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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코로나 19

일본, 코로나 19 벚꽃이 필 무렵

한국에서는 총리가 나와서 "집단 감염 위험이 높은 종교시설, 실내 체육관, 유흥시설 운영을 보름 동안 중단을 강력히 권고했다". 집단 감염을 방지하기 위한 집회와 집합을 금지해달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렇게 말을 해도 듣지 않고 '종교 탄압'으로 몰아가는 일부 개신교도 있다. 이런 교회를 보면 국가에서 '종교 탄압'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신자 탄압'을 하는 것으로 보일 지경이다. 아니다, 자가격리 생활을 하는 많은 국민을 '탄압'하고 있다. 유럽의 기독교 국가도 코로나 19로 강력한 봉쇄조치를 취하며 이동제한을 하고 있다. 종교활동도 하지 못한다. 이런 비상시국에 '종교'가 솔선해서 나서서 모범을 보여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오히려 '종교'가 국가의 방역을 방해하고 있다. 

 

또 하나 한국 뉴스를 보고 눈물이 났다. "장. 차관급 급여 30% 4개월 동안 반납"한다는 기사다. 코로나 19로 인한 국민의 아픔에 동참하는 의미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을 비롯해 장관과 차관들이 솔선해서 모범을 보여줘서 고마울 따름이다. 물론, 여기에도 입에 거품을 물고 어떤 프레임으로 공격할지 모른다. 하지만, 나도 월급쟁이로 살아와서 급여의 30%가 얼마나 큰지 알고 있기에 이런 결정이 대단하다고 본다. 위대한 시민만이 아니라, 위대한 관료와 정부가 있다. 감사하다.

 

일본의 코로나 19는 긴장을 늦추지 않는 한국과 달리 긴장감이 점점 느슨해지고 있다. 지금 연휴인 토요일이지만, 어제 이웃이 본 것에 의하면 다마동물원이 미어터지게 아이를 데린 가족들이 왔다고 한다. 주변 주차장이 꽉 차있었다고 한다. 아이가 있는 집은 집에서 아이를 보고 노는 것에 스트레스가 쌓일 것이라면서 외출한 걸 이해한다고 한다. 다마동물원이 꽤 크지만 미어터지게 사람이 왔다면 대단한 인파가 모였다는 것이다. 

 

오늘 동경은 최고기온이 22도로 맑고 따뜻한 날씨였다. 어제 벚꽃이 피는 아래 동네 강가에 가서 봤더니 사람들이 많아서 오늘은 좀 더 넓은 범위를 관찰하려고 오후에 나갔다. 내가 사는 주변을 3시간 정도 걸으면서 크고 작은 공원을 다섯 군데 돌아봤다. 단지에서 나가면 바로 큰 공원과 연결된다. 거기에는 야구장이 있고 테니스코트와 육상경기를 할 수 있는 트랙, 야외 풀장 등이 갖춰져 있으며 다른 스포츠를 할 수 있는 장소도 있다. 요즘은 코로나 19로 자제했던 야외 스포츠를 재개하는 모양이었다. 야구팀이 야구장에서 경기를 하고 있었다. 연습이라서 보러 오는 사람이 있는 것은 아니다. 테니스 코트는 그동안도 쭉 테니스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오늘은 더 활발히 하는 느낌이었다. 육상경기를 할 수 있는 곳에서는 노는 아이들이 많이 보였다. 한쪽에서는 고기를 굽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아주 사람들이 활발하게 주말을 즐기고 있는 모습을 봤다. 여기서는 가까이 가지 않아서 사람들이 마스크를 어느 정도 했는지 모른다. 

 

조금 걸어서 중간 정도의 공원에 갔더니 아이들과 어른이 몇 명인가 놀고 있었다. 마스크를 한 사람은 아이 엄마 한 명뿐이었다. 그렇구나, 장소에 따라 마스크를 전혀 하지 않는구나. 다음에는 산에 있는 공원에 갔다. 거기는 사람들이 거의 볼 수가 없는 곳이다. 근래 주변에 좀 비싼 주택이 들어선 지역이다. 공원에서 마주친 사람들은 하이킹을 하는 60대 이상의 남녀 그룹이었는데 한 명도 마스크를 하지 않았다. 비싼 주택 마당에는 아이들이 놀고 있었고 어떤 집에서는 홈 바비큐 파티를 하는지 어른과 아이들이 모여서 고기를 굽고 있었다. 사람이 없는 공원을 산책하고 다시 돌아오면서 갈 때 지났던 공원을 경유했다. 오는 길에 내가 산책을 나가는 공원에 들렀더니 텐트를 쳐서 노는 가족들이 꽤 있었다. 일본에서 이런 스타일은 요 몇 년 사이에 생겨서 벚꽃을 보러 갈 때도 작은 텐트를 가져가서 햇볕을 피하느라 그 안에서 노는 사람들이 있는데, 드문 광경이다. 사람들이 마스크를 한 것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그 공원도 꽤 커서 다 둘러보고 다른 공원으로 가봤다. 여기서 텐트는 볼 수가 없고 피크닉을 하거나 아이들이 놀고 있었다. 마스크는 거의 신경이 쓰이지 않을 정도다. 마지막에는 바로 옆에 있는 공원을 둘러보러 갔다. 보통 여기는 사람이 없는 공원이다. 작은 공원이 아닌데 전체를 다 둘러봐도 사람이 나뿐이었다. 공원에 난 달래를 많이 뽑아서 가져다가 저녁에 전을 부쳐서 먹었다. 

