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본사회/미소지니와 제노포비아

붐비는 신오쿠보

2017/09/17 붐비는 신오쿠보

 

동경은 아침부터 계속 비가 오고 있다. 태풍이 일본열도를 통과하는 중인 것이다. 나도 외출했다가 비가 많이 와서 책방에 들르는 포기하고 돌아왔다. 태풍이 온다는데 버티면 안 된다..

 

오늘은 캔버라에서 알게 된 친구와 약속이 있어서 나갔다. 신주쿠에서 야마노테센으로 갈아타서 한 정거장 가면 신오쿠보다. 신오쿠보역은 작은 편이지만, 비가 오는데 약속시간이라, 금방 개찰구로 나갈 수 있는 위치에 탔다. 신오쿠보에 내려서 개찰구로 내려가는데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걸을 수가 없다. 만나기로 한 친구는 개찰구 앞에서 기다린다는데 친구를 볼 수가 없을 정도로 붐빈다. 일단 개찰구 밖으로 나가서 다시 개찰구 앞으로 거슬러 가서 친구를 만나는데 시간이 걸릴 정도로 사람이 너무 많았다. 나는 깜짝 놀라서 오늘 특별한 이벤트가 있나? 싶을 정도였다. 식사하러 가는 가게를 향해서 걷기 시작했지만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마치 만원 전철에 탄 느낌이었다. 비가 오는 가운데 우산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사람에 밀려서 움직이는 느낌이다. 친구는 신오쿠보에 오는 일이 거의 없다. 둘이서 오늘 이벤트가 있나? 있다면 어떤 이벤튼가 궁금했다. 헤이트 스피치라면 어른들이 아이를 데려서 오진 않을 것이다. 오랜만에 신오쿠보에 사람들로 붐비는 걸 보면서도 믿기지 않았다.

 

큰 길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걷기가 불편하다. 골목으로 들어가서 항상 가는 가게에 갔다. 큰길에서 꽤 들어간 그 식당에도 오후인데도 손님들이 많이 있었다. 역시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아는 친구와 식사를 하고 수다를 떨었다. 아는 친구는 박사를 마치고 일본에 돌아와서 대학에 취직을 했다. 오늘은 대학에 취직을 한 다음에 처음 만났더니 임신 6개월이라고 한다. 파트너는 캔버라에서 공부할 때 만난 사람으로 요즘 박사를 마치고 들어 왔단다. 그래서 이사도 했다고 한다. 이런저런 말을 하면서 앉아 있었더니 가게에 있는 손님들 수다 떠는소리가 시끄럽다. 특히 옆 테이블에 아이와 같이 온 손님이 있었는데, 그 아이가 소리를 지르고 있다. 우리도 수다에 열중하고 있다가 아이가 소리 지르는 것에 깜짝깜짝 놀라서 가게에서 나오려고 했다. 다른 곳에 가서 차를 마시려고 했다. 친구는 오래 걸을 수가 없다고 한다. 밖에는 비가 오고 큰 길가에 카페가 있겠지만, 아까 길이 붐비는 걸로 보면 조용히 말을 할 수 있는 곳을 찾기는 어려울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시끄러운 가게에 앉아서 수다를 떨었다.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것은 좋지만, 주위 손님에게 피해를 끼치지 말았으면 좋겠다.

 

