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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코로나 19

일본, 코로나19 분위기가 변했다

한국의 코로나19 상황은 쉽게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겨레'는 가장 위에 오늘 현재 코로나19에 대한 현황 숫자가 나온다. 다음 포털에도 코로나19에 대한 국내외 뉴스가 모여있다. 유튜브로 질본이 하는 브리핑도 볼 수가 있다. 그에 비해 일본에서는 포털 뉴스가 나와도 아주 짤막하게 단신으로 나온다. 전체적인 상황이나 추이를 다룬 기사는 없다. 한국의 질본처럼 상황에 대해 투명한 정보제공 같은 브리핑 같은 것 없다. 내가 일부러 찾아보지 않으면 일본 코로나19에 관한 뉴스를 보기가 어렵다. 요즘 코로나19에 대한 상황이 나라마다 달라지는 추이를 관찰하면서 보고 있다. 일본의 경우 포털에 나오는 코로나19에 관한 뉴스로는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할 수가 없기에 하루에 한 번씩 후생노동성 홈페이지(https://www.mhlw.go.jp/stf/seisakunitsuite/bunya/0000164708_00001.html#kokunaihassei)에 가서 일일 현황을 확인한다. 그런데 코로나19에 관해 알기 쉽게 작성한 게 아니라서 나처럼 매일 보는 사람도 알아보기가 힘들다. 솔직히 말하면 숫자만 올려서 그외에 질적인 데이터로 읽기가 어렵다. 한눈에 확 알아보기 쉽게 정리한 곳은 '도요게이자이'에서 코로나19를 특집으로 많은 기사를 쓰고 있는데, 일본 코로나19에 대해 특설한 곳( https://toyokeizai.net/sp/visual/tko/covid19/)에 가면 그래프로 양적인 데이터는 알기가 쉽다.

 

참고로 양쪽 다 크루즈선 승선자를 뺀 숫자만 실려있다. 크루즈선에 승선했던 감염자는 일본 병원에 있지만 숫자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아베 총리가 퇴원자 수에는 크루즈선 승선자를 포함해서 발표했다. 아주 통계가 엉망진창으로 헷갈린다. WHO까지 동원해서 크루즈선 승선자는 일본인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일본'이 아니라고 해놓고 퇴원자 수에는 포함시킨다. 일본 국내 퇴원자 수만으로는 20%대로 적지만 크루즈선 승선자를 합치면 40%대로 높아지기 때문에 완치한 사람이 많다는 걸 어필하기 위해 꼼수를 쓰는 것이다. 크루즈선에 승선했던 감염자는 국적불명의 '유령'이 되었다가 완쾌하면 '일본인'으로 돌아오나? 

 

'도요게이자이'의 PCR 검사수 추이를 보면 3월 5일에 대폭 증가했고, 3월 13일에도 증가했으며, 3월 17일에도 크게 증가했다. 후생노동성의 발표에 따르면 3월 17일 현재로 16,484 명으로 전날보다 하루 사이에 PCR 검사수가 3,416명이나 증가했다. 한국과는 도저히 비교할 수 없지만 그동안 일본이 했던 것과 비교하면 검사가 대폭 증가한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검사가 대폭 증가했는데 환자가 거의 늘지 않았다.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이 유증상인데, 환자가 늘지 않다니? 황당해서 이해하기 힘들다. 결국 일본에서도 검사를 할 수밖에 없고 검사를 확대하는 방향이다. 어디까지나 일본의 상황으로 한국과 비교해도 의미가 없기 때문에 비교하지 말기 바란다. 여기서 보면 그동안 일본에서는 PCR 검사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는 걸 알 수가 있다. 일본도 점차적으로 천천히 PCR 검사를 늘리는 방향으로 가려는 모양이다. 

