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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아베정권

아쉬운 아베 총리

지난 4일 태국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10여분 환담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손을 잡고 리드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일본에서 한일 관계 개선을 바라는 사람들이 희망의 순간을 맛봤다. 제발, 문재인 대통령이 선수를 쳐주기를 바랐다. 거기에 아베 총리가 못 이기는 척이라도 하면서 받아들이나 했다. 뭔가 움직임이 있을 낌새도 보였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판에 박은 듯이 종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술 더 떠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지율이 떨어지고 경제가 엉망에 일본에라도 사정해서 매달려 돌파구를 찾으려고 한다고 일본이 거기에 넘어가면 안 된다는 식이다. 참 웃긴다, 아쉬운 것은 아베 총리다. 한국이, 더구나 문재인 대통령이 아쉬울 것 하나도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인배로 먼저 손을 내밀었다. 

 

오늘 동경은 맑지만 최저기온이 10도 이하로 일교차가 심한 날씨다. 이번 주는 휴일이 꽤 있어서 휴일에는 버섯을 따면서 지냈다. 내일은 금요일, 수업도 연속으로 6시간, 가장 많은 날이다. 저녁에 학교에서 돌아오면서 마트에 들러 장을 본다. 저녁을 먹고 쉬다가 밤에 '다스뵈이다'를 보고 잔다. 하루 종일 빡빡하게 일하고 한밤중까지 일하는 기분이 되어 피로가 극도에 달한다. 이번 주는 휴일에 주변을 산책하고 버섯 따러 다녀서 스트레스를 해소했다. 동경에서는 그냥 일상을 사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말도 못 하게 많다.

 

아침에 학교에 가는 길에 전철을 갈아 타기 직전에 안내 방송이 나온다. 갈아타려는 노선, 기치조지역에서 자살사고가 나서 전철 운행이 중단되었다고 한다. 항상 최단거리를 이용하기에 다른 길로 가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도 모른다. 그냥, 가서 봤더니 다행히도 같은 노선이지만 동경 쪽과 반대편은 운행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출근하는 것도 시간에 맞게 갈 수 있을지 모를 정도로 자살사고가 나서 매일 아슬아슬하다. 돌아오는 길에도 전철이 멈춰서 운행이 지연되었다. 만약에 자살사고라도 출근길이 아니라서 다행이라 여기고 있었다. 전철을 타는 날은 자살사고를 만나는 것이 아닐까, 사람이 길에서 죽고 사는 전쟁터에 나가는 심정이다. 일본은 자신들이 치안이 좋다고 난리를 치지만 사람들이 출근길에 길에서 죽는 이런 일상이 평화 로울리는 만무하다. 그저, 다른 사람이 죽든 살든 내가 사고를 당하지 않고 내 목숨이 붙어 있는 걸 감지덕지하며 살아야 하는 빌어먹을 세상이다. 근래 동경의 상태는 도저히 인간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우울증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만도 힘들다. 

 

며칠 전에 가까운 대형 중고 책방에서 파는 야채 종류가 많아졌다고 해서 보러 갔다. 내가 복사하거나 프린트할 때 이용하는 곳이기도 하다. 야채를 봤더니 이전보다 야채 종류가 많아졌다. 내가 필요한 것은 여기서 사도 되겠구나 해서 유심히 봐뒀다. 야채 코너보다 훨씬 더 크고 넓게 쌀과 식품 코너가 생겼다. 쌀이 5킬로 들이가 마트 세일 가격보다 30% 이상 저렴했다. 저렴하네, 왜 그럴까 해서 자세히 들여다 봤다. 쌀이 후쿠시마 산이었다. 순간, 뭔가 쿵하고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쌀이 여러 품종이 있었지만 다 후쿠시마산이었다. 그 옆에는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들이 반액 정도 가격으로 진열해 있었다. 후쿠시마 산 쌀에 손으로 쓴 안내문이 있다. "종업원이 시식했는데 맛있다"라고 한다.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에도 안내문이 있다. "종업원이 시식했는데 아무 이상이 없다"라고 한다. 나는 그런 걸 보고 일본의 빈곤, 동경의 양극화의 현장을 본 기분이 들었다. 일본에서 가장 번화한 동경, 내가 사는 쪽은 부자 동네는 아니지만 가난한 동네도 아니다. 동경 서쪽 주로 샐러리맨, 생활이 안정된 부류의 사람들이 사는 지역이다. 

 

내가 사는 지역에는 도보 거리로 대학이 세 곳이나 있다. 대학에서 가까운 곳에 자취하는 학생들이 주변에 꽤 있는 지역이다. 중고 책방에서 쌀을 사거나 식품을 산다면 보통 사람보다 학생들이 주 고객일 것이다. 조금이라도 더 싼 것을 사야 하는 학생들이다. 후쿠시마 산 쌀이니까, 방사능에 오염이 되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렇다고 '안전'한지도 알 수가 없다. 그렇기에 시중에서 팔리지 않아서 저렴한 가격으로 중고 책방에 쌓여있을 것이다. 거기에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들만 팔고 있다니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지가 않았다. 가난한 학생들은 안전한 먹거리조차 먹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인가? 시중에서 후쿠시마 산 야채나 과일을 팔고 있지만, 정말 드물다. 괜찮은 야채가 가격이 싼 것을 보면 후쿠시마 산인 경우도 많다. 사람들은 손에 들고 원산지를 확인하고 후쿠시마 산인 걸 알면 슬며시 제자리에 놓는다. 이외로 학생들이 그런 것에 신경을 쓰지 않는 면도 있다.  

