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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코로나 19

일본, 코로나 19 학교 재개

도쿄올림픽은 오늘 저녁 아베 총리가 IOC 회장과 전화회담으로 1년 '연기'를 제안했다고 한다. 아베 총리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형태로 1년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도쿄올림픽을 강행하는 듯하다가 급격히 '연기'하게 된 것은 다름이 아닌 코로나 19 때문이다. 그동안 일본에서는 코로나 19에 대해 PCR 검사도 늘리지 않으며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았다. 도쿄올림픽을 예정대로 치르기 위해 일본이 '안전'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 감염 확진자가 늘면 안 된다. 그래서 WHO에 기부해서 크루즈선 감염자도 일본으로 통계를 하지 않도록 했다. 세계적으로 무서운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코로나 19가 왜 일본에서만 늘지 않았을까? 일본이 특별한 방역을 하고 있다면 모르지만 그런 것은 없다. 공식적인 감염자 통계가 늘지 않는다고 코로나 19가 얌전히 있을 리는 만무해서 배양하고 있는 셈이 된다. 도쿄올림픽을 '연기' 했으니 이제는 코로나 19에 대해 집중적으로 대처할 것인가? 꼭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왜 이런 식으로 대처하는지 나도 궁금하다.

 

오늘 동경은 맑지만 최고기온이 12도로 낮고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씨였다. 오늘은 늦게 일어나서 오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고 오후가 되었다. 큰 역에 가까운 아래 동네 강가로 벚꽃을 보러 갈 예정이었는데 시간이 늦어서 가까운 주변만 돌기로 했다. 집에는 피클을 만들려고 보라색 무와 보통 무에 당근을 소금에 절여놓고 나갔다. 어제도 갔던 벚꽃이 핀 강가에서 벚꽃을 보고 무인 야채 판매에 들러서 봄나물을 한 단 샀다. 그리고 마트에 가서 어제보다 쌀이 많이 있어서 현미 2킬로짜리를 한 봉지 사고 계란과 버터, 과일 등을 샀다. 마트에서 나와 강을 건너 다시 벚꽃이 핀 공원에서 천천히 꽃구경을 했다. 오늘 졸업하는 아이들과 엄마들이 벚꽃이 핀 멋있는 나무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었다. 강한 바람이 벚꽃을 송이째 떨구고 작은 가지째 부러지고 있었다. 

 

현미를 샀더니 겨우 2킬로인데도 쌀을 샀다고 괜히 든든한 마음이 들었다. 평소에 쌀을 많이 먹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쌀을 사서 마음이 든든하다니 오랫동안 주식으로 쌀을 먹고 살아왔다는 기억이 몸에 축척이 되어 있나 보다. 현미도 2킬로 사고 피클도 두 병 담아서 김장을 한 느낌으로 든든하다. 돌아오는 길에 인적이 드문 공원에서 달래를 캐서 돌아와 오늘도 달래전을 부쳤다. 오전에 새송이와 파로 전을 부쳐서 초간장에 찍어서 먹었다. 기름 냄새를 풍긴 하루였다. 

 

신학기부터 학교 재개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문과성 장관이 발표했다. 3월 2일부터 전국 일제히 초중고 휴교 명령에서 아직 방학이 남았는데 재개해도 된다고 한다. 이건 일본이 코로나 19를 극복했다는 언론플레이와 같은 방향이다. 그와 반대로 동경도에서는 폭발적으로 감염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어서 2주 후에 감염자가 530명으로 늘 수도 있다면서 그럴 경우 '봉쇄'할 수도 있다고 동경도지사가 말했다. 일본에서 '동경 봉쇄'라는 무시무시한 말까지 도지사가 했다. 한국에서 '서울 봉쇄'가 된다는 걸 상상해 보시길 바란다. 학교가 재개하는 시기에 맞춰 '동경 봉쇄'가 될 가능성도 있다. 도둑질도 손발이 맞아야 하는데, 같은 날 정부와 동경도에서 서로 정반대의 사인을 내고 있다. 오사카 시장이었던 극우 정치가 하시모토 도루가 열이 37.3도라고 집에서 쉬면서 경과를 본다는 뉴스도 나왔다. 그는 코로나 19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일본 정부의 방침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고 도쿄올림픽에 관해서도 "희생을 전제로 열려야 한다"라고 했던 인물이다. PCR 검사에 대해서는 "검사를 하면 안 된다"라고 검사가 '사회악'이라는 인상을 주는 발언도 했다. 지금 코로나 19 감염이 확산되는 선진국 중에 PCR 검사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려는 나라는 일본밖에 없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해외 뉴스를 거의 모르기 때문에 일본만 검사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것도 잘 모른다. 그의 발언을 보면 한국이 공격적으로 PCR 검사를 하는 것에 대한 폄훼를 하고 싶은 것은 알겠는데 다른 나라에서도 왜 검사를 늘리는지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적극적으로 검사하지 않고 중증이 되어야 병원에 가라는 식이다. 이건 마치 중증이라는 큰 불이 나야 소방서에서 불을 끄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경증이나 무증상인 경우는 그냥 방치하고 싶은 모양이다. 경증이나 무증상인 사람은 자가격리로 집에서 쉬는 걸로 문제가 해결된다면 좋다. 보통 일하는 사람은 쉽게 쉴 수도 없다. 경증이나 무증상인 사람이 출퇴근하고 일하면서 주위에 전염시켜 감염이 확산되는 것은 작은 불을 끄지 않아 여기저기서 불이 나는 것과 같은 상태가 아닐까? 한국만이 아니라 다른 선진국에서도 검사를 확대하는 것은 결국, 큰 불이나 작은 불이나 다 꺼야 하기 때문이 아닐까? 

