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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일본 여성

일본의 독박 육아 4

2017/10/03 일본의 독박 육아 4

 

오늘 동경은 여름 날씨처럼 후지덥근하게 더웠다. 습도가 높은 피곤한 날씨였다. 최고기온이 29도까지 올라갔으니 덥긴 더웠다. 모레는 최고기온이 19도로 추운 날씨가 된다는데, 기온차가 너무 심하다. 한국에서는 추석이라고 하지만, 여기는 전혀 무관한 평일로 더운 날이었다.

 

 

일본의 육아 사정에 대해 쓰는 걸 마저 쓰기로 한다. 지금 일본에서 육아에 관한 것은 아베 정권이 중의원을 해산하면서 소비세를 10%로 올리면 그 재원을 육아에 쓰겠다고 할 정도로 중요한 이슈다. 쉽게 말하면, 육아에 돈을 쓰겠다고 하면 표를 줄 것이라고 볼 정도이다. 그러나, 아베 정권이 육아에 신경을 썼다고 보기는 힘들고 가장 관심이 있는 것은 정권연장뿐이다.

 

 

작년에 일본에서 화제가 된 것이 보육원에 떨어진 엄마가 블로그에 "보육원에 떨어졌다! 일본 죽어라"라고" 썼던 것이 국회에서 밝혀지면서 화제를 모았다. 보육원에 들어가는 것이 아이를 키우는 엄마에게는 절실한 문제였던 것이다. 지금 일본에서는 일부 지역에서 보육원에 들어가고 싶어도 들어가지 못한 '대기 아동'이 있다. '대기 아동'에 대한 카운트 방식이 달라서 약간의 혼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요코하마시는 시장 후보가 '대기 아동 제로'를 선거공약으로 해서 시장이 되었다. 그래서 열심히 보육원을 만들어서 '대기 아동'을 줄인 것을 성과로 내세울 정도다.

 

일본에서 아이가 보육원에 들어가는 것은 일하는 엄마에게는 사활이 걸린 문제다. 취직하는 취직활동을 줄여서 슈카츠, 결혼하는 활동을 줄여서 콘카츠라고 하는데, 보육원에 들어가는 활동을 줄여서 호카츠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가을이 깊어가면 호카츠가 바빠지는 계절이라고 한다. 도시에서 일하는 엄마에게 아이를 보육원에 넣지 못하면 직장을 그만둬야 한다. 보육원은 인가, 인증, 인정 보육원 등으로 나뉜다. /구립 인가 보육원을 으뜸으로 친다. 마당이 넓고 보육의 질이 높고 소득에 따라 보육료가 정해지는 시스템이라, 수입이 낮으면 보육료도 낮기에 당연히 경쟁률이 높다. 그래서 임신하면 바로 호카츠를 시작해야 할 정도다. 보육원에 들어갈 시기에 맞춰서 계획적인 임신을 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가장 좋은 곳부터 최후의 선택까지 10군데는 원서를 넣어야 한단다. 보육원에 들어갈 때 가장 유리한 조건은 싱글맘이나 단신 부모라서 극단적인 방법으로 보육원에 넣기 위해 일시적으로 이혼을 하는 경우도 있단다. 정규직 맞벌이도 보육원에 못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엄마가 직장을 그만둬야 할 판이다. 아무리 육아 휴직이 있다고 해도 보육원에 못 들어가면 엄마가 직장을 그만둬야 한다. 아빠가 아니다.  

 

정부에서 '여성 활약 추진'을 외쳐도, '일억 총 활약 사회'를 부르짖어도 공허한 메아리로 육아를 하는 엄마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는 순 거짓말로 보인다.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제도를 두고 사기 치는 것밖에 안된다. 말이나 못 하면 밉지나 않지. 겉으로 보면 아주 그럴듯하다. 그렇기에 정말로 화가 난다. 아이를 보육원에 넣는 것만큼 절실한 것이 없다. 지금 유명대학을 들어간다고 해도 보육원에 들어가는 것만큼 힘들지 않다. 대학에 떨어졌다고 엄마가 회사를 그만두거나, 부모가 이혼을 하는 일은 절대로 없으니까, 무엇보다 보육원에 들어가야 하는 것은 그야말로 아기고, 대학을 들어가는 것은 다 성장한 청소년이다.

