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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미소지니와 제노포비아

아주 흔한 성폭행

2016/06/06 아주 흔한 일들

 

오늘 동경은 맑았지만 기온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장마철에 접어들어 날씨가 장마철 특유의 습기가 많고 칙칙한 날씨다. 오늘은 월요일 도서관에 새 책이 입하하는 날이다. 오늘도 샌드위치로 아침을 해결하고 도서관에 갔다. 가까운 농가 마당에 햇감자가 있어서 한 봉지를 사서 뒤에 안 보이는 곳에 감춰뒀다. 돌아오는 길에 다른 곳에서 다시 햇감자를 샀다. 어제와 같은 메뉴로 햇감자를 쪄서 먹었다

도서관에 가기 전에 학교 생협에서 볼펜에 갈아 낄 심을 사려고 찾았더니 내가 찾는 색은 없고 잘 쓰지 않는 검은색뿐이다.. 검은색이라도 사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두 개를 샀다. 도서관에는 읽을 만한 책이 별로 없었다. 시드니에 사는 인도 친구에게 필요한 책이 있어서 빌렸다. 흥미롭게 훑어본 책은 젊은 세대가 돈이 없는 게 아니라는 책이다. 학생들의 현실을 아는 내가 보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했다

재미있게 읽은 책은 범죄를 일으킨 가해자 가족(여성)들의 라이프 히스토리였다. 가해자 가족의 여성은 크게 범죄자의 어머니와 부인으로 나뉜다. 자식이 범죄를 저지를지도 모른다고 예측했던 어머니는 적었다. 부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자식이 범죄를 저지른 데는 자신의 교육이 잘못되지 않았나 하는 마음도 있었다. 남편이 범죄를 저질러 형무소에 수감이 되면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이 미칠 것을 염려해서 다 이혼을 했다. 부인들도 남편이 성폭행이나, 사기, 절도 등 범죄를 저지를 줄 몰랐다고 한다. 가정에서는 좋은 아빠, 좋은 남편에 성실하게 일하던 남자도 성폭행을 했다. 같이 사는 부인조차 믿을 수가 없지만, 사실이었다. 아들이 성폭행이라는 범죄를 저지른 어머니나 부인도 피해자가 저항도 못하는 어린아이인 경우 마음이 더 복잡해지고 괴로워진다. 같은 여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피해자가 평생 트라우마를 갖고 살아갈 것을 아니까.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형량이 가볍길 바란다. 가해자는 형무소에서 복역을 하면 저지른 죗값을 치른 것이 되지만, 피해자는 평생 보이지 않는 감옥에 갇혀 살 것 같다. 그렇지만, 가해자의 어머니나 부인이 가장 안도하고 있는 것은 아들이나 남편이 형무소에 수감되어 있는 것이었다. 그들은 세상에 나와 다시 범죄를 짓고 형무소로 돌아간다. 초범일 경우는 처분이 관대하고 재범은 그렇지 않다지만, 내가 보기에는 아주 관대하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어머니나 부인이 아들과 전남편이 저지른 일에 대해서 심각하게 잘못되었다는 반성이 없다. 그 것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아들이나 전남편이 있는 사람들도 그로 인해 자신들의 일상을 잃는다. 피해자나 그 가족, 가해자의 가족에게도 일상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섬에 부임한 여교사가 섬주민에게 성폭행을 당한 뉴스를 봤다. 여교사의 침착한 대응으로 범인들이 구속되었다. 여교사의 대응이 참 씩씩하다. 나는 어쩌다가 주위에서 많은 상담을 한다. 성폭행을 당한 상담도 적지 않았지만, 99%가 경찰에 가지도 않았고 문제화조차도 할 수가 없었다.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그리고 성폭행을 하는 자들은 그 걸 아주 잘 알고 있다. 내가 상담한 케이스를 보면 성폭행을 하는 사람은 다 아는 사람들에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피해자가 고통스러울 때, 가해자는 멀쩡하게 살아가는 걸 본다.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성폭행을 당했을까, 성폭행을 한 사람과 결혼하는 경우도 결코 적지 않다. 결혼했다고 해서 성폭행을 당했다는 상처가 지워지지 않는다

중국에서 결혼하기 위해 간 사람의 말을 들었다. 결혼중개소를 하는 사람이 소개한 여성을 덮치라고 했다고 괴로워했다. 성폭행을 하면, 확실히 결혼이 성사된다고. 결혼중개소를 하는 사람은 여자였다. 기가 막혔다

오래 전에 규슈 어느 섬에서 들은 이야기를 떠올렸다. 거기가 섬이라, 태평양전쟁 후에 의사가 부족해서 일본인 의사가 부임하지 않았단다. 그래서 한국인 여의사가 부임했는데, 마을 고등학생이 성폭행을 해서 죽였다고 했다. 마을에서 그 걸 위로하는 비석을 세웠다면서 나에게 가보겠냐고 물었다. 너무 충격적이었다. 그러나, 일본에서 살면서 보면 많은 곳에서 죄 없는 조선인들이 죽어간 말을 흔하게 듣는다. 그 지역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인 것이다

여자들이 열심히 노력해서 교사가 되거나, 의사가 되어도 남자들의 성폭행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여자들은 잠재적으로 성폭행을 당할 위험성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성폭행을 당하는 여자는 누군가의 딸이며, 자매, 부인이며, 어머니에 할머니다. 성폭행을 당해 마땅한 여자는 아무도 없다. 일본에서도 성폭행에 대해 처분이 관대하다. 처분을 하는 사람들이 같은 남자니까…… 성폭행을 당한 여자들은 일생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그래도 상담이라도 할 수 있는 경우는 다행이다. 적어도 말이라도 할 수 있었으니까. 내가 상담한 케이스에는 없었지만, 피해자 여성이 자살을 시도하거나, 몸을 파는 일을 하게 되는 등은 아주 흔한 일이다

사진은 어제 찍은 수국이다. 사진이라도 산뜻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