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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미소지니와 제노포비아

디아스포라의 삶 1

2018/07/19 디아스포라의 삶 1

 

오늘도 동경은 뜨거운 날씨였다. 오늘 최고기온이 35도로 어제는 36도였다. 어제와 다른 점은 오늘은 날씨가 흐리고 습도가 높았다는 것이다. 습도가 높아서 아침에 나갈 땀이 줄줄 흘렀다. 최고기온도 중요하지만 최저기온도 중요하다. 어제가 27도에 오늘은 26도란다. 연일 폭염에 열대야다. 흐린 날씨의 무더위가 좋은 점도 있다는 알았다. 저녁이 되니 어제 보다 훨씬 선선하다는 것이다. 비슷한 기온이라도 햇볕이 강하지 않아서 달궈진 지면이 식는 시간이 필요없어서다. 그래서 전등을 켰다. 어제보다 1도가 낮다는 것만으로 선선하게 느낄 정도로 폭염에 익숙한 것인지도 모른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일기예보를 자주 확인한다. 동경이라도 지역에 따라 온도가 다르다. 아무래도 내륙으로 들어가면 더 덥다. 내가 살고 있는 곳도 내륙에 속한다. 하지만 가장 기온이 올라가는 곳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다. 동경에서 가장 더운 기온이 36도라면 기온이 가장 높은 사이타마현은 38도가 된다. 어제도 기온을 보면서 더위가 무서웠다. 오늘은 사이타마에 가는 날이다. 아침 가까운 역에서 전철을 타면서 오늘도 최고기온이 38도라는데 어떨까 했다. 역에 도착했더니 스쿨버스가 와서 기다리고 있어서 뜨거운 날씨에 줄 서서 기다리지 않고 버스를 탔다. 학교에 도착해서 스쿨버스에서 내리면서 느낀 것은 저온 사우나에 들어간 느낌이 들었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위험한 날씨다. 강의는 2교시와 3교시로 끝나지만 날씨가 아직 더운 시간이라서 학교에 남아 일을 하다가 햇볕이 좀 누그러진 4시반이 넘어서 나와 버스를 기다리는데 볕에 살이 타는 것 같았다. 오후 햇볕에 살이 타는 느낌이라니 살다 보면 이런 일도 경험한다. 친한 동료와 이번 주도 무사히 살아남아서 다음 주에 다시 만나자고 했다. 그 정도로 살인적인 폭염이라는 환경에서 살고 있다.

 

요즘 관심을 가지고 읽는 작가가 있다. 재일동포로 후카자와 우시오라는 여성작가의 소설이다. 이번 월요일에 빌려온 책(ひとかどの)에 나온 인상적인 내용을 소개하기로 한다. 전등을 켜서 글을 볼 수가 있다.

 

일본 고베가 발상지인 유명한 과자로 유하임과 모로조프라는 곳이 있다. 유하임은 밤쿠펜이라는 과자가 유명하고 모로조프는 초콜릿이 유명하다. 유하임은 독일사람으로 원래 포로로 데려온 사람이었다. 모로조프도 러시아혁명을 피해서 일본으로 망명한 아버지와 아들이 만든 초콜릿이다. 거기에 동경 나카무라야는 인도의 독립운동가와 나카무라야 딸이 결혼해서 인도식 카레를 팔기 시작했다. 그 인도식 카레를 '사랑과 혁명의 맛'이라고 했다고 한다. 나카무라야의 카레는 인도와 일본이 연대했던 상징이기도 하다. 디아스포라가 가져온 문화가 퍼져서 일본 문화를 더 다양하고 풍부하게 했다는 걸 말한다. 얼마 전까지 해도 일본에서 김치도 낯선 음식이었고 불고기도 조선의 식문화를 상징하는 음식이었다. 일본식 불고기는 재일동포들이 만든 대표적인 음식인 것이다. 일본 음식에서 불고기를 뺀다는 걸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확고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김치도 짠지(쓰케모노)의 나라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쓰케모노다. 원래는 조선에서 왔지만, 일본의 쓰케모노로도 자리를 잡은 것이다. 여기서 불고기가 한국과 다르다거나 김치가 어떻다는 논쟁은 의미가 없다. 일본의 불고기나 김치는 일본 식문화의 일부로 정착한 것이다. 한국 자장면과 중국 자장면을 비교하는 것과 같다. 자장면이 원조가 중국이며 중국에서 자장면의 지위가 어떻든 한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의 애착과 더불어 확고한 지위가 있다. 설사 중국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변하지 않을 것이다.

