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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코로나 19

일본, 코로나 19와 벚꽃

요즘 일본에서 이상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일본 정부가 코로나 19 대책을 방역이나 검역, 또는 검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주로 '정치적인 판단'으로 대응하고 있다. 전문가 회의를 거치고 있다면서 정작 중요한 결정은 전문가와 상관없이 아베 총리가 독단적으로 결정해서 발표하고 있다. 전문가 회의에서 나온 의견에 관해서도 구멍이 많아서 정말로 제대로 된 전문가인지 아니면 아베 정권 입맛에 맞는 사람들만 모였나 하는 비판도 있다. 

 

최근에는 중국에서 코로나 19가 잡혀가고 한국도 안정돼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란은 심리적으로 멀고 미국의 경제제재로 고립된 상황이라 정보를 충분히 확보하기가 어렵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상상을 초월하는 참담한 상황을 맞고 독일과 프랑스도 급격히 늘고 있다. 미국 또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배경으로 일본은 마치 '특별한 방식'으로 증가를 억제하고 있다는 논리를 펼친다. 물론, 코로나 19 대응에 있어서도 중국을 까고 한국을 까는 것도 잊지 않는다. 말이 쉽지 코로나 19의 특징이 있는데 일본에서 특별히 방역에 힘쓰지도 않으면서 어떻게 억제를 할 수 있나? 검사를 하지 않으니 드러나지 않는 것뿐이 아닐까? 일본에서 언론 플레이를 위한 '일본의 특별한 방식'이라면 통할지 몰라도 코로나 19 뉴스를 쭉 보고 있는 나에게도 모르는 방식이다.

 

일본이 유럽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보면서 내심 후덜덜하면서도 막무가내로 도쿄올림픽 성화 봉송을 진행하고 있다. 아베 총리와 IOC 회장은 같은 과로 무슨 일이 있어도 도쿄올림픽을 예정대로 개최할 모양이다. 그래서 성화 봉송 행사에는 예정에도 없었던 5만 명 이상의 인파가 몰렸다. 오늘 이웃과 산책하면서 수다를 떨 때 화제가 되었다. 내가 먼저 "얼마나 기다리고 기다렸던 올림픽이냐, 나라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면 보러 갔을 것"이라고 했다. 일본에서 올림픽을 기다리고 성화 봉송을 보러 가고 싶은 사람들 심정을 알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에서는 오랫동안 도쿄올림픽에 대해서 '종교'를 전도하듯 언론플레이를 해서 마치 이번 올림픽이 '이세상 마지막'인양 알고 있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올림픽교'의 신앙 간증 같은 말을 한다. 도쿄올림픽이 세상없이 귀중하고 특별한 올림픽처럼 이미지 메이킹을 아주 잘했다. 거기에 일본 경제의 어려움도 도쿄올림픽의 '은혜'로 한 방에 해결될 것으로 믿고 있다. 일본에서 도쿄올림픽은 기독교에서 '예수 재림'과 같은 것이 되고 말았다. 세계적으로 '예수 재림' 이상의 대박 사건은 없을 것이다. 일본에서도 마지막 심판의 시간이 다가오는 것처럼 도쿄올림픽만 바라보고 있다. 그러니 성화 봉송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 꿈에 그리던 올림픽이 눈앞에 왔다. 일본은 도쿄올림픽을 향해서 노빠꾸로 직진하고 있다. 어쩔 수가 없다. 도쿄올림픽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종교'가 되었으니 '순교'하는 일이 있어도 '올림픽교'의 신도로서 앞으로 나갈 수 밖에 없다. 

 

