 자체가 죄이고 공부를 열심히해서 좋은 대학나와 남성의 세계에 들어가 죽어라고 일했다는 것이 죄인가?라는 걸 느끼게 한다. 같은 시대를 산 여성으로서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아서 눈물이 났다. 하지만, 결국 여성의 자기탓을 해야 한다면, 살아 남은 자로서 그건 아니라고 본다. 결국, '균등법' 세대의 한계인가? 아니면 현직에 있는 한계? 남성들 세계를 잘 아니까, 무서워서 더 이상 표현을 못하는 것이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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