 

오늘 동경은 날씨가 맑지만 기온이 높은 것은 아니다. 오후에 산책을 겸해서 동네를 돌아보러 나갔다. 먼저, 야채 무인판매에 가서 야콘을 두 봉지 사고 마트에 갔다. 나는 항상 비슷한 시간에 마트에 가기 때문에 사람들의 움직임을 비교할 수 있다. 내가 가는 시간은 사람들이 많이 가는 시간대가 아니다. 요새는 사람을 피하려고 주말에는 가지 않고 평일 오후에만 가고 있다. 

 

오늘 마트에 가니까 사람도 많고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어제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를 신경 쓰고 주위를 살피면서 행동했다. 오늘은 사람들이 그런 것과 상관없이 행동한다. 모두가 마스크를 하고 있는데 들뜬 모양으로 행동이 달라졌다. 이게 뭐지? 아니 갑자기 동경에 코로나19가 종식되었다는 뉴스라도 있었나? 사람들 행동이 달라진 데는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나는 거리를 두고 조심해서 행동한다. 일본은 분위기가 바뀔 때는 한꺼번에 확 바뀌는 경향이 있다. 오늘 마트에서 본 분위기로는 개강도 예정대로 할 것 같고 벚꽃이 피면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꽃구경을 하고 난리가 날 태세로 보인다. 이런 추세면 도쿄올림픽도 예정대로 개최된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종식되었다는 뉴스가 없었는데, 왜 이렇게 갑자기 분위기가 코로나19가 끝난 것 같이 변했는지 궁금하다. 

 

어제 후생노동성이 한국의 '드라이브 스루 검사'를 비판한 트윗을 날린 것에 대해 썼다. 오늘 '리테라'의 기사에 의하면 후생노동성에 트윗을 하도록 수상관저가 뒤에서 지시한 것이라고 한다. 아이고, 참 하는 일이 치졸하기 그지없다. 그런데 내가 친한 이웃에게 느낀 낙관적인 분위기와 마트에서 느낀 코로나19가 끝난 것 같은 분위기에 대해 궁금했던 것이 기사를 보고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조금 전까지는 매스컴에서 "검사하지 않는 것은 이상하다"는 비판을 하다가, 갑자기 "검사를 하면 의료 붕괴가 일어난다"라고 하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는 아베 정권의 압력과 정보 조작에 의한 결과라고 한다. 5일에 검사 확대를 강하게 주장한 [모닝 쇼](TV 아사히)에 대해 후생노동성과 내각관방의 SNS가 거짓말을 올렸지만 그 전후에 매스컴의 분위기가 격변했다. 예를 들어 PCR 검사 확대의 중요성을 설명하던 의사가 TV 화면에서 없어지고 말았다. 오타니 의사는 이케부쿠로 오타니 클리닉 호흡기과 원장이다. 그는 전문가로서 코로나19 대응으로 PCR 검사 확대가 중요하다면서 정부에 대해 검사와 의료체제 정비를 요구하는 걸 주장해 왔는데 그의 병원에 항의와 폭언 전화가 몰려와서 진찰을 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가 출연했던 방송국에도 항의와 폭언 전화가 쏟아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 이유는 '혐한'을 주도하는 저명한 극우로 아베 총리 절친의 대학 가케학원 객원교수로 있는 인물이 의도적으로 '데마' 트윗을 날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몇 개의 넷우익(일베?) 사이트에도 올려서 의사를 '살인자'로 부르며 그를 출연시킨 것은 '방송국의 범죄'라고 했다. 

 

또 한 명 극우세력의 공격을 당한 사람은 여성으로 오카다 교수라고 하쿠오 대학에 재적하며 감염증 전문이다. 인터넷에 "그녀는 약사이며 의사가 아니다" "그냥, 약사니까 감염증 전문가도 아니다"라는 '데마'가 확산되었다. 같은 극우가 퍼뜨린 것이다. 그런데 사실은 그녀가 졸업한 대학원 이름이 '공립 약과대학 대학원' 출신으로 '약학 석사'이지만 '의학 박사'를 받았다. 독일 대학 의학부 바이러스 연구소 객원 연구원과 국립 감염증 연구소 연구원을 했던 경력이 있으며 감염증에 관한 저서가 많은 감염증 전문가다. 전문가가 TV에 패널로 나와 코로나19 대책에 대해 전문적인 견해로 PCR 검사 확대를 강조했다고 아베 총리를 지지하는 극우 세력으로부터 개인과 방송국, 프로그램까지 공격을 받았다. 이것은 정해진 패턴이기에 매스컴에서 아베 정권을 비판하는 기사를 쓰거나 방송을 할 수가 없다. 일본 매스컴은 극우세력에 의해 장악되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가 되었다. 

