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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코로나 19

일본, 코로나 19 동경 탈출?

어제 주차장에 차가 적어진 것을 보고 사람들이 '외출 자제' 때문에 자가용을 이용해서 외출하거나 아니면 '동경 봉쇄'하기 전에 '동경 탈출' 했나 싶었다. 어제는 눈이 많이 오고 생각이 미치지 못해서 아파트 단지 주차장을 전체적으로 보지 못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사람들이 쇼핑을 나가기 전 시간대, 10시 전에 아파트 주차장 전체를 돌았다. 처음에는 가까운 곳만 보려고 했다. 주차장이 비어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주차장이 많이 비었다. 안 되겠다. 아침에 일어나서 얼굴도 씻지 않고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서 펜과 메모지에 휴대폰을 가지고 나가서 전수조사(?)를 했다. 지금까지 10년을 살아도 아파트 단지 구석구석을 간 적이 없다. 하물며 아파트 단지 주차장을 찾아볼 일은 더욱이 없다. 오늘 처음으로 아파트 단지를 다 돌면서 주차장을 보고 주차된 자동차를 세어 보았다. 크고 작은 주차장이 20군데나 있었다. 작은 공간도 활용해서 두 대밖에 주차할 수 없는 곳도 있고 길쭉한 곳은 25대나 주차 가능했다. 주차장에는 주차하는 자동차 번호가 있어서 고정된 방식이다. 주차장에 주차할 수 있는 대수가 218인데, 아침에 주차된 차는 82대 밖에 없었다. 38%다.

 

아침에 생각한 것은 사람들이 코로나 19 감염이 두려워서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자가용으로 출근했구나 싶었다. 동경이 이외로 자동차로 생활하기가 불편한 도시라서 주중에는 사람들이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는다. 특히, 도심에 나갈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는다. 자가용을 타고 나가도 주차할 곳이 부족하고, 주차요금은 누가 부담할까? 도심에 나가면 주차 공간이 부족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주차요금도 아주 비싸다. 그렇다고 여기서 가까운 역까지만 차를 타고 가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일은 없는 것 같다. 가까운 역은 3분에, 역이 세 개나 있는 큰 역은 도보 15분 거리다. 아침에는 주차장에 차가 준 것은 자가용으로 출근해서 차가 없는 줄 알았다. 그래서 밤에 다시 한번 가보기로 했다. 밤 9시 반에 가까운 주차장 몇 군데만 돌았다. 가장 가까운 주차장도 빈 곳이 그저께부터 그대로인 곳은 어딘가로 갔다고 봐야 한다. 가까운 주차장을 돌고 그야말로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아침에 본 것과 그다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같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 중에 차를 타서 '동경 탈출'을 한 사람들이 꽤 있다는 건가? 내일 아침에도 다시 나가 봐야겠다. 이런 국지적인 현상은 뉴스에 나오지 않는다. 내가 생각해서 발견한 것이다.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 한한 것이라 일반화할 수도 없지만, 보이지 않는 '동경 탈출'의 흐름이 있는 것 같다.

 

오늘 동경 날씨는 최고기온이 9도, 최저기온이 2도로 추운 날씨였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 눈을 뜨자마자 아파트 단지 주차장을 돌면서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메모를 했다. 청소하는 아줌마가 있을 때는 사진을 찍지 않았다. 내가 하는 행동이 너무 수상해 보일 테니까, 아파트에 사는 주민으로서 청소하는 아줌마에게 이상한 사람으로 찍히고 싶지 않다. 

 

어제 눈이 와서 주말행사인 청소를 하지 못했다. 오늘도 날씨가 흐리고 추웠지만 창문을 열고 청소를 했다. 청소와 빨래를 하면 기분도 개운하고 좋다. 빨래는 날씨 때문에 잘 마르지 않았다. 오늘은 아파트 단지에서만 돌아다니고 밖에 나가지 않았다. 오후에 학교에서 온 서류를 보니 가장 가까운 대학이 대면 수업(개강?)을 황금연휴가 끝난 다음부터 한다는 내용이다. 그전에는 온라인이나 과제/ 리포트 등으로 대면 수업 이외의 수업을 하기로 정했다고 한다. 다른 대학에서도 아마 같은 일정이 되지 않을까 싶다. 학사 일정은 작년 가을에 정한 대로 간다고 한다. 

