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은 1년 이내에 개최되는 것으로 '연기'의 수순을 밟아갈 것 같다. IOC 회장과 아베 총리가 밀당을 하다가 도쿄올림픽을 보이콧한다는 움직임을 보고 아베 총리가 '연기'를 제안한다는 형식을 빌렸다. 올림픽 '연기'가 통상적으로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 '연기'에 뒤따르는 다양한 '후폭풍'이 몰려올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올림픽을 '연기'하는데 주역이 아베 총리와 IOC 회장이었다면 조연으로 동경도지사가 있다. 고이케 유리코라는 극우 여성 정치가이다. 그녀는 도지사에 취임해서 관동대지진 때 학살된 조선인을 기리는 추도문을 낼 수가 없다면서 극우 성향을 뚜렷하게 못 박았다. 이전 도지사였던 일본의 대표적인 극우인사 이시하라 신타로도 거기까지는 하지 않았다. 동경도지사가 도쿄올림픽이 '연기'되자마자 갑자기 코로나 19 대처로 휘젓는 정치를 하고 있다.
오늘 동경은 맑고 최고기온이 16도, 최저기온이 0도로 쌀쌀한 날씨였다. 어제보다 날씨가 따뜻해서 아래동네 벚꽃의 명소로 꽃구경을 나갔다. 나간 김에 큰 역 근처 드럭스토어에 가서 이웃이 마스크를 샀다는 시간에 맞춰 점원에게 물었더니 마스크가 언제, 얼마나 입하가 될지 전혀 모른다고 한다. 아예 기대하거나 기다리지도 말라는 의미다. 마스크를 사기보다 로또를 사는 것이 맞을 확률이 더 높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기대 없이 가긴 했지만, 어떤 기대나 희망도 갖지 못하게 하는 답변을 듣고 말았다. 마스크를 사려는 것만으로도 이런 대접을 받는다면 죽어도 코로나 19에 감염이 되면 안 되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만약에 코로나 19에 감염된다면 병보다 '차별'이 더 무섭게 다가올 것 같아서다.
내가 사는 언덕 위보다 아래 동네는 확실히 따뜻해서 벚꽃이 꽤 많이 피어 있었다. 먼저, 만개한 곳도 있고 아직 덜 핀 곳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한 번 다 돌아봤다. 벚꽃의 명소답게 특별한 기분을 맛볼 수 있었다. 나도 마스크를 하지 않았지만 스카프로 사람과 지나칠 때는 코와 입을 가린다. 어디까지나 매너 차원이다. 벚꽃을 보는 사람 마스크 착용율은 반 정도로 남성이 미착용이 많았다. 하지만 사람이 많지 않아서 사회적 거리를 충분히 유지하고도 남았다. 가까운 강변에도 벚꽃이 많이 피었지만 명소에서 보는 특별함을 맛보기는 어렵다. 오늘 특별함을 분석한 결과, 벚꽃나무가 어느 정도 오래되어 커서 몇십 년 되는 거목이 강을 향해서 폭포처럼 벚꽃을 쏟아내는 게 좋다. 내가 거대한 벚꽃 폭포 안에 갇혀서 파란 하늘 배경이 조금씩 보이는 게 예쁘다. 내가 벚꽃에 둘러싸이는 벚꽃 터널도 괜찮다. 강가의 벚꽃은 양쪽에서 강으로 벚꽃 폭포를 쏟아내는 게 볼만하다. 요새는 강에 쓰레기를 많이 버리는데 강도 깨끗해야 한다. 벚꽃나무 옆에 높은 건물이 없는 편이 더 좋다. 오늘은 주변 도보거리의 벚꽃을 보러 다녔다. 축소판으로 벚꽃 구경을 한 셈이다.
한국에서 코로나 19 대처가 질본을 대표로하는 전문가가 전면에 나서 대응하면서 정치에서는 질본이 대처할 수 없는 부분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분담하는 형태이다. 일본의 경우는 전문가가 전면에 나오지 않고 정치가에 의해 철저하게 '정치적 대응'만 하는 게 일본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아베 총리를 선두로 코로나 19에 대해서 '정치적 대응'을 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대책이 없이 때에 따라 임시방편을 내놓고 있었다. 모든 것은 다 도쿄올림픽을 위해 '은폐'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으니까, 어쩔 수가 없었다. 아베 총리는 한국이나 중국을 싫어하듯 코로나 19도 정말 싫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이 이웃나라로 이사를 할 수가 없듯이 코로나 19도 일본에 상륙했으니 그 운명대로 활약한다. 아베 총리가 그토록 꿈에 그리던 도쿄올림픽이 '연기'되었듯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아베 총리가 무책임하게 코로나 19를 무시하고 있었다.
