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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개질 이야기

만신창이

2013/01/06 만신창이, 滿身瘡痍

 

오늘 동경 날씨는 흐렸다가해가 비추다가 하는 어정쩡한 날씨이다.

 

나는 명절연휴에서 일상적인 토요일로 돌아왔다며칠 쇼핑을 안했더니 식량이 점점 줄어들어 간다아무래도 연말연시에는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 주된 일이 먹는 것이다특히 지난 연말에는 폐인모드로 먹고 또 먹자주의로 지냈으니 더욱 그렇다그렇다고 변변한 먹거리도 없었다국제도시 동경 끝자락에 사는 사람답게? 지극히 가난하고 빈곤한 먹거리 들이었다나름지역에서 생산하는 신선한 것을 사고시골에서 직접 농사지은 것을 보내줘서 먹고산지에 사는 사람이 보내준 것도 있다모든 먹거리가 슈퍼마켓을 경유한 글로벌 유통구조에 의하여 내 집으로 반입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먹거리에서 생명력을 못 느끼고헛헛한가단지 먹거리가 신선하지 않다든지어디서 굴러온 것이지 족보를 모른다는 정체불명에서 오는 불신감이 아니다정신적인 굶주림이리라알게 모르게 상처 받은 심신이 작고 섬세한 생명력을 못 느낄 만큼 여유가 고갈되어 가는 것이리라자신이 메말라가는 것은 단지 날씨가 건조해서는 아닐 것이다거대한 도시에 살지만그래도 주위에 자연이 많이 남아있는 곳에 살면서 나름 항상 생명력을 느끼면서 거대한 콘크리트 정글에 사소히 저항하지만역부족이다.

상처받은 것을 인정하자상처를 받아서 만신창이가 되어꿈을 꾸었던 자신이 바보 같았다고 처참한 심정이 된 것을 받아들이자그 상처가 쉽게 아물것도 아니고 상처를 끌어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현실도 인정하자그리고무신경한 어느 지도자는 많은 사람들이 가진 역사적 트라우마를 상기시키는 활동을 할 것이라는 것도 예상을 해야겠지활동이전에 그 얼굴 만으로도 충분히 연상이 된다숨막히던 그 시절다시 젊은 사람들 숨통을 조이리라. 엄마가 '사랑'이라는 미명 하에 자식의 손발을 자르고 목을 조이는 것처럼, 많은 것들이 '사랑과 행복'으로 왜곡될 거야. 왜곡을 '미화'로 바꾼 어느 나라처럼, '미화'가 넘쳐흘러 사람들은 헷갈리겠지. 같은 언어를 쓰면서도 마치 '외계인'처럼 소통이 안될 거야.

만신창이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상처 받은 자신을 어루만지고 쓰다듬을 여유조차 용서가 안된다그 상처를 후벼 파고 다시 새로운 상처를 입히겠지그속에서 사람들이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을지광기어린 거대한 ‘인간실험’이 되겠지… ‘피해망상’인 사람이 멋대로 ‘피해자’가 되어 진짜로 피해자인 사람을 공격하는 것처럼, 거기에 절대적인 권력을 쥐어줬다광기와 광신도가 어리석은 사람들을 앞세워 광란의 큰 판을 벌이겠구나오직, ‘경제’라는 귀신을 섬기는 척하면서 ‘권력’이라는 무기로 더 많은 약하고 어리석은 사람들을 죽이겠지. '합법적'으로 많은 살인이 가능하다아니다섬세하고 현명한 사람들도 미쳐가겠지지금도 매일 사람들이 죽어가는 지옥 같은 현실을 무시하고 있잖아

이건 원래 이름을 ‘상처 받은 투사’로 생각했던 겁니다이번에 ‘만신창이’로 바꿨지요그러나, ‘투사’가 완전히 죽은 것은 아닙니다상처도 아물지 않겠지요지금 추운 겨울에 가슴이 후벼 파이고 옆구리도 잘려나갔고날개도 잘렸습니다성한 곳이 적지요그냥 형태가 남아있을 뿐이지요그래도 때가 되면재생할 겁니다때가 되면만신창이가 싱싱한 생명력을 머금게 될 겁니다. 지금은 비록 추운 겨울 하늘 아래서 파랗게 시려 나풀거리지만, 아직 살아있습니다. 이 추운 겨울날 많은 사람들이 길가에 내팽겨져 아프도록 시린 심정을 잊으면 안 됩니다. 앞이 캄캄하게 길이 안 보이는 절망감을, 눈물을 흘렸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그래, 투표한 사람 반의 '절망'이 다른 반에게 '희망'이 되던가요? 아닐겁니다. 옆사람이 절망하는 데, 어떻게 나만 희망을 가지고 행복할 수 있나요? 절망이 더 깊어지고 불행이 더 커질 뿐이지요. 아무렴요, 만신창이가 살아있어야죠. 우리가 흘리는 피눈물을 먹여서라도 살려야죠. 생명이 있는 한 살아남아있는  생명력을 온존해 때를 기다려야지요만신창이가 매력적인 생명력을 뿜어낼 부활하는 그날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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