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1/07 겨울방학을 마치고
어제부터 동경이 춥다.
그리고 나는 일을 시작했다.
학교는 다음 주부터 시작이니까 자주적으로 겨울방학을 마친 것이다. 첫 날부터 8시간이나 집중해서 일하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장시간 집중하고 일하니 어깨가 뻐근하다. 일을 시작하면 다른 일들도 덩달아 돌아가기 시작한다.
서울에 다녀올 일정과 봄방학을 지낼 예정도 잡혔다. 봄방학 예정은 작년말에 잡아서 항공권을 부탁해 놨다. 작년 여름방학에는 동경에 있었다. 여름방학 때 일본에 있던게 한 십년 만이었다. 일은 많이 했지만, 답답했다.
근래 일본 분위기가 참 어둡고 답답하다. 특히 작년 년말과 새해를 지내보니 아주 심각하게 사회분위기가 침체되어있다. 그래도 새해라고 매스컴에서 분위기를 돋구려는 움직임이 보여도 마치 헛바퀴가 돌아가는 것처럼 공허하기만 하다.
그냥 지내다가는 이 ‘집단 우울증’에 빠져 있는 사회에서 나도 ‘우울증’ 환자가 될 것 같다. 방학 때 만이라도 해외로 도망가서 다른 세계가 움직이고 있다는 걸 체감하고 와야 한다. 일본에 있으면 마치 세계가 움직임을 멈추고 수렁 속에 빠진 것처럼 느껴진다. 아니다, 이 건 어디까지나 일본이 ‘이상’한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다른 세계는 ‘정상’적으로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오늘은 책을 세권 읽고 왔다. 이 것도 가벼운 워밍업으로 관련분야의 최근 연구성과를 보고 있다. 한 권은 ‘위안부’문제를 Gender시점에서 다룬 것이었다. 한 권은 한국역사를 같은 세대 사람이 새로 읽어내는 것이었다. 다른 한 권은 최근 일본의 한국학 동향이었다. 나는 한국인이지만 (좁은 의미에서)한국학 전문가는 아니다. 한국인이면서 일본학 전문가라는 것에 대해 일본 사람이나, 한국사람들도 혼란스러워한다. 특히 일본정부가 주최하는 프로그램에서 일본학생들에게 일본사회에 대해서 강의하면 혼란스러워한다. 전문분야는 인종이나 민족, 성별과 관계가 없다. 그 분야에 관해 공부하고 연구해서 실적이 있고 그 걸 인정받으면 된다. 그런 당연한 일도 현실 사회에서 살아있는 사람들이 가진 ‘인종차별주의’ 적인 감정과 부딪칠 때는 당연한 게 당연한 것이 안된다. 일본에서는 자신들에게 미국과 같은 인종차별이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미국과 같이 다양한 피부색을 가진 외국인이 적으니까. 그러나 인종차별은 꼭 피부색 만을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현재 일본의 상태는 심각한 인종차별을 하면서도 인종차별을 하고 있는 줄도 모른다고 할까, 인종차별을 부정하는 상태인 것이다.
예를 들면 대학에서 강의를 할 때 보면 학생들은 자신들이 일본에 관해 잘알고 있다고 ‘믿고’ 있다. 일본인이니까, 일본에 대해서 잘알고 있는건 당연하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나는 신앙의 자유를 존중하는 사람이라 그 ‘믿음’에 관해 비판하는게 조심스럽다. 그러나 나는 일본 사람이 아니라도, 일본사회를 논하는 것으로 밥먹고 산다는 직업인이다. 한 학기에 걸쳐 강의를 마칠 때쯤 학생들은 아무래도 저 사람은 우리보다 일본을 더 잘알고 있는것 같다고 생각한다. 너무나 당연한 것을 인정하는데 한 학기를 잡아먹는다. 그 전에는 그런 결론이 나오기까지 5분이면 승부가 났는데....
일본 아이들이 날이 갈수록 고집불통으로 맹목적이다. 말을 안 듣는다. 사실 선생 말을 들으려고 그 비싼 돈을 주면서대학에 오는데 강의실 안에서는 강의를 안들으려고 노력한다. 어디 좋은 약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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