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28 피해망상
오늘 동경날씨는 흐리고 기온도 낮았다.
요 며칠 동경은 춥다. 노로바이러스와 인풀루엔자도 유행이란다.
추워도 날씨가 맑으면 햇빛으로 따뜻한데 날씨가 흐리면 기온보다 춥다. 동경은 난방이 부실해서 더욱 춥다. 나는 집에서 발열내복을 위아래로 갖춰 입고, 목에는 목도리를 둘렀다. 거기에다 다운 패딩 윗옷을 입고 지낸다. 이 차림은 가장 추운시기 서울에 갈적에 무장하는 거다. 그런데 올겨울 동경에서는 집안에서 있는데로 껴입고 지낸다. 차라리 밖에 나갈 때가 옷을 덜 입는다. 올여름 무지막지하게 길고 덥더니만 겨울 또한 진저리나게 춥고 긴겨울이 된다나… 으악, 겨울이 6개월이나 된다면 끔찍하다. 아니 여기가 북구도 아니고…
요즘 나는 아직도 선거 멘붕상태에서 벗어나질 못해 헤메고 있다. 겨울방학을 핑계삼아 폐인처럼 지내고 있다. 내가 앓는 증상이 멘붕인 것도 인터넷을 보고 알았다. 그리고 눈물이 줄줄 흐르는 것도 그증상의 특징이다. 선거멘붕에 대해서는 다른 기회에 쓰기로 하자. 실은 투표일을 전후해서 힘든 일이 연달아 일어났다. 선거는 나만 겪는 게 아니니까, 다른 사람 들과 공유하는 거여서 다행이다. 나에게 특별한 것이 두개나 더 있다. 하나는 마음이 안정이 되면 쓰기로 하자. 가장 간단한 문제부터 먼저 쓰자.
지난번에 내가 소음을 낸다고 문제가 된 것을 쓴 적이 있다(소음문제). 이 주쯤 지나서 다시 관리사무소에서 전화가 왔다. 전화를 못 받아서 직접 관리사무소로 갔다. 나는 지난번 일이 수습된 줄 알았다. 그 게 아니라, 문제는 더 복잡하고 심각해졌다. 지난번 일이 있고 난 후 나는 고민을 했다. 내가 지금까지 주위사람들과 어떻게 지냈는지? 내가 내는 생활소음 중 어떤 게 개짖는 소리로 들렸는지? 설마, 인터넷으로 영어방송을 듣는 소리가? 아니 한국드라마를 보는 소리가 그랬나? 소리를 크게 내는 편이 아닌데… 가만히 관찰을 했더니 아파트라서 가끔 이상한 소리가 난다. 파이프를 통해서 울리기도 하고… 이런 건 어쩔 수가 없다.
관리사무소에서는 내가 문제를 일으키거나, 원인제공을 한다고 보지 않는단다. 단지, 주위에서 클래임이 들어오면 전해야 하는 게 자신들 일이란다. 나도 문제를 제대로 알고 대책을 세워야 할 것 같아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했다. 아래층이 아니면 도대체 어디에 사는 사람이 내가 어떤 소음을 낸다고 하는지, 알아야 주의를 하던지 아니면 이사를 해야 되는 건지 판단이 선다.
위층에 부부가 사는 데, 남편이 내가 사람크기 정도로 큰개를 집안에서 키운다고 믿고 있단다. 내가 여행을 가거나 집에 없을 때는 친구가 와서 그개를 돌본다고… 큰개가 한밤중과 이른 새벽에 날뛰면서 벽에 부딪쳐서 그소리가 윗층에 울려서 수면방해를 한단다. 처음에는 나처럼 규율을 안지키는 사람을 입거시켰다고 클래임을 걸었단다. 지금은 그게 심각해져서 아파트를 운영하는 기관 본사를 고소한단다. 나는 말을 듣다가 사람정도로 큰개를 키운다는 말을 듣는 순간, 이건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다. 병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울리는 소리가 난다는 시간도 내가 잠자는 시간이다. 오히려 위층사람들이 오밤중에 전등이 흔들릴 정도로 난리를 치고, 새벽 다섯시부터 쿵쾅거린다. 그래도 문제를 삼지 않았는데, 오히려 내가 가해자가 된 거다. 관리사무소도 몇천이나 되는 아파트를 관리하는데, 지금까지 위층소음을 아랫층사람이 문제삼는게 보통이라고, 아랫층사람이 소음을 낸다고 위층에서 문제가 된 적은 없단다. 그러면서, 피해망상이라고, 내가 원인제공을 하는게 아니란다.
