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본사회/미소지니와 제노포비아

구조적인 '이지메'

2016/10/15 구조적인 '이지메'

 

오늘 동경은 청명하게 맑은 날씨였다햇살은 그럭저럭 강렬했지만기온이 급격히 떨어졌다오늘 최저기온이 10도 이하로 뚝 떨어져 계절이 가을을 뛰어넘고 겨울을 느끼게 한다지난주까지 최고기온이 30도를 넘더니 어제오늘은 최고기온이 22도 정도다기후의 변화가 너무 급격해서 사람들이 적응을 못하고 있다어제 수업을 하는 데도 바깥은 햇살이 강해도 쌀쌀한데교실은 더웠다강의 중에 학생이 토하면서 화장실로 가기도 했다.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두 번 세탁기를 돌리고여름 이불도 빨아서 널었다여름옷도 말려서 정리해서 넣었다무인판매에 가서 감도 사 왔다. 이불과 베개도 말리고 한 일이 많은 하루였다내일도 날씨가 맑으면 여름 신발을 말려서 정리하고 겨울 신발을 내놔야 하겠다.

 

지난주와 이번 주에 걸쳐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국인을 상대로 차별한 사건이 연달아 계속 일어났다참으로 마음이 복잡하고 슬펐다오사카에서 ‘차별’ 축제라도 열렸던 것 같다원래 관동지방에 비해 관서지방이 ‘차별’이 심각하다예를 들어 ‘부락 차별’도 관동지방에서는 거의 의식을 못하지만관서지방은 지긋지긋하게 뿌리 깊은 ‘차별’이 남아있다한편으로 ‘차별’에 대한 저항도 강렬한 지역이기도 하다여러 모로 관동지방과는 아주 다른 곳이다.

 

오사카 재일 제주도인 커뮤니티에서 박사논문을 쓰기 위한 조사로 몇 년인가를 살았고 그 후로도 조사했던 지역을 다녔다비록 내가 인터뷰를 했던 1세들이 거의 돌아가셨지만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곳이기도 하다이번에 일어났던 연속된 ‘차별’이 재일동포들이 그동안 얼마나 ‘차별’을 받아왔는지 새삼스럽게 잘 알려주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나도 이번에 일본의 ‘차별’이 얼마나 심각하고 병적인지 알았다예를 들어 ‘시장스시’의 ‘와사비 테러’ 뉴스는 일본 사람들이 듣기에 ‘차별’이라는 인식이 들지 않을 정도였던 모양이다그 뉴스를 들은 학생이나대학 선생도 같은 인상을 받아서 한국사람들이 괜히 난리를 친다는 인상을 줬다. 오히려 ‘자작극’이라고 한다그런데 같은 뉴스라도 외국인 선생들이 듣더니 명확한 ‘차별’이라고 한다같은 사건이라도 어떻게 전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같은 일이라도 입장에 따라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다많은 것이 복잡하게 엉키고 설킨다그래서 사람들이 점점 더 귀찮게 여긴다매스컴은 그런 효과를 노리는 게 아닐까?

 

일본 선생이 지난주부터 일어난 ‘차별’ 소동에 관한 말을 듣더니갑자기 소리를 지른다. “내가 한국에 갔다가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겠네” 황당하기 짝이 없는 반응이다본능적으로 일본에 온 한국사람들에게 차별을 했으니한국에 갔다가 복수당할 거라고 느끼는 것이다한국에 간 일본 사람에게 그런 일이 있었다가 매스컴이 총동원되어 국가적으로 생난리가 날 것이다그런데이게 일본 사람들의 인식이다자신들의 한 일에 대한 ‘자격지심’이 전혀 다른 반응으로 나온다. 자신들의 한 일에 대해 반성하거나 사죄하는 단계는 없다. 이런 의식구조는 전쟁이나, 다른 것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차별’을 한 것은 일본 사람인데, 덤터기를 쓰는 것은 항상 한국사람들 몫이다.

 

실은 근래 일본에서 헤이트 스피치에 ‘혐한’으로 난리를 치는 동안에 일본 사람들은 한국에 가면 한국사람들의 ‘반일’로 큰 일을 당한다고 무서워서 가면 안된다고 믿고 있다이것 또한 은연중에 ‘자격지심’인 것이다자신들의 하는 일을 상대방이 할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그러다가내가 한 것인지상대방이 한 것인지도 헷갈려서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상황이 일어난다.

 

오늘 내가 읽던 책에서 ‘이지메’의 구조라는 걸 읽었다. ‘이지메’를 하는 ‘가해자’는 자신의 ‘힐링’을 위해서 ‘이지메’를 한단다그래서 ‘피해자’가 ‘가해자’가 생각하는 것처럼 ‘이지메’를 당해주지 않으면, ‘힐링’을 못 느껴서 ‘가해자’가 마치 ‘피해자’가 된 것처럼 ‘분노’한단다.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가해자’는 ‘집단 따돌림’의 강도를 높여간단다그러나, ‘가해자’가 ‘이지메’로 얻는 ‘힐링’은 일시적이라, ‘가해자’ 스스로가 ‘이지메’를 멈출 수가 없다고 한다이걸 읽고 ‘이지메’에 대해 납득이 갔다그런데내가 보기에는 일본이 한국을 ‘이지메’하는 꼴이다. ‘가해자’인 일본이 ‘피해자’ 인양 난리를 치는 것도 꼭 같은 구조다. '위안부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있었던 일본인들의 한국인을 ‘차별’한 것으로 일어난 소동은 그나마 한국에 가던 일본인 관광객을 줄이는 효과로 나타날  같다그리고일본인들의 한국적대 감정은 극대화하는 걸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모든 것이 한국인들의 ‘자작극’이라고 난리를 치는  보면 ‘피해망상’에 걸린 증상이 심각하다.

 

'일본사회 > 미소지니와 제노포비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못난이들  (0) 2019.11.09
숨 막힌다  (0) 2019.10.22
일본에 '무관심'을  (0) 2019.10.16
나쁜 일은 외국인 탓?  (0) 2019.10.10
한산한 신오쿠보  (0) 2019.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