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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코로나 19

일본, 코로나 19 김빠진 비상사태 선언

4월 7일 NHK 보도에 따르면 동경의 코로나 19 신규 감염자는 80명으로 누계 1,195명이 되었다. 일본 전체에서는 신규 감염자가 361명에 크루즈선을 합한 누계는 5,171명이 되었다. 

 

아베 총리는 저녁 7시부터 비상사태 선언에 관한 발표와 질의응답을 한 시간 정도 했다. 모두발언에서 코로나 19의 현장에서 수고하는 의료진에게 감사한다는 인사를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간호사와 의료진을 배려한 기사가 뜨더니 아베 총리가 따라 했나? 비상사태 선언으로 사람 간의 접촉을 70-80% 줄일 수 있다면 2주 후에 올 '폭발적 감염'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아베 총리는 언제부터 2주가 고비라고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를 정도다. 그러니까, 대책이 없다는 거다. 비상사태 선언한 지역은 동경도, 가나가와현, 사이타마현, 치바현으로 수도권과 관서지방의 오사카부와 효고현, 규슈의 후쿠오카현으로 7개 지자체이다. "생활에 필요한 부분을 빼고 외출 자제"를 요청했다. 특히 바와 나이트클럽, 라이브 하우스, 가라오케를 콕 집어서 지적했다. 학교 휴교가 장기화하지만 온라인 수업 등을 할 수 있다고 한다. 회사에서는 재택근무로 근무형태를 변경할 것을 요청했다. 거부해도 벌칙이 없는 친절한 것 같으면서 어정쩡한 비상사태이다. 중소나 영세 기업에 지원과 5년 무이자 대출, 자산세 감면이나 사회보험 1년 유예 등도 있었다. 도중에 마치 광고처럼 생기 있는 목소리와 밝은 톤으로 치료제 '아비간'에 대해 설명을 해서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200만 명분을 확보했다고 한다. 비상사태를 선언하는 마당에 특정 약품을 광고할 때가 아닌데 아베 총리는 하고 싶은 대로 뭐든 하면 된다. 코로나 19 감염을 우려해서 병원에 가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 비상사태 선언 중에 전화나 온라인으로 진찰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요점은 코로나 19의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서 비상사태 선언으로 많은 제약과 피해가 따르지만 처벌은 하지 않으니 책임도 지지 않는다. 각자 알아서 하라는 대단히 무책임한 내용이다. 이번 비상사태 선언에 대해서도 '정치적인 판단'이라고 했다. 코로나 19 대처는 '정치적인 판단'으로 일관성 있게 쭉 나가고 있다. 코로나 19 대처의 '정치적인 판단'은 '정치적인 퍼포먼스'의 다른 말이다.

 

비상사태를 선언하는 무대에는 아베 총리와 전문가 한 분으로 주연과 조연 배우 두 명인 느낌이었다. 준비된 무대에서 조연인 전문가가 나와서 준비된 대사와 연기를 펼친다. 다른 나라에 비해 일본이 왜 이렇게까지 감염 확대를 방지할 수 있었나 설명한다. 

1. 집단감염 (클러스터)를 집중적으로 관리해서 감염 확대를 방지했다.

2. 국민 건강의식이 세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3. 일본의 의료제도가 세계적으로 우수하기 때문이다.

 

나는 전문가의 발언을 듣고 역시 아베 총리의 입맛에 딱 맞는 분이라는 걸 알았다. 두 배우의 호흡이 잘 맞는 무대였다. 다른 나라는 국민 건강의식이 낮은가? 의료제도가 우수하지 못한가? 한국에는 외국에서 한국의 코로나 19 대응을 잘했다는 평가에 대해 정부가 '자화자찬'한다고 난리를 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은 '자화자찬'의 뜻을 모르는 모양이다. 일본 정부가 하는 게 '자화자찬'이다. 정확히 알았으면 좋겠다. 일본 정부는 '창작'해서 전 국민을 향해서 아베 총리 옆에서 '자화자찬'을 한다. 한국 정부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가 칭찬하고 있는 것이다. '자화자찬'이 아니라 '국제적인 평가'다. 일본이 그렇게 스스로 잘했다고 하는데 왜 다른 나라에서 방역에 대한 협조나 진단키트 등에 대해 의뢰가 없는지 모르겠다. 만약에 일본에 현재 한국 정부로 쇄도하고 있는 코로나 19 방역에 대한 국제적인 협조 요청이나 각국 정상이나 외교장관 등으로부터 연락이 왔다면 일본에서는 방방 뜨고 난리가 난리가 아닐 것이다. 콧대가 높아져서 지구 대기권을 한참 벗어났을지도 모른다. 아베 총리는 슈퍼맨이 되어 날아다니지 않았을까? 

