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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코로나 19

일본, 코로나 19 사재기 어게인 앤 어게인

오늘 동경의 신규 코로나 19 감염자는 78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갱신했다. 일본의 오늘 신규 감염자는 224명으로 크루즈선을 합한 감염자가 2,923명이라고 한다. 동경도는 오늘로 감염자 521명으로 두 번째인 오사카부 244명의 배가 넘는다. 내가 사는 아파트 주차장은 오늘도 차가 많이 빠진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옆집 사람들이 집에 오지 않는 모양이다. 부부가 사는데 때가 되면 시골에 가는 사람들이라, 시골에 가족이 있어서 갔는지도 모른다. 주차장에 차가 많이 빠진 걸 보면 아파트에 사는 사람도 많이 줄었다고 볼 수 있다. 

 

오늘 동경 날씨는 기온이 낮아서 춥고 나중에는 비도 왔다.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러 가는데 날씨가 추워서 기온이 상승하는 걸 기다렸지만 12시가 넘어도 따뜻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얇은 옷을 껴입고 다운 베스트를 입고 오랜만에 도서관에 갔다. 친한 직원이 카운터에 있는 날이라서 갔더니 오늘 쉬는 날이라고 없었다. 새로 온 책이 한 권도 없어서 이유를 물었더니 연도가 바뀌어서 그렇단다. 정말로 오랜만에 작정하고 도서관에 갔더니 좋은 일이 없었다.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러 가면서 대학 교정에 벚꽃나무 숲이 있어서 벚꽃이 어떤지 궁금했다. 한편 작년 거기서만 몇십 년 먹은 나무를 20 그루 이상 베어내서 벚꽃이 빽빽하지 않고 엉성할 것이라 보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다. 대학에 가기 바로 전에 아주 멋있는 벚꽃나무가 있었는데 2년 전인가 베어내서 주변이 살풍경하게 변했다. 그 멋있던 벚꽃나무의 빈자리를 지나가는 게 싫어서 가기 싫은 마음도 있었다. 그래도 지금 이때가 아니면 볼 수 없는 게 있는 법, 책은 내일 아침까지 반납해야 하니 가기로 했다. 도서관에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하는 의미에서 앉는 자리를 지정해 있었다. 

 

멋있는 나무가 있던 곳은 잊고 그냥 지나쳤다. 대학 교정의 벚꽃나무 숲에 들어서니 역시 작년에 무더기로 베어낸 나무의 빈자리가 눈에 띈다. 조금 가니까, 벚꽃이 한창 피었는데, 벚꽃나무를 자르고 있었다. 가지치기가 아니라, 나무를 베어낸다. 옆에서는 가지치기도 하고 있었다. 하필이면 벚꽃이 한창 핀 나무를 자르고 가지치기를 하는 게 맞는 건지? 일본에서 보면 대단히 무신경하게 이런 식으로 일을 한다. 꼭 꽃이 예쁘게 핀 타이밍에 무자비하게 잘라내는 걸 봐왔다. 나무가 병들거나 죽었으면 어쩔 수가 없는데, 그냥 잘라내는 건 이해하기가 어렵다. 

 

학교에서 나오는 길에 멋있는 벚꽃나무 가까운 집 사람과 마주쳤다. 멋있는 벚꽃나무가 없어져서 주변 풍경이 변했다고 인사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할머니 혼자 남으셔서 관리를 못한다고 베어냈다고 한다. 나도 주변에 좋은 나무를 베는 걸 보면서 나이가 들어서 관리를 못해서 베어내는 것 같다고 했다. 그렇구나. 고령화가 단지 인간이 나이만 먹는 게 아니라, 주변 풍경도 황량하게 만드는구나. 허긴 벚꽃나무도 인간의 손으로 보살피고 가꿔서 유지했으니까 멋있었지, 나이를 먹어 관리할 사람이 없다고 베어낸다. 

