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본사회/아베정권

'태풍'이 지난 뒤

2017/10/23 '태풍'이 지난 뒤

 

오늘 동경은 아침에 태풍이 지나가고 낮부터 햇볕이 났다. 태풍은 지났지만 오후까지 강한 바람이 불었다. 그동안 하루 비가 오지 않은 날은 있었지만 열흘 동안 주구장창 비가 왔다. 주말에 청소도 정도로 날씨가 흐리고 비가 왔다. 주말행사인 청소도 못하고 빨래도 밀렸다. 날씨 때문에 청소와 빨래도 못하고 지냈다. 어젯밤에 태풍과 함께 집중 호우가 내렸다. 내가 사는 가까운 곳에 비가 많이 온다고 그 곳에 사는 사람에게 피난 권고가 내렸다. 밤중에 갑자기 것도 있지만 같은 사람에게 비오는 밤중에 피난을 하라고 해도 같다. 나만이 아니라, 차도 없이 혼자 사는 사람이 많을 텐데 이런 사람들은 어떻게 피난을 하면 좋은지 모르겠다. 나이를 먹은 사람이면 피난을 가다가 비맞고 감기 걸릴 같다. 피난 권고가 났다고 해서 모두가 피난할 수도 없다는 알았다.

 

오늘은 태풍이 지나고 아침부터 쨍하고 햇볕이 날 줄 알았다. 아침에 일어났더니 하늘은 잔뜩 찌푸리고 비가 그친 것 같지도 않았다. 하지만 일기예보와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태풍이 지나면 강한 햇볕이 날 것을 확신했다. 태풍이 지났지만 베란다에 나뭇잎이 거의 떨어지지 않은 걸로 봐서 바람이 강하진 않았다. 비는 좀 많이 온 것 같다. 빨래를 하기 전에 베란다를 청소하고 걸레질을 했다. 빨래를 해야 한다. 옅은 색을 세탁기로 빨고 짙은 색은 손빨래를 했다. 옅은 색 빨래만으로도 베란다를 채웠다.

 

빨래를 하면서 청소도 동시에 시작했다. 그전에 아침을 먹어야 한다. 많은 일을 하기 위해서 준비하는 것이다. 어제 끓여서 먹다 남은 된장국에 찬밥을 말아서 김과 같이 먹은 것이 아침이다. 후식으로 홍옥 사과도 한 개 먹고 커피도 마셨다. 주말에 감기에 걸릴 것 같아서 중국에서 산 감기약을 먹고 국화차를 많이 마셨다. 따뜻한 차를 많이 마시는 것은 감기에도 심리적으로도 좋은 것 같다. 날씨가 개일 것 같아 창문을 전부 열고 벽장문도 다 열었다. 바람을 쐬어야 한다. 열흘이나 온 비로 온 세상이 다 축축해졌다. 아침을 먹고 청소기를 돌렸다. 세탁이 끝난 것은 베란다에 널고 빨리 마르라고 자주 뒤적거린다. 태풍이 다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침부터 단지에 나무를 자른다고 바로 내 집 앞에 나무를 자르는 사람들이 사다리 차를 타고 와서 작업을 하고 있다. 3층이라도 사다리 차를 타서 올라가면 집안이 훤히 보일 것 같아서 조금 꺼림칙했지만 햇볕과 바람이 소중해서 창문을 다 열고 벽장문도 열었다.

 

옅은 색 빨래를 말리면서 짙은 색 빨래도 탈수해서 널었다. 약간 마른 빨래는 방에 널고 베란다에 공간을 만들어서 이불을 널었다. 청소하는 김에 유리창 청소까지 했다. 태풍이 지나서 유리창이 좀 더러워진 느낌이 들어서다. 오랜만에 보이는 햇볕을 창문 가득히 집으로 들이고 싶었다. 이런 일을 하느라고 좁은 집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듯 분주하게 움직였다. 오늘은 월요일이다. 아무리 바빠도 도서관에 가서 새로 온 책에게 문안인사를 해야 한다. 마음도 바쁘다. 이불과 베개도 말려서 집에 들여놓고 마지막 빨래를 해서 널어놓고 나갔다. 점심으로는 고구마를 쪄서 국화차를 마시면서 먹었다.

 

날씨가 좋아서 할 일이 많았다. 청소한 걸레도 다 빨아서 널어놓고 도서관을 향했다. 역시 어젯밤 태풍은 그리 강하지 않고 비가 엄청 많이 온 모양이다. 그동안 온 비에 더해져서 주변에는 물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도서관에 가는 길 강을 지나면서 보니 강물이 많이 불었다. 도서관에 갈 때 평소에는 동네길을 걷는다. 오늘은 동네길에는 물이 흐를 것 같아 찻길을 걸었지만 군데군데 물이 흐르고 있었다.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고 읽지 못한 책은 다시 빌렸다. 돌아오는 길에 야채 무인판매에 들렀다가 마트에 갔다. 마트에서 바나나가 세 송이, 레터스 두 개에 요리술을 한 병 샀다. 티슈도 5 상자를 샀는데 계산을 마치고 잊고 나와서 걷다가 다시 돌아가서 가져왔다. 집에 도착한 다음에 생각이 났다면 더 먼 길을 갔을 텐데 다행이다.

