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06 나쁜 일은 외국인 탓?
오늘 동경은 때아닌 늦더위로 아주 더운 날씨였다. 최고기온이 32도였다. 태풍은 어젯밤에 멀리서 스쳐 지났다. 그저께도 최고기온이 33도로 아주 더운 날씨였다. 아침에 전철을 탔더니 냉방이 아니었다. 창문도 못 여는 밀폐형이라, 온실처럼 더 더워진다. 땀이 줄줄 흐르고 쓰러지는 줄 알았다. 아니, 쓰러지고 싶었다. 학교에 전화해서 전철에 냉방이 안돼서 쓰러졌다고 할까 싶기도 했다. 가던 도중에 냉방이 들어왔다. 관리하는 사람들 생각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전철을 탄 승객이 단체로 쓰러져서 실려가야 정신을 차리나? 여름이 지났다고 안심하고 있다가, 30도가 넘는 무더위의 공격을 받고 있다. 덥다가 춥다가, 최고기온이 하루 사이에 무려 10도나 차이가 나는 일이 허다하다. 인간들을 거대한 실험실에 가둬서 얼마나 견디나 실험을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2교시와 3교시에 강의가 있었는데, 2교시에는 볕바른 교실에 냉방이 들어오질 않아, 기절하는 줄 알았다. 학생들에게 비싼 돈 받으면서, 학생들이 강의에 집중할 수 있는 최저한의 환경은 제공해야지. 냉방이 빵빵하게 들어오는 사무실에 앉아서 일하는 직원들은 교실이 어떤 상태인지 제대로 파악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2교시는 냉방없이 30도가 넘는 날씨에 창문을 열고 수업을 했다. 3교시는 나도 눈꺼풀이 다 들러붙을 정도로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 교실에 들어가 냉방을 켰더니, 들어온다. 아, 다행이다! 서커스도 아니고, 외줄 타는 느낌으로 순간순간을 넘기면서 산다.
요새는 동료들과 말하는 화제가 날씨와 계절이다. 이번 주에는 햇빛이 나는 날이 많아서 그래도 천만다행이다. 오늘도 날씨가 맑아서 환기를 시키려고 창문을 다 활짝 열어놓고 일을 다녀왔다. 신발장에 신발들이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날씨가 좋으면 밖에 내놓고 말려서 여름 신발은 정리하고 싶다. 지난 일요일에 여름에 쓰던 모자를 빨아서 말렸다. 이런 이상한 날씨가 계속되니 옷을 어떻게 입어야 좋을지 난감하다. 아무리 덥다고 한여름 옷을 입을 수도 없고, 가을 옷은 너무 더워서 도저히 입을 엄두가 안 난다. 신발도 10월인데, 샌들을 신으려니 이상하다. 그렇다고 가을 신발은 날씨와 맞질 않는다. 주위 사람들도 모두 계절을 감지하는 센서가 고장 났단다. 10월에도 30도를 넘는 무더위가 계속되는 날씨가 있었나 싶다.
일본이 불황이라, 백화점들이 폐점을 한다. 내가 사는 곳 가까이에 있는 미쓰코시도 내년 봄에 문을 닫는단다. 나는 일찍이 일본 백화점이 힘들어질 것을 예상했다. 폐점한다는 교외에 있는 적자가 많은 곳만이 아니라, 내가 잘 다녔던 신주쿠 이세탄 본점을 가도 그렇다. 평일에는 그 넓은 매장에 손님보다 점원이 훨씬 많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평일 만이 아니라, 주말에 갔을 때도 텅텅 빈 느낌이 들었다. 신주쿠 이세탄 본점은 백화점 중에 아주 빵빵한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랬다. 나는 다른 백화점에는 가지도 않지만, 지나가면서 보려고 해도 손님이 너무 없어서 부담스러워 볼 생각도 들지 않는다.
백화점에서 유일하게 손님이 많이 몰리는 곳은 식료품 매장이 아닐까 싶다. 나도 내가 사는 과자를 사려고 들리니까, 식료품 매장은 항상 붐비는 느낌이다. 그러나, 식료품 매장만으로 백화점이 유지될리는 만무하다. 가까운 미쓰코시에 가는 것도 식료품 매장에 수입식품을 보기 위해서다. 다른 것은 볼 생각도 없다.
지난주에 읽은 기사가 재미있었다. 일본 백화점들이 폐점을 하는 이유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바쿠가이’ 라고, 폭발적으로 쇼핑하던 걸 안 하기 때문이란다. 아니, 중국인들이 ‘바쿠가이’를 한 게 얼마나 된다고? 정말로 2년 남짓한 것이다. 그동안 일본에서 중국인들이 일본에서 정신없이 물건을 산다고 얼마나 비웃고 깔봤는데? 백화점이 문을 닫는 것이 중국인들이 쇼핑을 덜하기 때문이라니? 자신들 경영을 제대로 못한 탓이지. 자신들의 태만으로 망하는 걸 외국인 탓으로 돌린다. 친구에게 잡지 기사를 보이면서, 웃긴다고 언제부터 일본 백화점이 중국인으로 먹고살았다고, 폐점을 중국인들이 쇼핑을 덜해서라고 하냐고, 그렇게 중국인을 차별하고 무시하더니, 웬 중국인 탓? 했더니, 친구가 하는 말이 걸작이었다. 폐점하는 이유가 확실해졌으니 좋지 않냐 고……. 내가 보기에는 웃긴다.
내가 잘 다니던 백화점을 끊은 것은 백화점이 ‘차별’을 해서다. 그것도 확실하게 몇 번이나 당해서 그런 곳에는 안 다니기로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잘 다니던 단골손님을 ‘외국인’이라고 ‘차별’하는 곳이 장사가 잘될 리가 만무하다. 요새는 동경에 살지만, ‘차별’하는 사람들이 무서워서 소비는 최저한으로 한다. 적극적으로 소비하기 싫다. 쇼핑은 주로 외국에 나갔을 때 하고 오는 것으로 정했다. 그래, 나쁜 것은 다 외국인 탓이다. 앞으로도 쭉 그렇게 나가길 바란다. 망한다!
사진은 이전에 찍은 백일홍이다. 지금은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백일홍이 피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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