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동경도지사가 주말에 '외출 자제'를 요청한 첫날이다. 거리의 풍경은 '외출 자제'를 시작하기 전인 어제부터 바뀌었다. 어제 외출해서 지나가는 버스를 보면 한 대에 승객이 한 명밖에 없는 버스에서, 다섯 명이 탄 버스가 있을 정도로 사람이 없었다. 오후 늦게 사람이 좀 탄 버스도 봤다. 근래 버스에도 사람이 잘 타지 않을 정도로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고 있다. 거기에 본격적으로 '외출 자제'가 내려졌다. 거리가 얼마나 변했을까, 보러 나갔다.
오늘 동경은 잔뜩 흐리고 고온 다습하며 바람도 강한 이상한 날씨였다. 오전부터 먹구름이 끼었다가 오후에 들어서 비가 오기 시작했다. 어제 주변을 돌아보고 거리의 풍경이 급변하는 걸 봤다. '외출 자제'가 시작된 오늘은 얼마나 다를까? 오후가 되어 집을 나서는데 아파트 단지 전체가 집에 사람이 있는데 숨을 죽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참 이상하다. 자기가 사는 집에 있으면서도 숨을 죽이고 있어야 하는 긴장감이라니, 동경도지사나 일본 정부가 국민에게 요구한 것이 이런 것이리라. 집에 있어도 맘 편하게 있을 수가 없는 긴장감을 요구하고 있다. 집에서까지 긴장하면 언제 쉬어야 하나?
단지를 나가서 조금 걸으면 가까운 작은 역으로 가는 길이다. 사람이 한 명도 없다. 한적하거나 조용한 것과 차원이 다르다. 조금 더 걸어가면 나름 차가 다니는 길이 나온다. 차가 적다. 가끔 차가 있으면 스피드가 평소와 다른 느낌이다. 차가 스피드를 내면서 달린다. 이상하다. 차들이 스피드를 내면서 달리는 일이 별로 없는데 왜 이럴까? 큰 역 근처에 가면 간선도로가 나온다. 차량통행이 아주 많아서 아침에는 교통정리하는 순경이 서서 정리 할 정도다. 간선도로에도 차가 많지 않다. 차들이 스피드를 내면서 달리는 것은 마찬가지다. 가만히 봤더니 지금까지는 차가 많아서 스피드를 낼 수가 없었는데 오늘은 차가 없어서 스피드를 낼 수 있는 모양이다. 그렇구나. 호주에 있을 때, 시드니에서 보면 차들이 스피드를 내서 달렸다. 나는 그걸 보고 시드니에서 운전하면 무서울 것 같았다. 시내에서도 스피드를 내고 달리니까. 동경에서는 차들이 스피드를 내지 않고 달리는 게 당연한 줄 알았더니 스피드가 아니라, 차가 많고 적고의 차였던 모양이다. 이런 세상이 되니까 보이는 것도 있구나.
다마센터 역에 가는 길에도 사람이 한 명도 없다. 거기에는 사람이 없을 수가 없는데, 사람이 없었다. 다마센터 역 건물에 있는 마트에 들렀다. 물건은 많은데, 손님이 별로 없었다. 다마센터 역에 가서 사진을 찍었다. 게이오 센과 오다큐 센, 양 쪽 다 역 구내에도 사람이 거의 없었다. 사람 왕래가 많은 개찰구 쪽에도 가봤다. 상상이 안 될 정도로 사람이 적었다. 확실히 전철을 타고 이동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거리에도 사람이 거의 없었다.
출퇴근 시에 들르는 마트에 갔더니 사람이 많지 않아도 꽤 있다. 물건도 많았다. 나도 188엔 +8% 소비세 달걀을 사고 치쿠와도 세 봉지 샀다. 계산대에 갔더니 두 명째라 금방 나왔다. 어제와 같은 사람 수였다. 마트에 쇼핑 온 사람들은 차를 타고 온 모양이다. 나도 서둘렀지만 사람들이 성급히 짐을 챙기고 마트를 나서고 있었다.
