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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일본 여성

일본의 독박 육아 3

2017/10/02 일본의 독박 육아 3

 

오늘 동경은 흐렸다가 오후 늦게 살짝 비가 왔습니다오전에 블로그를 써서 올리고 도서관에 가서 새로 책을 보고 빌려 왔습니다. 읽던 책은 반납을 하고 서둘러 책을 봤습니다. 비가 같아 도서관을 조금 일찍 나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서 기록적으로 엄청난 양의 과일과 야채를 조금 샀습니다. 멜론 1, 작은 멜론 3, 사과 6, 8, 오렌지 3, 아보카도 9, 골덴키위 2, 그냥 키위 4, 2, 6x3, 복숭아 1, 토마토 2x2, 포도 3, 가지 4x1, 레터스 2x1, 과자 2 이다. 짊어지고 손에 들고 오느라고 힘들었다. 마트에서 나오면서 나에게는 명절 같이 많이 샀다고 생각해보니 한국은 추석이니까, 우연이지만 명절처럼 엄청난 양의 과일을 샀습니다.

 

 

일본의 독박 육아에서 가장 힘든 사람들은 싱글맘입니다. 싱글맘은 미혼모는 거의 없고 이혼이거나 사실혼 관계를 정리한 것이지요. 이혼 후에 아이 아버지가 양육비를 지불하는 경우도 아주 적다고 합니다. 지금은 가끔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아빠들도 있지만 압도적으로 엄마가 많습니다. 싱글맘은 80% 이상 일을 합니다. 40% 가까이가 정규직, 비정규직이 52%라고 합니다. 비정규직이 많은 것은 전체적인 여성 노동자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여성이 비정규직인 것은 고학력 여성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여성은 유명대학을 졸업해서 어느 대기업에 정규직으로 취직했습니다. 20대에 결혼해서 딸을 낳았지요. 남편이 전혀 육아와 가사를 분담하지 않았습니다. 잔업이 필요한 직장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것이 어려워서 전직 활동을 했습니다. 그 무렵에 남편과의 관계가 나빠지면서 이혼에 이르렀습니다. 앞으로는 혼자서 딸을 키워야 합니다. 전직 지원 서비스에 등록할 때 담당자가 말하길 "아이를 가진 여성은 아주 어렵습니다. 100사는 응모하세요"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일본에서는 노동력 부족으로 일손이 부족한 상태로 남성이 같은 조건이라면 아주 괜찮은 회사로 전직했을 겁니다. 다른 회사 사무직 계약사원으로 채용이 되었지만 계약사원임에도 불구하고 매일 서비스 잔업(잔업수당을 못 받는 잔업)을 해야 할 정도로 업무량이 많았습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딸을 보육원에 데려가고 데리러 다니면서 육아를 혼자서 하며 아침부터 밤까지 바쁘게 일하느라 항상 피곤했습니다. 몇 번이나 과로로 쓰러질 뻔했지만, 정규직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군소리 없이 잔업도 했습니다. 정규직과 같은 업무를 담당했지만, 급여는 정규직의 반 이하로 년수 300만 엔이 안됐거든요. 어느 날 갑자기 인사부에서 몇 명의 비정규직 여성을 메일로 해고했습니다. 그 스트레스로 병이 나고 말았습니다.

 

다시 전직 활동을 했지만, 딸을 키우면서 살아갈 정도의 수입을 얻는 일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딸을 키우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사무직 비정규직을 두 개 하기로 했습니다. 시급 1200( 아주 높은 편)이면 십 몇만 엔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지만 하는 수가 없습니다. 딸에게 충분한 교육을 받게 하기 위해서, 대학까지 보내기 위해서 더 많은 수입이 필요합니다. 단신 부모을 가진 가정은 50%가 빈곤합니다. 빈곤율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고 합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잔업을 해야 하는 정규직으로 일을 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잔업이 없는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비정규직으로 일하지만 빈곤한 것입니다.

 

여성들이 남성보다 육아와 가사에 적극적으로 합니다. 이런 걸 보고 남성은 '여성은 육아와 가사를 좋아한다'라고' 여깁니다. 여성은 자신이 하고 있는 육아와 가사에 지식을 갖고 책임을 느낍니다. 그렇기에 자신을 대체할 대안이 없을 경우, 안심해서 아이를 맡길 수 없다면 자기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입니다. 그만 둘 수가 없는 것이지요. 여성들도 커리어를 지향하고, 친구를 만나고 싶으며, 가끔 술 마시러 가고 싶고, 도망치고 싶기도 합니다. 그런 마음을 누르고 독박 육아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주 무거운 부담을 안고 있는 것이지요.