관리사무소에서 말을 하는 중에, 한남자가 헐떡거리면서 들어왔다. 긴급상황이라면서, 보고를 한다. 자기집 이웃사람이 몇년이나 부인과 자식을 감금해서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자기가 아동상담소와 경찰에 가서도 상담을 했다고, 두 군데 다 자신들이 그집에 들어갈 수가 없다고 했단다. 그러면서, 경찰서로 간다고 했더니, 경찰서로 가보라고 했다면서, 관리사무소 사람에게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묻는다. 관리사무소 사람이 아주 태연하게 듣고 사실을 확인한다. 그러면서 경찰서에 상담을 가라고, 사건성이 있으면 미연에 방지하는 게 좋다면서 그사람은 말을 끝내고 나갔다. 나는 그말을 들으면서 깜짝 놀랐다. 세상에, 이 아파트단지에서 사건이 일어나고 있구나, 그런데 약간 이상했다. 그사람 얼굴을 봤더니 몇년은 바깥바람을 안쏘인 것 같은 얼굴이다. 관리사무소 사람도 전혀 긴급성이나, 사건성이 없어 보이는 대응이다. 그사람 혼자서 마구 떠들다가 갔다. 그사람이 돌아간 후에 ‘저사람도 피해망상이에요’란다. 뭔가 이상했던게 이거구나. 병이로구나.
나는 문제 상담을 많이 했고, 문제해결을 위해 실질적으로 활동도 해온 사람이다. 그런데 피해망상인 사람들 말을 들으면, 대책이 안 선다. 이건 현실이 아니라, 병이기 때문이다. 이상한 것은 피해망상인 사람 말을 들으면, 나와 관계된 것인데도 불구하고 전혀 현실감이 없다는 것이다. 이번 일도 내가 직접 겪는 게 아니라면, 내 주위 사람이 이런 말을 하면 나는 그사람을 걱정할 거다. 노이로제에 걸렸나 하고…
위층아줌마는 가끔 퇴근시간에 역에서 마주친다. 아주 화려한 멋쟁이로 여행책자 영업을 하는 사람이다. 남편은 퇴직해서 집에 틀어박혀 있단다. 내 주위사람들 말을 들으면, 거진 다 아버지가 정년퇴직 해서 집에 있게 되면 아버지나 어머니가 우울증을 앓았다. 그래서 가족들이 휘둘려서 힘든시간을 보냈다. 위층 아저씨도 그런건지 몰라도, 왜 내가 문제가 됐는지? 그리고 왜 사람크기 만한 대형견과 동거를 한다고 믿는지? 그말을 들었을 때, 나는 변태성 들어간 느낌이여서 아주 불쾌했다.
나는 문제해결을 위해 주위사람들 의견을 들었다. 관리사무소에 물었다. 내가 이사를 하는 게 좋으냐고, 나는 이사를 하면 거기서 벗어나지만 피해망상은 바뀌지 않는단다. 그리고, 다른사람은 피해망상인 사람들과 직접 말을 하지 말라고 한다. 말을 해서 이해를 하거나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고… 가벼운 피해망상인 사람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왜 그렇게 문제를 만들어 가는지, 같은 상황에 있던 나는 상상도 안되는 상상을 비약해서 말을 했다. 그래서 이상하고, 피곤했다.
관리사무소 말을 들었더니, 요즘 이런 사람들이 꽤 있단다. 나로서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다.
내가 피해자인데, 그들에게는 가해자인 셈이다. 요즘 세상이 이렇다. 가해자가 제멋대로 피해자가 되어 피해자를 공격한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이해하려고 참고 노력한다. 그런데 이건 이상한 거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이해하려고 참고 노력하면, 세상은 더 이상해 질 거다. 피해자는 피해자로 보호를 받아야 하고, 가해자는 가해자로서 처벌을 받아야 한다. 가해자를 자꾸 용서하며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은 가해자를 키우는 거다. 그래서 세상은 뻔뻔스러운 가해자가 날뛰는 세상이 된다. 이건 정상적인 건전한 세상이 아니다. 병리적인 세상이다.
사진은 본문과 전혀 상관이 없다. 비행기에 탔을 때 태양을 찍은 거다. 눈부신 태양이 필요해서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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