 

춘설이가 온 다음부터 다시 겨울로 되돌아 간 것처럼 날씨가 나쁘고 춥다. 오전에 도요게자이 온라인에 전철 투신 사고에 관한 내용[ 코로나 불안으로 급증? 철도 투신(자살) 사고 주 30건 넘어]라는 기사가 있었다. 나는 동경에 살면서 전철에 투신하는 사고가 거의 매일 있는데 그에 관한 자세한 기사를 본 적이 없다. 매일같이 사고가 난다는 걸 알면서도 익숙해지지 않아서 항상 허둥댄다. 지금 일본은 코로나 19로 불안해서인지 3월 16-22일 일주일 사이에 전철 투신 사고가 30건이 넘었다고 한다. 하루 평균 4건이 넘는다. 18일에는 7건이나 있었다고 한다. 나는 전철 투신 '자살'로 봤는데, '자살'로 분류하는 것은 유서가 있거나 '자살'로 단정할 수 있는 것만 '자살'로 분류하고 나머지는 '운전 사고'로 분류된다고 한다. 그러면서 전철 투신 사고는 투신한 당사자만이 아니라, 투신을 본 운전자나 승객, 사후처리를 본 운전자, 승객 등이 큰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보통은 사고가 있으면 운전자를 교체하지만 운전자는 다음날도 같은 장소를 운행해야 한다. 사고 현장을 통과하면서 플래시백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멘탈이 병들고 PTSD나 트라우마가 되어 오래 고생한다. 좀 전에는 사고처리를 신입사원에게 시켜서 젊은 청년이 견디지 못하고 철밥통 직장을 그만두는 일도 다발했다고 한다. 일본에서 철도 투신 사고는 그저 그런 일상에 속할 정도로 자주 있다. 2018년 통계는 하루 평균 2건이었다고 한다. 직접적으로 사고를 목격하지 않고 알림판만 봐도 가슴이 벌렁거리고 스트레스를 받는 나 같은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아침에 출근할 때 그런 사고가 나면 하루 종일 기분 좋게 일하기가 힘들다. 솔직히 출근하게 되면 그런 사고만 없어도 좋은 날인 것처럼 느낄 정도로 많아서 무섭다. 다른 나라에 갔을 때도 전철을 보면서 깜짝깜짝 놀래서 가슴을 쓸어 내린다. 그래서 전철을 타지 않아도 되는 주말이나, 방학이 되면 아주 좋다. 죽음이 정말 일상적으로 가까운 도시, 동경에서 살고 있다. 나에게 동경을 상징하는 것은 전철 투신자살이다. 외국에 갔다가 들어오는 전철에서 그런 사고가 났다는 표시를 보면서, 아, 동경이구나! 숨이 막혀온다. 요새는 밖에 나가기만 하면 하루도 빠짐없이 구급차가 달리는 걸 본다. 내가 도보권으로 움직이는 시간과 범위가 크지 않은 주변인데도 매일 본다는 것은 뭔 일이 일어나고 있나? 구급차에는 놀라지 않는다.  

 

돌아오는 길에 야채 무인판매에 들러서 봄나물 한 단과 아기 양파 한 단을 샀다. 나온 김에 4월 2일에 '비상사태 선언'을 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서 만약 그렇게 된다면 식량을 좀 더 사야 한다. 마트에 갔더니 다시 '사재기'가 한바탕 일어난 모양이다. 지난번 사재기 광풍에서 며칠 후에는 마트에 물건이 거진 채워진 걸 봤다. 그 후에 다른 것도 다 채워졌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 가서 봤더니 다시 빈 선반이 군데군데 있어서 어제 다시 '사재기'가 있었구나. 어제 고이케 지사가 밤 8시 반 넘어서 긴급 기자회견을 한 영향이다. 나는 '사재기'가 그전에 있었을 걸로 본다. 기자회견이 끝난 시간은 마트가 문을 닫기 때문이다. 기자회견을 시작하기 전에 벌써 마트로 가서 '사재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 어제 긴급 기자회견이 30분이나 늦게 시작해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정말로 '동경 봉쇄'인가? '비상사태 선언'인가 조마조마했다. 연기된 도쿄올림픽 일정이 정해졌다고 보고를 하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식량을 사러 갔던 나는 어제도 '사재기'가 있었다는 걸 알고 다리에 힘이 풀려서 아무것도 사지 못했다. 나는 코로나 19보다 '사재기'에 밀린 쇼크로 살아남지 못할 것인가?

