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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코로나 19

일본, 코로나 19 본편 시작

밤 11시 3분에 올라온 NHK 기사에 의하면 4월 4일 동경의 신규 코로나 19 감염자는 118명으로 합계 891명이라고 한다. 신규 최대를 갱신했고 처음으로 100명대에 진입했다. 전국의 신규 감염자는 308명으로 일본 전체는 크루즈선을 포함해서 4,150명이 되었다. 동경의 경우 심각한 것은 오늘 신규 감염자 118명 중 81명, 70%가 감염경로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대다수의 감염자가 감염경로를 알 수 없다면 감염이 만연한 게 아닐까, 의심된다. 오늘도 지케이 의과 대학 병원에서 환자 2명과 의사 1명, 간호사 3명의 병원 내 감염이 일어났다. 오타쿠 노인홈에서 12명의 집단감염이 일어났다. 아카사 카서에서 1명의 감염 확인으로 70명이 격리되었다. 본부에서 100명이 지원을 나갔다고 한다. 31일부터 증상이 있었는데 일반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으니 감기라고 했다.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검사를 했더니 4일에 양성이라고 밝혀졌다. 일본에서, 이렇게 급격하게 감염이 늘고 있는 동경에서 아직도 코로나 19에 안이한 자세가 보인다. 한국에서는 일찌감치 선별 진료소를 마련해서 감염 우려가 있는 사람은 일반 병원에 가지 않고 선별 진료소에서 검사를 받게 했다. 왜냐하면 일반 병원에 갔다가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킬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동경에서는 아직 거기까지 신경을 쓰지 않는 모양이라서 뉴스를 보면서 그냥 병원에 가면 안 되지. 하지만, 선별 진료소가 없으니 일반 병원에 갈 수밖에 없다. 가족과 함께 지냈다면 가족에게 전염시켰을 가능성도 있다.

 

오늘 오전에 지인이 페북에 올린 글을 보면 '외출 자제'를 해야 하니까, 가까운 마트에서 식료품을 사서 집에 있겠다고 한다. 그런데 SNS에 코로나 19로 인해 집에 있는게 답답해서 '싫다'거나 '왜'?라는 글을 올리면 공격받는다고 한다. '감시체제'가 발동하기 시작한 모양이다. 일본은 기본적으로 서로가 '감시'하는 사회였다. 그에 대한 반발로 서로가 아예 관심을 갖지 않는 경우도 있다. 예전에는 일본에서 '예스'나 '노'가 분명하지 않았다. 너무 확실한 태도는 상대방의 반발을 살지도 모르고 실례가 되기 때문이었다. 상대방의 반발을 샀다가는 언제, 어떤 형태로 뒤통수를 맞을지 모른다는 공포가 있다. 그래서 애매하게 거절하는 기술이 중요했다. 말로는 좋게 하면서 내용은 거절하는 식이다. 칭찬하는 것도 아이가 아니면 대놓고 칭찬하는 것은 계산 속이라고 여겼다. 원래 칭찬에 인색하지만 칭찬도 애매하게 했다. 그러나, 지금은 너무 과격한 단어를 쓰면서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 되고 말았다. 넷우익만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도 넷우익에 가까워진 느낌이다. 원래 타인을 '감시'하고 약점이 있으면 공격하는 성향이 있으니 이런 시국에 어떤 빌미로 '마녀사냥'을 당할지 모른다.

 

일본 정부가 '비상사태 선언'을 언제 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이 되었다. 왜냐하면 일본 정부에서는 코로나 19를 빌려서 '비상사태 선언'을 할 수 있도록 '특별 조치법'을 서둘러서 3월 중순에 국회를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여론으로 보면 '특별 조치법'이 필요하지 않고 '비상사태 선언'을 하지 않아도 현행 법규로 가능한 일이 많다고 해서 '찬성'이 많은 게 아니었다. 아베 정권이 '헌법 개정'이라는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였다. 그래도 코로나 19로 긴급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하는 '가정하'에 국회를 통과시켰다. '비상사태 선언'을 언제든지 할 수 있는 법적인 정비를 끝냈지만 경제적 영향이 크다는 이유로 망설이고 있다. '특별 조치법'이 통과될 때 우려한 것은 '비상사태 선언'이 되면 정부가 공공연히 언론을 장악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도 아베 정권에 의해 언론이 장악된 상태인데, 완전히 정부의 뜻대로 할 수 있게 된다. 그렇기에 '비상사태 선언'은 일종의 '전시하'에 할 수 있는 극단적인 조치이기도 하다. 동경도지사는 '비상사태 선언'을 해도 식료품을 살 수가 있고, 은행과 같은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의약품 구입도 가능하다고 했다. 대신에 '외출 자제'나 이벤트 자제 등을 강력히 할 수 있다는 식이었다. 정부가 '비상사태 선언'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SNS에 올리는 글, 정치나 이념, 정부 비판도 아닌 글을 공격하고 있다.