 

오카다 교수는 오늘 뉴스에서 이전에 있던 국립 감염증 연구소에서 '테이터를 조작했다' '파워하라'를 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크게 떴다. '의혹'이라면서 크게 뜨는 자체가 아주 이상한 일이다. 아무래도 전문가로서 바른말을 하는 사람을 없애고 싶은 모양이다. 눈앞에서 없어지면 없는 게 되는 일본이다. 

 

이제는 정치가나 탤런트가 TV에 나와서 "PCR 검사를 할 필요가 없다". 이전에 검사가 필요하다고 했던 사람도 '반성한다'면서 태도를 바꿨다. 거물 코미디언은 "감염자 수를 밝히지 말았으면 좋겠다'라고 한다. PCR 검사가 마치 '사회악'이나 되는 것처럼 이미지 변신을 했다. 거기에는 '일본은 안전하다'라고 믿고 싶은 사람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부분도 있다. 유럽에서 감염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 "일본은 감염 확대를 막고 있다" "일본의 작전이 먹힌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감염이 확대되지 않는 나라"라는 '일본은 대단하다'는 논조가 다시 활개를 치면서 '자화자찬'을 하기 시작했다. 이게 어제 친한 이웃에게 느낀 근거 없는 낙관론과 오늘 마트에서 본 코로나19가 끝난 것 같은 행동을 설명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방역을 철저히 하지도 않고 거의 방치 수준으로 두고 검사를 하지 않아 깜깜이인데 '감염이 확산되지 않았다'라고 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일본에서는 이렇게 사실과는 거리가 있는 정보조작이나 언론 플레이로 사람들의 관심을 돌릴 수 있다. 설사 그게 코로나19라고 해도 '일본만 세계에서 유일하게 감염이 확산되지 않는 나라'라니 얼마나 멋있나? 특별히 선택받은 민족인 걸 증명하는데 이것보다 좋은 것은 없다. 코로나19로 어둡고 우울한 기분이 싫다. 코로나 바이러스 정도는 정신력으로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는 정신론과 같다. 일본 사람들 대단히 정신론을 좋아하고 정신승리가 중요하다.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다고 코로나19가 어떤지는 깜깜이로 모르기 때문에 불안하다. 사회적으로는 코로나19에 대한 불안이 없는 것처럼 되었으니, 불안하다는 말도 못 하게 생겼다. 나 홀로 불안하게 만든다. 매스컴에서 아무리 호도해도 사람들이 안심할 근거가 없는데 안심할 수가 없다. 사람들 심정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게 아닌가? 

 

일본 정부가 매스컴을 통한 언론플레이로 'PCR 검사가 필요없다' 라고 하면서 실제로는 검사를 늘리고 있다는 실태가 정말로 일본답다. 이런 식이면 의료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도 평가받지 못하고 사람들은 불안하다. 정부에서 '모두가 단결해서 이겨내자'면서 모두를 소외시키고 있다. 시민이 원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참으로 여러모로 힘들게 한다. 

 

한국에서는 일본에서 코로나19 감염이 폭증할 것이라고 보지만 일본에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실태야 어떻든 얼마든지 조작하고 은폐할 수 있다. 일본이 만만하게 그런 게 알려지거나 밝혀지는 그런 나라가 아니다. 죽어도 검사를 하지 않고 일본 정부에서 없다고 하면 없다. 이상 끝이 된다. 더 이상 물었다가 다친다. 건드리면 안 된다. 이렇게 일본에서는 코로나19가 끝나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