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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코로나 19

일본, 코로나 19 비상사태 선언 전야

NHK 보도에 따르면 4월 6일 동경도의 코로나 19 신규 감염자는 83명으로 합계 1,116명이 되었다. 일본 전국 신규 감염자가 226명 전체적으로는 크루즈선을 합해서 4,795명이 되었다. 어제와 그저께 동경도의 신규 감염자가 100명을 넘었다가 오늘은 100명 이하인 것은 신규 감염자의 감소로 볼 수가 없다. 3월 요일별 PCR 검사 건수와 신규 감염자를 보면 주말에는 PCR 검사가 없기 때문에 주초에 신규 감염자 수가 떨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예를 들어 4월 5일 PCR 검사가 271명이라서 4월 6일 신규 감염자는 208명으로 발표가 났다. 어제 신규 감염자가 360명으로 최대치였던 것은 4월 3일 PCR 검사가 4,685명으로 최대치였고, 4일도 3,305명으로 검사가 많았던 결과로 보인다. 현재까지 일본의 하루 PCR 검사 최대치는 4월 4일 4,685명이었다. 동경도의 감염자 증가는 폭증으로 그래프가 급격히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 

 

오늘 아베 총리는 내일 긴급사태 (국가 비상사태) 선언을 할 것이라고 한다. 동시에 108조 엔이라는 GDP 20%에 해당하는 경제대책으로 돈을 풀겠다고 했다. 돈을 먼저 언급하는 게 일본에서는 먹힐까? 사람의 목숨을 구한다는 게 먼저가 아닌가? 아베 총리의 말투에서 비상사태를 선언하면 여러모로 불편하고 영향이 클 거야, 근데 돈다발을 보이면서 입막음을 한다. 간단히 말하면 자신들의 무능을 감추는 비용과 국민의 목숨이라는 대가다. 그러면서 국민에게 '입 닥쳐'를 할 수 있다니 대단하다. 세계 가장 빚이 많은 국가의 수장이라는 자의식이 있는지 궁금하다. 

 

비상사태 기간은 한 달로 4월 7일부터 5월 6일로 황금연휴가 끝나는 날이 된다. 비상사태 선언으로 최소 5일이었던 올해 황금연휴도 의미가 없어졌다. 나는 코로나 19로 방학이 길어지고 있다. 아베 총리가 비상사태 선언에 대해서 "감염이 확산될 수 있는 사람과 사람의 접촉을 줄이기 위해 국민에게 협력을 요청한다. 의료체계 정비를 위해 비상사태 선언을 한다. 동경과 오사카 도시부를 중심으로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다. 비상사태를 적용하는 지역은 동경도, 가나가와현, 사이타마현, 치바현 수도권과 오사카부와 효고현 관서지방, 후쿠오카현으로 7 지자체다. 의료현장은 위기적 상황이라서 정부로서 비상사태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일본은 비상사태 선언을 해도 외국처럼 '도시 봉쇄'를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가능한 한 경제활동을 유지하면서 감염 확대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이기 때문이다". 내용적으로는 주민 외출 자제 요청, 학교나 극장, 백화점이나 체육관 등 시설 사용정지, 이벤트 개최 제한 요청과 지시 등과 식품과 의약품과 위생용품, 연료 등 후생노동성이 정한 생활필수품을 파는 곳은 영업을 할 수 있다. 지키지 않아도 벌칙은 없다고 한다. 대중교통도 전철이나 신칸센이 줄 수는 있어도 운행한다. 그러면서 아베 총리가 PCR 검사에 관해서 현재 하루 1만 명에서 2만 명으로 배로 늘린다고 한다. 아베 총리는 PCR 검사가 하루 1만 명이라고 했지만 최대치는 4월 4일 4,685명이었다. 1만 명이 아니라, 5천 명도 안된다. 나는 아베 총리나 일본 정치가가 검색하면 금방 드러날 통계에 관해 '거짓말'을 하는 걸 보면 이해할 수가 없다. 허긴 일본에서 나처럼 총리가 하는 말을 크로스 체크하는 사람이 드물 것이다. 일본 감각으로 보면 아베 총리의 말을 믿지 않고 사실 확인을 위해 크로스체크를 하는 내가 문제가 된다. 

 

