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11 일본에 '무관심'을
오늘 동경은 맑았지만,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서 춥게 느껴지는 날씨였다. 어제까지 연휴였지만, 일요일과 월요일에도 비가 와서 연휴라고 외출을 할 날씨도 아니었다. 그래도 일요일에 카메라를 가지고 나가서 사진을 찍었다. 비가 오는 날씨가 계속되어 사진도 못 찍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비가 많이 와서 꽃도 별로 없지만, 계절은 바뀌어 간다.
주말은 가슴이 답답하고 아주 우울했다. 왜냐하면, 일본의 ‘혐한’과 ‘한국(조선)인 차별’이 복잡한 양상으로 극대화하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지난 주에 ‘와사비 테러’가 있었다는 뉴스는 일본에서도 전해졌지만, 뉴스를 들은 친구는 스시집에서 ‘외국인에게 특별히 서비스’를 했다는데, 왜 사과를 하는지 영문을 몰랐다고 한다. 뉴스를 들어도 내용이 제대로 전달이 안되게 뉴스가 전해진 것이다. 그 뉴스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이상하게’되는 것이다. 오늘 점심시간에 내가 말을 해서 친구도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한숨을 쉬었다.
지난주 학생들에게 '와사비 테러'에 대해 의견을 물었더니 ‘한국사람 일본에 오지 말라’는 반응을 보인다. ‘한국사람 일본에 오지 말라’는 우익에서는 항상 하는 말이다. 이번에는 좌파에서도 다른 의미로 같은 말을 했다. 사실, 일본사람들 한국사람을 너무너무 싫어한다. 아마, 한국을 좋아하는 사람은 1%대로 본다. 많아도 2% 정도다. 나머지는 정도의 차는 있어도 한국과 한국사람을 싫어한다. 싫어하는 정도가 아니라 혐오한다. 반대로 한국사람들은 일본을 아주 좋아한다. 심하게 좋아한다. 일본사람들이 얼마나 한국을 싫어하냐면, 관광객으로 와도 한국사람은 싫다는 것이다. 중국사람들이 싫은 이유는 ‘매너가 나빠서’라고 한다. 한국사람을 혐오하는 이유는 ‘한국사람’이기 때문이다. '한국'을 거론하는 것조차 불쾌해한다.
한국사람들은 ‘그래도 같은 인간인데, 만나서 대화를 나누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생각한다. 일본사람은 ‘싫은 사람과 대화’는 있을 수가 없다. 거기에 ‘이해’라니, 꿈도 꾸면 안 된다. 한국사람들은 일본사람들과의 관계에 ‘답이 정해져 있지 않다’고 보지만, 일본사람들에게는 ‘이미 답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헛된 꿈이나 수고도 할 필요가 없다. 일본사람들은 한국사람과 한국(조선반도)이 싫다고, 싫다고 하는데, 한국사람이 혼자서 좋다고 쫓아 다니는 ‘스토커’처럼 보인다. 정말로 한국사람들과 일본사람들의 ‘냉각기’가 필요하다. 일본 쪽에서는 벌써, 답이 나왔다. 한국에도 가지 않고 ‘혐한’을 그렇게 외치면서 확실히 ‘의사표시’를 했다. 그런 것을 한국사람들이 ‘무시’하고 일본에 오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한국에서 보기에 이런 것은 극히 일부 극단적인 걸로 보일지 모르지만, 먼저 썼듯이 전체의 뜻이다. 한국사람들에게 일본에 오지도 말고 관심도 보이지 말라는 것이다. 한국사람들이 일본에 오거나, 관심을 가지는 것 자체가 불쾌하고 혐오스럽다는 것이다. 한국사람들은 일본 사람들의 의사를 정중히 존중해줘야 한다.
일본 사람들에게 한국사람이란, 지금도 ‘조선인’이고, 언제까지나 ‘조선인’이다. 일본인에게 ‘조선인’이란, 개, 돼지보다 못한 존재라는 뜻이다. 그런 것에 화를 내면 안 된다. 그들 머릿속에 있는 의식이니까, 내 머릿속도 정리하기 힘든데, 남의 머릿속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나도 지금까지 북한에 대한 뉴스나, 한국에 관한 뉴스로 인해 민족학교에 다니는 학생교복을 찢는 사건은 ‘어떤 미친 사람의 짓’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겪어보니 ‘미친 사람’이 아니라, 그들이 ‘지극히 정상적인 일본인’이었다는 걸 알았다. 재일동포 연구를 하면서도 재일동포들이 ‘차별의 공포’에 떨고 있다는 걸 몰랐다.
지난주 토요일인가 ‘한겨레신문’에 특파원이 쓴 일본의 ‘혐한’과 한국의 ‘반일’이라는 기사가 있었다. ‘와사비 테러’와 오사카에서 버스표에 김총이라는 표기를 한 것에 대한 기사였다. 내가 보기에는 ‘차분한’ 기사였다. 같은 기사가 일본어로 번역된 것이 페북에 올라와서 봤더니, 거기에 쓴 댓글이 전부 ‘헤이트 스피치’였다. 그래서 댓글의 일본어를 봤더니, 최소 대학교육, 그것도 인문계열로 보일 정도의 학력을 지닌 사람들로 정중하면서 무례했다. 일본에서 ‘혐한’이나, ‘헤이트 스피치’를 하는 사람이 못 배우고 직업도 없는 ‘불쌍한 사람’들이 아니다. 조사에 의하면 60%가 대졸/대학원졸 이상에 번듯한 직장에 다니는 일본인 중에서 상위권의 조건을 갖춘 사람들이다. 나름대로 공부해서 이론무장은 물론 자신들이 하는 일이 '정당화' 되어있다.
요새, ‘헤이트 스피치’ 논조가 달라졌다. 전에는 아주 원색적으로 누가 봐도 알기 쉬웠다. 요새는 ‘고급지게 정중하고 무례하다’. 문맥을 모르는 사람이 읽으면 ‘헤이트 스피치’로 보이지 않을 정도다. 간단히 말해서 결론은 정해졌다. ‘한국은 이래서 안된다’, ‘한국사람은 저래서 안된다’는 것이다. 오늘 뉴스를 보니, 유명한 코미디언이 한국(음식)은 ‘고추 테러’에 ‘김치 테러’가 아니냐고 비웃었다. ‘와사비 테러’를 해준 것을 고맙게 생각하라는 것이다. 극우에서는 대환영인 것이다. 대환영인 것은 극우만이 아니다. 일본에서 ‘혐한’은 그들에게 ‘애국’이며, ‘자존심’인 것이다. 그러니, 언제든 기회가 있으면 해야 할 ‘자랑스러운’ 행위다.
그것만이 아니라, 다른 움직임도 몇 주 관찰하다가, 극우들이 단체로 움직이는 걸 포착했지만, 자세한 내용은 소개하지 않기로 하겠다. 학생들도 묻는다. 한일관계의 미래가 있느냐고, 학생들은 ‘한국사람들이 일본에 대해 적대심을 불태우고 있다’고 믿고 있다. 내가 보기에는 일본이 적대심을 불태우며, 부모를 죽인 원수라도 되는 것처럼 이를 갈고 있다. 정말로.
현재로서는 한국사람들이 일본에 대해서 관심을 끄고, 조용히 일본에 오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 같다. 일본이 아니라도 세계는 넓고 갈 곳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에 온다면, 어떤 ‘테러’를 당하더라도 ‘특별한 서비스’라고 감수하는 것이 좋다. 절대로 감정적으로 화를 내지 마시라. 일본에 대해 ‘무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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