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26 남성이 보이지 않는 동경의 '중절'사정
오늘 동경은 맑고 따뜻한 날씨였다. 어제 일기예보로는 날씨가 나쁘다고 했는데, 날씨가 좋아서 뭔가 덤으로 얻은 기분이었다. 오전에는 청소와 빨래를 하고 오후에는 친구와 전시회에 다녀왔다. 전시회에 다녀온 이야기는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쓰기로 하겠다.
일본의 고령화는 심각한 상태이다. 총인구에 6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3분의 1을 넘었다. 65세 이상이 4분의 1을 넘었다. 동경에서 생활하다 보면 주위에 항상 고령자가 있다. 고령화는 출생율 저하를 동반한 현상이기에 사회의 미래를 생각하면 심각한 문제가 된다. 그동안, 지금도 일본에서는 출산을 장려하기 위한 정책을 전개한 것으로 되어 있지만, 아쉽게도 출생율이 좋아진 것 같지는 않다. 남자들이 생각하는 출산장려 정책은 실제로 아이를 낳고 키우는 여성들에게 그다지 효과적인 것 같지 않다. 실질적으로 아이를 낳고 키우는 여성의 입장에서 출산을 장려하는 정책이 세워지고 실행되지 않으면 효과가 없을 것이다.
며칠 전에 읽은 책 내용을 소개한다. 임신해서 상담을 할 곳이 없는 여성들을 상담하는 곳에서 쓴 것이다. 2015년 12월에 개설한 이 곳에서 약 4,000건의 상담을 했다고 한다. 그 중에서 대표적인 몇 케이스를 소개한 것이다.
이 곳에 상담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병원에도 못 가고 상담을 할 상대가 없는 사람들이다. 19살에 두 명째 임신한 케이스는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의 발육상태라고 한다. 집에서 부모에게 '학대'를 당해서 남자친구네 집에서 지내고 있다. 첫아이는 출산을 했지만 키울 수가 없어서 양호시설에 맡겨졌다. 그 아이를 자신이 키우기 위해서 두 번째 아이를 도저히 출산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두 번째 임신은 다른 여성과 사귀는 전 남친의 '성폭행'에 의한 것이었다. 첫아이를 임신했을 때, 고등학교를 중퇴했다. 일본에서는 미성년이 출산을 한 경우 친권은 출산을 한 여성의 부모에게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기가 없는 집에 양자로 보내려고 해도 친권을 가진 부모가 동의해야 한다. 이 경우는 아기에게 나오는 수당을 받으려고 부모는 양자로 보내길 거부한다.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게 건강 보험증도 못쓰게 한다. 돈이 없어서 임신 검사 키트도 못 샀다. 상담을 통해서 공적으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걸 알아보지만, 공적인 지원을 받을 수가 없었다. 결국, 같이 사는 전 남자 친구의 어머니가 돈을 빌려다가 '중절'비용을 대줬다. 일본에서도 임신'중절'을 위법이라는 [낙태죄]가 있다. 처벌대상은 '중절'수술을 한 사람과 '임신'했던 여성이다. 임신시킨 남성은 처벌 대상이 아니다.
두 번째 케이스는 16세로 SNS를 통해서 만난 남성에게 성매매에 의한 임신이었다. 임신을 시킨 후보에게 전화했더니, 한 명은 지금까지 임신을 시킨 적이 없었다고 했다. 두 명째는 검사 약 사진을 보내라고, '중절'비용을 주려고 해도 월급이 들어올 때까지 돈이 없으니까, 자기돈으로 하라고 한다. 세 번째는 자신의 아이인지 증명할 수 없으면 '중절'비용을 낼 수가 없다고 했다. 그들은 성인이고 멀쩡한 사회인이다. 단 한 명도 임신한 소녀의 몸상태를 묻는 사람이 없었다. 피임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반성도 없었다. 사회적 지위가 있고, 파트너와 아이까지 있는 남성들이 중고생 한정이라는 SNS에서 10대 소녀를 만나서 성적인 착취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케이스는 운이 좋게도 특정한 상대가 '중절'수술 동의서에 서명했고, 비용도 줬다. 이 케이스도 5살 때부터 자상을 거듭했다. 집은 경제적으로 부유했지만 정신적으로 '학대'를 받은 영향이다. 임신한 사실을 절대로 가족에게만 알리고 싶지 않았다. 일본에서 DV라는 가정폭력 피해도 2014년 수치로 20%가 넘는다. 쉽게 말하면 5명 중 1명이라는 것이다.