 

 

선거 후기 2 탄이다. 도서관에서 신문을 봤다. 어제 중의원 선거 결과에 대한 평가를 보고 싶어서다. 신문에는 한국 신문과 비슷했고 색다른 평가가 없었다. 집에 와서 인터넷을 보니 재미있는 것은 '희망의 당' '절망의 당'이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희망의 당', 즉 고이케 유리코에게는 처음부터 전혀 기대가 없었다. '희망의 당'을 만들기 전부터 관동대지진에서 학살된 조선인 추도문을 보내지 않은 때부터 '극우' '외국인 혐오'를 간판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민진당'이 합류할 때, 조건을 걸고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을 제외할 때 스스로가 '자살골'을 넣은 것이다. '타도 아베'로 뭉치지 못한다는 한계를 스스로 드러냈다. 내가 기대를 한 점은 선거판을 들쑤시는 역할이었다. 이것도 역부족이라 못했다. 역시 선거를 마치고 보니 그런 요인이 패인이 된 것이었다. 대표가 요리조리 계산만 하다가 자초한 것이니 어쩔 수가 없다. 사실 자민당이 압승한 것이 전혀 반갑지 않지만 '희망의 당'이 표를 얻지 못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예상을 뒤엎고 선전을 한 것은 '입헌 민주당'이었다. '입헌 민주당'에는 아무런 예상조차 없었다. '민진당' 대표가 나서서 '희망의 당'에 합류하는 바람에 '무소속'에도 못 가고 '희망의 당'에 까인 사람들이 모인 것이다. '희망의 당'은 자신들이 내건 '타도 아베'였다면 '민진당'을 무조건 받아들여야 했다. '희망의 당' '민진당'을 깐 것이 '희망의 당'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고 '민진당'의 나머지 즉 '입헌 민주당'이 부각되고 말았다.  5년 전까지 정권을 잡았던 여당이었고 제일 야당이었던 '민진당'이 하루아침에 자폭해서 아무런 실적도 없는 '희망의 당'에 합류하려 했던 사건으로 인해 생긴 당이 '입헌 민주당'이다. 신생 정당인 것은 '희망의 당'과 같지만 '민주당' '민진당'의 흐름으로 '희망의 당'과는 달리 계보가 있는 당이다.

 

'입헌 민주당'을 낳은 것은 '희망의 당'이다. 전혀 뜻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것이다. 운명이라는 것 또한 묘한 게 꼬이는 것이라서 '희망의 당'은 자신이 낳은 사생아 '입헌 민주당'에 잡아 먹힌 모양이 되었다. '입헌 민주당'의 운명은 자신이 살기 위해서 자신을 낳은 '희망의 당'을 밟고 일어서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결과는 당연한 귀결이다. 불행하게 태어난 홍길동 '입헌 민주당' 씩씩하게 살아주길 바란다. 뜻하지 않게 자신을 낳아 버린 '부모'나 형제 따위는 버리고 자신의 뜻을 펼치며 살아가길 바란다. 자민당이 아버지, '희망의 당'이 어머니에 '민진당'이 형이 된다. '입헌 민주당'은 집을 뛰쳐나온 홍길동이다. 세상에 나온 것을 축하한다, 홍길동!

 

공중에 붕 뜬 것이 '민진당'이라는 것이다. '희망의 당'에 합류하는 시점에 '민진당'은 자폭해서 소멸한 줄 알았다. 지금에 와서 '희망의 당'에 합류하는 걸 재고하기로 했단다. 이번 선거에 진 책임으로 대표가 사임을 했다. 결국 자기들끼리 온갖 자멸수를 다 두면서 유권자를 무시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도대체 생각이라는 게 있는지 모르겠다. '타도 아베'라면서 자민당과 '아베'를 압승하게 도와주고 말았다. 이렇게 되면 '민진당'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자민당에 합류하고 싶은 것일까? 길 잃은 양이 되고 말았다.

 

진짜 '태풍'은 아직 오지 않았다. 멀지 않아 정말로 어마 무시한 '아베 태풍'이 열도를 덮칠 것이다.

 

 

바쁘게 지낸 하루였다. 햇볕이 고마움을 안 하루이기도 했다.

 

'일본사회 > 아베정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쉬운 아베 총리  (0) 2019.11.07
손바닥 뒤집듯이  (0) 2019.11.04
2017 중의원 선거 후기  (0) 2019.10.22
힘내라! 입헌 민주당  (0) 2019.10.16
아베 정권이 주는 '희망'  (0) 2019.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