 

학생들이 방사능 오염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해서 '안전'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쌀을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주변에서 보면 방사능 오염에 민감하지만 나이를 먹었으니까, 그다지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고 후쿠시마 산 쌀이나 야채를 먹겠다는 말이 아니다. 암묵적으로 젊은 사람들은 알아서 스스로 방어하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그런데, 가격이 저렴한 후쿠시마 산 쌀이 있으면 학생들은 사서 먹을 것이다. 만약에 그 쌀이 안전하지 않다면 일본 사회는 자신들의 미래에 엄청난 죄를 짓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이라서 그런지, 그런 현실을 보고 가슴이 무너지는 심정이 된다. 솔직히 쇼크를 받아서 믿기지 않았다. 주변에 사는 대학생들이 '안전'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후쿠시마 산 쌀과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먹어야 하는 현실이다. 

 

근래 일본에서는 좋은 일이 없다. 물론, 얼마 전에 럭비 월드컵에서 일본팀이 선전해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레이와 천황의 즉위식도 있었다. 아무리 매스컴에서 오두방정을 떨면서 분위기를 띄워도 일본의 가라앉은 분위기를 밝게 할 정도는 되지 않았다. 소비세가 올랐지, 아무래도 태풍 하기비스가 남긴 피해가 어마어마했다. 사회 분위기는 그 이상으로 침체되었다. 거기에 아베 정권을 구성하는 내각에서 연달아 사퇴할 지경에 이르고 번갈아 가면서 국민에게 '망언'을 쏟아낸다. 

 

아베 정권에서는 '개헌'을 하려고 분위기를 열심히 띄웠지만 자연재해로 인해 민심이 너무 피폐해지고 말았다. 거기에 주변 인물들이 연거퍼 사고를 치고 있다. 그동안 '외교'를 잘한다는 인상을 조작해 왔지만 성과가 전혀 없다. 당연하다. 일본, 아베 정권의 몰락하는 결정타는 한국이 날린 것이 아닐까? 절묘하게 타이밍이 맞아떨어지고 있다. 7월부터 수출 규제를 하고 화이트 리스트에서 배제했다. 한국에서는 국민들이 일본 상품 불매와 방일 관광을 하지 않은 것이 일본에서 아무리 부정하고 싶어도 부정할 수 없게 확실히 드러나고 말았다. 한국인 관광객으로 유지했던 지방경제가 무너지고 한국과 항공편이 없어지게 생겼다. 일본에서 아무리 한국을 조롱하면서 정신승리를 외쳐도 아베 정권의 '완패'다. 한국 시민의 '압승'과 문재인 정부의 '승리'다. 한국의 움직임으로 인해 그동안 가려졌던 일본 경제의 약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아베 총리는 사면초가인 상황이다.

 

그런 와중에 이번 태국에 가서도 어떤 성과를 가져올 것인지, 전혀 기대가 없었다. 거기에 문재인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아베 총리의 손을 잡고 환담을 이끄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분명히 서프라이즈로 뭔가 극적으로 움직일 것 같았다. 아베 총리는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못 된다. 최악의 한일 관계를 결정적으로 만든 장본인 아베 총리가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만약에 그런 움직임을 보였다면 지금까지 핵심 지지층인 '극우'의 지지를 잃을지 몰라도 다른 사람들이 지지로 돌아설 것이다. 그런데, 아베 총리는 자신이 만든 올가미에 스스로가 걸려서 목을 죄는 방향으로 나갔다. 막다른 길이다.

 

지소미아를 연장하는 것도 분명히 일본이 원하는 것이고 북한의 움직임에 초조함을 감추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오히려 한국이 미국의 압력으로 지소미아를 연장할 것으로 보면서 애써 큰소리치고 있다. 만약에 한국이 지소미아를 연장한다고 해도 수출규제를 원상 복귀하는 일을 없다고 선수치고 있다. 미국을 철석같이 믿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미국이 일본 뜻대로 움직여서 한국을 굴복시켜 지소미아 연장을 받아 내지만 수출규제를 풀 의향은 없다는 것이다. 한국을 호구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갈 데까지 끝까지 가자는 게 된다. 문재인 정부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한국 시민들이 개 돼지가 아니다. 7월부터 싸워서 한국 시민에게 그렇게 얻어터져도 모르는 모양이다. 아베 정권이 극우내각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졌다. 동시에 '혐한' 내각이라고도 한다. 지금까지 했던 '혐한'을 무기 삼아 수출규제로 한국을 망하게 하고 문재인 정부를 쓰러 뜨리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 그들은 일본이 망해도 자신들이 가고 싶은 길을 갈 것이다. '혐한'이 일본의 애국심이자, 자부심이 되어 있다. 아무도 못 말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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