 

 

한국에서 추석이라고 며느리가 시집에 가서 느끼는 고충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40% 정도가 귀성을 하기 싫다고 합니다. 여성이 결혼 전에는 30%가 부모나 친척을 만나기 싫어서 집에 가기 싫다고 합니다. 결혼하면 시집에 가기가 싫은 것이 26%입니다. 그러나, 아이가 생기면 손자를 보이러 가지 않을 수가 없지요. 귀성 시즌이 되면 신칸센도 아주 붐비는데 아이를 데리고 아이를 단속하느라고 시집에 도착하기 전에 벌써 피곤합니다. 남편은 모른 척하지요. 시골에 있는 시집에 가면 시부모는 직장에 다니는 며느리를 못마땅해합니다. 시집에 가면 며느리 역할도 해야 하지요. 시집에 익숙하지 않아서 시집 식구들과 식사 준비를 해도 간을 맞추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항상 '미안합니다, 감사합니다'의 연속이 됩니다. 아내가 불편한 상황에 있지만 남편은 눈치도 못 채고 누워 뒹구는 것이 일입니다.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아이를 키우는 것과 가사에 대해서 전업주부인 시누이와 비교하면서 '며느리는 일이 바쁘니까' 몇 번이나 말합니다. 어느 해 참는 것이 한계에 도달해서 그 후에는 일체 시집에 가지 않습니다. 남편이 아이들만 데리고 갑니다. 일하는 엄마는 매일 직장일과 육아에 쫓겨서 피로에 절어 있습니다. 연휴에는 가끔 몸과 마음의 휴식을 취하고 싶습니다. 남편이 협력적이거나, 시집과 관계가 좋은 사람에게는 귀성하는 걸 나름 즐길 수 있겠지요. 가족이라는 것은 스트레스의 원인이기도 해서 귀성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오는 사람이 많습니다. 시집에 가는 것이 남편만 쉬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돌보고 가족관계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자신의 친정집 가족관계도 어려운데, 남편이라는 남의 집 가족관계는 더욱더 어려운 것이 당연합니다. 여성들은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지만, 한계를 넘으면 더 이상 노력하는 것을 포기합니다. 노력한다고 어떻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거든요.

 

일본에서 어머니 날 아들 부부와 손자를 데리고 같이 식사를 나가는 걸 보면, 젊은 며느리는 옷도 예쁘게 못 입고 피곤에 절어 있습니다. 아들은 멀쩡하고 가장 멋내고 힘이 있는 것은 어머니, 할머니입니다. 예쁘게 단장해서 머리를 하고 손톱에는 네일아트도 하고 멋있게 차려 입었습니다. 아들과 어머니가 즐겁게 말을 하면서 앞을 걷고 뒤에서 며느리가 유모차를 밀면서 따라갑니다. 며느리로서 그다지 반가운 저녁식사가 될 것 같지 않은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같은 상황이라도 아들이 유모차를 밀면 그림이 달라 보일 것 같네요.  

 

여성들은 가능하면 참습니다. 참다가 한계점에 도달하면 포기합니다. 남편들은 여성들이 아이를 데리고 '잠적'하거나, 이혼을 요구하면 '어느 날, 갑자기'라고 합니다. 그러나, 영화도 아니고 현실에서 '어느 날, 갑자기'는 없습니다. 아이를 데리고 '잠적'하거나 이혼한다는 것이 여성에게는 가장 택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기도 하거든요. 여성이 혼자서 아이를 데리고 산다는 것이 전혀 녹록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되면 남편이 일방적으로 '당하는 것'으로 느낍니다. 여성이 오랫동안 당하는 걸 꼭꼭 참아 온 것을 모르는 것이지요. 맞벌이를 하면서 독박 가사에, 독박 육아를 하면서 한계점을 향해서 차곡차곡 포인트가 채워져 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남편들이 그 걸 빨리 알아차렸으면 좋겠습니다.

 

사진은 달리아 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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