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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대학생

겨울인가?

2013/11/13 겨울인가?

 

오늘 동경은 대체로 맑은 날씨였지만, 아주 추운 날이었다.. 최저기온이 2도에 최고가 12도였다니, 완전 겨울 하고도 한겨울 기온이다. , 지난 주까지 민소매 원피스를 입고 깝죽거렸는 데, 헷갈린다. 내가 이상한건가? 날씨가 이상한가?

어제는 학교에 갔더니, 학생들 옷이 두터워졌다. 아직 난방이 들어올 시기가 아니다. 그래도 햇볕이 나면 볕이 바른 쪽은 따뜻하다. 2교시가 걱정하던 NPO매너지먼트론이였다. 예정보다 진도가 나가질 못했지만, 그다지 나쁘진 않았다. 지난주에 결석했던 한국 유학생 아이가 게임센터에서 딴 거라면서 재미있게 생긴 인형을 줬다. 전기를 키면 색이 빨갛게 파랗게 변한다. 학생들에게 실은 4교시 학생이 생일이라는 데, 이거 주면 안 될까?? 학생들이 그건 아니죠, 그런다

점심시간에 동료가 내년에 새로운 강의를 한다고 해서 참고서적을 가져다줬다. 그리고 학교 내에 있는 리사이클하는 곳에 갔다. 4교시 수업을 듣는 학생 한 명이 자기 생일이라고 감상문에 썼다. 뭔가 집에서 가져가려고 했는 데 잊었다. 뭔가를 조달해야한다. 문고본 책을 하나 가져왔다. 학생에게는 어렵고 내가 읽으려고…

요새 점심은 크래커에 사과를 먹는다. 학교에 가져다 둔 크랙커도 다 떨어져 간다. 점심시간에도 좀 움직였더니 화장실에 갈 시간도 없다. 3교시에 들어가서 교실이 따뜻하기에 환기를 위해서 창문을 열려고 했더니 학생들이 춥다고 아우성이다. 교실에 코트를 입고 앉아있으면서, 나는 속에 반팔을 입었다고 했더니, 학생들이 못믿겠단다. 보여줬다. 반팔이지? 내가 학생들 안테 거짓말을 하면 안 되지. 거짓말하면 사깃군이야. 학생들이 혀를 내 두룬다.. 역시 선생님은 열기가 있는 것 같아요. 다음에는 더 껴입고 올 테니까, 창문을 여세요 란다. 너네는 가만히 앉아있지만, 나는 떠들고 움직이잖아…

수업 중에 필기를 시켜놓고 화장실에 갔다
. 아는 학생이 있었는 데, 학생이 나를 보고 비명을 지른다. 아이고, 화장실에서 비명이라니 못살아. 교실에 돌아가서 학생들에게 내 수업을 받았던 학생들이 내 얼굴을 보면 비명을 지르더라고, 그래서 직원에게 물었단다. 직원이 학생들이 선생님을 미치도록 좋아하는 거라고 해서, 나는 그런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했다고. 학생들도 비명소리를 들었다. 그래서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요새는 세상이 하도 뒤숭숭해서 화장실에서 그런 비명이 들리면 사건이 난 줄 안다.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변태스러운 행위라도 한 줄 알겠다. 다음에 학생수가 많은 수업에서 아나운서를 해야지, 내가 오해 받을 것 같은 상황에서 비명을 지르지 말아 달라고, 아마 학생들은 또 재미있다고 깔깔대고 웃겠지, 웃긴다고… 웃기는 게 아니다. 정말로 하다하다 못해 변태까지 되기는 싫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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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시 수업은 문제를 풀다 보니 시간이 모자랄 정도였다. 학생들이 게임감각으로 푹 빠졌다. 요령을 알기까지 시간이 걸려도 요령을 알면 학생들은 아주 재미있어한다. 학생들이 재미있어하면 당연히 능률이 오른다. 수업시간이 순식간에 끝나서 학생들은 어처구니가 없다. 마치 나의 마술에 걸려서 속은 것처럼, 어처구니없어 한다. 1시간 반이 정신없이 금방 지나가는 게 믿을 수가 없다. 그런게 수업이야, 집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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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시에 생일인 학생이 왔다. 내가 뭔가 가져오려고 했는 데, 잊었어. 2교시 때 학생에게 받은 건 데, 이거라도 괜찮아? 내 가방에 휴대용 린스가 있던 것도 같이 줬다. 그래도 아무것도 없으면 섭섭하니까… 남학생이 내가 입은 바지를 보고 체육복이냐고 장난을 친다. 다리 한쪽에 금박 줄이 들어간 바지였다. 내가 올해 다이어트를 좀 했거든 그래서 살이 좀 빠진 줄 알았어. 근데 겨울바지를 입어보니까, 뱃살은 전혀 안빠진 것 같아. 학생들 상대로 별말을 다한다. 수업이 끝나가는 데, 남학생들이 자기가 속내의(바지)를 입었다면 자기 바지를 걷어 올려서 보여준다. 다른 아이도 남자가 타이츠를 신었다며 보여준다. 남학생들이 아이 같다. , 젊은 남자들도 내복을 입니? 그럼요, 감기 걸리는 것 보다 낮죠. 그렇다, 참 현명하다.