 

정부보다 먼저 '전시 체제'에 돌입한 것인가? 이번 전쟁은 다른 나라가 아니라, 적은 코로나 19라는 전염병이라는 걸 확실히 파악했으면 좋겠다. 일본은 언제든지 '전쟁'이 가능한 단계에 들어섰다. 정말로 적이 눈에 보이지 않는 코로나 19라는 걸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아도 일본의 코로나 19 감염자 3분 1이 외국인(재일동포?)이라는 터무니 없는 소문이 돌고 있다. 외국인을 일본의 세금으로 치료해줄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미안하지만 외국인도 일본에서 일하고 똑같이 세금을 내고 있다. 사실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벌써 코로나 19를 외국인에게 뒤집어 씌우는 소문이 돈다. 일본은 항상 그래왔지만 외국인에게 뒤집어 씌운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코로나 19에 감염한 사람이 외국인이라는 보도는 본 적이 없다. 그렇기에 외국인에게는 코로나 19보다 일본인의 차별감정이 더 무섭다. 

 

오늘 동경은 맑고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씨였다. 최고기온이 22도까지 올라갔지만 바람이 강해서 따뜻하지 않았다. 나는 날씨가 따뜻해져서 집안까지 따뜻해지는 걸 기다렸다. 오후 2시가 가장 기온이 높았지만 집안이 따뜻할 정도는 아니었다. 내일을 다시 기온이 내려간다고 한다. 요전에 투표하러 가기 전에 머리를 자르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코로나 19로 미장원에 가기가 어렵다. 머리가 길어서 답답하고 목에 닿으면 가렵고 신경이 쓰인다. 추운 날에 잘랐다가 감기에 걸리기 쉽다. 오늘은 작정하고 목욕탕에서 머리를 잘랐다. 목욕탕은 바닥이 타일이라서 차갑고 춥지만 청소하기에 편하다. 재빨리 머리를 자르려고 준비했지만 한 시간 걸렸다. 잘라낸 머리를 모았더니 꽤 무겁다. 아직, 머리가 정리된 게 아니라, 꼴이 우스워도 다른 사람이 볼 것도 아니다. 머리가 가볍고 신경이 쓰이던 일을 처리해서 좋다. 앞으로 남은 머리를 정리해가면 된다. 개강이 5월 중순으로 미뤄졌으니 개강하기 전에 미장원에 가서 머리를 다듬으면 된다.

 

낮에 우연히 일본 뉴스 TBS NEWS를 보게 되었다. 코로나 19를 어떻게 보도하는지 관심을 가지고 메모하면서 봤다. 1시간 조금 넘는 시간 대부분이 코로나 19에 관한 내용이라서 일본도 이제야 겨우 본격적인 보도를 하는 구나 싶었다. 코로나 19에 감염된 50대 남성의 인터뷰를 소개했다. 그는 증상이 있어서 단골 병원에 갔더니 해열제를 처방해 줬다. 4일이 지나도 열이 내리지 않아 보건소에 연락해서 검사를 받고 싶다고 했다. 보건소에서는 병원에 가라고 했다. 단골 병원에 다시 연락했더니 병원에서는 코로나 검사와 연결이 되지 않는다, 보건소에 다시 연락해라. 보건소에 다시 연락했더니 종합병원을 안내해줬다. 종합병원에 연락했더니 코로나 19 의심증상이 있는 환자는 진찰할 수가 없다고 한다. 환자가 자력으로 검사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아가서 검사 결과 양성이었다. 그동안 일주일이 걸렸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코로나인 줄 몰랐기 때문에 자가격리 생활을 하지 않아서 같이 살고 있는 가족, 90세되는 노모의 감염이 걱정된다고 했더니 의사가 "본인의 완치만 생각해라"라고 한다. 90세 노모가 감염된 경우, 거의 가망이 없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뉴스에서 지적한 것은 환자를 여기저기로 돌게 하면서 시간이 지체했다는 내용이다. 환자는 60 가까운 나이에 열이 39.5도까지 올라갔다가 내려갔다 하는 것은 아주 힘들다고 했다. 경증이라고 해서 결코 가벼운 게 아니라고 한다.

