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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미소지니와 제노포비아

만신창이가 된 사회

일본판 미투의 주인공인 이토 시오리가 가해자 야마구치를 민사로 고발한 것에 대한 판결이 났다. 이토 시오리의 승소였다. 이토 시오리가 승소해서 인터뷰가 유튜브에 떠서 봤다. 좀 있으니까, 야마구치가 기자회견을 한다. 자신은 법에 저촉되는 일은 일절 하지 않았다면서 항소한다고 했다. 이토 시오리가 쓴 '블랙박스'라는 책도 읽었다. 증언이 아주 구체적으로 상세하고 호텔 직원도 이토 시오리의 증언을 뒷받침하는 증언을 했다.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를 상담하는 입장에서 보면 취준생 이토 시오리는 선배 저널리스트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가해자 야마구치는 아베 총리라는 뒷배를 믿고 있기에 모든 일이 가능한 줄 알고 있는 모양이다. 아베 총리 측근이기에 아베 총리처럼 거짓말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다가 기자회견을 하는 영상을 보면서 역겨웠다. 가해자들이라는 게 참 뻔뻔하게 비슷한 행동을 한다. 이토 시오리가 건강한 상태로 싸울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비록 일본에서는 무서워서 살 수도 없지만 말이다. 일본에 있었다면 2차 피해로 망가졌을 것이다. 왜 성폭행 피해자가 도망 다녀야 하는지, 이건에 대해서는 정권차원에서 가해자를 옹호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인가? 대단한 나라다. 

 

오늘 동경은 아주 포근하고 따뜻한 날씨였다. 어제 비가 온 후에 기온이 올라가서 습도가 높은 따뜻한 날씨였다. 가벼운 차림으로 도서관에 갔다가 도서관이 너무 더워서 깜짝 놀랐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무인 판매에서 쇼고인 무를 하나 사고 마트에 들러서 과일을 조금 사서 집에 왔다. 저녁으로 '잠에서 깨어난 잉카'라는 이름의 황금색 속살을 지닌 감자를 많이 넣고 멸치와 가지 버섯으로 맛있는 국물을 낸 된장국을 끓였다. 찬밥에 된장국만 먹어도 너무 맛있어서 스스로 감탄했다. 결코 요리 솜씨가 좋아서가 아닌, 좋은 재료를 쓰면 나름 수준급의 요리가 된다는 걸 새삼스럽게 느꼈다. 데쳐서 냉동했던 가지 버섯을 많이 넣고 된장도 좀 비싼 걸로 산다. 야생버섯을 많이 먹어서 점점 내 입맛이 고급화되어 가고 있어서 약간 걱정이 된다. 내가 먹고 있는 버섯을 살 정도의 재력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버섯을 따기 시작해서 먹기 시작한 야생버섯은 가격으로 치면 너무 비싸다. 가격을 보면 비현실적인 느낌이 든다. 나는 직접 따서 식량 삼아 대량으로 먹고 있다. 생각해보니 나는 제주도에서 자라서 어릴 때부터 신선하고 좋은 걸 많이 먹고 자랐는데 잊고 있었구나. 

 

지난주 가장 친한 동료가 갑자기 이틀이나 휴강을 했다. 나는 동료가 '아프구나' 생각했다. 주위에 아픈 사람이 많기에 아픈 것이 당연한 일이 되고 말았다. 동료는 나보다 20살 가까이 젊은 남성이라서 아프다는 것이 쉽게 상상하기 어렵지만 아프다. 일본 대학에서 오래 일하다 보면 학기말이 가까우면 쓰러지는 선생들이 많다. 쓰러지거나 아픈 이유가 거진 '스트레스'라고 본다. 동료는 이사를 했는데 '새집 증후군'이라고 할 수 있는 증상이다. 이사 간 곳은 새집이 아니라, 쥐가 나온다는 오래된 아파트이지만 화학 성분에 반응한다. 비싼 공기 청정기를 사서 괜찮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 걸로 해결이 안 되는 모양이다. 다른 학교에서 강의를 하면서 화이트보드를 쓰다가 화이트보드에서도 독성이 나오는 걸 감지해서 쓰러질 뻔했다고 한다. 화요일 아침에 봤더니 얼굴이 죽어 있어 대화를 나누기도 조심스러웠다. 나는 항상 동료를 격려하며 케어한다. 그런 나도 조마조마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는데, 2교시를 마치고 와서 좀 밝아졌다. 강의에서 의식적으로 목소리를 높여서 했더니 순환이 좋아진 모양이다. 

