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7/10 지도자의 조건
오늘 동경은 뜨겁게 더운 날씨였다. 최고기온이 33도에 습도가 73%였다. 오늘 아침 전철은 아무 지장도 없이 순조롭게 운행이 되었다. 학교에서 2교시와 3교시 수업을 하고 왔다. 귀갓길에 마트에 들러서 과일을 좀 샀다. 복숭아 8개, 자두 두 상자, 비파 한 상자다. 복숭아는 맛있는 것과 맛없는 것 두 종류 밖에 없는데 사서 먹어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것이 함정이다. 복숭아를 한개 먹었더니 맛있었다. 비파도 먹었다. 특히 좋아하지 않아도 계절이 되면 한번 쯤은 먹는 것이다. 지금 냉장고에는 거의 토마토와 과일로 차있다. 스트레스를 받은 일이 있어서 과자도 두 봉지나 먹었더니 배가 이상하다.
서일본 재해가 예상보다 훨씬 커서 학생들이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뉴스를 보는지 몰라도 분위기가 침울하다. 일본은 국토가 긴 나라다. 동경 주변의 관동지방과 오사카 주변의 관서지방 거리감이 크다. 일본은 주로 동경 중심이라고 보면 된다. 1995년에 고베 지진이 났을 때, 일본이 뒤흔들릴 정도로 깜짝 놀라운 재해였다. 고속도로가 옆으로 눕고 말았다. 하지만 동경에서 보면 실감이 나지 않는 일이었다. 관서지방에서는 아주 큰 일이었다. 나중에 고베에 사는 친구에게 말을 들었더니 관동지방 사람들 너무 냉정하다고 이를 갈았다. 고베가 지진을 딛고 일어서는데 시간이 걸렸다 한다. 고베 지진에 대한 관심이 적었다는 것이다. 나는 동경에 살았지만 관서, 고베에 인연이 있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 감각을 전혀 몰랐다. 그런 감각을 전혀 모른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당시 생각으로는 나라에서 어련히 알아서 잘하겠지 하는 것이다.
2011년 후쿠시마 지진 때는 일본 전체가 뒤집어진 것 같았는데, 아니었다. 후쿠시마는 동북지방으로 동경에서 그리 멀지 않아서 지진과 쓰나미만이 아니라, 방사능, 전력과 일상용품의 품귀 등 동경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 동경, 일본의 문제로 인식되었다. 진짜로 심한 피해를 입은 지역도 아니면서 동경에서 난리가 났었다. 나도 지진이 날 때 동경에 없었지만 일본 전체가 난리가 난 줄 알았다. 그런데 가만히 봤더니 관서지방에서는 거의 딴 나라 수준으로 후쿠시마와 관동지방 분위기와 거리가 있었다. 아무리 방사능이 어쩌고 저쩌고 해도 자신들과는 직접적으로 상관이 없는 일인 것이다. 같은 나라에서 이렇게도 분위기가 다르다는 걸 알았다. 나는 관서지방의 감각에 대해서 그렇구나 했지만, 후쿠시마나 관동지방 사람으로서 섭섭하게 느낄 정도였다. 실제로 일본이 지역차가 크다. 특히 관동지방과 관서지방을 다른 나라처럼 많은 점에서 다르며 서로 견제하는 상대다.
어제 오후에 아베 총리가 이번 재해대응을 하느라고 11일부터 유럽과 중동 방문 예정을 취소했다고 크게 보도했다. 보도가 나온 타이밍이 이상했고 로이터통신 기사로 나오면서 중요한 결단을 한 것처럼 크게 났다. 왜 이런 기사가 크게 나지? 이 정도 재해에 지도자가 해야 할 일은 그다지 긴급성이 없는 외유보다 국내의 재난 대책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런데 마치 큰 선심이라도 쓰는 듯한 보도였다. 그랬더니 집중호우가 내린 날 밤에 자민당 사람들과 술을 마시며 연회 하던 사진이 올라왔다는 것이다. 이 기사가 오늘에야 났다. 거꾸로 된 것이다. 집중호우경보가 내린 날 5일 밤에 술을 마시며 연회를 하던 사진이 올라와서 사람들이 비판했더니 외유를 취소한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술 마신 기사가 나중에 떴고 잘 보도되지도 않았다. 아베총리는 3선이 확실하다고 보지만 이번 일로 비판이 높아질까 봐 면피성으로 외유를 취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서 피해가 가장 큰 지역을 방문한다고 나왔다.
외유를 취소했다는 기사에 달린 댓글이 얼마 없다. 대신에 술 마신 기사에는 열 배나 많은 댓글이 달렸다. 두 기사에 달린 댓글을 읽었다. 아베 총리를 비판하는 댓글이 많아도 옹호하는 댓글들도 있다. 옹호하는 댓글은 피해가 이렇게 클 줄 누가 알았겠느냐는 것이다. 집중호우에 대해서 예보가 났고 호우경보도 났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하다. 그걸 담당하는 장관도 연회에 동석해 있었기에 비판을 피하기가 어렵다. 국민들은 이럴 때 부도덕한 정치가, 지도자라도 비판해야지 하늘을 탓할 수는 없는 것이다.
자민당은 2011년 후쿠시마 지진 때 정권을 잡고 있었던 민주당을 완전히 깨부수는 데 성공했다. 그 이유로 후쿠시마 지진 때 제대로 대처를 못한 것을 꼽고 있다. 나는 자민당 정권이라면 은폐하는 것이 많아 더 문제가 많았을 것으로 본다. 자민당도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했을 것이다. 국민에게는 민주당이 못했다는 인상을 너무 강하게 심어줬다. 자민당의 총공격으로 인한 것이다. 자민당이었다면 잘 대처했을 것이라는 허망한 '믿음'을 안겨줬다. 자민당은 재해에 잘 대처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재해를 당했던 사람들 말에 의하면 신문 보도와는 다르다는 걸 듣는다. 보여주기 식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보는 사람은 적고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파악하는 사람이 대다수다. 대다수 사람들이 어떤 인상을 가지느냐가 중요하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아베 총리가 누구냐? '조작의 달인'이시다. 이번에도 재해현장에서 멋있는 '조작'을 많이 할 것이다. 매스컴은 동조해서 '인상 조작'에 협조할 것이다. 그러면 지지율이 올라가고 3선에 문제가 없을 것이다. 나는 아베 총리가 3선을 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이렇게 큰 재해에 잘 대처하지 않으면 또 다른 분열이 일어날 것이다. 아베 총리는 지도자로서 국가를 사랑하고 국민을 사랑하는지 묻고 싶다. 국민들은 정치가, 지도자가 국민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화가 나있다. 그래도 아베총리는 3선을 할 것이다. 지도자의 조건이 무엇인가? 일본 사람들도 기대하지 않는 걸 내가 기대하고 있다. 허망한 기대라는 걸 알면서도.......
자연재해라는 것은 언제 어떤 이유로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다. 동굴에 갇혔던 태국 소년들이 무사히 구출되어 가족의 품에 돌아가기를 세계에서 뉴스를 접한 사람들이 바랬을 것이다. 설사 내 눈앞에 닥친 일이 아니라고 해도 재해를 당한 사람들에게 따뜻한 배려를 보낼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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