일본 정부의 코로나 19 대처와 달리 일부 지자체에서는 독자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홋카이도 스즈키 지사 ( 30대 훈남)가 감염 확산에 따라 '비상 사태 선언'과 '휴교령'은 지역의 상황에 맞아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아베 총리의 독단적인 전국 초중고 휴교령은 스즈키 지사가 인기 있는 걸 보고 따라 했다는 말도 있다. 홋카이도와 아이치현에서는 정부와 다른 기준으로 PCR 검사를 해서 감염자가 많은 게 드러나기도 했다. 지자체가 정부보다 코로나 19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 지역 주민으로서는 안심이 된다. 그런 지자체의 움직임을 보고 있다가 오사카부 지사가 후생노동성의 시산한 숫자를 공표하면서 지역 이동을 제한해달라고 긴급 발표를 했다. 홋카이도 지사가 하는 말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다. 그런데 오사카부 지사의 갑작스러운 발표는 시민의 비웃음을 사고 말았다. 홋카이도 지사와 오사카부 지사의 스탠스가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홋카이도가 감염 확산 방지 중심이었다면 오사카부는 폭탄을 던지는 것처럼 엄청난 숫자를 발표하면서 '공포'를 조성하는 정치였다. 이렇게 지자체의 리더에 따라 코로나 19 대응에 대한 스탠스와 평가가 다르다.
오늘 오전에 재미있는 뉴스를 읽었다. 아사히신문 디지털에 실린 짧은 뉴스였다. 아이치현 도요카와시에서 우호도시인 중국 우시시에 2월 4일 '짜이요'라는 메시지와 함께 마스크 4,500장을 보냈다. 이제는 직원이 필요한 곳에 나누고 비축한 마스크가 5월 말에는 없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우시시에 상황이 안정되었으니 사정이 되면 마스크를 보내달라고 했다. 일본이 이렇게 재미있다. 자신들이 보냈으니, 이제는 모자라니까 돌려달라는 것이다. 나는 그 뉴스를 보고 중국이 째째하지 않으니 많이 보내줄 것으로 봤다. 오후에 뉴스를 찾아봤더니 우시시에서 도요카와 시에 마스크를 5만 장이나 보낸다. 10배가 넘게 돌려받았으니 도요카와시에서는 중국 우시시에 감사하다고 했으면 좋겠다.
시무라 켄이라는 70세 거물 코메디언이 20일 중증 폐렴으로 입원했는데 코로나 19 검사를 했더니 양성이라고 한다. 오늘 일시적으로 호흡곤란 등 중증 증세를 보였다. 코로나 19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라고 발표했다고 한다. 뉴스에서도 자세하게 다루는데 역시 PCR 검사는 가장 나중에 했다. 감염경로에 대해서는 아예 전혀 언급이 없다. 증상이 있고 나서는 집에 있었다고 한다. 영화도 찍을 예정이었다니 만난 사람이 많았을 텐데, 아는 사람들은 비상이 걸렸는지도 모르겠다.
아까, 저녁 8시부터 동경도가 코로나 19에 관련해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예정시간보다 10분 늦게 시작되어 이틀전에 말한 대로 '동경 봉쇄'인가 할 정도의 분위기다. 오늘 긴급 기자회견을 한 것은 동경도 신규 코로나 19 감염자가 41명이 되어서다. 병원 내 감염도 있고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것과 해외에서 역유입되는 케이스도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대로 가면 '감염 폭발'의 '중대 국면'이라고 쓰인 패널을 보이면서 강조한다. 이틀 전에도 '록다운'이라고 '도시 봉쇄'를 할 수도 있다고 결국 '동경 봉쇄'를 할 것처럼 엄포를 놓았다. 오늘은 '감염 폭발'과 '중대 국면'을 내걸었다.