 

아침에 주차장이 생각보다 많이 빈 걸 보고 사람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차를 타고 일을 갔구나. 차를 타고 일을 가도 직장에 사람이 모일 텐데 거기서 감염될 우려가 있지만 재택근무가 안되면 일을 쉬기가 어렵겠지. 밤에 다시 가서 보고 차가 없는 걸 확인하고는 어머나, 세상에 사람들이 코로나 19가 무서워서 동경에서 도망쳤구나 했다. 이건 어디까지나 '가설'이다. '가설'이 입증되려면 시간과 정보가 필요한데 '가설'을 입증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같은 아파트에서 가장 가깝게 인사를 하는 것은 같은 통로 1층에 사는 노부부다. 오래 살고 주변에 아는 사람도 많아서 정보가 정확하고 양도 많다. 특히 부인은 바깥에 나와서 청소도 자주 하고 꽃밭도 관리하는데, 근래 얼굴을 보지 못한 것이 한참 된다. 내가 보기에 코로나 19의 감염될 것을 의식한 행동으로 보고 있다. 나중에 내가 생각한 '가설'이 맞는지 물어봐야 겠다. 

 

오늘 아침에 본 뉴스에 거물 코미디언 시무라 켄의 코로나 19로 사망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나이가 70세로 고령자라고 할 수 없지만 이전부터 헤비 스모커였다고 해서 중증이라고 들었을 때부터 예감이 좋지 않았다. 시무라 켄의 사망은 일본 사회에 코로나 19에 대한 인상을 크게 바꿔서 경종을 울리게 되지 않을까 한다. 그의 증상부터 검사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다. 신문에 나온 내용에 의하면 17일부터 증상이 있어서 집에서 쉬다가 19일에 발열과 호흡곤란이 있었다. 20일에 주치의 진단을 받고 중도 폐렴으로 미나도쿠 병원에 긴급 이송해서 입원했다. 23일 검사로 코로나 19 감염, 양성이 밝혀졌다. 24일 보건소가 조사했지만 감염경로를 알 수 없었다. 25일 미나도쿠 병원에서 신주쿠에 있는 국립 국제 의료 연구센터라는 감염증 지정 의료기관으로 이송되었다가 29일 밤에 사망했다. 코로나 19이기 때문에 가까운 사람들이 문병도 못하고 외롭게 먼 길을 떠났다. 나는 이과정에서 좀 더 일찍 검사를 받고 전문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면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마지막에 전문 의료기관에 올 때까지 거친 병원에서는 감염증 대책을 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병원 내 감염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아직 거기까지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유럽에서는 영국의 존슨 총리와 보건장관에 찰스 왕세자도 감염했다. 스페인 공주가 사망에 모나코 국왕 감염, 독일 재무장관은 과중한 책무로 사망하는 일까지 일어났다. 유럽에서는 거의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상황으로 보인다. 내가 지난주 일본 친구에게 그런 말을 했더니 전혀 실감이 안나는 눈치였다. 그러면서 일본이 매스컴에서 말하는 대로 '선진국 중 유일하게 감염 확산이 되지 않은 나라'인 느낌이었다. 독일과 일본이 비슷하다는 비유도 했다. 나는 독일이 사망자를 검사하지 않아서 실태를 모른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나도 일본이 운 좋게도 '선진국 중 유일하게 감염 확산이 되지 않은 나라'가 되길 바란다.

