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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개질 이야기

연휴 날

2014/11/24 연휴 날

 

오늘 동경은 흐리고 눅눅하지만 춥지 않은 날씨였다. 아침에 일어나서 서류를 점검해서 보내고 도서관에 갈 예정이었다. 페북을 열었더니 아는 친구가 연휴라고… 달력을 보니 연휴였다. 나는 월요일에 강의가 없어서 월요일이 쉬는 날이든 아니든 상관이 없다

창밖에 있는 큰 느티나무에서는 바람이 불면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고 있다. 창밖의 풍경은 주변 나무들이 온통 노란색 빨간색으로 물들어서 주변이 아주 밝다. 일 년 중 지금 이 시기가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다. 어쩌면 비현실적인 풍경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겨울이 되어 나무들이 헐벗으면 낡고 오래된 아파트들이 벌거숭이가 되어 나타난다. 오늘은 흐렸지만 단풍이 진 노란색과 빨간색으로 주위가 아주 밝았다. 흐린 날씨에도 나름 운치 있게 예쁘게 보였다. 그나저나 느티나무는 얼마 가지 않아 나뭇잎이 다 떨어져서 벌거숭이가 될 것 같다. 그러면 느티나무에 있는 새집이 보일 것이다. 그냥 나뭇잎이 다 질 때까지 즐기려고 한다

연휴니까, 도서관은 문을 닫았다. 오늘 도서관에 갈 필요가 없어졌다. 그래도 오전 중에 서류를 점검해서 메일에 첨부해서 보냈다. 12월 초에 약속도 잡았다. 도서관에 안 가면 시간이 많아진다. 요새는 집에서 푹 쉬지 않았으니 오늘은 집에서 쉬려고 마음을 먹었다. 메일에 첨부해서 보내려고 푸른색 실을 상자에서 꺼내어 사진을 찍었다. 좋아하는 색이 모인 것이라, 괜찮다. 자연광이 들어온 상태에서 찍으니 색상도 좋다. 플래시가 터지면 색이 옅어지지만, 자연광에서 찍으면 눈에 보이는 색에 가깝다. 같이 찍은 푸른색 머플러는 요새 가장 좋아하는 것이기도 하다. 보기 드문 색으로 페루제 알파카다.

점심으로 고구마를 쪄서 먹으려고 준비에 들어갔다. 그전에 말린 청어를 사둔 것으로 반찬을 만들기로 했다. 인터넷을 검색해서 청어 말린 것이 한국에서 과메기라고 알려진 것이라는 걸 알았다. 과메기라는 걸 보기 만해도 비린내가 날 것 같았는 데… 일본에서 청어는 관서지방에서 잘 먹는다. 말린 것을 졸여서 소바에 얹기도 하고, 남자들은 말린 것을 그냥 술안주로도 먹고 구워서 먹기도 한다. 홋카이도에서는 연어 말린 것을 간식으로 뜯어먹기도 한다. 육포 같은 개념이랄까...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된장과 고추장을 넣어서 졸이기로 했다. 우선 청어를 잘라서 한번 끓여서 물을 버리고 씻었다. 거기에 생강과 정종을 넣고 간장과 설탕, 된장과 고추장을 넣고 졸였다. 나름 맛있는 냄새가 났다. 고구마를 쪄서 같이 먹었다. 그런데 청어 조림이 따뜻할 때는 비린내가 나지 않았는 데, 식으니까 주변에 비린내가 난다. 생선은 좋아하지만 생선 비린내는 싫어한다. 생선을 집에서 조리하면 먹고 나서 생선 비린내를 제거하는 게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선을 먹고 싶을 때는 비린내를 제거해야 한다는 걸 잊는다. 그리고 비가 오고 눅눅한 날씨가 되면 왜 생선이 당기는지 모르겠다. 레인지 주변과 후드까지 걸레질을 해서 냄새를 제거했다. 입에 남은 냄새는 얼그레이 홍차를 넣어서 마셨다. 청소를 한 걸레에서도 비린내가 나고 손에서도, 싱크대에서도 비린내가 난다. 비린내와의 싸움을 한바탕 했지만, 내가 이기진 못한다. 어디엔가 비린내가 남아있다. 향도 피웠다. 비린내와 다른 냄새가 섞여서 묘한 냄새로 변해간다

문제는 점심을 너무 많이 먹었다는 것이다. 쉬는 날은 배가 부르게 잘 먹고 쉬는 것이 좋다. 고구마와 청어 조림으로 점심을 먹었다. 그런데 청어 냄새가 싫지만은 않다. 왠지 모르게 어릴 때 먹었던 말린 생선 냄새가 난다. 아직도 냄비에 청어 조림이 남아있다. 다음에도 말린 청어를 사 와야지… 비린내와 추억의 갈등이 시작된다

오후가 되어 해가 서쪽으로 기울었을 때, 날씨가 개었다. 창밖 느티나무에도 햇살이 비쳐서 더 멋있게 보인다. 짧은 시간이지만, 느티나무잎이 우수수 떨어지고 새가 날아오는 걸 보면서 휴일임을 실감한다. 창밖의 비현실적인 풍경과는 달리 집에는 청어 조림 냄새가 배이기는 했지만 좋은 하루였다

어제 아침에 가까운 곳 단풍을 찍은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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