 

보육원에 들어가는 것도 어렵지만, 보육원에 들어간 다음 챙기는 준비물도 엄마가 직접 만들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좋다는 보육원일수록 엄격해서 엄마에게는 부담이 된다. 연장 보육이 안 되는 곳은 보육원 시간에 맞춰야 한다. 보육원에서는 행사가 많아서 거기에 참가해야 한다는 부담도 적지 않다. 세상에서는 육아를 하는 아빠가 많다고 하지만, 집 앞에 있는 보육원을 몇 년이나 지켜봤지만 아빠가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걸 본 적이 없다. 아이를 보육원에 데려가고 데려오는 것도 엄마가 70%라고 한다. 아이가 열이 나도 엄마가 조퇴를 해서 가야 한다. 엄마도 회사에서 중요한 일을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아빠가 회사에서 아이 때문에 조퇴를 하면 상사의 눈총을 받아 출세에 영향이 있다는 분위기가 있어서 어렵다. 지금 젊은 세대는 맞벌이 부부가 많고 급료가 낮아서 맞벌이가 아니면 살기가 힘들다. 회사의 남성상 사는 아이가 둘이나 있어도 전업주부인 부인이 독박 육아로 키웠기 때문에 맞벌이 부부인 여성부 하의 육아와 가사가 얼마나 힘든지에 대한 이해가 없다.

 

일본에서는 초고령화, 인구감소, 노동력 부족, 저출산을 사회문제라면서 정작 아이를 낳고 키우는데 지원은 인색한 편이다. 근래, 사회적으로 육아를 둘러싼 환경을 점점 더 각박해져서 아이를 가진 엄마들이 심리적으로도 부담스럽다. 예를 들어, 전철에 유모차를 갖고 탈 경우도 주변 눈치를 봐야 한다. 붐비지 않는 전철에서도 따가운 눈초리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 학생들에게 강의에서 그런 말을 했더니, 한 여학생이 "자기가 낳았으면 책임을 져야지, 다른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험악한 말을 해서 경악해서 주의를 준 적이 있다. 아이를 데린 엄마는 무조건 주위 눈치를 보면서 사람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한다. 죄인도 아닌데........

 

'대기 아동'이. 고급 주택가로 알려진 곳에서도 '보육원 개설 반대, 거주환경 파괴'라는 횡단막이 걸려있다. 반대하는 주민들은 '교통량이 많아져서 위험하다, 아이들 소리와 부모들이 말해서 시끄러워진다, 보육원이 생겨서 땅값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보육원이 혐오시설도 아니고 반대해야 할 정도로 교통량이 많은 것도 아니며, 시끄럽지도 않다. 보육원이 있어서 땅값이 떨어진다는 말은 들어본 적도 없다. 황당한 이유로 횡포라고 본다.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여성의 사회진출이나 육아를 지원하는 것은 오래전부터 해왔다. 그렇기에 실질적으로 육아를 하는 당사자가 아니면 지금 상황이 얼마나 어려운지 모른다. 잘못하면 젊은 엄마들이 그저 자기가 편하자고 떠드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재 처해 있는 상황을 보면, 젊은 여성에게 결혼해서 애 낳고 키우고 캐리어도 추구하라는 말은 결코 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여성들은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며, 일을 하고 싶다. 정부에서 폼으로만 여성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여성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키우며 일도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가 망한다! 제발, 초고령화나, 인구감소, 저출산을 여성들 탓으로 돌리지 말라. 아이를 가진 엄마들, 특히 맞벌이나 싱글맘은 죽기 살기로 독박 육아를 하며 자신을 희생하면서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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