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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일본 여성

일본의 독박 육아 2

2017/10/02 일본의 독박 육아 2

 

오늘 동경은 흐린 날씨입니다. 도서관에 가기 전에 어젯밤에 쓰던걸 마저 쓰고 가려고요.

 

독박 육아는 고독한 것입니다. 일본어에서 '원 오페 육아'라는 것을 의역해서 독박 육아라고 했습니다. '원 오페 육아'라는 말은 원래 어느 규동 체인점에서 종업원 단 한 명이 휴식도 못 하고 장시간 혼자서 청소와 조리, 손님 대응, 재료구입 등 모든 업무를 혼자서 하는 것을 '원 오페(원 오페레이션ㅡ나 홀로 작업)'이 사회문제가 되었습니다. 화장실에도 못 가는 거죠. 이런 극한 노동이 엄마들의 육아 상황과 같다고 해서 엄마들 사이에 퍼진 말이라고 합니다. '이쿠맨'처럼 큰 광고회사가 만들어서 정부가 의도적으로 퍼뜨린 것이 아닌 당사자들이 쓰는 용어입니다. '육아 서바이벌'이라는 말도 쓰네요.

 

독박 육아를 하는 아내도 무쇠로 된 것이 아닌 사람이라서, 가끔 아프기도 합니다. 아기는 더 자주 열도 내고 아프겠지만 아내는 아파도 일이나 육아를 쉴 수가 없습니다. 육아를 하는 여성들은 직장에서 눈치를 많이 보게 됩니다. 보육원에서 언제 아이가 아프다는 연락이 와서 조퇴를 해야 할지 모르는 입장이거든요. 그전에 육아휴직도 했으니까요. 그래서 웬만하면 자신이 아파도 참고 일을 나가고 육아를 합니다. 회사일은 동료가 있지만, 육아에는 동료가 없거든요. 세상에는 남편이 있어도 잔업으로 늦거나, 싱글맘인 가정, 전업주부나 정규직, 파트타임 관계없이 일본에서는 '독박 육아'를 하는 엄마들이 대부분입니다. 부부가 동등하게 맞벌이 정규직이라고 해도 남편이 전근을 가서 주말부부일 경우 완전히 '독박 육아'가 되는 것이지요. 다행히도 친정이나, 시집이 가까이 있으면 도움을 청하거나, 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것도 여의치 않으면 정말로 육아전쟁에서 고독한 투쟁의 나날이 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ㄱ 씨는 남편이 단신부임으로 지방에 있습니다. 매일 아침 수면부족 상태로 5시에 일어납니다. 2 살배기 아이가 자고 있는 동안에 세수를 하고 직장에 갈 채비를 합니다. 아이가 깨면 자신의 일은 전부 뒤로 미루고 아침을 만들어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 옷을 입히고 체온을 잽니다. 아이가 뭔가 집어먹지 않을까 보면서 화장을 하고 옷을 갈아입습니다.. 그동안 화장실에도 갈 수가 없습니다. ㄱ 씨가 직장에 갈 서류를 챙기며 동시에 아이의 기저귀와 갈아입을 옷을 가방에 챙깁니다. 보육원에 가져갈 연락 노트를 가방에 넣고 유모차를 밀면서 집을 나섭니다. 챙겨야 할 준비물이 너무 많아서 도중에 집에 되돌아 가는 일도 허다합니다. 보육원에 도착하면 맹 스피드로 갈아입을 옷을 넣고 우는 아이를 달랩니다. 역까지 땀을 흘리면서 뛰어가서 러시아워에 붐비는 전철을 타고 회사를 향합니다. 회사에 도착하면 동료가 옷이 뒤집혔다고 합니다. '독박 육아'를 하면서 머리나 옷이 엉망진창입니다. 저녁에는 6시가 되면 회사를 나와서 급하게 보육원을 향합니다. 직장일로 피곤한 몸이지만 TV에게 아이를 맡기고 저녁을 만들어 먹인 후, 목욕을 시켜서 재웁니다. 세탁이나 다음날 일 준비를 심야까지 합니다. 아이들은 보육원에서 자주 아픈 증상을 옮아옵니다. 집단생활이어서 어쩔 수가 없지요. 아이에게서 엄마에게 감기가 전염되기도 합니다. 엄마는 40도 가까운 열이 나도 누어서 쉴 수도 없습니다. 의식이 몽롱한 채 아이에게 밥을 먹이고 잠을 재웁니다. 아이가 밤중에 잠이 깨서 저녁에 먹인 죽을 토할 때도 있습니다. 재빠르게 처치를 못 하고 아이가 토한 이불에 울고 있는 아이과 같이 운 적도 있다네요.