  

소설 내용은 주인공 어머니가 정치가로 출마 선언을 하면서 과거에 사귀었던 한국인과의 관계가 드러난다. 주인공은 어머니가 일본인에 아버지가 밀항한 한국인 활동가였다는 게 알려진다. 주인공이 한국인이 피가 흐르고 있다는 걸 알면서 한국인에 대해 느꼈던 감정이 드러난다. 자신이 몰랐던 아버지의 정체가 한국인이라는 걸 알고 불안과 동시에 어머니에 대해 반발한다.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것에 대한 분노와 낙담, 혐오 등의 감정이 솟구친다. 일본인의 재일동포나 한국인에 대한 감정이다.

 

어머니가 사귀는 한국인을 데리고 친정에 인사하러 갔을 때 친정어머니, 주인공 외할머니가 평소부터 조선인을 아주 싫어한다는 게 나온다. 조선인과 만나지마. 조선인들은 개나 고양이보다, 가축인 돼지보다 못한 것들이다. 그런 말에 대해 반론이 없는 것으로 봐서 다른 가족도 같은 생각이라고 여긴다. 어머니는 연애할 때 아버지를 친정집에 데려갔지만 인사도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한국인 청년 아버지를 향해 외할머니는 소금을 뿌렸다주인공 어머니는 거기에 반발하고 한국인 청년과 연애를 하고 결혼해서 주인공을 낳는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신세 지고 있던 재일동포가 북한으로 가기 전에 송별회를 할 때 외할아버지가 어머니를 데리러 온다. 그 때 외할아버지가 아버지에게 돌을 던지며 때린다. 아버지는 그 돌과 주먹으로 맞는다. 나중에 주인공이 8살 되던 해 아버지는 주인공과 어머니를 지키기 위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고 만다. 훗날 주인공은 나이 든 아버지를 찾아가 오사카 이쿠노에 살던 아버지를 만난다. 하지만, 자신이 딸이라고 밝히지 않았다.

 

일본사람들이 조선인, 한국인을 어떻게 여기는지 차별 감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돌을 던지는 것도 그냥 흔히 있는 일이었다. 물론 차별 감정이 없이 같은 인간으로 사귀는 사람도 있었지만 아주 드물다.

 

일본사람들이 지닌 극한 차별 못지않게 한국사람들도 차별한다는 것을 이번 제주도에 들어온 예멘 난민에 대한 혐오를 보고 알았다. 일본사람들은 조선인을 접해보기라도 했지만 한국사람들은 예멘 사람들에 대해 전혀 알지도 못하기에 더욱 이상하다. 사람을 민족이 다르다고 개나 고양이, 돼지보다 못하다는 사람과 다름이 없다. 과연 살아있는 인간, 더군다나 자기 딸이 사귀는 상대를 개나 고양이, 돼지보다 못하다고 여기는 사람은 얼마나 교양이 있는 것일까? 근거없는 우월감이며 동시에 열등감이다. 자신들의 차별로 인해 가장 상처 입는 사람이 자신들에게 소중한 딸이며, 손녀라는 것이다. 자신이 존중받기를 원한다면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것은 철칙이다.

 

일본 과자가 맛있다. 기회가 된다면 유하임의 밤쿠펜과 모로조프의 치즈케이크, 나카무라야의 카레빵을 드셔 보시길 바란다. 디아스포라가 형성한 일본 식문화, 맛이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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