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13 가정폭력에 죽어가는 일본 여성들
오늘 동경은 맑지만 추운 날씨였다. 아침 첫교시 수업은 오늘로 종강이다. 학기말 레포트 과제를 내고 끝마쳤다. 수업에 참고 자료로 일본의 가정 폭력에 관한 기사를 줬다.
학생들은 일본을 범죄율이 낮고 치안이 좋은 나라로 알며 자랑스러워한다. 여성의 입장에서 보면 성범죄가 많아서 결코 일본 사람들이 자랑스러워하는 만큼 안전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많은 나라를 여행하지만, 내가 오래 살고 있는 일본만큼 긴장하는 일이 없다. 일본에서는 항상 긴장하는 것 같다.
오늘 아침 첫 교시에 배부한 기사가 '3일에 1명의 아내가 살해당한다, 일본 DV(가정폭력)의 실태'라는 기사였다. 학생들이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학생들 중에는 기사를 읽어도 실감이 나지 않는지, "외국에서는 저런 일이 있지만 일본에는 없다. 나는 일본에 살고 있어서 행복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일본의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기사 내용이 "경찰 통계에 의하면, 일본에서는 지금도 3일에 1 명 씩, 남편에 의해 아내가 살해당하고 있다"라고 한다. "내각부의 조사에 의하면, 성인 여성 3명 중에 1명이 가정폭력을 당했으며, 20명 중 1명은 살해당할 뻔했다"라고 한다. 다르게 말하면, 가정폭력만으로 연간 1200만 건의 형법 범죄가 일어나고 있으며, 그 중 180만 건은 '살인미수 사건'이라는 것이다. 그에 비해 가정폭력에 대한 대책이 미비하다고 한다. "가정폭력 상담 건수는 늘었지만, 검거 건수는 연간 2000건에 머물러 있다. 상해죄나 살인미수로 입건돼야 할 사건"이 입건되지 않은 것이다. '살인미수'에 해당하는 사건의 검거율은 0.001%다. 가정폭력범 남성들에게는 이렇게 관대한 '천국'이며, 피해자인 여성들에게는 '지옥'이 된다. 결국, '가해자'는 방치되어 있어, 계속 같은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가정폭력은 다른 말로 하면 '살인'이며, 살인미수, 상해 사건이라는 것이 알려져 있지 않다고 한다. 이렇게 수많은 범죄자가 방치되어 있는 사회가 여성에게 안전 할리가 만무하다.
일본 정부에서는 '모든 여성이 빛나는 사회'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지만, 가정폭력 상담을 오래 한 입장에서는 '여성과 아이는 집에서 살해당해도 이상하지 않은 사회'라고 한다. "일본은 국제적으로 가정폭력 '가해자'를 처벌하지 않는 것에 대해 비판을 받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다"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2001년에 제정된 '가정폭력 방지법'이라고 '배우자의 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도 등에 관한 법률'이 있다. '가정폭력 방지법'은 살해당할 위험에 처한 여성이나 아이를 보호하고, 생활 재건을 지원하는 것이 정해져 있다. 상담창구나 상담 건수가 늘어도 가정폭력으로 인한 살인은 줄지 않았다. 공적인 보호소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법적으로 피해자의 보호명령을 낼 수가 있다. 6개월 접근 금지 명령, 2개월 간 퇴거 명령 등을 신청해서 그동안 안전한 생활을 준비한다. 그러나, 보호 명령이 나왔으니, 긴급 보호가 필요 없다고 보호소에 입소를 거절당한다. 보호 명령이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흉악한 상대라는 것이다. 피해자는 명령이 나온 기간 중에도 공포에 떨고 있다.
만약에 피해를 당했다고 경찰에 알려서 가해자를 체포해도, 24시간 구류 후에 석방된다. 피해자는 언제 살해당할지 모른다는 공포와 불안으로 살던 곳에서 지낼 수가 없게 된다. 설사, 돈이 있어서 방을 빌어도 언제 가해자가 와서 폭력을 행할지 모르는 일이다.
장기간에 걸쳐 가정폭력을 당했던 피해자는 정신적인 불안정으로 약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는 ''집단생활을 못한다'는 이유로 보호소 입소를 거절하고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는 경우도 있다.
공적인 보호소의 가장 큰 문제는 2주일간 일시보호를 한 후에 '폭력을 행한 남편에게 돌려보내지 않는 걸 철저하게 지키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용자 60%가 고향에 가거나, 친정, 남편에게 돌아간다. 이건 오히려 위험한 일인 것이다. 피해자가 한 번 도망갔다가 돌아오면 폭력은 더 심해진다. 살해당할 위험이 더 높아지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일본의 가정폭력과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지원은 국제적으로 보면 후진국이라고 한다.
'가정폭력'은 남의 가정사가 아니다. 엄연한 '범죄'인 것이다. 거기에 '피해자'가 여성과 아이들이다. '가정폭력'을 방치한다는 것은 일본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조용한 '테러'라고 본다. 국가와 사회는 가정폭력으로 죽어가는 여성들을 살려야 한다. 가정폭력의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이런 일은 최저한의 인권이 아닌가? '여성과 아이들'의 안전을 지켜주지 않는 국가를 아무리 범죄율이 낮고 치안이 좋다고 자화자찬해도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여성과 아이들'에게는 '범죄자'가 활개를 치고 다니는 공포스러운 나라가 된다. 나 같은 아줌마도 항상 긴장해야 하는 곳이다.
'고령화'라고 여성들에게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라고 하지 말라. 여성이 행복하게 살 수 있어야, 아이도 행복하고 집안이 평안한 것이 아닐까? 집안까지 남성들이 폭력으로 지배를 해야 한다면 여성들이 안심해서 살 수가 없다. 제발, 자신들에게 소중한 여성과 아이들을 소중하게 대해주길 바란다.
가정폭력은 남편이 아내에게 행하는 것만이 아닌, 아내가 남편에게 행하는 경우도 있고, 아이에게 향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경찰이 개입할 정도로 '심한' 것은 거진 남편이 아내를 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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