나는 아베 총리가 위에 밑줄 친 부분을 뽐내듯이 말하는 걸 듣고, 아, 망했다! 비상사태 선언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저런 부분에서 쓸데없는 허세를 부리며 자랑스럽게 일본은 '다르다', '잘났다'라고 할 경황이 없을 텐데, 그게 아니구나. 망했다. 왜 비상사태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는지 사태 파악이 되어 있지 않구나. 아베 총리의 '유체이탈' 화법이다. 내가 망했다고 느낀 것은 비상사태 선언을 하면서도 단호하지 못하고 '어정쩡'하다는 점에 있다. 긴급사태, 국가 비상사태 선언이다. 단호하게 할 것과 그렇지 않을 것을 결단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마치, 비상사태 선언을 해도 경제와 방역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다는 것이다. 미치지 않고서야, 이런 논리가 불가능하다. 그런데, 세계에서 유일하게 '일본만' 가능하다는 이상한 사인을 보내고 있다. 경제를 놓치고 싶지 않다고 방역이라는 기본적인 목적도 이루지 못하고 다 놓치고 말 것 같다. 비상사태 선언을 해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감안해도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 거라고 느껴져서 힘이 확 빠졌다. 아베 총리를 비롯한 동경도지사도 그렇고 일본 극우 정치가들은 사람들 힘을 빼는 재능이 아주 뛰어나다. 아주 중요한 사안을 말하는데 영어를 넣어가며 많은 말을 하지만 오히려 알아듣기가 힘들다. 이런 비상시국에 모두가 알아듣게 말해야지, 진정성이나 영혼이 1도 없이 느껴진다.

 

아까, 밤 9시 30분부터 동경도지사의 긴급 기자회견이 있어서 듣다가, 목소리만 들어도 화가 나지만 참고 듣다가 결국 나중에 끄고 말았다. 내가 왜 동경도지사에 대해서 화가 나는지 생각해 봤다. 그녀가 극우이기 때문만은 결코 아니다. 극우라도 비상사태에 필요한 일을 적절히 한다면 평가해야 한다. 그녀는 '짙은 화장의 야심만만한 너구리'라고 한다. 일본에서 '짙은 화장'을 한 여성에게는 특수한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직업여성'의 이미지와 '천박하다'라고 한다. 그녀의 '짙은 화장'은 '개성'이라고 보며 '천박하다'라고 여기지 않는다. 내가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은 카메라 세례를 받아 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것과 남성의 눈을 의식한 '교태'를 적나라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박근혜의 다른 버전을 보는 '기시감'이 더해진다. 요전에 감염 위험이 있다는 몇 업종을 콕 집어서 지적했다. 예를 들어 나이트클럽(룸살롱)이나 서비스하는 여성이 있는 바 등이다. 보통 사람들이 가려고 해도 갈 수가 없는 비싼 곳이다. 연예인이나 야구선수 같은 특수층이나 갈 수 있는 업종을 들먹이며 주의하는 것은 보통 사람들을 엿 먹이는 발언이다. 그러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밀집하는 파칭코나 성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풍속점이 괜찮다고 했다. 코로나 19와의 '전쟁'에서 동경 도민이 도지사에게 원하는 것은 '전투'에 이기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장군'의 모습이다. 이 판국에도 화려한 패션으로 '여성성'을 무기로 강조하는 걸 보면 화가 난다. 얼굴을 보지 않고 목소리만 들어도 울화가 치미게 하는 것도 정치가들의 '실력'이고 '재능'일 것이다. 그래서 정치 혐오를 유발해서 자신들 뜻대로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 

 

일본의 코로나 19 사태를 보면 아베 총리와 동경도지사를 비롯해 정치가들이 국민에게 '불안'을 조성하고 '패닉'에 빠지게 하는 '위기감'을 선동하고 있다. 동경도지사가 '긴급 기자회견'을 하기만 하면 '긴급 기자회견'이 있다고 예고가 나면 사람들은 마트로 달려가 '사재기'를 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제는 동경도지사의 '긴급 기자회견'과 '사재기'는 조건반사라고 봐도 된다. 그래서 동경에서는 오늘도 '사재기' 광풍이 불었다.

 

동경도지사의 '긴급 기자회견'을 보면 속이 뒤집어져서 이성을 잃고 마는 나도 조건반사인 것 같다. 이런 비상시국에 좋든 싫든 봐야 한다는 걸 안다. 그러면서도 스트레스 받아서 잠도 못 잔다. 그런 치밀어 오른 화를 가라앉혀준 것은 민주당 박주민 의원의 유튜브였다. 박주민 의원이 부른 '걱정 말아요 그대'를 보면서 "그렇지, 이거야"했다. '저희가 열심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러니 여러분 같이 어려움을 이겨냅시다'하는 걸로 보였다. 정치가에게 기대하는 모습은 이런 것이다. 박주민 의원 덕분에 편안하게 잠을 잘 수가 있었다. 동경도지사나 아베 총리를 보고 있으면 없던 병도 생길 것 같다. 

 

오늘 동경은 맑고 최고기온이 18도까지 올라가서 포근한 날씨였다. 날씨가 좋아서 기온이 올라가면 청소를 하고 싶었다. 오전에 뉴스를 보다가 일본 정부가 비상사태 선언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올라온다. 청소는 내일 해도 되니까, 식량을 사러 가야 한다. 아무리 눈치가 없는 나라도 마트에 사람들이 몰려서 '사재기'한다는 걸 알게 된다. 마트에 쌀이 동난 걸 본 사람으로 식량이 없어진다는 트라우마가 있다. 

