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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미소지니와 제노포비아

일본의 외국인 차별

 2014/07/17 외국인 차별

 

오늘 동경은 아주 더운 날씨였다. 요 근처는 34도가 최고기온이었단다. 그 더운 날씨에 일을 보러 나갔다

이사를 해서 전입신고를 해야 하기에 가까운 곳에 가서 전입신고를 하고 외국인등록증에 새주소를 써넣었다. 그리고 오후에는 경찰서에 가서 운전면허증 주소도 갱신했다. 날씨가 더워지기 전에 아침 일찍 가려고 했는 데, 그런 곳에 가면 꼭 차별대우를 받는지라, 가기가 싫었다. 그래서 늦장을 부리다가 한참 더운 시간에 움직였다. 다행히도 전입신고 시에는 차별적인 대우를 받는 일도 없이 무사히 끝났다. 문제는 경찰서에서 운전면허증 주소를 변경할 때였다. 내가 거주하는 상황에 관해서 가까운 파출소에 전달해야 한다고 적어내란다. ? 그런 게 필요하냐고? 지금까지 그런 걸 안 해도 살아왔는 데, 왜 새삼스럽게 필요하냐고? 그리고 내가 범죄라도 저지를 요주의 인물이라도 되냐고? 왜 필요하냐고 물었더니, “유사시에 경찰이 갈 수 있게 하기 위해서”란다. ‘유사시’가 뭐야? 국가에서 ‘유사시’라는 말을 쓸 때는 ‘전쟁’이라는 의미다. 나에게 ‘유사시’는 뭘까? 내게 ‘유사시’인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유사시’라도 판단할 때 겠지. 당분간 운전할 일도 없을 것 같아서 운전면허증을 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필요할 때 다시 취득할 번거로움을 생각하니 버릴 수도 없었다. 완전 굴욕이다

이번 이사를 하면서도 같은 곳에서 같은 곳으로 그것도 300엔 집세가 싼 곳으로 이사하니 소득증명이 필요 없다고 쓰여있다. 그러나, 소득증명을 요구했고, 새로 심사를 한다고 협박했다. 소득증명도 냈고, 새로 심사해도 문제가 될 일이 전혀 없었지만, 새로 심사받을 서류를 준비하는 게 귀찮다. 협박을 받으면 기분이 더럽게 나쁘다. 계약할 때 아주 차별적인 태도로 마치 선심을 써서 공짜로라도 살게 해주는 것처럼 난리를 피웠다. 거의 미친 사람들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반사회적인 일을 안 한다는 등’ 서약서도 써야 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런 서류를 본 적도 없었다. 단지, 방세를 내고 집을 얻어서 사는 것뿐인데, 내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겠다는 것까지도 ‘서약’을 해야 했다. 친구에게 물어봤다. 내가 블로그를 쓰는 것은 지금 일본의 상황에서 볼 때 ‘반사회적인’ 일에 들어갈까? 그거야 물론이지. 나를 잘 아는 일본 친구가 대답했다. 내가 블로그에 쓰는 것은 일종의 ‘일기’다. 어느 나라건 국가를 전복하거나, 누군가를 선동할 의사가 전혀 없다. 블로그를 읽는 독자가 가장 잘 알겠지만, 토마토족이 되고 싶다는 민족적 정체성도 황당한 인물인 데, ‘국가’가 무엇이며, 누가 선동을 당한단 말인가? 

요즘 나의 피는 토마토에서 수박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여름에는 수박 속에서 살면서 수박족으로 살고 싶기도 하다. 나에게 민족적 정체성이라는 것은 토마토족에서 수박족, 옥수수족에서 일시적 망고족으로 먹거리에 따라 바뀌는 정도다. 나에게는 국적보다 맛있는 먹을 것이 훨씬 중요하다. 지금까지 살아와서 국적이 나를 행복하게 한 적은 없어도, 맛있는 먹을 것은 나를 수없이 행복하게 해 주더란 말이다. 나를 좀 제대로 파악했으면 좋겠다. 참고로 내가 먹는 옥수수와 규슈에서 보내온 맛있는 토마토와 멜론 사진을 인증으로 올린다