 

오늘 3시간 이상 걸으면서 주위를 돌아보니 세차장에서 세차를 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나름 사람들이 야외활동을 하고 있는데 나처럼 사람과 사회적 거리를 신경 쓰는 분위기가 아니다. 물론 야외활동이라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지만 아직 일본이나 동경이 코로나 19 감염 위험에서 벗어난 것은 아닐 텐데, 많은 사람들이 개의치 않게 되었나 하는 느낌이 든다. 나도 마스크를 주머니에 넣고 나갔다. 아는 사람이라도 만나면 써야 하니까. 마트에 간다면 들어가기 전에 마스크를 썼다가 나오면 마스크를 벗는다. 사람들과 마주칠 기회가 적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사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마스크를 쓰면 덥고 갑갑하다. 냄새도 나고 벗고 싶다. 하지만, 남에게 민폐를 끼치거나, 남이 불편해할까 봐 예의 차원에서 마스크를 썼다. 그런데,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감염 방지 목적으로 마스크를 써야 될 모양이다. 다른 사람들이 마스크를 다 쓰고 있으면 나는 대충 해도 되는데, 많은 사람들이 대충 하면 나는 제대로 해야 한다. 사람들이 있는 곳을 피하는 생활을 당분간 계속해야 할 모양이다.

 

블로그를 쓰기 직전에 일본의 코로나 19 오늘 현재 통계를 보려고 후생노동성 홈페이지에 갔다. 자료가 어제(20일 12시 현재)까지 밖에 업데이트가 되지 않았다. 이런 비상시국에 주말이라고 쉬는 건가? 어제도 휴일이었는데? 오늘 현재 자료를 볼 수가 없었다. 어제로 일본의 PCR 검사 건수가 18,000을 넘었다. 하루가 아니라, 지금까지 누계를 말한다. 일본에서 보면 감염 확진자가 나온 곳에서는 지자체가 긴장한 상태이지만 전체적으로는 느긋해진 느낌이다. 일상으로 돌아가는 듯한 분위기다. 그렇다고 긴장의 끈을 놓은 것은 아니라, 대학의 경우는 개강이 4월 20일 이후가 될 모양이다. 대학 개강이 연기되는 것은 물론 코로나 19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한 조치다. 지금까지 35년 정도 일본 대학에서 지냈지만 개강을 연기했던 적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났을 때, 딱 한 번이었다. 이번 코로나 19로 개강을 연기한다는 의미는 동일본 대지진에 필적할 정도로 대단한 일이라는 의미다. 

 

앞으로 방학이 한 달 더 남았다. 방학이 길어진다는 것은 자가격리 아닌 자가격리 생활이 길어진다는 의미다. 나는 벌써 두 달째 이렇게 갑갑한 생활을 하고 있는데, 한 달 더해서 끝나는 건가? 지금 분위기로 보면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난 추세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바뀌면 개인이 바짝 긴장해야 된다는 의미가 된다. 아직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데 분위기가 이상하게 변해간다. 아까 후생노동성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니, 한국과 중국뿐만 아니라, 유럽, 이란 이집트에서 오는 사람들에 대해서 입국 규제를 철저히 하겠다고 한다. 일본이 좋아하는 '원천봉쇄' 외국에서 들어오는 걸 철저히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외국에서 역유입되는 사례를 막기 위해서 검역이나 방역이 중요하다. 그런데, 일본 내부는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는 깜깜이를 방치하다시피 하면서 '원천봉쇄'에만 힘을 쓴다는 게 맞는 건가? 그리고, 솔직히 코로나 19가 공항에서 검역만으로 다 걸러지는 것도 아닌데, '원천봉쇄'는 어렵지 않나? 뭐, 완전히 공항을 폐쇄하고 모든 항공편을 운항 중지하면 완벽한 '원천봉쇄'가 된다. '원천봉쇄'를 하기에는 너무 늦었지만 말이다.

 

후생노동성이 발표하는 문서 제목이 [ 중화 인민 공화국에서 발생한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정부의 대책 검역 강화에 대해서]라는 걸 보면, 꼭 중국 탓을 하고 말겠다는 '혐중'정서와 '극우적 마인드'가 보인다. 일본은 정부가 '극우적'이다. 

 

일본 정부는 매스컴을 통해서 코로나 19 감염이 유럽에서 폭증하는 것과 달리 '일본은 극복했다'는 식으로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 정말로 사실이 그렇다면 기쁘다. 나도 일본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감염이 확산되지 않은 나라라는 걸 인정하고 싶은데 아직 근거를 보지 못했다. 매스컴에서는 '혐한과 혐중'의 동전의 양면인 다른 면인 '자화자찬'을 하면서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아마 도쿄올림픽을 예정대로 개최한다는 걸 목표로 국내 여론 조성에 들어간 모양이다. 그런 한편 일본 정부는 '비상사태 선언'을 준비하는 작업에 들어갔다는 뉴스가 있다. 왜 이렇게 일을 복잡하게 하는지 모르겠다. 도쿄올림픽을 예정대로 개최하는 걸 최종 목표로 투 트랙으로 갈 모양이다. 코로나 19 감염이 늘면 '비상사태 선언'으로 가고 아니면 '코로나 극복'으로 가려는 것이 아닐까? 둘 다 참 위험한 선택이다. 검사를 하지 않으면 코로나 19 감염이 늘었다는 걸 알 수가 없는데, 앞으로 일본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다. 일어나는 일이 좋은 일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