오늘 동경은 최고기온이 무려 26도까지 올라갔다. 집에서 지내니까, 바깥 온도를 느끼지 못했다. 오후에 청소하면서 반팔을 입어도 덥게 느낄 정도로 밖에서 뜨거운 기운이 훅 들어왔을 때, 설마  내가 이상한 건가 했다. 오후 늦게 산책을 나가 보니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더웠다. 친한 이웃과 강가에서 만나 강아지 친구와 같이 산책을 했다. 화제는 어디에 벚꽃이 얼마나 피었느냐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교환이 대부분이다. 오늘 동경 시내는 벚꽃이 만개했다고 한다. 벚꽃의 명소 우에노에는 사람이 많이 모였다는 걸 뉴스를 보지 않아도 안다. 나와 이웃은 가까운 벚꽃의 명소에도 가지 않았다. 일요일이라 사람이 많을게 뻔하기 때문이다. 강아지 친구는 마스크를 하지 않았다. 친한 이웃과 나만 남았을 때 이웃에게 어제와 그저께 주변을 돌면서 봤더니 코로나 19에 대한 경계가 느슨해져서 마스크를 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더라. 다른 사람들이 마스크를 다하고 있으면 내가 조금 방심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이 마스크를 하지 않게 되면 내가 긴장해서 조심해야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일본 분위기가 너무 이상하다는 말을 주고받았다. 표면적으로는 코로나 19에 대해 경계하지 않아도 된다는 시그널이 있기에 다른 사람이 있을 때 코로나 19에 대해 말할 수 없는 분위기라 간첩이 정보를 교환하듯이 비밀스럽다. 오늘도 야구장에서는 야구부 아이들이 시합을 마치고 운동장을 정리하고 있었다. 

 

일본에서 벚꽃은 아주 특별한 꽃이며 벚꽃이 피는 계절은 특별한 계절이다. 일본의 군국주의에서 사무라이나 군인이 이상적으로 죽어가는 걸 벚꽃이 지는 것과 비유하는 '군국주의'의 상징이기도 하다. 어디까지나 픽션이다. 그런 면도 있지만 문화적인 면에서 벚꽃은 일본 문화의 핵심적인 요소이기도하다. 일본에서 일기예보처럼 벚꽃이 피는 계절이 되면 매일 벚꽃 전선과 개화 예정을 예보한다. 내가 아는 사람은 벚꽃을 보러 일본 전국을 돌아다녔다. 그런 사람을 가리키는 말도 있을 정도로 벚꽃이 특별하다. 벚꽃이 핀다는 것은 추운 겨울이 끝났다는 걸 의미한다. 일본의 겨울은 한국보다 더 혹독하게 춥다. 한국은 온돌이 있어서 기온상 더 춥지만 집안 방에서는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 일본은 목조건물에 기껏해야 화로였다. 온돌이 없기에 지금도 에어컨이나, 새 아파트에 부분적인 난방으로 추위를 견딘다. 옛날이면 먹는 것과 입는 것도 부실했으니 겨울에 목숨을 부지하기가 어려웠다. 봄이 되면 나물이 나고 농사를 할 수 있으니 목숨을 건진 것이다. 벚꽃은 봄이 돼서 먹고살 수 있는 희망을 상징한다. 어둡고 추운 겨울에서 밝은 봄을 맞는다. 이 계절에 벚꽃을 보는 사람들 행동을 보면 살짝 정상이 아닌 게 보인다. 벚꽃에 취하고 미친다. 벚꽃에 미치는 걸 아름답다고 한다. 그러니 코로나 19가 대수인가, 만개한 벚꽃을 보러 사람들이 모이는 것은 코로나 19로 답답하고 우울했던 생활을 한 방에 날리고 기분이 좋아지기에 여느 때보다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올해 벚꽃은 예년보다 훨씬 일러서 2주 이상 빠른 것으로 보인다. 조심하는 사람들은 벚꽃이고 뭐고 인파를 피하고 있다.

 

일본 매스컴에서 코로나 19를 경계하도록 정보를 전달하고 있으면 사람들이 조심한다. 그런데, 매스컴에서는 일본이 코로나 19를 극복한 것처럼 보도하고 있으니 사람들도 해방된 기분으로 꽃구경을 즐기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지난 19일에 20일부터 3일 연휴가 시작되는데, 코로나 19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오사카와 효교현 사이 왕래를 자제해달라고 해서 사람들이 갑작스러운 지시를 비웃었다. 그런데, 오사카부나 효고현 지자체에서 발표하는 모습이 긴박한 느낌이었다. 뭔가 앞뒤가 안 맞는다. 만약에 오사카와 효고현 사이에 왕래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면 조금 전부터 정보를 전달해서 준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시민들은 태평인데 지자체에서는 왜 그렇게 긴장하고 긴박했을까? 그게 걸렸다. 오늘 그 내용을 알았다. 20일에 관련 기사를 읽었지만 잘 모르고 있다가 오늘 문맥을 파악했다. 코로나 19에 관해서 일본에서는 이렇게 알기가 어렵게 정보를 공개한다. 