날씨가 궂어도 기왕 외출 했으니 벚꽃 구경을 하기로 했다. 여기서도 사람들이 얼마나 있는지 보고 싶어서다. 꽃이 먼저 피어 지고 있는 쪽이 항상 사람이 많다. 모퉁이에 오방 야키를 파는 가게에는 사람들이 줄지어 있는데 오늘은 없다. 길을 건너서 벚꽃 구경을 갔는데, 사람이 몇 명도 없을 정도다. 간 김에 한 번 보고 돌아오는 길에 강과 경계 사이를 봤더니 밧줄 같은 것이 돌돌 말려있었다. 이상하네, 왜 여기에 밧줄이 말려있지? 하고 자세히 봤더니 뱀이 아닌가. 뱀이 아직 겨울잠을 자는지 돌돌 말려서 꼼짝도 하지 않는다. 참 이상한 위치에서 겨울잠을 자는구나. 뱀이 겨울잠을 잘 때는 이런 자세를 취하는구나 했다. 나는 난시도 있고 시력이 좋은 편이 아닌데, 왜 이런 이상한 게 눈에 들어오는지 모르겠다.
다른 쪽에 갔더니 벚꽃 구경을 하는 사람이 좀 있었다. 그렇구나, 사람들이 그래도 좀 나왔네 했다. 그래도 열 명쯤이다. 바람이 불면서 벚꽃잎이 날려서 꽃잎이 눈처럼 날리고 있었다. 벚꽃이 질 때 바람이 불면 이런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하늘에 먹구름이 잔뜩 끼어서 어둡지만 꽃잎이 흐날리는 장면이 환상적인 것은 다름이 없다. 벚꽃 구경을 하느라고 강가 산책로를 쭉 걸었는데 다마센터 역에서 가까운 곳에만 사람이 좀 있고 다른 길에는 거의 사람이 없었다. 지나는 길에 벚꽃의 계절이 되면 항상 손님이 가득한 작은 레스토랑을 지나쳤다. 요전 날까지도 손님이 넘쳤는데 오늘은 테라스에 앉은 두 명 밖에 손님이 없었다. 지금이 가장 경치가 예쁜 특등석을 가진 레스토랑인데, '외출 자제'니 어쩔 수가 없다. 생각하면 레스토랑에서는 화가 나겠다. 동네 손님이 오는 곳인데, 동네 손님도 벚꽃의 계절을 즐길 수 없게 '외출 자제'가 내려졌다. 이런 레스토랑처럼 자영업자가 입는 손해는 동경도나 정부에서 배려를 할 것인가?
도중에 항상 노는 아이들로 가득한 공원에 노는 아이가 적어서 10 명도 안되었다. 아이들을 밖으로 내보내는 것도 자제하고 있다는 의미다. 다른 곳에서도 아이들이 있는데, 거기에도 아이들이 전혀 없었다.
벚꽃 구경을 하는 코스를 절반 걸었을 때 비가 조금씩 오기 시작해서 유턴해서 집에 왔다. 집에 짐을 놓고 비닐 우산을 들고 항상 가는 마트에 갔다. 어제와 그저께 빠진 물건이 다시 들어왔나 보러 갔다. 아직 채워지지 않은 매대가 있었지만 물건이 많이 들어왔다. 쌀도 꽤 들어왔고 화장실 휴지도 몇 개 없었지만 못 살 정도로 없는 건 아니다. 평소에 사는 계란이 144엔+5% 소비세로 여기가 싼데, 못 살 줄 알고 먼저 비싼 계란을 샀다. 이 마트는 회원증이 있으면 식품에 한해서 3%를 싸게 해 줘서 소비세가 5%가 된다. 오늘은 한라봉이 착한 가격이라서 많이 사고 과일을 많이 샀다. 돌아오는 길에는 내가 좋아하는 벚꽃 나무를 볼 수 있는 길을 택해서 어두컴컴한 하늘 아래 멋있는 벚꽃 나무를 보고 집으로 왔다. 저녁에는 버섯과 야채, 양파순에 치쿠와를 넣고 볶아서 현미밥을 먹었다. 이렇게 스펙터클한 하루가 끝날 줄 알았다.
저녁 6시 넘어 긴급히 아베 총리가 기자회견을 한다는 영상이 떴다. 뭔가? 드디에 비상사태 선언인가요? 했더니 아니다. 짜증이 확 난다. 동경도지사와 번갈아 가면서 사람들을 못 살게 굴기로 작정한 것인지, 왜 예정에도 없는 긴급 회견하면서 생중계를 해서 긴장하게 만드냐고? 한두 번도 아니고. 아베 총리 얼굴을 보면 더 열을 받으니 얼굴은 보지 않고 말만 듣는데도 화가 난다. 중요한 말이 별로 없다. 경제대책을 리먼 쇼크 이상, 아니면 리먼 쇼크 정도로 하겠다고 한다. 그게 긴급하게 주말에 '외출 자제'해서 집에서 지내는 저녁에 생중계를 할 기자회견인지?