 

학교 재개 지침으로 돌아가자. 현시점에서 전국적으로 초중고를 4월부터 재개해도 되는지? 너무 성급한 것이 아닌지? 재개 지침에서 주의할 사항의 핵심은 세 가지였다. 

1. 환기가 나쁜 밀폐공간을 피한다.

2. 사람이 밀집하는 것을 피한다.

3. 가까운 거리에서 말을 하거나 큰 소리를 내는 것을 피한다.

위 세 조건이 겹치는 걸 철저히 회피해야 한다. 거기에 매일 검온을 하고 감기 증상이 있는지 확인한다. 가까운 거리에서 말할 때 마스크 쓰기를 철저히 한다. 교실 환기에 주의한다. 감염자나 밀접 접촉자로 분류된 학생은 출석 정지시킨다  등 열 가지 체크리스트가 있다.

 

뉴스를 보면서 느낀 것은 학교에서 실질적으로 실행하기가 어렵다. 나는 초중고가 아니라, 더 큰 대학생이지만 대학생이라고 해서 지시를 듣는 것도 않는다. 다 큰 대학생도 말을 듣지 않는데 초중고 학생을 선생이 통제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실제로 교실에서 수업을 하는 걸 상상해 봤다. 교실 환경은 선생들이 조절할 수 있을까? 학생들을 일정 거리를 유지해서 앉게 하려면 교실이 아주 커야 한다. 대학과 달리 초중고에서 교실을 큰 곳으로 바꿀 수 있나? 교실을 확보해서 그렇게 앉아서 수업을 할 수는 있다. 나와 학생도 마스크를 쓰고 수업하게 된다. 지금 마트에 들어갈 때와 이웃을 만났을 때 마스크를 쓰는데 숨을 쉬고 말을 하는 게 편하지 않다. 봄학기에 수업이 많은 날은 연속 4시간 반을 떠들어야 한다. 마스크를 쓰고 그게 가능할까? 어학인 경우는 학생이나 선생도 마스크를 쓰면 안 될 텐데 어떻게 해야 하나.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할 수 있을까? 학생들끼리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라는 것과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해도 대학생도 지키기 힘들 텐데. 초중고 학생들이 할 수 있을까? 학교 선생들은 코로나 19 감염에 대해 전문가가 아닌데 그에 대해서 학생들에게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 감염 우려는 학생만이 아니라, 선생도 마찬가지다. 나의 경우는 길에서 말을 안 듣는 젊은 대학생이 마스크를 하지 않고 사회적 거리에 신경도 안 쓰는 아이들을 보면서 개강을 하면 저런 녀석들을 가르쳐야 하는구나, 내가 감염될 확률이 높구나 생각하고 있을 정도다. 내가 하는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하는 걸 일일이 체크해야 하는 것도 있어서 학생과의 거리가 가깝다. 코로나 19에서는 학생이나 나도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 날씨가 점점 따뜻해지는데 아이들이 갑갑하다고 마스크를 하고 있을까? 나는 1월 말부터 마스크를 사지 못하고 있는데 모두가 마스크를 쓰려고 해도 마스크를 살 수도 없다. 학생들도 마스크를 다 살 수 있을까? 마스크도 제대로 공급을 못하면서 아이들을 풀어놓고 마스크를 쓰라니? 엉망진창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나만이 아니라, 교실에서 학생들을 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생각할 것이다. 만약에 감염이 된다면? 학생인 경우는 학생을 격리시키고 그 후에는 같은 교실에 있던 학생과 선생은 밀접접촉자가 되는데 어떻게 되나? 만약에 내가 감염이 된다면 격리되고 내 수업을 듣던 학생들도 쉬어야 한다. 동료 중에 감염자가 있다면? 인간이 실험대상도 아니고 생각을 하면 할수록 첩첩산중이다. 현재 대학교도 개강을 2주 늦춘 상태다. 초중고를 재개하는 것은 학부모나 아이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휴교 명령이 내릴 때와 비교해서 현재 감염자 수가 약 5배 정도 늘었다. PCR 검사를 하지 않아서 실태를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보면 학생들이 감염될 우려는 더 커진 상황이 아닌가? 문과성에서 무책임하게 코로나 19의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대안이 없이 교육현장에 문제를 통째로 던지고 말았다. 학교 휴교령을 내릴 때도 갑자기 독단적으로 하더니 재개에 대해서도 교육현장과 충분한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하고 있다. 결국, 일본 정부는 학교를 재개하지만, 교실에서는 선생들이 알아서 하고 문제가 생기면 학교가 책임을 지라는 식이다. 일본의 미래가 될 아이들에 대해서도 코로나 19와 관련해 정부가 솔선해서 책임을 지지 않고 '각자도생'하라는 것으로 보인다. 모두가 불안한 학교 재개가 될 것 같다. 왜 일처리를 이따위로 하는지 정말로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