 

내가 주목한 것은 그와 같이 사는 노모에 관한 부분이다. 만약에 노모가 감염했다면, 불행히도 치명적인 결과가 된다면 하는 상상을 했다. 그는 평생 자신이 노모에게 코로나 19를 옮긴 가해자가 되어 살아가야 한다. 가족간 전염으로 감염되어도 완치하면 좋지만 그렇지 않게 되면 가족에게 남을 상처가 너무 크다. 가족이 코로나 19로 돌아가도 장례도 제대로 치르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남은 가족은 그런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 참 비참하고 비정한 일이다. 

 

뉴스에서는 영국에서 런던올림픽 경기장을 병원으로 바꾸고 인공호흡기 500대를 갖춘 병원이 되며 4,000병상이 목표라는 내용이 있었다. IKEA주차장을 드라이브 스루 검사장으로 해서 NHS 직원과 가족이 PCR 검사를 받는다. 은퇴하거나 일을 쉬고 있는 의사나 간호사에게 복귀해달라고 해서 복귀하는 사람들에 관한 인터뷰도 있었다. 일본에서도 일본재단에서 '배의 과학관'을 1만 병상을 만든다고 한다. 4월 중에 1,000 병상을 만들 것이라고 한다.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 주와 뉴욕 주를 비교하면서 '외출 자제'가 5일 빨랐던 캘리포니아 주는 사망자 수가 10배 차이가 난다는 내용도 있었다.

 

동경도에서 빠르면 다음주부터 경증환자는 호텔을 빌려서 병원이 아니라, 호텔에 머물게 한다고 한다. 그 호텔이 아베 총리 친구인 극우가 경영하는 '아파 호텔'이라고 한다('남경대학살은 없었다'는 역사수정주의 책을 내서 중국인 관광객을 받는 자신의 호텔 객실에 비치하는 인물이다. 자신의 재단에서 다른 '혐한' 서적을 쓰는 캔트 길버트에게 상도 수여했다). 그래서 그런지, 중국과 이탈리아에서 환자가 폭증해서 사망자가 는 이유로 경증환자는 자택에서 요양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자택 요양으로 가족에서 전염시켜 감염 확대가 되어 환자가 늘어서 병원이 '의료 붕괴'가 되었다. 그래서 병원은 '의료 붕괴'가 되지 않게 경증환자를 호텔에서 머물게 한다는 대책이 맞다는 걸로 들린다. 한편, 동경에서 신규 감염자가 확보한 병상수보다 많아져서 병상이 모자라는 사태가 벌어졌다. 경증환자를 호텔로 보내서 병상을 비우지 않으면 신규 감염자 중 중증환자가 갈 곳이 없어진다. 물론, 동경만이 아니라, 수도권에 있는 병원들이 연합해서 대응하면 병상수는 훨씬 더 많아지겠지만 다른 지자체에서 받아 줄지 모른다. 다른 지자체에서도 감염자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일본의 코로나 19 관련 뉴스를 보고 있으니 '본격적으로 시작'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아직도 코로나 19에 대해 안이해서 감염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은폐'했던 기간동안 코로나 19는 활동해서 많은 사람들이 감염된 게 아닐까? 일본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어떻게 감당하려는 것일까? 결국, 돌고 돌아 중국이나 한국이 했던 방식으로 가게 될 것이다. 돌고 도는 사이에 시간이 경과에 따라 감염이 확산된다. 아직도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이 병원에 가고 여기저기로 돌면서 검사에 시간이 지체하면 할수록 감염이 확산된다. 감염이 확산된다는 것은 여러모로 일본이 입게 되는 상처가 커진다는 의미다. 일본 정부와 지자체는 제발 정신 차리고 대처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