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독박 육아'는 육아전쟁이라는 전쟁터에서 고독한 투쟁을 하면서 아슬아슬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세상에서는 초고령화로 인한 인구감소가 어쩌고 저쩌고 육아를 지원한다 어쩐다 그럴듯한 미사여구를 늘어놓습니다.. 매스컴을 보면 여성들이 시건방져서 '권리'만 요구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온 세상이 육아를 지원해준다고 해도 내가 사는 주변 환경이 그렇지 않으면 '그림의 떡'에 불과합니다. '권리'가 아니라, 내 아이는 나 밖에 키울 사람이 없다는 겁니다. 회사에서는 남성사원과 같은 업무를 합니다. 남성사원의 대부분은 전업주부인 아내의 전면적인 내조를 받지만ㄱ 씨는 남편의 외조는커녕 '독박 육아'를 하면서 일을 합니다. 두 가지 일을 하는 것이지요. 수면부족인 매일을 보내니 당연히 직장일에서 미스를 하고 집중을 하기가 힘들겠지요. 남편이라고 나쁜 사람이겠습니까? 아내가 혼자서 힘들게 일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걸 당연하다고 여기는 남편도 그리 많지는 않겠지요. 남편은 상사에게 아내의 상황을 전하면서 가족이 같이 살 수 있게 전근을 시켜달라고 했지만, 회사에서 상사가 말하길 "세상에 아이를 키우면서 일하는 여자는 많다. 가정의 일이니까, 자기네가 알아서 하라"라고 했답니다. 상사의 말도 일반론으로는 틀린 말이 아니지만, 부하가 처한 상황에는 너무나 몰이해한 것으로 회사의 그런 처사가 부하의 가정을 파괴하고 있다는 걸 전혀 모릅니다. 실은 남편들이 육아를 돕고 싶어도 사회구조상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상사 세대는 아내가 '전업주부'로 살 수 있었지만, 급료 체계가 변해서 지금 젊은 세대는 한 사람 벌이로는 못 살거든요. 마치 부모 세대가 자식 세대에게 '옛날에 더 힘들고 가난한 시절에도 다 애를 낳고 키우면서 살았다'는 것과 같이 상사는 지금 세대들이 처해있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통계를 보면 이전에는 전업주부가 많았지만, 2015년 통계에 의하면 부부가 일하는 맞벌이 세대가 전업주부의 2 배가 됩니다. 그 중에는 ㄱ 씨처럼 주말부부도 있는 것이지요. 더 힘든 사람들은 싱글맘입니다. 경제적, 심리적으로 가장 힘든 세대가 됩니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싱글맘 세대도 80년대에 비하면 2배라고 하네요.

 

맞벌이나 싱글맘에 비하면 아주 편할 것 같은 전업주부도 '독박 육아'는 힘들다고 합니다. 사회환경이 예전에 비해 많이 박해졌거든요. 2 살배기 아이를 키우는 전업주부의 일상은 하루 종일 아이를 돌보는 것입니다. 남편은 장시간 노동으로 매일 밤 12시에 들어와서 주말에도 일 때문에 나간다고 합니다. 어쩌다가 집에 있는 날은 육아나 가사를 돕기는커녕 잠만 잔다고 합니다. 남편도 오죽 피곤하겠습니까. 남편이 전근으로 이사를 와서 아이를 낳았기 때문에 주변에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그야말로 고독한 '독박 육아'를 하고 있습니다.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남편의 귀가시간이 늦어지고 주변에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육아를 지원하는 서포트가 없다는 것으로 전업주부들의 피로와 고립감을 깊게 한다고 합니다.

 

사진은 달리아 꽃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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