잠자는 방도 오늘은 이불을 말려서 세팅을 다시 했다

일본에서 외국인에 관한 관리가 도를 넘어 지나치게 삼엄해졌다. 목이 졸리는 것 같다. 요전 날은 외국인은 기본적으로 입장이 안된다는 곳 안내문 사진을 친구가 페북에 올렸다. 나는 그 친구에게 “친절하게 안내하는 것이니까, 외국인은 가까이 가면 안된다고, 룰을 지켜야 한다”라고 썼다. 풀장이나, 목욕탕에도 외국인 입장 금지인 나라다. 심정적으로는 가게에도 관광지에도 외국인이 입장 금지이길 바란다. 여기서 가리키는 외국인은 구체적으로 어떤 외국인을 뜻할까, 재일동포, 한국인, 중국인에 흑인이 되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일본에서 ‘인종차별이 없다’고 인식하고 있다. 아니지, ‘차별’이 없다는 ‘이지메 왕국’이다. ‘이지메’는 이지메지 ‘차별’이 아니라고 한다. 이지메는 차별이고 폭력이며, 범죄다

어제 내가 타는 오다큐선 전철에서 정말 웃기는 포스터를 봤다. ‘차별’은 ‘범죄’라는 포스터였다. 내용을 보니, 승객들 사이에 일어나는 트러블이나, 승객이 승무원에게 폭력행위가 점점 늘고 있단다. 지금까지 ‘차별’은 없는 걸로, 인권주간 때나 인권활동을 하고 있다는 알리바이 정도로 살짝 강조하는 것이었는 데, 전철에 아주 눈에 잘 띄는 곳에 포스터를 붙여놨다. 요즘 승객들이 문제를 일으켜서 전철이 멈춰 30분 이상 늦어서 택시를 탄 적도 있었다. 자살사고에 거의 준하는 시간이 지체된 것이다. 도대체 승객들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기에 이런 포스터가 붙나. 일본에서는 이런 일이 그냥 일상적이 되고 말았다

일본 사람들의 외국인에 대한 차별은 극도에 달했다. 내가 올봄에 호주에서 돌아와서 느끼는 것은 볼일이 있어서 나가면 어디서나, 꼭 차별대우를 당한다는 것이다. 살벌하기 짝이 없다. 내게 문제가 있다면 헤어스타일이 너무 짧다는 정도다. 다른 나라에서는, 특별대우를 받는 사람이다. 일본에서도 긴자에 괜찮은 레스토랑에 가면 가장 좋은 자리에 안내받는 사람이기도 하다. 외국인인 줄 모를 때는 말이다. 사실 나는 외국인인 줄 잘 모른다. 그래서 외국인인 줄 알면 갑자기 태도가 돌변한다. 마치 내가 도둑질이라도 하다가 들킨 것처럼 난리가 난다. 속을 뻔했다고 분해한다. 내가 뭘 속였냐고… 나는 항상 당하면서도 그때마다 놀라서 어안이 벙벙해진다. 그런 일본 사람들이 무섭기 짝이 없다.

내가 볼 때에 일본은 현재, 재일동포, 한국과 중국사람들에 대해서는 ‘준전시’ 상황쯤으로 '적대시'한다. 작년 연말에도 마트에서 한국산 새송이와 각개전투를 벌이는 일본 사람들을 소개한 적이 있다. 일본 사람들이 적대하는 감정이 팽배해서 이성을 잃었다. 눈앞에 있는 사람은 단지 한국적을 가진 손님일지라도 ‘적대시’해서 차별적인 대우하는 걸 보면 그렇다. 유감스럽게도 아베 씨는 대내외적으로 아주 정치를 잘하고 있다. 매스컴을 동원해서 주변 국가에 적대감정을 조성해서 집단적 자위권이 국민들에게 필요하다고 느낄 상황을 만들었다. 그런 일본이야 말로 위험한 나라가 되고 말았다.

오늘은 여기까지 쓴다. 길게 쓰면 논문이 된다.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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