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본사회/코로나 19

일본, 코로나 19 춘설이가 온 날

오늘 내가 사는 동경 교외는 대설경보가 내렸다. 아침에 일어나니 눈이 오고 있었다. 우선, 창 밖의 느티나무와 옆에 벚꽃에 눈 내린 걸 찍었다. 추울 것 같아서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가 잠을 잤다. 춘설이가 왔다. 내가 기억하기로 3월에 눈이 오는 것도 드물지만 가끔 있다. 올해 벚꽃이 예년에 비해 2주 이상 일찍 피었지만, 벚꽃이 피고 난 후에 눈이 많이 오는 것은 처음 본다. 지금 활짝 핀 벚꽃에 눈이 쌓여서 벚꽃이 어떻게 되나 했다. 아직, 가까이서 확인하지 못했지만, 오후 늦게 눈이 멎고 나무에 쌓였던 눈이 떨어지니 아무렇지도 않게 보인다. 낮에 벚꽃이 많이 핀 강가에 가서 만개한 벚꽃에 눈이 쌓인 풍경을 보러 나가려고 했다. 눈이 질척거릴 것 같아서 포기했다. 일생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기회를 길이 질척거린다고 포기한 나는 용기가 부족하다.

 

오늘 동경은 아침부터 눈이 왔다. 낮에는 눈이 더 크게 와서 쌓였다. 최고기온이 5도인데 오후 2시까지 0도였다. 눈에 물기가 많아 녹기 시작해서 길이 질척거리고 있었다. 밤이 된 지금은 볕바른 쪽 눈은 많이 녹았고 볕이 덜 드는 쪽에 쌓인 눈은 많이 남았다. 3월 하고도 하순 거의 막바지에 이르러 대설경보라니 좀 엉뚱한 느낌이 든다.

 

어제 비를 맞으며 바깥을 돌아다녀서인지 밤에 목이 좀 이상했다. 그대로 두면 감기가 될 예감이 든다. 지금 이 하 수상한 시기에 감기에 걸렸다가 큰 일이 난다. 집에서 재채기나 기침을 해도 주위 사람들이 얼마나 불안할까, 감기도 걸리면 안 된다. 어젯밤은 조금 일찍 목욕하고 바로 잤다. 잠이 들락 말락 할 때 몸에서 열이 나는 느낌이 들었다. 혹시 나도 코로나 19인가? 아니면 감기에 걸렸나? 걱정하다가 잠이 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니 몸이 좀 무거운 느낌이다. 감기인가? 아니면? 거의 낮 가까에 일어나 움직였더니 아무렇지도 않다. 어휴, 정말 다행이다.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민감하게 감기의 초기 증상을 캐치한 적이 없는 것 같다. 모든 게 다 코로나 19의 영향이다. 벚꽃의 명소인 강가에 벚꽃에 쌓인 눈을 보러 가지 못한 것도 감기에 걸릴까 봐 신경이 쓰인 면도 있다.

 

오늘은 원래 모임에 갈 예정이었다. 정말로 오래 알고 지낸 작은 시민운동 단체가 오늘로 해산한다고 해서 이번 기회가 아니면 다시 얼굴을 볼 수 없는 사람도 많아서 꼭 가고 싶었다. 이 단체가 40년 되었는데 내가 알게 된 것은 86년인가, 87년부터다. 단체 회원이 고령화로 인해 활동을 계속하는 것이 어려워졌다고 한다. 내가 젊었을 때 만나서 그런지 마냥 그 시절이 계속되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감기 기운이 있는 것 같다. 거기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압도적으로 고령자다. 내가 아주 젊은 편에 속한다. 코로나 19도 있지만, 만약에 감기라도 옮기는 일이 발생하면 안 된다. 낮에 전화했더니 모임 장소로 빌린 시민회관을 쓸 수가 없어서 모임이 연기되었다고 한다. 아마,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외출 자제'와 관련해서 장소를 쓸 수 없게 된 모양이다. 나는 감기 기운이 있어서 못 갈 뻔했다고 다음에 일정이 정해지면 꼭 알려달라고 해서 전화를 끊었다. 

 

일본 전체로는 오늘 신규 감염자가 159명으로 나왔다. 블로그를 쓰기 직전에 일본의 최신 코로나 19에 관한 통계를 보기 위해 후생노동성 홈페이지를 가서 확인하지만, 항상 왜 이렇게 알기가 어렵게 통계를 발표할까. 다른 신문 기사를 몇 개나 합쳐서 봐도 전체적인 것이 눈에 확 들어오지 않는다. 일부러 전체적으로 쉽게 파악하지 못하게 통계를 발표하는 게 목적인 모양이다. NHK 기사(https://www3.nhk.or.jp/news/html/20200329/k10012356151000.html)에서 확인했더니 크루즈선을 합한 감염자 합계가 2,575명(29일 오후 8시 15분 현재)이다. 감염자가 많은 지역은 다음과 같다(+신규).

1. 동경도      430명 (+68)
2. 오사카부   191명 (+0)
3. 홋카이도   175명 (+4)
4. 아이치현   167명 (+3)
5. 치바현      158명 (+33)
6. 효고현      133명 (+7)
7. 가나가와현 123명 (+7)
8. 사이타마현   84명 (+5)
9. 교토부         44명 (+4)
10. 니이가타현  31명 (+0)

오늘 동경의 신규 코로나 19 감염자가 68명이라고 한다. 그중 30명이 다이토쿠 병원 관계자로 집단 감염의 사례다. 치바의 경우는 장애자 복지시설에서 집단 감염이 일어났다. 동경도가 많아지고 있으며 다음으로 오사카부가 많다. 앞으로 동경도와 치바현, 가나가와현 등 수도권에서 늘며, 오사카부를 중심으로 한 관서지방에서도 늘 것으로 보인다. 