20대 중반의 넷트 카페(PC방?)에 살면서 성매매를 하던 여성이 임신한 케이스다. 이 케이스도 어릴 때부터 엄마에게 학대를 당해서 몸에 상처가 끊이질 않은 걸 보고 고등학교 때 남자 친구가 집에서 나와서 도망가라는 말을 듣고 가출했다. 생활보호를 받은 적도 있고, 간병인도 했지만 생활을 할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성매매를 하면서 살고 있었다. 아이를 낳고 키우고 싶은 이 여성은 상대를 몰라도 자신의 아이라고 했다. 공적인 지원을 받아서 시설에 들어갔다.
성매매를 하던 여성 중에 임신을 계기로 가족과 연락을 해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사례도 있지만, 아주 행운인 케이스라고 한다. 가족에게 돌아가서 처음으로 병원에 가서 검사를 했더니 벌써 출산이 임박한 상태였다고 한다. 두 여성은 성매매로 임신을 했지만, 싱글맘으로 아이를 낳아 키우기로 한 경우다. 이 케이스가 싱글맘이 되면 경제적으로 힘들다는 것이 확실하다.
회사원이 긴 연휴 중에 혼자서 아이를 낳고 상담을 한 경우도 있었다. 임신해서 한 번도 병원에 간 적이 없다. 상담에서 태반을 냉장고에 보존하라는 지시를 한다. 공적인 지원을 받을 때, 아동상담소가 개입할 때 출산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다. 왜냐하면 병원에 가서 임신했다는 진단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출산을 증명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출산 2주 내에 출생신고를 할 필요가 있고 공적인 지원도 받아야 한다. 출산 후 2주 가깝게 혼자서 견딘 결과 공적인 지원에 연결이 돼서 시설에 들어갔다..
불륜에 의한 임신의 경우도 있다. 상대와 헤어져도 혼자서 아이를 낳아 키울 결심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한편 결혼을 전제로 사귀던 사이도 임신으로 인해 상대방과 가치관이 다른 게 확실해짐으로 헤어지고 '중절'을 하는 경우도 있다. 상대방의 모럴 해러스먼트에 의한 것이었다.
'중절'을 경험한 여성은 '후유증'을 심하게 앓는다고 한다. 다른 아기를 보면 눈물이 난다. 연예인의 임신한 모습도 보기가 싫다거나 다양한 증상이 있다. 중절 후 스트레스 증상을 체크하는 항목에는 '중절'을 받은 날이나 아이가 태어날 예정 일등,, 매년 같은 시기가 되면 우울해지거나 자신이 아프다는 걸 알고 있습니까? '중절'을 받을 때, 관여한 사람 부모나, 남편, 남친, 의사, 친구에게 분노나 용서할 수 없다는 기분이 듭니까?. 오랫동안 우울합니까,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습니까? 등이 있다. '중절'을 했다고 문제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일본에서 '중절'하는 여성들은 미성년인 20세 미만과 45~49세의 피크가 있다고 하며, 각 50%를 넘게 '중절'한다고 한다. 20세 미만의 '중절'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기혼인 45~49세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다. 결혼했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아이를 낳지 못하는 경우인 것이다.
일본의 출생은 98만이고 보고된 '중절'은 18만 건이라고 한다. '중절'이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중에는 낳아서 키우고 싶었지만, 낳는 선택을 못한 사람들도 많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남성이 피임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으로 매스컴을 통해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여성들이 피임을 하기가 어려운 사정을 말하자면, 미성년의 경우는 산부인과 진료를 받아야만 피임약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힘들다. 산부인과 진료가 처음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비싸서 8만 5천 원이 든다. 피임약도 몇만 원이 든다고 한다. 피임을 하는 문턱이 여성에게는 너무 높다는 것이다. 기혼인 경우도 피임약을 계속 복용한다는 것이 경제적으로 부담이 된다. 피임을 남성에게 의존하고 협력을 받아야만 하는 사회적 구조인 것이다. 그래서 여기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스스로가 피임도 못하고 임신해도 산부인과 진료도 못 받고 출산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참으로 이상한 것은 여기에 남성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 것이다. '임신'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닌데, '임신'으로 인해 '중절'을 결정하는 것이나, 비용, 죄책감까지 무거운 짐을 오로지 여성에게 지워진 것이다. 여성으로 태어난 것이 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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