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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아베정권

천황과 아베 정권

2016/08/25 천황과 아베 정권

 

오늘 동경은 화창하게 맑게 개인 날씨였다최고기온이 33도까지 올라간 나름 더운 날씨였다오전에 도서관에 가면서 하늘을 올려다봤더니 뭉게구름이 떠 있었다하늘색이 가을의 향기가 나는 색감이었다아무려면, 8 월 하순이니까무더위도 한풀 수그러들겠지올여름은 장마가 아주 길었고장마가 끝난 후에도 비가 많이 와서 그런대로 지낼 만한 여름이었다오늘도 도서관에 가서 논문을 수정하는데 필요한 자료를 열심히 읽다가 왔다오는 길에 오이를 샀다.

 

어제 올여름 처음으로 수박을 샀다야채를 파는 곳에 수박이 있어서 작은 것이라세 개나 샀다올여름 마트에서 본 수박은 크기가 작으면서 엄청나게 비싸 살 엄두가 안 났다여름에 수박은 큰 걸로 제철이니 가격도 어느 정도여야 한다. 아무리 아무리 과일이 비싸다고 해도 수박은 수박이지수박이 멜론이 되면 안 된다. 그래서 수박을 살 기회가 없었다올여름은 수박을 못 먹고 지나가나 싶었는데수박을 샀다결코 만족스러운 수박은 아니지만제철인데 한 번은 먹어야지.

 

 

월이 가기 전에 써야 할 것이 몇 개 있다오늘은 ‘천황과 아베 정권’에 관한 걸 쓰자이건 천황이 영상 메시지를 발표하고 금방 쓸 예정이었다.

 

천황이 영상 메시지를 발표한 것이 8 8일이다일본에서 8월은 6일에 히로시마에 원폭이 투하된 기념일이고 9일이 나가사키에 원폭이 투하된 날이다그리고, 15일이 종전기념일이다. 8월에 들어서면 각종 매스컴에서 자신들이 일으킨 전쟁에 대해 ‘피해자’였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분위기를 조성해 히로시마에 원폭이 투하된 기념일에 절정을 이룬다거기서 9일 나가사키를 경과해서 15일 종전기념일이 되면서 ‘애국심’의 고조가 절정을 이루는 구성이 되어있다. 8월은 '애국심'이 고조되는 기간인 것이다. 15일을 종전이라고 하지만실질적으로는 패전기념일이다전 일본군은 무조건 항복하라는 포츠담 선언을 받아들인다는 내용으로 소화 천황의 방송이 12시에 있었다전쟁의 종결인 것이다패전이지만자신들 스스로의 의사가 아닌 전쟁의 종결이 되었다는 것이다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폭이 투하된 것에 대해 자신들만이 ‘피해자’인 걸로 강조할 때는 자신들이 일으킨 전쟁으로 인해 희생된 아시아의 2천7백만에 대해 ‘가해자’로서의 측면은 안중에도 없다나는 일본에 오래 살면서 설마 그럴 수 있을까 싶었지만처음부터 자신들이 ‘가해자’라는 시점이 없었고전쟁에 대한 반성도 없었다전쟁이 끝나서도 전쟁 책임의 소재도 분명하지 않았고 일본에서 자신들이 일으킨 전쟁을 청산하지 못한 채로 지금까지 오고 만 것이다거기에다전후에 군대를 갖지 않고 전쟁을 포기한다는 걸 헌법으로 정했던 걸, 군대를 갖고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가 되려고 개헌하려는 의지가 강한 아베 정권이 집권하면서 개헌할 분위기가 조성되었다개헌에 관해 학계에서 반대 성명을 내고시민들이 반대를 하고 있지만아베 정권이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상황을 보면 개헌을 할 것으로 보였다.

 

그런 타이밍에정말로 8 8일이라는 절묘한 타이밍에 천황이 발표한 영상 메시지였다나는 8 8일이라는 것을 단지 우연이라고 보고 싶지 않다과열되는 잘못된 ‘애국심’에 브레이크를 건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거기에는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개헌에 대한 견제로 볼 수 있는 내용이 있었다현재 헌법에 규정된 천황에 대한 걸 받아들인다는 걸 거듭 강조한 것이다일본에서 현재 천황은 아주 존경받는다이번에 영상 메시지를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국민들은 당연히 천황의 의사가 그대로 존중되길 바란다그런 의미에서 아베 정권의 폭주를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은 오직 천황밖에 없다그래서 개헌이라는 위험한 판도라의 상자를 열지 못하게 하는 걸로 받아들이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나도 그렇게 밖에 볼 수가 없었다아니그러기를 바랐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 되겠다.

 

그러나한편으로는 천황의 의사와는 별도로 천황을 정치적으로 철저히 이용해온 측면이 있다나도 친구에게 천황의 메시지를 어떻게 생각하냐고이 걸로 아베 정권의 폭주에 브레이크가 걸리겠냐고 물었더니일본 역사를 보면 천황의 의사가 어떻든 정권의 의지에 의해 철저하게 이용해왔기 때문에 전혀 낙관적이 아니라는 것이다정말로 일본의 향방을 정하는 아주 위급한 상황의 기로에 놓여있다개헌은 단지 일본이 군대를 갖고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가 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개헌에는 천황을 ‘상징’적인 군주가 아니라전쟁 전으로 돌아가국가의 원수로서 통치권을 갖는 것으로 ‘천황제’의 부활을 뜻한다그러면 천황은 ‘인간’에서 다시 ‘신’이 된다, ‘부국강병’을 기초로 한 명치시대전쟁하는 시대로 되돌아 가려는 것이다그것에 대해 현 천황이 그럴 수 없다고 견제했다국민을 생각하면 천황의 판단이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요새 일어나는 일을 보면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 일어나는 것이 부지기수다그럼에도 불구하고천황의 메시지가 아베 정권의 폭주를 막아 일본의 향방을 정하는데좋은 영향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