 

배낭을 매고 큰 역에 있는 큰 마트에 가서 빵에 과자 종류를 넉넉히 샀다. 요새 느끼는 스트레스가 학기말 채점 시에 느끼는 최대치와 맞먹을 정도로 심해서 과자가 필요하다. 나만 그런 줄 알았더니 많은 사람들이 과자를 왕창 사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다는 걸 알아서 다행이다. 마트에서 사람들이 눈에 불을 켜고 물건을 사는 것이 '전투적'이었다. 마트에 갈 때도 사람들이 서둘러 뛰어가고 차로 달리고 있었다. 이런 광경도 처음 봤다. 마스크는 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지금 동경은 누가 '범인'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언제 내가 감염이라는 칼을 맞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모두가 최대한 빨리 물건을 쓸어 담고 계산해서 마트에서 나오는 경쟁을 하고 있었다. 다음에는 맛있는 생선을 파는 마트에 들러서 생선을 3마리 샀다. 집에 와서 배낭을 풀고 항상 가는 마트로 향했다. 먼저 갔던 마트에서 계란을 봤더니 가격이 다시 199+8%가 되었다. 보통은 세금을 합해서 150엔이다. 25% 이상 비싸다. 항상 가는 마트에 갔더니 여기서도 '사재기'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래도 내가 늦은 시간이 아니라서 물건이 있었다. 쌀도 많이 있어서 현미 2킬로 한 봉지를 사고 국수도 한 봉지, 사과 세 봉지, 키위 한 봉지, 생표고 한 봉지, 야키소바 한 봉지 등을 샀다. 화장실 휴지가 다시 깨끗하게 다 팔려서 매대가 비었다. 티슈는 좀 있었다. 봉지라면은 드디어 신라면까지 다 팔렸다. 계란은 아예 진열대까지 없어졌다. 

 

마트에 가기 전에 항상 들르는 야채 무인판매에 갔는데 살만한 야채가 없었다. 강가에 있는 곳에도 야채를 사러 사람이 보는 걸 보니 여기도 경쟁이 심해진 모양이다. 공원을 지나면서 보니 꽃구경을 하지 말라는 주의가 붙은 벚꽃나무 아래서 가족이 꽃구경을 하고 있었다. 일본 사람들이 정해진 룰을 아주 잘 지킬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나는 이 정도는 괜찮다고 본다. 야외에서 그야말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충분히 하고 있으니까. 

 

위기 상황에 닥쳐서 사람들이 '사재기'를 '전투적'으로 하는 걸 보고 피로감을 느낀다. 동경도지사는 '사재기'하지 말라고 하지만 '긴급 기자회견'으로 사람들을 '불안'하게 몰아세우는 걸 보면 무서워서 '사재기'를 하게 된다. 이런 비상시국에 지도자들이 하는 말을 듣고 안심하고 싶은데, 일본에서는 더 '불안'해서 '패닉'에 빠진다. 마트에서 나와 강 건너 길쭉한 공원에 핀 벚꽃을 보고 강아지가 오줌을 싸지 못할 장소에 난 달래를 뽑아서 다듬었다. 이런 걸 하고 있으면 뒤숭숭했던 마음이 가라앉는다. 강가에서는 평일 동경에서 보기 드문 광경인 아이와 엄마, 아빠가 같이 놀고 있었다. 주말이 아니면 가족이 함께 있는 광경을 볼 수가 없는데, 코로나 19 사태가 만든 가족이 함께 보내는 장면이었다.

 

내일 비상사태 선언을 한다는데 중학교는 재개한 모양으로 교복 입은 학생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하교를 하고 있었다. 일본 정부가 하는 일을 보면 정말로 헷갈리고 엇박자가 웃길 정도다. 손발이 안 맞아도 너무 안 맞는다. 설마, 비상사태 선언인데 초중고 학생은 학교에 가는 건 아니겠지? 학교를 재개하자마자 다시 휴교인가? 정신이 없겠다. 

 

사람들은 비상사태 선언을 기다리고 있었다. 비상사태 선언 카드를 들고 언제까지나 만지작 거려서 닳아 없어질 줄 알았다. 내일 비상사태 선언을 한다니까, 개봉박두다. 나는 예고편을 보고 벌써 결말이 예상되어 실망이지만, 갈 데까지 가야 하겠지. 

 

공원 벚꽃나무 아래서 꽃구경 하지 말라는 주의 옆에서 꽃구경하는 사람들, 이정도는 괜찮다!
날씨가 좋아서 반짝 거리는 강물, 너무나 평온해 보이는 풍경, 멀리 후지산이 보인다.
봄의 색상을 밭 모퉁이에서 봤다. 유채꽃 향기가 났다. 
신라면까지 팔려버린 봉지라면 매대, 냉면만 남았다.
컵라면 매대도 거의 비었다.
화장실 휴지 매대가 다시 깨끗하게 비었다. 역시, 화장실 휴지가 탑이다!
티슈는 좀 있다.
육류도 거진 팔렸다.
오늘 내가 두 번에 걸쳐 사온 식량이다, 과자가 가장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