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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개질 이야기

가을이라서

2014/10/22 가을이라서


오늘 동경은 아침부터 비가 오는 날씨였다. 아침에 나갈 때는 비가 비칠락 말락 했었다. 1교시 수업을 마쳤더니, 빗방울이 굵어졌다. 모노레일 역에서 학교까지 채양이 있는 길을 걸어서 이웃학교에 갔다. 이웃학교는 출신교이기도 하지만, 평소에 도서관을 잘 이용한다

일찌감치 학교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도서관에 가서 가지고 갔던 책을 읽고 반납했다. 그리고 국경에 접해 있는 섬들에 관한 책을 읽다가 화가 나서 제자리로 갖다 놨다. 너무나도 일본의 국방에 편중된 시점에서 쓰인 것이라, 읽기가 괴로웠다. 요새 이런 책을 많이 본다. 어젯밤에는 재특회 회장과 오사카 시장이 면담하는 동영상을 봤더니, 가슴이 벌렁거려서 잠도 제대로 못 잤다. 둘 다 큰 목소리로 소리를 질러서 아주 비슷해 보였다. 재특회 회장의 특징적인 목소리, 헤이트스피치를 하는 동영상을 봤던 기억이 되살아나서 공포스러웠다. 재특회 회장이 썼다는 '혐한' 서적이 아마존에서 1위로 베스트셀러였다. 리뷰가 220건이나 된다. 거기에다, 한국을 싫어한다는 '혐한' 서적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그런 책이 잘 팔리나 보다

요즘 도서관에 오는 새로 나온 책 중에도 책 제목은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이지만 내용적으로 '혐한'인 것이 한 둘이 아니다. 정말로 어디까지 가려는지, 내가 보기에는 일본과 한국의 관계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곳까지 가고 말았다. 한국이 어떻게 해서가 아니라, 일본 내에서 자신들 스스로 막다른 곳까지 간 것을 어떻게 말릴 수가 없다. 그런 사회적인 상황은 수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내가 하는 말이 어떤 힘이 있기나 한 것인지, 심히 의문스럽다.

돌아오는 길에 봤더니, 갑자기 가을이 성큼 다가온 것 같다. 이틀 전에는 못 느꼈던 가을이 깊어가는 색채와 냄새가 난다. 그리고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데, 마음은 삭막하기 그지 없었다. 간식으로 도넛을 두 개 사서 들고 왔다. 집에서 커피와 같이 먹고 멍하니 있었다


지난 봄에 시드니에 있는 친구 D에게 짠 옷이다. 재료는 시드니에서 샀지만, 노로 얀으로 일본 제품이다. 아주 짜기가 수월한 울과 실크가 섞인 실이다. 친구는. 체격이 좀 큰 인도 사람이다. 시드니에서 한 달 정도 친구네 집에 머물렀다. 친구가 인도에 출장간 사이는 친구 방에서 친구가 돌아온 다음에는 드넓은 리빙에서 소파 침대에서 살았다. 물가가 엄청 비싼 시드니에서 친구네 집에서 거저 지낼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 친구가 젊었을 때는 여배우 뺨칠 정도로 대단한 미모였다. 지금은 나이를 먹었지만, 여전히 매력적이다. 실은 그다지 친한 친구가 아니다. 오래 전에 베스트를 짜준 적이 있었다. 몇 년 전인가 동경에 왔을 때, 시간을 내서 둘이서 가마쿠라에 가서 놀았다. 친구는 내가 힘든 상황에 있는 게 걸리는 모양으로 신경을 써준다. 소문에 의하면 친구는 나에게 많은 자극을 받는다나??? 10년 인가, 사진을 보여주면서 딸에 관한 말을 했다. 엄마를 빼어박은 얼굴을 하고 있는 딸을 입양한 딸이라고 해서, 나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자기와 붕어빵인 딸 사진을 보여주면서 입양했다면 믿겠냐고… 그런데,, 진짜로 입양한 딸이었다. 그 딸도 훌륭히 성장해서 의사가 되었고, 지금은 결혼해서 아들을 낳았다. 가끔, 아들을 데리고 친정집에 온다

친구네는 입양한 딸이 친부모의 다른 형제들과 가깝게 지내게 한단다. 딸이 하나니까, 자기네가 죽어도 다른 형제들과 의지해서 살아가길 바란다고… 쉽지 않은 일이다. 이렇게 쉽지 않은 일을 하면서 일도 열심히 한다. 그리고 아름다운 것들을 좋아한다. 친구네 집은 작은 박물관처럼 소소하게 친구의 감성으로 아름다운 걸 모아놓았다. 난 그걸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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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 전에도 친구네 부부는 남프랑스에 여행을 갔을 때, 딸만 집에 있을 때도 내가 가서 지내다가 친구도 못 보고 돌아온 적이 있다. 나와 나이 차이는 적지만, 언니와 같다. 내 작품 전시회에도 와줬다. 내 작품을 사줬고… 고마웠다. 이 베스트는 시드니에서 거처를 제공해준 고마움에 대한 걸로 짰다. 아주 단순하게, 색상배합도 쉬웠다. 시드니에서 가을에 입었을까? 인도사람이라고 한국사람과는 전혀 다른 사람들인 것처럼 말하지만, 내가 친구에게 느끼는 것은 한국사람과 아주 비슷하다는 것이다. 인정과 따스한 마음이 있고, 존중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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