 

동경도지사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서 '감염 폭발'의 '중대 국면'에 있다고 '외출 자제' 명령이 내린 이틀 째다. 그전에 이미 '동경 봉쇄' 할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어제 아베 총리가 '폭발적 감염 확대'라는 말도 너무 싫었다. 극우 정치가들은 왜 넷우익과 같은 극단적인 용어를 쓰는지 모르겠다. 만약에 한국에서 대통령이나 서울시장이 일베 용어를 남발한다고 상상해보기 바란다.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일본에서는 총리를 비롯해서 동경도지사부터가 넷우익처럼 자극적인 언어로 사람들을 '협박'하고 있다. 정말로 이해하기 어려운 점은 총리나 동경도지사가 스스로 넷우익과 동급이라는 걸 증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설경보가 내리고 감기기운이 있어서 밖에 나가지 못했지만, 어제 느낀 점은 모든 사람들이 다 '외출 자제'를 하진 않았다.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서 차를 가진 사람들이 주중에는 차를 쓰지 않고 주말이나, 필요한 때에만 차를 잠깐씩 쓴다. 보통 차는 주차장에 항상 주차해 있다. 주말에는 주차장에서 10대 중 2대가 없으면 사람들이 외출했구나 할 정도다. 어제는 밖에서 돌아오는 데, 주차장이 텅 빈 것 같아서 세어 봤더니 차가 5대나 비었다. 그래서 '외출 자제'하라고 해서 사람들이 도보가 아니라, 차로 움직이는구나 했다. 전체적으로는 '외출 자제' 하지만, 움직여야 할 사람들은 움직인다. 쇼핑을 주말에 밖에 할 수가 없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그런데, 차가 5대나 동시에 없는 일은 지금까지 없었다. 여기까지 쓰고 주차장에 확인하러 갔다. 어제부터 차가 없는 곳이 2 대다. 어쩌면 '외출 자제'에서 '동경 봉쇄'가 될까 봐, 동경에서 '탈출'한 게 아닐까?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만약에 나도 동경이 불안해서 다른 곳에 가족이 있다면 갈지도 모르니까. 

 

어제 동경에 '외출 자제'가 내린 가운데 나이 든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스가모 지조도리는 '할머니들의 하라주쿠'라는 별명이 있는데, 지역 상인에 의하면 전날과 다름없이 사람들이 모였다고 한다. 또 다른 상점가에서도 보통 주말과 같이 사람들이 있었다고 한다. 나는 '외출 자제'가 내렸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외출을 하면 안 된다고 보지 않는다. 전철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도보로 가까운 장소, 야외로 사람들이 많지 않은 곳에는 외출을 해도 된다고 본다. 그래서 이 동네에서도 가까운 도보권에서 주의하라는 '밀폐된 장소'나 '밀집한 장소'에서 '근거리 대화'가 아니라면 괜찮은 걸로 본다. 하지만, 스가모나 다른 상점가는 도보권이나 자가용으로 가는 장소가 아니다. '외출 자제'가 내렸지만 상관없이 행동하는 사람들로 보인다. 어제 내가 벚꽃구경을 하는 장소에서 본 사람도 말을 안 듣고 마스크를 하지 않는다는 젊은이가 아니라 대부분 나이를 먹은 사람들이었다. 비가 오기 시작하니 한꺼번에 싹 없어진 걸로 봐서 가까운 곳에 사는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외출 자제'는 동경만이 아니라, 동경과 인근 4개 현이 같이 동경으로 '외출 자제'를 내린 것이었다. 오늘 뉴스를 보니 사이타마현 지사가 내일부터 평일에도 동경으로 '외출 자제'를 유지하라고 한다. 평일에 주변에서 동경으로 이동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회사원이다. 갑자기 하루나 이틀 전에 '외출 자제'를 요구해도 회사에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따르기가 어렵다. '외출 자제'도 미리미리 예측해서 모두가 같이 할 수 있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이런 식으로 일을 하는지 답답하다. 일본에서는 코로나 19 대응을 보면 지자체나 정부도 하나같이 손발이 맞지 않는 엇박자에 허둥지둥 엉망진창이다. 오랜만에 온 춘설이가 코로나 19를 데리고 가는 일은 없을까? 

 

현재 동경을 보면 코로나 19와 관해 '폭풍 전야'와 같은 느낌이라서 기분이 영 찜찜하다. 만약 동경에 코로나 19로 인해 '폭풍'이 온다면 '자연재해'가 아닌 '인위적인 재해'가 된다. 자극적인 언어로 사람들에게 '공포'를 조성하는 정치가들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결과다. 정말로 리더가 어떤 인물인지 중요하다는 걸 일본에서, 이번 코로나 19를 겪으면서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일본 정치가들은 제발, 인간, 인명을 소중히 여겨주길 바란다. 

 

시간차로 창 밖의 느티나무에 눈이 
느티나무 옆에 벚꽃나무, 벚꽃 위에 눈이
베란다에서 아래를 찍은 사진
뒤쪽 창문에서 바로 옆에 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