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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미소지니와 제노포비아

못난이들

2017/11/09 못난이들

 

오늘 동경은 날씨는 맑지만 강한 바람이 불어서 체감온도로는 겨울이다. 어제까지 원고에 묶여서 지내다가 어젯밤에 원고를 보냈다. 아주 짧은 원고를 붙들고 있었다. 짧은 원고라서 쓰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삼춘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수가 있어서 좋았다. 좋아하는 대상에 대해서 쓰는 것은 어렵지만, 좋아하는 대상에 대해서 기회가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목요일은 여성학과 노동사회학 강의가 있는 날이다. 어제는 아침과 오후에 강의가 있는 날이다. 어제 오후 강의는 축제로 휴강이어서 아침 일교시가 끝난 다음에 도서관에 가서 친한 사람을 만나고 천천히 책을 읽었다. 수요일 오후 강의는 작년 가을부터 시작한 것이라, 아직 자리가 잘 안 잡혔다. 도서관에서 하루 종일 지내는 것은 월요일이지만, 수요일에도 도서관에 들러서 놀다가 돌아오는 길에 농가와 야채 무인판매에도 들른다. 산책을 겸해서 주변을 걷고 야채도 사는 것이다. 그런 시간이 참 좋았는데, 오후에도 강의를 하면서 그 시간이 없어졌다.

 

월요일 오전에 우체국에 들렀다. 새로 나온 우표를 사기 위해서다. 동네 우체국이라서 우체국 직원이 내가 외국인인 것을 안다. 요새 우체국에는 영업 할당량이 있는 것으로 안다. 어제 내가 산 우표는 국내용 엽서에 붙이는 것과 외국에 보내는 엽서 요금에 맞는 우표를 시트 한 장씩 샀다. 우표를 자주 사는 사람이라, 어느 시기에 어떤 우표가 나오는지 대충 알고 있다. 외국에 보내는 엽서 요금에 맞는 우표는 일 년에 한 번 밖에 나오지 않는다. 우체국 직원은 조금이라도 우표를 많이 팔고 싶다. 내가 자주 엽서를 쓰는 것도 알고 있다. 그냥, 요금에 맞는 우표가 나왔으니 여유 있게 사라고 하면 된다. 그런데 이상하고 기분 나쁘게 말한다. 자기네 우체국에 국제 엽서에 맞는 요금 우표가 시트 102장이라고 내일이라도 누가 와서 100장을 달라면 다 팔리고 만다고 한다. 사실 이 우표는 다른 우편과 요금이 잘 맞지 않아 잘 팔리지 않는다. 국제 엽서에 맞게 특화된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 세상에 국제 우편으로 엽서를 보내는 일은 아주 드물다. 더군다나 이 동네에서는 뻔하게 알 수 있는 일이다. 다른 우체국에서는 다 팔려서 구할 수 없는 우표가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우체국이다.

 

나는 동네 우체국을 이용하지 않으면 작은 우체국이 없어질 것 같아 일부러 동네 우체국을 이용한다. 주변에 좀 걸어가면 휴일에도 열려 있는 우체국 본국이 있고 학교에도 우체국이 있다. 얼굴도 알고 있는 그 직원이 그런 태도를 보면서, 카메라로 녹화를 해서 동영상을 올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일본 사람들이 어떻게 차별하는지 알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 지금까지 이상한 사람들을 많이 봐왔다. 일본말로 이야가라세라고 한다. 그런 사람들은 하나 같이 찌질하고 참 못 생겼다. 생긴 것은 얼굴에 눈코 입이 어떻고의 문제가 아니다. 그 사람이 풍기는 것에서 악취가 난다. 도서관에 가서도 한참 기분이 나빴고 머리가 복잡했다. 단순히 우표를 사고파는 것을 기분 나쁘게 하는 것이다. 외국인이라고 꼭 그렇게 차별을 해야 하나? 불쾌해서 당분간 그 우체국에 가기 싫다. 사람들은 이렇게 해서 스스로 자신들의 무덤을 판다.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으면 없어질 운명의 우체국인데...... 이런우체국은 없어져도 된다.

 

일본에 오래 살았지만 일본 사람들이 무섭다. 언제 어떻게 당할지 몰라서다. 한편으로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서 추악한 것을 봐야 한다는 것은 슬프다. 요새 주위가 단풍이 들어서 풍경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인데, 인간이 아름답질 못하네.

 

사진을 월요일에 찍은 것을 올린다. 모노레일에서 소풍 가는 아이들도 단풍처럼 예뻐서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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