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01 핼러윈 특별 팩 택배
지난 목요일 밤에 택배가 왔다.
핼러윈 특별 팩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시골에서 농업을 하는 제자가 가을 추수를 했다고 쌀을 보냈다. 그 친구가 농사를 시작한 건 올해다.
그런데 나는 그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 한 달에 한두 번 과일과 야채를 보내온다. 이 번에는 큰 핑크색 상자에 가득, 거기에다 쌀까지 들어있다. 2주전에 조금 있으면 쌀을 수확하니까, 쌀을 보내겠다는 문자가 왔다. 사실 올해부터 농사를 시작했다지만, 무슨 농사를 짓는지 잘 몰랐다. 택배가 올 때마다 자기가 만든 걸 넣어서 보낸다. 마늘이랑 양파를 만들었구나, 감자도, 토마토도, 참 여러가지를 만드나 보다.
이번 쌀은, 비료를 안 쓴 데다가 무농약이란다. 여름에 풀을 제거하는데 고생을 한 결과라고 한다. 먹고 나면 다시 보내겠단다. 내년에는 밭을 사려고 한단다.
그가 사업을 시작한 건 3년 전이다. 처음에는 봉고차 한대로 야채장사를 시작하더니 다음 해에 야채가게를 차렸다. 그다음 해에는 농사를 시작했고, 야채가게는 도매도 한단다. 아이도 두 명으로 늘었지만 사업도 점점 확대해 간다. 그런데 이 친구가 농사를 한다는 게 믿을 수가 없을 정도이다. 왜냐하면 농사를 짓기와는 너무나 거리가 있었던 학생이었다.
내가 알던 학생 중 아마 가장 불량했던 학생일 것이다. 범죄는 안 저질렀지만 잡히지 않을 정도의 범죄적인 행동을 상습적으로 했었다. 오히려 범죄보다 더 나쁜 일도 했었다. 물론 거기에는 위법적인 장사도 들어있다. 그렇게 해서 번 돈으로 학생 때부터 외제차를 비롯해 차를 석 대나 굴리고, 여자도 끊길 사이가 없었다. 그리고 여러 가지에 중독이었다. 상세한 것은 못쓰겠다. 이런 사실은 학생이 말을 해서 알게 된 것이다. 결코 알고 싶지 않았던 사실이지만, 학생이 고백으로 알게 되었다. 아주 악질적으로 나빴던 학생이었다.
그는 지방 명문 고등학교 출신이다. 거기에다 고등학교에서는 학생회장까지 했다. 그 정도면 일본에서 아무리 못해도 구제국대학, 즉 동경대학, 교토대학, 오사카대학, 북해도대학, 동북대학, 규슈대학, 나고야대학에 들어간다. 구제국대학은 지금도 단지 국립대학과는 달리 명문으로 쳐준다. 규슈대학에 들어갔다가 중퇴를 해서 놀다가, 집이 병원을 해서 의대에 들어가려고 입시공부를 다시 하고 있었다. 형이 치과를 하지만, 병원을 맡으려면, 외과를 해야 한단다.
내가 이 학생과 인연을 맺게 된 건, 내 강의를 듣고 나를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아마 내 강의를 제일로 무서운 태도로 들었던 학생인 것 같기도 하다. 학생이 나를 아주 험상궂게 째려보면서 강의를 들었다. 열심히 듣는 태도인데 마치 나와 싸우는 것 같아서 무서웠다. 길가에서 깡패를 만나는 것보다 더 무섭다. 그러더니 어느 날 내 연구실로 왔다. 공부를 제대로 하고 싶으니까 자기를 걷어달라는 것이다. 그런데 학생이 나이도 많은데 고집이 얼마나 센지, 말을 하고 나면 휘청거릴 정도로 피곤했다. 책을 읽고 와서 그것에 대해 말을 하면서 방향을 잡아가려던 중이었다. 그러더니 자기가 “장래 학자가 되고 싶다”라고 공부를 열심히 하겠단다. 평균적으로 그 학부 학생은 한 학기당 책 한 권도 제대로 안 읽는다.
“여기서 공부해서 학자가 된다는 것은 마치 조기축구를 하는 사람이 월드컵에 나가겠다는 것과 같다”
“내가 생각하기에 프로로 공부를 하는 사람들 생활이라는 건, 프로 스포츠 선수 생활과 비슷하다고, 즉 무엇보다도 공부하는 훈련”이 중요해.
어느 날 연구실에 와서
“정말 선생님 밑에서 학자가 되려고 신변 정리를 하고 왔다”라고” 한다.
“아니 신변 정리라니, 죽는 것도 아니고”
“ 그 정도 각오가
필요할 것 같아서 여자 친구와도 헤어졌고, 술도 끊었고, 나쁜 일도 안 할 거란다”
세상에 정말로 무서운 사람이었구나. 큰일 났다. 어쩌라고 신변 정리까지 하냐.
결국 그 친구가 내 밑에서 학자로 성장하지는 못했다. 내가 금방 그 대학을 그만두고 다른 나라로 갔기 때문이다. 근데 그 찬구는 그 후 나빴던 만큼이나 좋은 쪽으로 급격히 변화했다. 지금은 집에서도 제일 효자란다. 집에서는 나를
만나서 인생이 바뀌었다고 부모님이 고마워한단다. 사실 내가 한 일은 별로 없다. 그 친구의 말을 들어주고 내가 느끼는 걸 말했을 뿐이었다.
원래 타고난 게 악질이 아니라 젊었을 때 자신의 머리를 믿고 마음을 둘 때가 없어서 그 방향이 나쁜 쪽으로 갔던 것 같다.
변하고 싶은 사람들은 변한다,
단지, 어느 쪽이냐가 문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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