오늘 동경에 63 명이 신규 감염자로 하루 신규로서는 가장 큰 숫자이다. 반은 다이토쿠 병원 관계자로 신규가 최고치를 갱신했다고 한다. 아베 총리는 모두발언과 답변에서 몇 번이나 '폭발적 감염 확대"라는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한국어로 해도 어감이 상당히 나쁘지만 일본어로 발음해도 어감이 나쁘다. 바쿠하쓰테키 칸센 카쿠다이, 바쿠하쓰테키 칸센 카쿠다이. 거기에 아베 총리의 발음으로 들으니 더욱더 진절머리가 나는데, 몇 번이나 반복해서 속이 뒤집어졌다. 이건 완전 사람들에게 '공포'에 빠지라고 세뇌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그렇지 않아도 내 주변에는 '불안'해서 잠을 제대로 못자는 사람들이 있다. 왜 하나같이 극우들은 자극적인 단어를 선택해서 사람들을 '공격'할까? '공포의 정치'라는 게 이런 것이구나.
일본은 현재 아슬아슬하게 '폭발적 감염 확대'가 되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이제는 도쿄올림픽을 잊고 코로나 19에 매진하겠다는 답변을 듣고 웃을 뻔했다. 도쿄올림픽 강행을 외치면서 코로나 19가 일본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던 혓바닥이 마르기도 전에 이렇게 태세를 전환한다. 참 쉽게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서 보고 있는 사람도 깜짝 놀란다. 참고로 고이케 지사가 코로나 19 감염자가 동경에 25,000명 생기면 80%는 경증이니 입원할 필요가 없다. 20%에서 중간정도 환자가 입원할 병상 3,300에 중증 환자의 병상 700을 확보한다고 했다. 하지만, 감염증 의료기관 병상이 118+20 정도로 140 병상 밖에 없다고 한다. 감염증 전문의와 간호사도 부족해서 입원해도 케어를 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한다. 큰소리를 쳤지만 실태는 전혀 다른 모양이다. 일을 이렇게 하니 사람들이 화가 난다. 아베 총리가 하는 말을 들어도 지금까지 워낙 조작과 은폐에, 거짓말을 해서 신뢰가 가지 않기에 짜증이 난다.
3월 28일 현재 일본의 코로나 19 감염자 합계는 2,436 명(크루즈 포함) 톱 10 지역
1. 동경 362 명
2. 오사카 191 명
3.홋카이도 171 명
4. 아이치 164 명
5. 효고 126 명
6. 치바 125 명
7. 가나가와 116 명
8. 사이타마 79 명
9. 교토 40 명
10. 니이가타 31 명
인구와 비례해서 앞으로 동경과 오사카, 가나가와 사이타마 등 수도권과 오사카에서 감염자가 불어날 것으로 본다. 오사카도 지난 주말과 이번 주말에 '외출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 요청이라는 것이 그냥 형식적인 말로 한국어로는 '명령'이라고 해도 된다. 아베 총리가 답변에, 오늘과 내일 수도권과 오사카에서 '외출 자제' 명령을 내릴 정도인데 초중고의 학교 재개는 다음 주부터 해도 되느냐는 질문에 전문가의 조언을 듣는다고 한다. 아니, 지금 동경과 오사카에서 '폭발적 감염 확대'가 아슬아슬한 상황이라면서 다음 주에 초중고를 재개한다니 이해하기가 어렵다. 이런 황당한 답변을 주말 저녁에 긴급 기자회견에서 하고 있다.
일본 극우 정치가들의 선동하는 허망한 언어를 듣고 있으면 홧병이 날 것 같다. 코로나 19라는 전염성이 강한 전염병에 대한 대책을 말하는데 도대체 진실성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코로나 19를 '정치적인 대응'으로 일관하겠다는 자세에 경의를 표해야 되는 건가? 나도 아베 총리가 코로나 19를 '정치적인 대응'으로 물리쳐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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