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7/21 네팔 아이가 이사했다
오늘 동경은 그다지 덥지 않은 날씨로 습기가 많아 눅눅하지만 지내기가 수월했다. 요새 피곤해서 아침에 늦게 일어난다. 오늘도 늦게 일어나서 달걀프라이에 오이로 아침을 먹었다. 커피에는 우유를 듬뿍넣어서 짙게 마셨다. 어젯밤에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연장하려 했더니 시험기간이라고 연장이 안 되는 책이 있었다. 도서관에 반납하러 가야지. 집을 나서기 전에 욕조에 남은 물로 작은 매트들을 빨고 목욕탕 청소를 했다. 매트를 빨아서 널어놓고 나가려고 세탁기를 돌리는 사이에 오늘 완성한 작품 사진을 찍고 빨지 않는 매트는 먼지를 털고 청소기도 돌렸다. 아직도 방에는 정리가 안된 것들이 작은 섬이 놓여있다. 그래도 실이 놓여있던 방이 정리가 되었고, 일하는 방도 정리가 진행되는 상태다.
마음이 내키면 정리할 수 있게 준비하느라고 시간이 좀 걸렸다. 지난 금요일 저녁에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네팔 아이와 다마센터에서 만났다. 지난 주에 다마센터를 돌아다녔더니 여름 침구가 싸게 팔고 있었다. 네팔 아이가 이사를 했다니까, 여름이불과 살림에 필요한 것을 사서 챙겨주려고 오라고 불렀다. 사실은 나도 여름이불을 새로 사고 싶은 데,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 요새 일본에서 보면 비싸서 못 사는 게 아니라, 사고 싶은 걸 찾기가 힘들다. 금요일 저녁에 둘이서 여름 침구를 샀다. 내친김에 세면대에 걸 거울도 사고 수박도 사고 아무튼 짐을 바리바리 들고 집에 들어왔다. 옥수수도 싸서 좀 샀다.
집에 도착했더니 너무 피곤해서 밥을 할 기분이 아니다. 둘이서 옥수수를 삶아먹고 수박과 두부와 토마토를 먹고 배를 채웠다. 내팔아이가 가져갈 커튼을 꺼내놨다. 네팔에 갈 때 가져갈 가족에게 줄 것도 챙겼다. 스타일리쉬한 쫄바지를 줬더니, 완전 신났다.
네팔 아이가 밤에 잘 때는 새로 산 침구를 깔고서 잤다. 내 걸로 정한 것은 핑크색이고, 같은 무늬 블루를 네팔 아이 것으로 했다. 패드와 덮는 걸 세트로 사줬다. 하룻밤을 자더니 기분이 좋았던 모양이다. 잘 산 것 같다고, 그럼 내가 잘 사지. 침구를 사고 고르면서도 끊임없이 알려준다. 처음부터 가격대가 저렴하게 나온 것이 아니라, 괜찮은 브랜드를 취급하는 가게에서 이번처럼 가게를 닫거나, 새로 오픈할 때가 가장 싸게 살 수 있다. 이번에 산 것은 싸게 샀지만, 니시가와라고 유명한 침구 메이커 것이다. 옆에 있는 니토리라는 가격대가 낮지만 가격 대비 품질이 괜찮은 가게와 비교하면서 설명해줬다. 그아이 겨울이불, 다운이불은 니토리에서 사줬다. 유학생이니까, 있는 동안 쾌적하게 지낼만한 품질이면 된다. 솔직히 니시가와에서 침구를 보고 니토리에 가면 품질의 차가 확 난다. 내가 쓸 세면대용 거울은 니토리에서 샀다.
토요일은 아침부터 친구와 가까운 곳에서 생산하는 야채를 사는 곳과 계란집, 목재소를 알려준다는 약속을 했다. 나가기 전에 쌀을 씻어서 밥을 해놓고, 꽁치통조림에 애호박과 고추, 양파에 마늘과 생강, 고추장을 넣어서 조렸다. 밥을 해서 쌈을 싸 먹으려고 준비했다. 그리고 친구네 집에 올라갔더니 진져 엘을 만들었다고 준다. 집에서 만든 것이라, 확실히 맛있다. 둘이 야채파는 곳에 가서 나는 콩과 오이를 샀다. 계란집에 가서 부추를 얻고 계란을 샀다. 계란집 할머니와 잠시 수다를 떨고 나왔다. 목재소에 들렀더니 주인아저씨가 어디 나가셨다고, 작품을 보여주려고 가지고 갔다가 그냥 돌아왔다.
10시쯤에 돌아와서 네팔 아이와 늦은 아침을 먹었다. 네팔 아이가 미련하게 밥을 너무 많이 먹어서 수다쟁이가 수다를 떨 수가 없었다. 내가 뭘 물어도, 겨우 대답을 할 정도로 밥을 많이 먹었다. 디저트도 못 먹는다. 내가 밥을 덜먹어야지, 밥은 항상 먹을 수 있는 거고, 비싼 디저트나, 맛있는 걸 많이 먹어야지. 항상 그렇게 코스를 생각해서 밥을 먹으라고 하는 데… 수다쟁이가 말도 못 하고 있는 걸 보고 웃었더니, 그 아이가 묻는다. 선생님, 저 집단 따돌림 하는 거 아니죠? 그럼, 집단 따돌림면 이렇게 복잡하게 안 해. 내가 아침부터 일어나서 신선한 계란을 사다가 부쳐주고, 신선한 야채를 사러 나갈 필요가 없지. 재료가 신선하면 별다른 반찬이 없어도 맛있고, 충족감과 만족감이 다르거든. 선생님네 집에 와서 밥을 먹으면 힘이 마구 솟아요. 밖에서는 먹으면 먹을수록 힘이 빠져나가는 것 같아요. 신선한 것을 먹고 자란 아이라서 뭘 아는 것 같다.