 

일본의 분위기는 여전히 느긋하게 어딘가 믿는 구석이 있는 포즈다. 도쿄올림픽을 강행할 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매스컴에서 '일본은 괜찮다'는 사인이 줄어 들었다. 미국과 유럽에서 감염과 사망자가 폭증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유럽과 미국의 상황을 보고 내심 당황하고 있다. 이제야 발등에 불이 떨어졌지만 그동안 '일본만 괜찮다'는 사인에서 급격히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바꿨다. 하지만 사람들 인식은 급변하기 어렵다. 겉으로 정부의 지시를 듣고 따르지만 코로나 19에 대한 위기의식을 그다지 높지 않을 걸로 보인다.

 

어제와 오늘 사이에 일본에서 한국의 적극적인 검사에 대해 우회적으로 평가하는 기사가 나온다. 일본에서 한국의 소식을 모르는 것도 아닐 텐데, 직접적으로 평가하기에는 자존심이 걸려서 하기가 어려운가? 오늘 도요게이자이 온라인에 회원만 읽을 수 있는 기사 제목이 [왜 미국은 한국과 같은 대책을 할 수 없나?]였다. 읽을 수가 없어서 제목으로 보면 한국의 대처하는 방식을 평가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미국을 빌려와야 한국을 평가할 수 있는 모양이다. 

 

저녁을 일찍 먹고 블로그를 쓰려고 했더니 동경도지사의 긴급 기자회견이 밤 8시부터 있다고 유튜브가 뜬다. 밤 8시부터인데 6시 전부터 예고가 뜬다. 아베 총리와 이틀에 한 번 번갈아 가면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서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나도 신경이 쓰여서 8시부터 긴급 기자회견을 기다렸다. 지난번 기자회견이 10분 이상 늦었다. 오늘도 30분 이상 늦게 시작되었다. 그전에 오늘 전체 감염자와 신규를 확인해서 급증하지 않았다는 걸 확인했다. 뭘 발표하려나? '동경 봉쇄'인가? '비상사태 선언'인가? 했다. 새로운 내용이 없었다. 중간에 내년 7월 23일부터 도쿄올림픽이 열린다고 한다. 마치 자신의 공적인양 아주 자랑스럽게 기쁜 얼굴이다. 욕이 나왔다. 긴급 기자회견을 한다고 해서 발표하고 싶은 내용이 올림픽이었던 모양이다. 아베 총리와 번갈아 가면서 이틀에 한번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생중계하면서 난리를 치며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 치적을 선전하기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기자회견 장을 보면 기자들의 위기감이 부족하다. 우선, 동경도지사를 비롯해서 전문가들이 마스크를 하지 않았다. 기자들도 마스크를 하지 않은 사람도 있고 마스크를 턱까지 내린 사람도 있다. 사회적거리에도 신경을 쓰지 않는 게 그대로 노출이 되고 있다. 기자회견장에서 기침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같은 기자회견장에 있던 사람 중에 감염자가 나오지 않을까 할 정도다. 거의 75만 명이 생중계를 보고 있었는데, 너무나 안이한 자세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입으로는 '감염 폭발'로 '중대 국면'이다. 주말만 아니라, 평일에도 4월 12일까지 '외출 자제'하라고 한다. 마지막에 기자가 질문을 했다. '외출 자제'를 하라면서 지난번도 그렇고 이번에도 갑자기 긴급 기자회견을 하면 그야말로 긴급 동원되어 오지 않을 수가 없다. '외출 자제'하라는 것과 맞지 않는다, 정례화하면 안 되냐고 했지만 능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갔다. 올림픽 선수촌을 경증 환자 수용을 위해 사용하는 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자신들이 그렇게 '밀폐된 공간'과 '밀집된 사람'을 피하고 '근거리 대화'를 피하라고 부르짖으면서 아베 총리나 동경도지사의 기자회견장에서 그런 장면을 연출하는 것이 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 

 