고이케 지사가 코로나 19로 자신에게 유리한 '정치만'하는 걸 보면 화가 난다. 도쿄올림픽이 '연기'되기 직전, 마지막까지 강행한다는 자세였다. 올림픽이 '연기' 되자 태도를 급변해서 코로나 19를 내세워 '공포'를 조장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높이고 있다. 그녀는 자민당에서 꽤 인기가 있는 여성 정치가였다. 자민당에서 아베 총리에 밀리면서 목숨줄이 위태로워지자 자민당을 배신하고 동경도지사 선에 나와서 도지사가 된 인물이다. 도지사가 되면서 도민 퍼스트회라는 지역정당도 창당했다. 나는 도민 퍼스트회라는 이름을 들으면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라, 재특회를 떠올린다. 초반에는 이전 이시하라 지사의 실책을 바로잡는듯한 포즈를 취해서 평판이 좋았다. 하지만 그녀의 인상을 각인시킨 것은 극우 이시하라 이상의 극우적인 행태로 관동대지진 때 학살당하고 피해를 입은 조선인에 대해 추도문을 내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아베 총리가 도쿄올림픽을 1년 이내에 개최한다고 '연기'한 것은 자신의 임기내에 마치고 해산 총선거를 할 심산이라고 보고 있다. 아베 총리가 웃음을 준 코로나 19 대책으로 생활지원을 '현금'으로 주면 저축을 할지도 모른다고 '상품권'으로 지원한다고 한다. 그것도 '외식'과 '관광'에만 쓸 수 있는 '상품권'이라고 한다. 생활이 힘든 사람들에게 '외식'과 '관광'에 쓰는 '상품권'이라니 국민을 엿 먹이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고이케 지사의 임기도 올해 7월에 끝나서 도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자민당에서 선거를 지원해서 재선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동경도의회는 고이케 지사의 도민 퍼스트회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고이케 지사가 도쿄올림픽이 '연기'된 이후에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하고 있는 것에는 정치적인 계산으로 보여서 아주 불쾌하다. 고이케 지사에 따르면 도쿄올림픽이 '연기'가 결정되기 전부터 동경에는 코로나 19 감염자가 꽤 있었는데 감춘게 아닐까? 도쿄올림픽을 위해서 무대응으로 있다가 갑자기 돌변해서 도민을 생각하는 척 보여주기 식 정치를 하고 있다. 이번 주말에는 밖으로 외출하지 말고 집에 있으라고 한다. 밤에는 외출을 삼가달라고도 한다. 앞으로 2주가 고비라고 하면서 대학의 개강을 늦춰달라고 했다. 도립대의 경우는 5월 초순 황금연휴가 끝난 후에 개강이라고 한다. 5월 7일 이후가 된다. 그러면서 문과성에서 발표한 초중고 학교 재개와 관련을 물었더니 도립 초등학교의 경우 도보권이니까 안전하다고 초등학생은 4월부터 재개해도 된다고 한다. 미쳤구먼, 초등학생은 부모와 다른 가족과 같이 삽니다. 초등학생만 따로 살면서 학교를 다니는 게 아니라고요.
만약에 코로나 19에 감염된 경우는 집에서 쉬라고 한다. 경증인 사람이 병원에 오면 '의료 붕괴'가 된다고 '의료 붕괴'를 막아야 하는 게 중요한 모양이다. 마지막까지 검사를 하겠다, 검사를 늘리겠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1월 하순부터 지금까지 일본 정부와 동경도에서는 코로나 19에 대처할 시간이 두 달이나 있었다. 이틀 전까지 코로나 19를 잘 억제하고 있다고 언론 플레이를 하다가 갑자기 폭탄을 터뜨린다. '동경 봉쇄'를 하게 되면 이동 금지나 대중 교통을 금지시킬 수도 있다고 한다. 아무리 들어도 코로나 19에 감염된 사람을 빨리 치료하겠다는 말이 없다. 동경도 지사는 동경도민보다 의료체계를 지키는 게 중요한 모양이다. 도쿄올림픽이 물 건너갔으니 병원이라도 지키겠다는 걸로 정치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 넷우익처럼 극우라고 '동경 봉쇄'나 '감염 폭발' '중대 국면'같은 자극적인 말로 시민에게 '공포'를 무기로 휘두르려고 한다. 아주 시민을 '패닉'에 빠지라고 하는 모양이다.
아베 총리가 코로나 19에 무대책이라고 지자체장들이 튀는 대응을 하고 있다. 그 중에는 홋카이도나 아이치처럼 지역주민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호응하는 대책이 있다. 그런 한편 오사카부 지사의 발표처럼 섬세한 준비가 없이 폭탄을 투척하듯 무시무시한 숫자를 밝혀도 비웃음을 사고 만다. 뜬금없는 '폭탄'발표에 시민들이 협력을 하려야 하기가 어렵다. 동경도 지사의 '공포' 바이러스를 뿌리는 정치로 코로나 19 대책이 될까? 나도 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완전 욕이 나온다. 코로나 19에 필요한 것은 방역과 검역, 검사와 치료, 생활 대책 등 지원이다. '공포'를 조성하는 것은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뭐 했나?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해라. 뭐, 대학은 개강을 5월로 늦추면서 초중고는 통상적으로 재개한다고? 솔직히 부모들이 반발하는 게 두려워서 그렇잖아, 코로나 19 대응이라면 아이나 어른이나 마찬가지인데. 어쩌면 인간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척도 하지 않는지? 아프면 집에 있으라고? 말도 안 되는 대책을 대책이라니. 아파서 집에서 쉬면 좋아지나? 일은 어떻게 하며 생활은 어떻게 하나? 코로나 19로 정치를 하고 싶겠지. 다른 지자체의 움직임도 있는데 도쿄올림픽 조연은 당분간 쉴 것 같으니 코로나 19로 존재감을 어필하고 싶은 건 알겠다. 그런데, 인간의 목숨이 달린 문제에 사람을 구하는 쪽이 아니라, 병원을 구하는 쪽을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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