점심때에 쇼핑을 나갔다. 내가 허리가 아파서 무거운 걸 들지 못해 집에 필요한 것을 못 샀다. 니토리에 가서 세면대 옆에 놓을 플라스틱 서랍장을 샀다. 미쓰코시백화점에서 굵은 가제로 짜인 얇은 여름이불을 샀다. 초록색에 핑크색 닭 무늬로 짜인 것이다. 점심으로 먹으려고 식료품 매장에서 비빔냉면도 샀다. 맛있는 빵을 사려고 갔는 데, 빵 사는 걸 잊었다. 마트에 들러서 천연효모 빵을 사는 걸 보더니, 여기 빵은 왜 비싸요. 좋은 재료를 쓴 것이라 그래.
식기도 꺼내서 챙겼다. 큰 가방이 어제 산 침구와 커튼, 옷 등을 넣었더니, 거의 찼다. 엄청난 짐이다. 네팔 아이가 이사한 곳에 가서 봐주기로 했었다. 그런데 내가 몸이 아프다. 허리가 아파서 잘 움직이지도 못하는 데, 그런 나를 끌고 간다. 집에서 나갔더니 태풍이 온다나, 어쩐지 몸이 아프더라니 어쩔 수가 없다. 오후 늦게 집을 나섰다. 나는 민소매 청색 티셔츠에 스키니 청바지를 입었다. 그 아이가 하는 말이, 왜 일본 사람들은 선생님처럼 청바지를 안 입죠?? 청바지가 멋있는 데… 청바지를 입어서 멋있어 보이는 게 쉬운 게 아냐, 내 청바지가 안 보이냐??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실험을 거듭해서 얻은 자신에 맞는 스타일이 있어야지. 내가 교실에 들어가면 학생들이 머리에서 발끝까지 패션 체크를 가장 먼저 해, 그리고 좋으면 콧구멍이 늘어나고 신나서 수업 효율이 좋아진다니까. 내가 입는 옷이 궁금해서 결석을 못한다는 학생도 있다니까, 그런 말은 들어본 적이 없는 데요. 내가 그런 사람이야.
그 아이가 사는 우라야스에 도착했더니, 장대비가, 요샛말로는 게릴라성 호우가 내리고 있었다. 비가 게릴라처럼 온다. 우산을 써서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비였다. 둘이 택시를 탔다. 그 아이네 집에 도착하기 직전에 거짓말처럼 비가 안 온다. 딱 금이 그어진 것처럼, 비 오는 지역에서 벗어났다. 그 아이가 이사한 집에 도착했다. 처음으로 혼자서 사는 방을 얻은 것이다. 나에게 자랑하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 몸이 아프다는 나를 끌고 그 먼길을 간 것이다. 방에는 더블사이즈 에어베드가 차지하고 있었다. 방을 넓게 쓰는 방법을 알려준다. 방을 얻은 내용을 보니 완전 부동산에 사기당했다. 순악질 부동산이다. 외국인이라서 잘 모른다고 사람이 빌리지 않을 방을 보여줬네. 방이 고속도로 바로 옆이라, 차가 지나가면서 바람을 쌩쌩 보낸다. 에어컨이 필요 없을 정도로 바람이 잘 통한다. 차는 24시간 스피드를 내서 달릴 것이다. 그 아이는 방을 잘 얻은 거라고, 좋아한다. 내가 보기에는 방을 완전 잘못 얻은 거다. 겨울이 되면 칼바람이 되어 들어올 것이다. 그러나 어차피 겨울이 되면 알 거라서, 속이 뒤집혀도 아무 말도 안 했다. 자기 딴에는 잘했다고 부푼 가슴에 펑크를 낼 것 같아서다. 냉장고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둘이 시장을 봐서 만들어 먹고 말고 할 정도가 아니다. 마트에 가서 바나나를 사고 머리에 바르는 기름과 칫솔을 샀다. 저녁은 아르바이트한다는 맥도널드에 가서 먹기로 했다.
나에게는 20년 만에 먹는 맥도널드 햄버거다. 기간 한정이라는 비싸고 맛있다는 걸 사줬다. 그래도 비싸고 맛있는 거라고 먹었다. 맛이 너무 자극적이었다. 먹고 나서 편의점에 들러서 1리터짜리 생수를 사서 입을 헹궜다.
네팔 아이는 내방처럼 자기 방도 아늑하게 꾸미고 싶단다. 그럴려면, 깨끗하고 청결하게 관리해야 해. 세탁을 할 때도 색이 짙은 것과 옅은 것은 따로 하고, 세탁한 것과 세탁할 것을 따로 둬야 하고, 가르칠 게 끝이 없다. 좋아하는 여자아이가 집에 놀러 올 수도 있는 거니까, 항상 청결하게 유지해. 내가 예쁜 침구도 사줬으니까. 앞으로는 너의 능력에 달렸어. 내가 더 도와줄 일이 없다. 문제는 좋아한다는 여자아이와 전혀 진전이 없다는 것이다. 내가 괜히 예쁜 침구까지 사준 건가?
집에 돌아왔더니 12시 가깝다. 이튿날은 10시까지 잠을 잤다.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었다. 망할 녀석 나를 이렇게 피곤하게 만들다니.
그래도 네팔 아이가 그 동네에서 아주 편하고 익숙하게 잘 지내고 있다는 걸 알아서 좋았다. 많이 성장했다. 앞으로는 내가 챙겨줄 것도 별로 없을 것 같다. 다행이다.
수박족의 냉장고와 전에 찍은 접시꽃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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