 

아베 총리의 회견이 끝나고 동경도지사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그냥 대충 흘려 들었다. 어제 아베 총리의 발언과 동경도지사의 긴급 기자회견을 보고 '망한' 걸로 대충 그림이 나왔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의 회견에서는 오늘 처음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신경 쓴 좌석배치를 했다. 동경도지사의 경우, 어제와 오늘도 마찬가지로 보여주기 식 사회적 거리두기를 한 것처럼 의자에 종이를 붙였다. 다른 곳은 그냥 나란히 앉거나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 전국으로 생중계되는 화면에 나오는 부분도 그 정도라면 다른 곳은 말할 필요도 없다. 비상사태 선언을 하는 국면에 와서도 코로나 19 감염 방지에 철저하지 못하다는 걸 보여줬다. 구멍이 숭숭 나서 방역도 제대로 못할 것으로 본다. 4월 들어 호주에서 귀국한 지인에 의하면 시드니공항과 비교해서 나리타공항의 방역이 너무 느슨해서 깜짝 놀랐다고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따위는 없었고 이미 감염이 확산된 지역, 세계 각지에서 들어온 사람들이 그냥 섞여있었다면서 '감염 확대'가 눈에 보였다고 한다. 4월에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세계적인 '감염 확대'가 된 상황에서도 나리타공항이 뻥 똟려있었다는 이야기다. 일본이 코로나 19 방역에서 공항이나 다른 나라에서 입국을 막는 '원천봉쇄'가 중요한 기둥으로 그렇게 강조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나리타공항의 청소상태를 알고 있는 나로서도 방역상태를 전혀 믿을 수가 없었다. 비상사태 선언을 해도 효과가 있을까? 전혀 다른 효과가 확실히 나겠지. 일본 경제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상태가 된다고 한다. 

 

일본은 방역이 허술하다는 게 의료진의 감염이 많다는 걸로 알 수 있다. 오늘 게이오대학 병원 의사들이 회식을 해서 연수의 18명이 감염되었고 99명이 격리되었다고 한다. 요전에도 게이오대학 병원의 병원내 감염이 있었다. 코로나 19의 최전선에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의사들도 기강이 해이한 걸 알 수 있다. 의료진도 그런데 보통 사람들은 얼마나 긴장감을 가지고 있을까? 

 

코로나 19로 인한 일본의 비상사태 선언은 어제 전야제를 너무 성대하게 해서 막상 발표하는 단계에 오니까 김빠진 맥주가 되고 말았다. 아베 총리나 동경도지사의 긴급 기자회견이 열리면 연동해서 조건반사적으로 '사재기 광풍'이 이는 것에도 익숙해지고 말았다. 오늘도 마트의 매대는 텅 비었지만 한두 번이 아니라 쇼크에도 익숙해졌다. 길가의 풀을 뜯어서 먹을 상황이 와도 괜찮다. 

 

비상사태 선언을 하면서 코로나 19 방역을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내용이 전혀 없다는 게 재미있다. 일본에서는 PCR 검사를 정말로 하기가 싫은 모양이다. 도요게자이 온라인에 나온 자료(https://toyokeizai.net/sp/visual/tko/covid19/ )에서 동경도의 PCR 검사와 신규 감염자를 발췌해서 쓴다. 어제와 오늘 동경도의 신규 감염자가 적은 것은 4-5일 PCR 검사가 0이라는게 이유가 아닐까? 후생노동성 홈페이지에 따르면 검사해서 판정이 나오는데 하루에서 수일 걸린다.