오늘은 아침 첫 교시에 수업이 있었다. 거의 지각할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갔다. 교실이 북향이라 아주 춥다. 지난 주에 환기를 했더니 너무 추워서 오늘은 아무것도 안 했다. 난방은 아직 안 들어오고 아침부터 학생들이 시려서 달달 떤다. 학교설비 문제지만 내가 괜히 미안하다. 수업을 끝내고 물었다. 난방이 들어오느냐고, 중앙에서 관리해서 난방은 아직 안 들어오지만, 교실에서 추우면 전화하란다. 그러면 난방을 넣어 줄 거라고… 진즉에 이런 안내를 해 줄 필요가 있다. 학생들은 비싼 학비를 내면서 쾌적한 수업환경도 조성받지 못하는 신세다. 불쌍하다.

다음주 준비를 마치고 도서관으로 갔다. 새로 온 책을 보고, 책을 두 권 빌렸다. 그 중 하나는 프롤레타리아 문학으로 빈곤이 테마다. 이 시대에 프로레탈리아 문학이 딱 맞는 기분이라니, 거기에다 빈곤이다. 거의 백년전 소설이고 시대상황이다. 그런데, 지금 상황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것이 화가 나고 슬프다. 기가 막힌다. 인간들이 발전을 한 건가?? 참 어리석기 그지없는 것 같다

학교에서 점심도 안 먹고 도서관에서 할 일을 재빨리 마치고 일찍이 집에 돌아왔다. 오는 길에 신선한 당근을 한봉지 사 왔다. 냉장고에는 어제저녁에 산 맛있는 닭고기가 있다. 뭘 만들까 생각하다가, 오랜만에 카레를 큰냄비로 하나 만들었다. 배가 고파서 대충 만들었는 데도 맛있게 되었다. 우선 한그릇 먹고 산책을 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너무 춥다. 카레를 만드는 동안 집안에 냄새 배는 게 싫어서 창문을 열고 했더니 집도 추웠다. 너무 추워서 도저히 산책 나갈 용기가 안 난다. 학교에서 집으로 한 사십 분 걸어왔으니까, 산책한 걸로 치기로 했다. 카레가 맛있어서 또 먹었다. 이러니 살이 찌지… 추우면 자꾸 먹을 걸 찾는다… 뱃살이 문제다. 추워서 일을 일찍 일찍 마쳤다. 오늘은 정말로 일찌감치 목욕해서 침대로 가야지

월요일에 산책을 나가며 찍은 사진이다. 비가 온 후라서 땅이 젖어 있다. 그 날도 추운 날이어서 국화꽃이 추위에 오들오들 떠는 것처럼 보였다. 하늘에는 반달이...

불과 이틀전 만해도 아직 가을이 제대로 오지 않았었는 데, 오늘 아침에 보니까 이틀 사이에 기온이 팍 내려가서 나뭇잎 색이 물들었더라는… 계절이 변하는 게 하루 이틀 사이라니… 믿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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