 

도서관에서 신문을 봤더니 주요 일간지가 다 일면에 내년 열리는 도쿄올림픽이었다. 시무라 켄이 구석에 있었다. 언뜻 신문 지면만 보면 일본에서 코로나 19는 존재감이 크지 않다. 그중에서 일간스포츠가 시무라 켄을 일면에 크게 싣고 코로나 19로 사망했다고 크게 다뤘다. 일간스포츠가 일본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였다. 누구에게나 도쿄올림픽이 '만병 통치약'이 되는 게 아니다. 지금 코로나 19로 '불안'한 마음을 내년에 열린다는 도쿄올림픽으로 치유가 되긴 힘들 것 같다. 한신 타이거스의 야구선구가 감염된 사례도 있었지만, 비셀 고베 소속의 축구선수도 몇 명 감염되었다고 한다. 교토산업대 졸업생이 졸업 축하회에 참석했던 사람들 사이에 감염이 퍼졌다고도 한다. 동경에서는 다이토쿠 병원 관계자의 집단 감염도 있고 국립 암센터 의사 한 명과 간호사 두 명의 감염이 확인되어 국립 암센터에서는 외래와 새로운 환자를 받지 않는다고 한다. TV 탤런트가 감염해서 드라마 촬영이 중단되기도 했다. 일본에서 코로나 19의 감염 사례를 보면 벌써 꽤 넓은 범위로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어젯밤에 동경도지사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말한 내용과 전문가의 해설과는 차이가 난다. 어제 회견에서 콕 집어서 지적한 특정한 업종에서만 감염되고 있는 게 아니다. 

 

아베 총리와 아소 부총리가 코로나 19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코로나 19 대책회의에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나는 그 뉴스를 보고 처음에 이해를 하지 못했다. 총리와 부총리가 동시에 참석하지 않고 번갈아 참석한다는 의미인가 했더니 둘 다 참석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 이유로 코로나 19 대책회의가 밀폐된 공간에 밀집되어서 근거리에서 대화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면 총리와 부총리는 감염을 피하기 위해서 그런 중요한 회의에 나가지 않으면서 다른 참석자는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나가야 한다는 건가? 일본이 최첨단 기술을 자랑하는 국가에서 회의하는 방식을 바꾸면 된다. 장소를 바꿔서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면서 하면 된다. 아베 총리와 아소 부총리가 봉건왕조도 아니고 국민의 안전과 생명이 직결된 사안을 두고 회의에 나가지 않는다니 기가 막히다. 참 일본다운 모습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대통령이 대구 현장으로 바삐 달려가고 총리는 아예 대구에서 상주하면서 대처를 지휘했다. 한국과 일본의 지도자가 코로나 19에 대응하는 방식이 정반대다.

 

마트에서 오는 길에 공원에서 굵은 달래를 많이 뽑아서 오늘도 달래전을 부쳐서 먹었다. 저녁을 먹고 유튜브에 올라온 한국에서 자가 격리된 사람에게 배송된 구호물품을 언박싱하는 영상(https://www.youtube.com/watch?v=lKQml1T9D_M )을 봤다. 너무 부러웠다. 구호물품을 보면서 자가격리하는 사람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느껴져서 눈물이 났다. 대한민국은 대단한 나라가 되고 말았다. 아마 세계에서 이런 나라 없을 거다. 일본 사람들에게는 질투를 유발하는 위험한 영상이다. 그에 비해 일본은 뭔가? 총리와 부총리는 감염이 두렵다고 중요한 회의에 참가하지 않는다고 한다. 동경도지사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기만 하면 마트에서 '사재기 광풍'이 분다. 일반 사람들의 '불안'한 마음을 신문이나 매스컴이 아니라 마트에 가서 알 수 있는 이상한 세계다. 도지사가 기자회견을 하면 도민들이 더 '불안'해서 마트에 가서 '사재기'를 해야 하는 현실에 사는 내가 거지가 된 느낌이다. 코로나 19에 감염되기 전에 속이 쓰리고 마음이 아프다. 

 

도서관 사회적 거리두기
봉지라면이 있는 곳, 신라면은 많이 남았다.
야채가 있는 곳
낫토 종류가 있는 곳
다진 고기가 금방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