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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아베정권

2017 중의원 선거 후기

2017/10/22 참담한 심정으로 선거 후기

 

오늘도 동경은 아침부터 밤까지 계속 비가 왔다. 아까 9 45분에 태풍으로 인한 피난 경보가 내렸다. 해당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지정된 곳으로 대피하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30 이상을 살았지만 이런 알림을 받기는 처음이다. 이번 태풍이 심상치 않다는 알려준다.

 

오늘은 중의원 투표날이었다. 요새는 매일 비가 오지만 오늘도 아침부터 비가 세게 오고 날씨가 나빠서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궁금했다. 어딘가는 '태풍'으로 하늘이 도운 것이 되고, 다른 곳은 '태풍'으로 하늘도 저버린 것이 되겠지.

 

투표에 대해서 쓸 예정이 아니었다. 저녁부터 선거 속보를 보는데 자민당이 이겨도 너무 이겨서 참담한 심정이다. 자민당과 공명당이 3 2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민당의 대승이라기보다 사실상 자민당 외에 찍을 만한 다른 당이 없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자민당으로 표가 몰리고 말았다. '태풍'도 자민당을 도운 모양이다. 자연재해는 아무리 강한 '태풍'이어도 잠깐 지나가는 것이다. 이번에 아베 정권이 성립하면 일본에 정치적으로 어떤 '태풍'이 휘몰아 칠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입헌 민주당'은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선전을 한 모양이다. 앞으로도 죽을 힘을 다해서 당이 살아남아 있는 힘껏 활약해 주길 바란다.

 

기본적으로 중의원 해산에서 투표까지 일정도 너무 짧은 선거로 다른 당은 붕괴하고 새로 생기면서 선거활동을 할 시간도 없었다애초부터 자민당에게 유리한 선거전이었다. 거기에 다른 당이 자멸하고 몰락하는 바람에 자민당이 예상도 못했던 반사이익을 얻었다. 적극적인 자민당 지지가 아닌 찍을 만한 다른 당이 없었던 결과이다. '희망의 당'도 당수가 야심이 너무 앞선 급조된 당으로 자민당 보다 더 극우적이다. 그럴바에는 자민당을 찍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다. '입헌 민주당'이 아무리 죽어라고 열심히 한다고 해도 태어난 지 20일도 안 되는 신생 정당이다. 갈 곳이 없는 사람들이 모인 정당으로 선전했다. 이번 결과는 예상을 넘는 최대치가 아니었을까 한다. 앞으로는 앞으로다.

 

아베 정권 지지율이 낮아서 '북풍'을 이용한 것은 아주 유효했다북한의 위협을 얼마나 부르짖었는지, 일본에서는 전쟁이 날 것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학생들도 전쟁이 나는 줄 알고 있다. 단지 그 전쟁이 일본이 아니라, 한반도라는 것이다. 물론,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면 일본은 이익을 보겠지. 이웃 나라에서 전쟁이 나서 사람들이 죽고 파괴되건 말건 일본에 이익만 있으면 좋은 것이다. 전에 아소 전 총리가 전쟁이 나서 북한에서 난민이 오면 사살하겠다는 발언도 일본 사람들의 심정을 대변해 준다. 살겠다고 목숨걸고 오는 '난민'을 사살하겠단다. 아마, 무장을 하고 있을 거라면서. 이런 것에 보듯이 만약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서 '난민'이 온다면 죽일 대상인 것이다. 역시, 일본은 대단한 나라다. 일본에게는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이 철천지 원수인 모양이다. 본심으로는 '난민'이든 말든 다 죽이고 싶다는 것인가? 

 

아베 정권이 성공하고 있다지만 생활하면서 보면 뭘 성공했는지 느끼기가 어렵다. 사람들의 생활은 점점 더 답답하기만 하다. 아베노믹스가 성공했다고 자화자찬을 하지만 숫자나 통계에 나타나는 것과 사람들의 실감하는 것은 다르다. 아베노믹스의 성공은 같은 일본이 아니라, 먼 나라에서 일어난 일처럼 실감이 없다.