 

자료를 인쇄하러 갔더니 지난주 내 강의에 대해서 항의가 들어왔다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싶다던 잘 모르는 동료가 있었다. 나에게는 인사도 안 하더니 친한 동료에게 대하는 태도가 너무 달랐다. 친한 동료에게 나를 대하는 태도와 너무 다른 태도를 보였다고 했더니, 친한 동료가 그 사람도 망가져서 휴직했다가 복직한 사람이라, 대인관계가 좀 이상할 것이라고 한다. 아이고, 여기도 아픈 사람이었구나. 대학이 무슨 정신과 병동도 아니고 왜 이렇게 망가지고 아픈 사람들이 많이 생길까? 대학은 다른 직종보다 자유도가 훨씬 높고 시간도 자유로운 편이다. 노동의 강도도 그다지 높다고 할 수가 없다. 물론, 사람과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다른 직종에 비해 노동의 강도가 높다고 하기가 어렵다. 나도 과거에 죽어라고 매일 한밤중까지 일했지만, 내가 선택한 부분이 있어 일반화하면 안 된다. 다른 사람이 나처럼 일하지 않았다. 

 

친한 동료는 내가 주위에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들을 케어하고 있다는 걸 안다. 친구의 상황을 말하면서 요새는 돈을 받는 일보다 주위 사람들을 케어하는 일이 많아서 힘들다고 했다. 그래서 주말에 야생버섯을 찾아서 산으로 들로 몇 시간이나 뛰고 걸으면 스트레스가 해소된다고 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이 없으면 나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지난 수요일 강의에서, 금요일 강의에서도 학생에게 '헤이트 스피치'로 공격받는 감상문을 받았다. 어쩌면 강의가 있는 날마다 그런 감상문을 받는 것 같다. 이런 스트레스는 내 주위에서 이해해 줄 사람이 있을 것 같지도 않다. 이런 사정을 말조차 하기 힘든 사회다. 나도 인간인지라, 학생에게 그것도 아는 학생에게 '헤이트 스피치'로 공격을 받으면 정말로 힘이 빠진다.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나? 강의에 핵심적인 부분이 '차별'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인데, 감상문은 평가대상인데도 그렇다. '차별'이라는 '폭력'에 너무 익숙해서 '차별'이 '폭력'이라는 인식도 없다. 이런 일은 일본에서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기에 내가 상처를 받는다면 이상하게 들릴 정도다. '폭력'이 난무하는 사회에서 살면서 아프지 않기가 힘들다. 

 

동경에서는 '스트레스'가 넘쳐나서 사람을 접하는 것이 무섭다. 좋은 일은 기대할 수 없기에 나쁜 일이 적기를 기대할 뿐이다. 사람들과 접해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무섭기에 사람이 무서워진다. 모두가 상처를 주면서도 상처를 받는 것에 과민해 있기에 어떤 충격에 부서지고 망가질지 모르는 위태로움을 안고 있다. 어른들이 아플 때 학생들도 아파온다. 사람들이 '스트레스'로 만신창이가 된 것이 아닐지? 동경에서 보면 망가지고 아픈 사람들이 지극히 정상으로 느껴진다. 

 

친한 동료가 알레르기 반응으로 힘들어하고 있지만 정신적인 영향까지 크지 않길 바랄 뿐이다. 하지만, 몸이 힘든 것은 정신에 영향을 미치고 정신적으로 힘든 것은 몸이 반응한다. 좀 있으면 겨울 방학에 들어가니까, 편하게 좀 쉬고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나는 맛있는 걸 배불리 먹는 것으로 조금 회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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