 

일본 정부가 도쿄올림픽을 진행하면서 코로나 19를 극복한 것처럼 언론 플레이도 하는 한편 감염자가 늘고 있는 지역에 대해서 시산을 한 모양이다. 그래서 후생노동성에서 오사카부에 직접 설명하러 갔는데 그 문건을 본 오사카부 지사가 공개하면 안되는 내부 문건인데 공개해 버린 것이다. 오사카부 지사로서는 문건을 공개하지 않으면 시민들이 심각한 상황을 인지하지 못할 것이라고 본 것이다. 그래서 연휴 동안 지역 이동을 자제해달라고 한 것이다. 후생노동성의 시산에 따르면 (최악의 경우) 21-27일 사이에 오사카 부와 효고현 감염자가 586 명으로 늘고, 중증자는 30+9 명이라고 한다. 28-4월 3일에는 감염자가 3,374 명으로 늘고, 중증이 227 명이 되어 의료를 제공하기 어렵다. 즉, 의료 붕괴가 일어난다는 내용이다. 그러니까, 이동제한에 학교를 휴교하고, 이벤트 중지와 감염 확대 리스크가 높은 시설 사용을 자제해달라고 요청 한 것이다. 만약 그런 상황이 온다면 긴급 사태 선언을 해야 한단다. 전문가 의견으로 대도시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감염 증가가 예상된다고 한다. 그렇구나, 일본 정부에서는 코로나 19에 대한 검사를 하진 않지만 시산을 했으니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구나. 한국식으로 생각하면 이런 정보를 빨리 공개해서 모두가 알고 주의해서 대비하는 것이 좋다. 일본식은 중요한 정보를 정부나 전문가, 지자체장만 공유하고 일반 국민에게는 알리지 않는다. 후생노동성에서 설명하러 오사카에 일부러 갔다는 것도 일본 스타일이다. 오사카부 지사는 그걸 보고 심각한 사태라는 걸 알았다. 그래서 오사카부 지사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봐서 공개해 버렸다. 하지만, 지사의 공개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나 역시 뉴스나 주변 분위기를 보면 후생노동성의 시산을 믿기가 어렵다. 안전하다고 지역에 따라 휴교령도 해제하고 스포츠나 이벤트를 행해도 된다고 했다. 주위에서 보면 아이나 어른들이 좋다고 놀고 있다. 지금 지방에 관광객이 없다고 여행을 권장하고 있다. 코로나 19의 클러스터가 되어 손님이 끊긴 헬스장에서는 온천탕 세일 광고를 하고 있다. 일본 정부와 매스컴이 코로나 19에 대한 정보제공도 엇박자라서 뭐가 정확한 정보인지 알기가 어렵다. 의도적으로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정보를 컨트롤하고 있다. 정말로 일하는 스타일을 보면 짜증이 난다. 전염병에 대한 정보는 누구나 잘 알 수 있게 전달해야 한다. 그런데 나 같은 사람까지 기사를 읽어도 이해가 안 될 정도로 전달하는 것은 의도적인 정보조작이라고 봐야 한다. 

 

내가 느끼던 이상한 기류는 결국 코로나 19의 감염 확산이라는 시한 폭탄을 가진 채로 도쿄올림픽에 올인하고 있다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갭이다. 겉으로는 일본만 감염 확산을 통제했다는 언론 플레이를 하면서 속으로는 떨고 있다. 도대체 제정신인가? 하는 마음이 든다. 코로나 19의 감염 확산처럼 일본만으로 끝나는 일이라면 괜찮다. 도쿄올림픽은 일본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그냥 이대로 일본 코로나 19 감염도 키우고, 도쿄올림픽도 올인해서 일을 키울 셈인가? 브레이크도 없이 낭떠러지에 가서 버티는 벼랑 끝 전술인가? 왜 이렇게 위험하게 일을 진행하는지 모르겠다. 스릴과 서스펜스가 넘치는 일본의 코로나 19와 도쿄올림픽이 될 모양이다. 

 

그러나, 괜찮다. 활짝 핀 벚꽃을 보면 만사를 잊을 수 있다. 내가 잊으면 코로나 19도 없는 일이 된다. 벚꽃의 계절이다. 활짝 핀 벚꽃을 보고 기분 좋게 취하고 미쳐서 현실을 잊으면 된다. 내일은 마트에 가서 식량을 많이 사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