한국에서 노 키즈존에 대해서 논란이 일고 있지만, 나도 일본에서 그런 경우를 당한다.  어른들이 가는 곳에 아이가 와서 뛰어놀거나, 식당에서도 뛰어다니는 걸 본다. 단지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것이 아니라, 놀이터처럼 뛰어놀면서 같은 장소에서 차를 마시고 식사를 하는 것이 불편해서 같이 있던 친구가 화를 낼 정도였다. 조용히 할 말이 있어서 커피값이 비싼 곳에 갔는데 옆에서 런치를 먹는 엄마가 데려온 아이들이 뛰어다닌다. 엄마들은 저쪽에 모여서 아이에게 신경을 쓰지 않고 우아하게 런치를 먹고 있다. 불편함을 참다가 가게 사람을 부른다. 너무 시끄럽다고 아이들을 조용하게 해달라고 하지만, 가게 점원이 사과를 거듭할 뿐 정작 아이들 엄마들은 모른 체한다.. 아이들 엄마가 아이에게 주의를 줬으면 좋으련만 아이들을 가게에 맡겨 놓은 것인지, 자신들의 우아한 시간을 즐기고 있다. 자신들의 우아한 시간 때문에 다른 사람이 불편하다는 걸 모르는 것일까? 그런 가게는 두 번 다시 가면 안 되는 가게로 블랙리스트에 올린다. 가까운 곳에 아는 레스토랑, 나와 친구가 가서 아이들이 너무 시끄러웠던 곳이 문을 닫았다. 유명한 셰프가 와서 리뉴얼 오픈해서 런치가 괜찮다고 하지만, 아이를 데리고 가는 엄마들이 있을 거라, 가기가 두렵다.

 

일본에서는 불편함을 참지 웬만하면 말하지 않는다. 말없이 다시는 그 가게에 가지 않는 것이다. 요새는 과격하게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어서 깜짝 놀란다. 가게는 많으니까, 불편한 곳에 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더군다나, 커피값이 비싼 어른들이 가는 곳을 택하는 이유는 가격에 맞는 환경을 기대하는 것이다. 결코 아이들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공공장소에서 아이들이 장소에 맞는 행동을 하도록 엄마가 훈육해주길 바라는 것이다.

 

친구와 식사를 한 것이 늦은 시간이어서 손님이 별로 오지 않을 시간이라, 같은 곳에서 수다를 떤 것이다. 가게가 바쁜 시간이면 다른 손님을 받을 수 있게 식사를 마치면 나와 줘야 한다. 그런 것이 손님과 가게 사이에 암묵적인 매너인 것이다. 가게 사장님에게 신오쿠보에 사람들이 돌아왔네요 하고 인사를 했다. , 사람들이 돌아왔어요. 기쁜 얼굴이다.

 

친구와 가게를 나와서 역으로 가기 전에 한국 마트에 들렀다. 거기에도 사람이 바글바글거려서 정신이 없었다. 같이 갔던 친구가 김치를 사고 나는 아무것도 사지 못 했다. 사람이 많아서 정신이 사나워 차분히 물건을 보기가 힘들었다. 역까지 걸으면서 주위를 관찰했더니 사람들이 축제에 라고 온 것 마냥 한껏 들떠있다. 이전에 신오쿠보에 사람이 많이 왔던 시절과 비교된다. 신오쿠보에 놀러 오고 싶은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는데, 억지로 막고 있었던 것이다.

 

북한에서는 미사일을 쏜다고 난리를 치고, 페북에는 미즈하라 기코에게 엄마가 재일동포라는 이유로 헤이트 스피치 댓글이 달렸다. 모델이 일본인이 아닌, 재일동포 딸이라고 해당 상품을 불매 운동하자는 댓글이 달렸단다. 외국인 남성 모델에게는 못 하는 차별을 재일동포를 엄마로 둔 여성에게 가감 없이 공격하는 행태를 보면서 속으로 100% 일본인만 모델로 쓰길 바랬다그런 논리라면 일본 상품을 수출하면 안 된다.. 그런 한편 신오쿠보에는 사람들이 돌아왔다. 지금까지 와 다른 흐름이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사람들이 들뜬 얼굴로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은 좋은 것이 아닐까?

 

사진은 올여름에 찍은 사진 중에 가장 좋은 사진, 매미가 갖 탈피를 하고 매달려 있는 사진을 올린다. 바깥 날씨는 태풍이 지나가는 걸 기다리고 있지만, 오늘 신오쿠보에서 본 광경은 매미가 갖 탈피를 마친 것을 보는 것처럼 반가운 것이었다.

'일본사회 > 미소지니와 제노포비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녀사냥 2- 미즈하라 기코  (0) 2019.09.23
위안부 영화 ‘침묵’  (0) 2019.09.23
가을학기의 시작  (0) 2019.09.10
조선인 학살의 대물림  (0) 2019.08.22
위력과 사랑 사이  (0) 2019.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