 

 날자 (요일)    동경도  PCR 검사/신규 감염자 

3월 12일(목) 0/2, 13일(금) 0/2, 14일(토) 0/10, 15일(일) 0/3, 16일(월) 602/0, 17일(화) 0/12, 18일(수) 219/9,

19일(목) 105/7, 20일(금,휴일) 0/11, 21일(토) 0/7, 22일(일) 0/2, 23일(월) 0/14, 24일(화) 165/14, 25일(수) 74/46,

26일(목) 95/47, 27일(금) 87/40, 28일(토) 0/63, 29일(일) 0/68, 30일(월) 717/13, 31일(화) 41/78.

4월 1일(수) 0/66, 2일(목) 375/97, 3일(금) 404/89, 4일(토) 0/118, 5일(일) 0/143, 6일(월) 616/83.

 

기본적으로 주말과 휴일은 PCR검사가 0건이다. 다른 날도 0건이 꽤 있다. 현재 가장 많았던 것은 3월 30일 717건이다. 코로나 19 대응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검사해서 분류하는 것이다. 치료나 격리해야 할 대상, '적군'과 '아군'을 분류해야 한다. 지금 동경은 코로나 19와 '전쟁'상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말과 연휴에는 검사를 쉬고 있다. 나도 노동자 편인 사람이라, 노동자의 권리가 중요하다는 걸 인정하지만 '전쟁'에서는 살아남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다. 코로나 19의 방역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한편 코로나 19의 감염 확산도 주말과 연휴에 쉬어 주면 좋은데 코로나 19는 쉬지 않고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코로나 19 감염이라는 '적군'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게 방치하고 있다. 코로나 19 감염 확대와의 '전쟁'에서 이미 졌다는 걸 의미한다. 검사 상황을 보면 아직도 일본의 코로나 19 대처는 한가하거나, 아니면 고의적으로 무시하고 있다. 아베 총리나 동경도지사는 코로나 19가 보낸 X맨인가? 동경도 인구가 1,390만 명인데 PCR 검사 건수를 보면 아주 이상해 보이는 것은 왜일까? 검사수와 감염자 수로 보면 동경이 '감염 폭발'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런데 왜 의료현장에서는 '의료 붕괴'가 코앞이라고 아우성 인지 모르겠다. 6일 검사 수로 보면 내일쯤은 신규 감염자가 오늘보다 훨씬 늘 것 같다. 

 

한편, '동경 탈출'로 지방으로 '피난' 간 경증이나 무증상 감염자가 가족에게 전염시켜 감염 확산이 일고 있는 움직임도 있다. 일본의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비상사태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지만 전체적인 상황은 어디까지나 '오리무중'이다. 아베 총리나 동경도지사가 하는 걸 보면 코로나 19를 잡을 계획은 없고 앞으로도 계속 '오리무중' 작전으로 갈 것 같다. 이런 작전으로 가면 코로나 19는 잡지 못하고 사람들 멘탈에 이상이 오겠지? 코로나가 아니라, 사람을 잡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이래저래 사람을 잡게 생겼다. 이래서 지도자가 중요하다. 한국에서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투표하시기 바랍니다. 

 

오늘 동경은 맑고 따뜻했다. 청소를 하고 집도 간단히 치웠다. 오후에 마트에 가서 봤더니 사람들이 꽤 있고 물건을 많이 사고 있었지만 어제와 같은 살기는 없었다. 라면 종류는 여전히 팔려서 없고 화장실 휴지는 조금 있었다. 식빵도 팔려서 없었지만 물건은 대충 있었다. 마트에 가서 보고 계란과 건고추를 샀다. 마음이 뒤숭숭해서 가까운 공원에서 달래를 캐서 다듬으면서 마음도 추수렸다. 

 

 

컵라면 매대
스파게티와 소스 매대
식빵 매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