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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미소지니와 제노포비아

태풍과 폭염처럼

2015/07/20 태풍과 폭염처럼

 

오늘 동경은 최고기온이 35, 어제도 최고기온이 35도였다. 11시까지 뜨거움이 식을 줄 몰랐다. 어제도 아침부터 뜨거웠다. 일요일에 해야 할 최저한의 일은 청소다. 아침에 일어나서 간단히 스트레칭을 하고 얼른 청소를 했다. 아침부터 날씨가 뜨거워지면 낮에 움직이면 안 된다.. 집에서 창문을 꼭 닫고 두터운 커튼을 내려서 햇빛을 차단하면 견딜 만하다

밤이 되면 커튼과 창문을 열고 환기시킨다. 그리고 아침 일찍 해가 뜨기 시작하면 창문을 닫고 커튼을 내린다. 오늘은 화장실과 목욕탕에 달린 작은 창문도 다 닫고 있었다. 저녁이 되어 생각보다 일찍 날씨가 조금 서늘해졌다. 그렇지만, 최저온도가 26도나 되는 열대야다.

오늘은 월요일이라, 도서관에 새 책이 비치되는 날로 도서관에 가는 날이다. 어제 날씨상황으로 봐서 오늘 도서관에 가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다. 대출기간이 내일까지인 책이 몇 권 있는 데 고민이다. 오늘은 연휴라서 도서관이 열리지 않는다. 날씨도 더운 데, 그냥 집에서 지내기로 했다

지난 주 목요일에는 태풍이 지나가면서 비가 엄청 왔다. 평소 학교에 가는 데 편도 2시간 걸리는 데, 그 날은 4시간 넘게 걸렸다. 수업은 하나 휴강하고 학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피곤해서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다. 태풍으로 며칠 비가 오고 기온도 내려갔었는 데, 비가 개이니 폭염이었다. 날씨 때문에 평온한 일상이 흔들린다

동경에서 지난 15일에 ‘집단적 자위권’에 관련된 법안이 중의원에서 통과했다. 폭염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민과 학생들이 모여서 반대 데모를 했다. 뒷날은 태풍으로 폭우가 내린 것이다. 뒷날도 ‘집단적 자위권’에 관한 법안이 통과되는 날이었다. 날씨가 도왔는지, 아니면 하늘도 노했는지는 모를 일이다. 이 건에 관해서는 다른 기회에 다루기로 하겠다

모레 도서관에 반납할 책 두 권을 소개한다. 한 권은 읽고 화가 난 책이고, 다른 한 권은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먼저 화가 난 책은 이봉우라는 재일동포와 요모타 이누히코 씨가 대담한 것이다. 영화를 프로듀스 하는 이봉우 씨는 일본에서 ‘한류’라는 말도 생기기 전에 좋은 한국영화를 일본에 소개해서 알린 영화계에 공헌이 크다고 부산영화제에서 상까지 받은 사람이기도 하다. 원래는 조선적이었는 데, 영화일을 하면서 한국적으로 바꿨다고 한다. 그런데,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후 여권이 1년짜리 밖에 발급이 되질 않는단다. 국제적으로 영화제를 돌며 영화를 사기도 하는 그로서 1년짜리 여권은 아주 불편하다. 비자가 없어도 여권 유효기간 6개월 이상이어야 하니 1년에 몇 번이나 여권을 신청해야 한다. 그리고 여권이 발급되는 사이에는 외국에 못 나간다고 한다. 그래서 일본에 귀화를 생각하고 있단다. 한국정부는 재일동포가 한국적을 지키고 사는 것도 힘들게 한다. 쪼잔하게 재일동포 이지메나 하는 한국 정부에 화가 난다

정말로 내가 화가 난 것은 요모타 씨에 관해서다. 나는 그동안 요모타 씨 책을 많이 읽었다. 요모타 씨에 관해서 특별한 인상을 가진 것은 70년대 말에 서울에 체재했던 걸 쓴 글을 읽고 서다. 요모타 씨가 특별했던 것은 자신이 경험한 한국과 만난 사람들에게 우월감을 가지고 내려다보거나, 굴절된 우월감으로 치켜세우지도 않는 적어도 한국을 일본의 식민지로서만 보지 않고 외국처럼 다른 나라로 봤다는 것이었다. 너무도 당연한 것이지만, 일본에서는 보기드문 시점이었다. 그 후로도 한국과 관련된 일도 많이 했고 글도 썼다. 한국에 관한 것은 일부이고 다른 세계에 관한 일도 아주 많이 한 지식의 거인이다. 그런데 이번 책에서는 내가 지금까지 전혀 제대로 몰랐었다는 걸 알려줬다. 이번 책에서는 어처구니없는  것이 많았지만, 두 개만 쓰기로 하겠다

‘재일의 문학’이라는 데서 김석범 선생에 관한 인용이 있다. 아주 오해하기 좋게 인용했다. 인용한 다음에 한 말도 정말로 이상하다. 김석범 선생이 자신이 “조선인이라는 것이 자유롭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극한 된 소설가라는 표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재일동포가 일본사회에서 조선인이기에 자유롭다는 것이 결코 아니다. 문맥을 잘 모르는 (일본인)독자가 그렇게 오해하게 인용이 쓰였다. 

다른 하나는 ‘재특회와 넷우익’이 2009 12월에 재특회가 교토 조선 초급학교 앞에서 헤이트 스피치를 하고 난동을 부린 것에 관한 것이었다. 사실, 나는 그 걸 보고 일본 사회에 절망했다. 어른들이 떼거지로 몰려가서 어린아이들을 상대로 난동을 부린 것에 대해 일본의 지식인이나, 영향력 있는 인물이 아무런 발언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봉우 씨 출신학교이기도 하다는 데, 재특회가 한 것에 관해서 그다지 비판적이지 않다. 그렇구나! 그는 ‘재일동포의 친구’가 아니었구나! 내가 오해했다. 적어도 그는 재일동포 아이들 편을 들어줬으면 했다. 쓸데없는 바람이었다. 간접적으로 ‘넷우익’ 편이었구나. 다른 부분에서도 어처구니없는 곳이 너무 많아서 말을 못 할 정도다.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씁쓸하다

재미있었던 책을 태평양전쟁 후에 일본 만화에 나오는 ‘폐허’에 관한 것이었다. 여기에 나오는 ‘폐허’의 대부분은 전쟁에 관련된 것이다. 식민지나, 일본에서 전쟁터에서 ‘폐허’를 경험한 만화가들이 많았었다는 걸 알았다. 거기에는 간접적으로 전쟁을 반대하는 메시지가 있었고, 현재 일본의 ‘불온한’ 움직임을 주의해야 한다는 것도 담겨있었다. 그리고 태평양전쟁이 끝나서 일본이 경제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것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려줬다. 전후 일본 만화가 어떻게 발전했는지, 거기에 전쟁을 경험한 만화가들이 주축을 이뤘다는 것도 알았다. 국가가 전쟁의 역사를 직시하지 않는 것처럼 ‘폐허’를 은폐했지만, 사회에서 주류 미디어가 아닌 만화이기에 만화가들은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했었다는 것이다. 거기에 일본 만화의 개성과 특징이 있었구나… 학생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좋은 책이었다


사진은 책과 철 지난 수국이다. 접시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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