오늘 동경도지사의 회견에서 재미있었던 점은 '외출 자제'에서 주말과 야간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코로나 19 감염 경로에 특정 업종을 콕 찍어서 말한 곳이 접대를 위한 음식점으로 밤에서 아침까지 영업하는 곳이라고 했다. 그중에는 젊은이가 가는 가라오케, 라이브 하우스도 있지만, 카바레와 나이트클럽, 바와 술집이었다. 아니 지금 이런 시국에 카바레가 얼마나 영업을 하며, 나이트클럽에 갈까. 가는 사람, 갈 수 있는 사람이 극소수다. 바와 술집에도 마찬가지다. 이런 업종에서 감염되었다는 것은 지역사회 감염이 되지 않은 증거라는 식으로 얼마나 다행이냐는 전문가의 발언을 듣고 귀를 의심했다. 아니,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케이스가 많다면서 지역사회에서 감염 되었는지 아닌지 모르잖아! 할 뻔했다. 그리고, 밤새 접대를 하고 받고 놀고 집에 가거나 회사에 출근한다. 기자가 듣기에도 이상했는지 그런 특정 업종만이 아니라, 파칭코나 마장, 풍속점은 해당이 되지 않느냐고 했더니 아직 그런 업종에서 감염 사례가 없다고 한다. 너무 이상하다. 파칭코에 들어가면 장시간 담배도 피워가며 주구장창 게임을 한다. 마장도 결코 짧은 시간 플레이를 하는 게 아닌 걸로 알고 있다. 풍속점은 그야말로 피부가 맞닿는 성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게가 아닌가? 가장 밀접 접촉을 하는 업종이다. 그런 곳은 아닌 걸로.....

 

아베 총리나 동경도지사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람들을 열받게 하면서 자신들이 코로나 19 대책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보여주기 식 정치 선전을 하고 있다. 그런 한편으로 페북에 감염증 환자를 치료하는 간호사가 글을 올렸다. 자신은 감염증 지정 의료기관에서 일하고 있기에 아직 방호복이나 마스크가 충분히 있다. 하지만, 같은 학교를 졸업한 동기 간호사에게 근무하는 의료기관 사정을 알아본 결과, 다른 의료기관에는 방호복과 마스크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이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주의해야 될 점이 있고 자신들이 안심해서 일할 수 있게 국가에서 방호복과 마스크를 충분히 확보해서 공급해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아베 총리나 동경도지사의 기자회견보다 현장에서 일하는 간호사의 글이 훨씬 현실적인 대책을 말하고 있었다. 병상을 얼마 확보했다. 앞으로 할 것이다는 보여주기 식이 아니라,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감염되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방호복과 마스크를 공급하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어제도 실제로 코로나 19에 감염된 친구의 친구 글이 올라와서 읽었다. 다행히도 경증에 속하지만, 전문가가 말하는 것과는 아주 달랐다. 그리고 증상이 있어도 검사받기가 아주 힘들었다는 경험도 나온다. 검사받기까지 과정도 일반 병원에서 장시간 대기했다가 검사도 못 받고 집에 갔다. 일반 병원에서 장시간 대기하는 동안 무서웠다고 한다. 검사를 받아서 양성 판정이 나서 다행이라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람에게 전염을 시키는 존재로 '가해자'가 되기 싫다고 했다. 자신은 젊지만 고령자에게 옮기면 치명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 주변에서 보듯 코로나 19는 매스컴에 보도되지 않는 다양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친한 이웃은 1월 하순부터 '불안'했다가 일본은 '괜찮다'는 보도를 보고 '안심'했다가 다시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일본 정부나 매스컴은 전염병을 가지고 사람들을 롤러코스터에 태운 것처럼 마구 오르락내리락하면서 '공포'에 질린 스릴과 서스펜스 만점인 생활을 보내게 하고 있다. 나도 코로나 19로 아파트 단지 주차장을 돌면서 사진찍고 차를 세는 '탐정'이 되어가는 건가?

 

31일 자 일간스포츠에 시무라 켄을 일면에 크게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