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7/25 우울은 버섯처럼
오늘 동경은 아침에 일어났더니, 마치 안개가 자욱이 낀 것처럼 시야가 어두웠습니다. 어제 조금 비가 오기도 했고 비가 그쳐도 습기가 많았거든요. 장마가 끝났다는 데, 장마철 때 보다 더 질척거리는 기온은 낮은 데, 습도가 85%나 되는 불쾌감이 왕창 오르는 날씨였지요. 어제부터 질척거리던 길가는 오후에 잠깐 해가 나서 길이 좀 말랐습니다. 비가 온 것은 화요일 저녁에 잠깐이지만, 소나기였거든요. 그 게 습기가 많아서 길이 마르질 않더라는… 장마가 끝났다는 데, 장마철 보다 불쾌지수가 더 올라가는 날씨였어요. 저는 이틀동안 먹고 자고를 거듭하면서 달팽이처럼 끈적끈적한 땀을 생산해서는 샤워를 해서 옷을 갈아입는 비생산적인 날을 보냈답니다. 학기말이 오면 이렇게 달팽이가 되기도 합니다.
달팽이가 된 것은 학기말과 참의원 선거 후유증이 겹쳤기 때문이지요. 저야, 선거권이 없는 외국인이지만, 일본 정치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아주 민감합니다. 굳이 말하자면, 희망을 가진다기 보다, 더 이상 나빠지지 않기를 바라는 입장에서요. 이번 결과도 정말로 거론하고 싶지 않을 정도라, 아주 작은 변화에 관해서 지난번 포스팅에 올렸지요. 정치의 향방은 사회의 향방이라, 아주 크게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지요. 선거권이 있든 없든, 외국인이든 내국인이든 같은 사회에 사는 이상 그 영향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거고요. 특히, 근래처럼 자이토쿠카이(재특회)라는 외국인에게 혐오감을 표명하는 데모가 시민운동이라면서 일상처럼 일어나는, 그에 대해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뭔가 특별한 반대의견 표명이 없다는 것은 거대한 폭력적인 상황에 외국인들이 처해 있다는 거지요. 그러나 그런 걸 보면서 절망이나 공포를 느끼는 것은 단지 외국인뿐 만이 아니라, 일본에 사는 다른 사람들도 있지요. 당연히, 그들도 사람이니까… 그러나 일본의 분위기는 대놓고 그런 것에 대해 반대를 하거나, 비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무시무시하답니다. 가장 자유로워야 할 대학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일본 사람들도 숨 막혀하지요. 이런 걸 ‘폐속감’이라고 합니다. 폐속감이라는 표현이 나오기 시작한 게, 2000년 대에 들어서입니다. 지금은 폐속감 또한 당연한 일상이 되고 말았지요. 숨이 막히는 상황은 점점 더 발전해간다고 할까…급격한 발전은 아무래도 지진 이후, 원전문제와 관련이 크지요.
화요일에 출근을 할 때, 학교에 가는 버스에서 원전과 관련된 전공인 동료와 스쳤답니다. 아주 피곤한 얼굴을 하고 있더군요. 자리가 떨어져 있어서 수다도 못 떨었는 데, 피곤해 보이는 게 날씨 탓이냐고 물었지요. 그 게 아니라, 참의원 선거 결과 때문에 울화가 치민다고 하더군요. 그동안 수다를 통해서 속내를 아는 사이라 이렇게 숨김없이 말을 하더군요. 나도 동감인 터라, 할 말이 없더군요. 그래도 야마모토 타로가 됐고, 미야케 요헤이를 주목했었다고 말을 했지요. 그러나, 투표율을 보면 52%대라, 결국 반정도의 사람들의 의사로 결정된 거라고, 자민당이 이렇게 힘을 얻었으니, 원전은 재가동을 할 것이고, 헌법도 개헌을 할 것이고, 주변나라들과 마찰도 계속될 것이라고 너무 암담하다는 겁니다. 자민당의 뜻을, 국민의 뜻이라고, 자민당과 대기업의 이익을, 국민의 이익이라고 할 것이라고 속상해하더군요. 그는 자신의 전문영역과 관련해, 원전 재가동을 하면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이렇게 투표율이 떨어지면, 예전처럼 노조같은 좌파의 조직표가 없어진 마당에 우파의 조직표 만이 살아남아서, 좌지우지를 한다고 안타까워하더군요. 사실, 학생들에게 물어봐도 정치에 관심이 없습니다. 그리고, 아베노믹스의 경제효과를 가장 믿고 싶은 것도 학생들이지요. 자신들 취직과 관련이 있으니까요. 젊은 사람들이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 데, 제가 보기에는 요즘 학생들이 가장 보수적이랄까, 아주 우경화되어 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다른 동료와 같이 전철을 탔답니다. 그 동료는 특히 좌파 거나, 우파인 것은 아니지만, 요즘 일본의 정치상황에 아주 불안을 느끼고 있더군요. 그러면서, 자민당에 투표를 하지 않았다고, 이렇게 자민당에 표가 몰리는 상황이 심히 걱정스럽다고 하더군요. 불과 몇 년 전에는 자민당을 그렇게 싫어해서 민주당으로 쏠리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민당으로 몰표를 준다는 게 있을 수 있느냐고. 그러나 그런 말을 누구와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숨이 막히고 희망을 볼 수가 없다고, 저와 말을 할 수 있어서 숨통이 좀 트였다고 하더군요. 이 게 현재 일본의 우울한 상황이랍니다. 그러나, 자민당에 투표를 한 사람이라고 꼭 행복한 것은 아니랍니다. 자민당에 투표를 했다고 해서 원전 재가동에 찬성을 하는 것도 아니고요. 원전 재가동에 관해서는 반대인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 데, 아베정권의 경제정책에 희망을 걸고 있는 것 같아요. 어쩌면, 자민당에 걸고 같이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을 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자민당에 몰표가 간 것은 자신들의 ‘불안’을 표명한 것이지요. '위험한 항해'가 되더라도 아베노믹스에 올인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정말로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이번 주는 동료들이 서로 말은 못 하지만, 화가 나 있답니다. 결국, 일본의 정치가 아주 위험한 기로에 놓여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는 겁니다. 개인적인 생각도 생각이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민감한 사안이지요. 우울이 만연된 사회, 우울하다는 상황은 마치 버섯이 적당한 조건이면 딱딱한 땅속에서 솟아오르는 것과 같지요. 버섯이 말라서 눈에 보이지 않아도 적당한 조건이 주어지면 언제든지 돋아 오르는 것처럼, 우울한 포자들이 생성되어 퍼져갑니다. 우울한 포자는 버섯이 되어 눈에 띄는 것도 있고, 바람결에 날리는 것도 있겠지요. 한국처럼 자신의 지지하는 후보에 관해서 적극적으로 응원하지 못하지만, 일본사람들도 수면하에서 지향하는 게 있고, 정치의 향방에 아주 우울해한답니다. 우울하다는 것도 수면 하이기에, 버섯의 포자처럼 보이지 않지만요. 우울의 형체는 버섯 같다고 할까요. 우울함이 마치, 버섯처럼 딱딱한 지면을 뚫고 나오지요. 근데, 이 우울의 버섯들은 뭐가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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