 

이번에 새로운 아베 정권이 탄생하면 '평화헌법'을 개정해서 점점 더 '군사대국'으로 향하겠지. 일본에서 대대적으로 무기를 생산해서 수출할 수 있게 되면 일본 경제에도 도움이 되겠지. 다른 나라에 무기를 팔고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가 되는 것이 일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길인지? 정말로 궁금하다.

 

일본 정부가 정말로 해야 할 것은 '군사대국'으로 가는 길이 아니다. 일본 젊은이가 미래에 희망을 갖고 살 수 있는 정치가 필요하다. 다시 아베 정권이 성립하면 지금 이상으로 먹구름이 가득해서 사회가 어두워질 것 같다. 이런 상태에서 경제가 좋아질 이유가 없다. 자민당이 몰표를 받아 엄청 이겼지만 아베 정권 지지율이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 길이 순탄하지 않겠지만 지금까지도 막 밀어붙였으니까,, 앞으로도 막 밀어붙이겠지..

 

주변 국가와의 관계에서 일본은 중국과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모양으로 중국에 대한 보도가 달라졌다. 그동안 중국에 대해 그렇게 비판하더니 분위기가 달라졌다한국을 따돌린다는 것이 된다. 한국은 한국 중심으로 정신을 바짝 차려서 중심을 잡아야 한다. 아니면 주위에 어떻게 휩쓸릴지 모르는 상황이 된다. 잘못 휩쓸리면 한반도가 다시 격랑에 흔들린다. 격랑뿐이면 좋겠지만, 우방이라고 하는 일본에서 이웃 나라에 전쟁이 나길 원하는 정치를 하고 있다는 걸 명심하길 바란다.

 

정말로 아베 정권이 어디까지 갈지 두렵다. 젊은이가 연애조차 못하는 나라에서 어떻게 미래와 희망을 꿈꿀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지금 일본의 남성 4명에 1명은 평생 결혼을 못한다. 결혼한 3명 중 1명은 '이혼'한다. 평생 결혼을 못하는 남성은 앞으로도 더 불어난다고 한다. '초고령화' 사회에서 젊은 사람들이 연애도 못하고 결혼도 어렵다면 일본 인구는 가파르게 줄어들 것이다. 일본이 빚이 엄청 많은 나라다. 이 빚은 젊은 사람들에게 넘기고 있다. 젊은 세대들 등골이 휜다는 것이다. 줄어드는 젊은 세대는 인구 재생산도 못하고 아주 많은 고령자를 부양하고 빚도 갚아 나가야 하는 것이다. 젊은 세대들에게 정말로 미안하다. 미안하지만 이건 정치적인 문제다.

 

나는 유권자도 아니지만 대학에서 젊은이에게 강의를 하는 것이 직업이다. 그런 입장에서도 일본 사회의 미래를 짊어질 사람들이 꿈과 희망을 펼칠 수 있는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정치를 해주길 간절히 바란다. 내 학생들이 연애도 못해 보고 연애하는 것조차 포기하고 일만 하면서 사는 삶을 살지 않았으면 한다. 제발 인간답게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꿈꿀 수 있는 정치를 해주길 바란다. '태풍'이 쓸데없는 것은 싹 쓸어버렸으면 좋겠다. 아베 정권의 새로운 출발은 '태풍'과 함께인가? '태풍'이 지나간 자리가 되겠지. 아베 정권으로 인한 정치적인 '태풍'이 훨씬 더 무섭다. 자연재해는 복구도 할 수 있지만, 정치적인 '태풍'은 복구할 수 있을까?

 

  

사진은 후쿠시마에 갔을 때 산 학생 고모가 만든 옷과 이번 선거 결과에 장례식 때 쓰는 흰 국화라도 올리고 싶은 심정이라, 흰색 달리아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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