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8/07 불온한 동경
오늘도 동경은 최고기온이 38도로 폭염이다. 어제는 37도였다. 어제 아침에 인터넷으로 확인한 최고기온은 35도였다. 어제는 전날 밤늦게 아니 새벽까지 일을 해서 집에서 천천히 준비를 하다 보니 도서관에 가는 것이 좀 늦어졌다. 그래서 도서관을 향해서 가다가 공원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서 근황을 들었다. 식사초대를 받고 다시 걷다가 농가 마당에서 가지를 한 봉지 사서 감춰 놓고 편의점에 들렀다. 서류를 보내야 할 게 있어서다. 일을 마치고 다시 도서관으로 가는 데, 아무래도 35도 더위가 아니다. 35도를 넘으면 1도 차가 커서 아주 확실히 차가 난다.
도서관에 갔더니 아는 사람이 있어서 수다를 좀 떨었다. 저녁 6시가 되어 집으로 돌아오는 데도 길은 여전히 뜨거웠다. 바람도 전혀 없는 탓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뜨거움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정말로 오븐 속을 걷는 기분이었다. 최고기온이 38도 정도였던 것 같았다. 근데, 37도라고 했다. 밤이 되어도, 밤 10시가 넘어도 식을 줄 몰랐다.
오늘도 일기예보에 나온 최고기온은 36도였는 데, 결국 38도라네… 저녁에 식량 확보를 위해 언덕을 내려갈 생각을 하니 까마득하다. 안 먹고 말아?
어제는 히로시마에 원폭이 투하된 기념일이었다. 일본 매스컴은 8월이 되면 일제히 자신들이 전쟁 피해자인걸 강조하는 데, 히로시마에 원폭이 투하된 기념일에 작은 피크를 맞이한다. 결정적인 클라이맥스는 8월 15일이 된다. 요새 일본에서는 ‘전쟁’에 관한 것이 ‘대유행’ 중이다.. 여러모로 ‘전쟁’이 키워드인 것은 올해가 태평양전쟁 패전 70주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신들이 일으킨 전쟁에 대한 반성이 없다. 오히려 전쟁을 정당화하려는 움직임에 어처구니가 없을 따름이다.
요새 동경은 아주 불온함으로 들썩거린다.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안보 법안이 승인되는 걸 반대한다는 데모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데모가 있어도 뉴스로 전하질 않았는 데, 매스컴에서도 데모를 보도하고 있다. 폭염 속에 애기 엄마들이 유모차를 끌고 나왔고 고등학생들까지 데모를 하고 있다. 그랬더니, 다음날 사립학교 선생들에게 정치적 활동을 자중하라는 지시가 내렸나 보다. 페북에 보니까, 어느 대학교수가 그것에 항의해서 자기가 가서 강의할 테니까,, 연락을 달라는 게 실렸다.
각 대학교에서 안보 법안이 통과되는 걸 반대한다는 성명문이 쏟아지고 있다. 대학 동문들에게도 협조해달라는 취지를 밝히는 곳도 있다. 나는 기본적으로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는 법안이 통과되는 걸 반대하는 운동을 지지하고 찬성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련의 움직임에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보고 있다. 왜냐하면 모든 움직임이 너무 늦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일본 사람들이 들고일어나 데모를 한다는 것이 어디냐… 그러나, 폭염이다. 날씨가 좀 도와줘야지 않겠어?
학생 중에는 장래에 전쟁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에 불안을 느끼는 학생도 있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자란 젊은이라서 부담이 커서 눈앞이 캄캄하다. 거기에 장래 아이를 낳으면 전쟁터로 내보낼 가능성이 있다는 것에 “난 아이를 낳고 싶지 않다”라고… 가슴 아픈 일이다. 연애도 못한다고… 젊은이에게 절망을 주는 정치가 계속된다. 가장 위험한 존재는 주변 국가가 아니라, 자신들이 뽑은 그 나라의 정치적 리더라는 걸 확실히 보여준다.
소박한 의문을 제기한다. 하루에 백 명이 자살을 하는 나라, 어린이 빈곤율이 6명에 1명, 작년 말 사상 최저로 결혼율이 낮았다. 65세 이상 노인이 인구의 26%, 빈곤한 노인 또한 적지 않다. 빚은 얼마나 많은 데… 그런 나라에서 군사비를 55조 엔이나 쓰다니, 전혀 위협이 없는 주변 국가를 가상적국으로 몰아서 집단적 자위권, 무력을 행사할 수 있게 하려고 한다. 즉, 전쟁이 가능한 나라가 되려 한다. 군사비보다 복지가 우선이 아니겠어? 지금 살아있는 사람, 어린이나 노인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정치에 어떻게 젊은이가 희망을 가지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겠느냐고… 아주 젊은이들이 희망을 가지려야 가질 수가 없다. 아이들이 기가 팍 죽어있다. 아니, 왜 정치가가 솔선해서 자국의 미래를 쳐부수는지 모르겠다.
빈부격차는 보이지 않게 심해서 어릴 때부터 정해진 다른 코스를 살아간다. 같은 시대를 살고 있지만, 살아가는 인생이 전혀 다르다. 고등학교까지 학비가 무상이지만, 장래가 불안한 사람들은 일찌감치 초등이나, 중학교부터 학비가 세 배나 되는 사립으로 진학한다. 그래서 경기는 나쁘지만 사립학교에 가는 숫자는 2000년대에 들어와서 동경에서 4배나 늘었단다. 장래를 위한 투자인 것이다.
사실 일본에서 정년까지 일할 수 있는 샐러리맨은 20%대이다. 일본에서 ‘노동자’를 칭할 때는 거의 상위 20%대의 샐러리맨을 말한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상위 20%대의 샐러리맨으로 살아남겠냐고?? 설사 취직이 되어도 정년까지 일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는 걸 피부로 알고 있다. 학생들이 무슨 의욕을 가지고 어떻게 노력을 하냐고 묻고 싶다.
내 학생들이 살아갈 희망과 의욕을 갖게 정치가가 일해 주길 간절히 바란다. 제발, 사기 좀 그만 쳐라.
애들아, 태어난 시대를 고를 수는 없지만, 시대를 바꿀 수는 있다는 걸 잊지 마, 어른들, 정치가 한두 번 속아 봤니? 믿지 마.
어쨌든 폭염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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