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K에 의하면 5월 4일 동경도의 코로나 19 신규 감염자는 87명으로 감염자 누계가 4,654명이 되었다. 사망자 누계는 150명으로 사망률 3.23%이다. 동경도는 5월 1-3까지 PCR 검사가 전혀 없기 때문에 당분간 신규 감염자는 적게 나올 걸로 보인다. 설마, 5월 6일로 비상사태가 끝날 것을 예상해서 PCR 검사를 줄인 것은 아니겠지? 일본에서는 그 정도 일은 아무렇지도 않기에 의심을 하고 만다. 그렇다면 비상사태를 연장했으니 PCR 검사가 늘어난다는 것인가? 일본 전국의 신규 감염자는 176명으로 요코하마 크루즈선을 포함한 감염자 투계가 15,965명이 되었다. 사망자 누계는 569명으로 사망률 3.56%이다. 같은 날 한국은 신규 감염자 8명이지만 모두 해외유입으로 국내는 0명이다. 감염자 누계가 10,801명으로 사망자 누계는 252명 사망률 2.33%이다. 동경도의 통계를 보면서 사망률이 높다고 느꼈는데, 일본 전국 사망률이 더 높다.
오늘 아침 야후 재팬에서 코로나 19 사태로 아베 총리가 비상사태 기한을 연장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 기사에 달린 댓글 중 내가 주위에서 느끼는 일본 사람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것 같은 게 있어서 소개한다.
"마스크는 괜찮다. 비상사태 기한이 끝날 때까지 정부에서는 다음 세 가지만 해달라.
1. 의료현장에 마스크와 가운을 전달할 것.
2. 가게에서 소독용 알코올을 살 수 있게 조달할 것.
3. 가정용으로 손 씻는 비누를 살 수 있게 해 달라.
그다음은 국민이 알아서 해간다"는 것이었다.
아마, 한국에서 보면 일본 사람들 얼마나 겸손하냐고 할지 모른다. 너무 겸손하다. 지금 이상태에 와도 국가에 바라는 게 이 정도뿐이다. 필요로 하는 최저한의 물품도 국가에서 제대로 조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말하고 있다. 어쩌면 국가에 기대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국민들이 아무리 방역을 열심히 해도 사람이 많이 죽게 된다. 이렇게 겸손한 것은 국가를 다스리는 정치가에게는 다루기 쉬운 국민인지 몰라도 국가적으로 희생이 크게 된다. 하지만, 일본에서 이런 겸손은 미덕에 속해서 아름다운 일이 된다. 일본에서 미덕이 될지 몰라도 다른 말로 하면 집에서 앓다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것까지 포함되어 있다.
그런 나도 어제 이틀 전에 마스크에 관한 글을 올렸더니 애독자가 댓글에 영사관에 알아보라는 내용이 있어서 깜짝 놀랐다. 마스크 문제로 영사관에 문의한다는 감각은 일본에서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아무리 코로나 19 사태에 마스크 대란으로 마스크를 구하기 힘들지만 국가가 국민의 사사로운 마스크까지 챙겨주거나 배려할 것이라는 기대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구나, 나도 일본에 오래 살다 보니 물이 들었나 보다. 세금은 꼬박꼬박 내지만 그에 걸맞은 서비스를 받는다는 걸 생각한 적도 없다. 한국이 일본과는 전혀 다르다는 말이다.
어제 한국에서는 6일부터 생활 방역으로 들어간다는 발표가 있었다. 한국에서는 코로나 19 집단 감염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시설의 운영 제한을 6일부터 해제한다고 했다. "일상생활의 제한을 완화하지만, 철저한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 등 생활수칙을 유지하는 정도로 방역을 전환하는 것"이다. 한국은 코로나 19 사태가 거의 끝나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는 걸로 봐도 된다. 물론 중국이 먼저 끝났지만, 한국과 중국은 전혀 다른 방법이었기에 한국이 대단한 성과를 낸 것이다.
그에 반해 일본에서는 아베 총리가 6일까지였던 비상사태 기한을 5월 말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오늘 아베 총리의 기자회견이 있는 걸 알았지만 보지 않았다. 나는 아베 총리를 보고 하는 말을 듣다 보면 화가 난다. 기자회견에서 말한 내용은 알 수 있으니까 직접 보고 열 받는 일이라도 피하고 싶어서 보지 않았다. 실은 이런 태도는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이런 비상시국에 중대한 사안인데 화가 나서 보기 싫다고 안 보다니.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아베 총리가 5월 말까지 비상사태를 연장하면서 조기해제를 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 말에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맥이 풀리고 말았다. 도가 넘으면 화도 나지 않는다. 비상사태 연장도 전국 일률적이라는 게 말이 안 된다. 왜냐하면 감염자가 많이 발생한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이 있는데 일률적으로 외출 자제하고 휴업을 하라는 것은 경제활동을 멈추고 지역이 망하라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외출 자제와 휴업을 요청하면서 그에 대한 보상이 없다. 휴업을 하려야 할 수도 없고 손님도 없다. 그런 엄청난 결단을 하면서도 동시에 조기해제라는 말을 하는 것은 비상사태 연장에 확실한 근거나 계획도 없다는 의미다.
비상사태를 하게 된 것도 원래 일본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그에 대한 반성은 조금도 없는 모양이다. 거기에 다시 한 달 가까이 연장하면서도 방역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는 게 참 일본답다고 할까, 아베 총리답다. 비상사태 기한을 연장해서 사람들은 스트레스가 쌓이고 일본 경제는 더욱더 망하겠지만 방역은 모르겠다. 하다 보면 어떻게 되겠지로 보인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하던 방식으로 잡히질 않았으면 방향을 바꿔야 한다. 아니다, 그냥 정한 방식대로 가는 거다. 막다른 곳이 벼랑 끝이어도 좋다. 뭐 이러는 건가? 아베 총리가 지금까지 '거짓말'을 밥 먹듯 하고 갖은 '조작'에 '은폐'가 헤아릴 수도 없이 많다. 그렇기에 아베 총리의 발표를 들으면 앞이 더 캄캄해진다. 일본 정부에 코로나 19에 대책이나 계획이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아베 총리의 '정치적인 판단'으로 코로나 19에 대처했다. 끝까지 갈 모양이다. 태풍이 지나는 걸 기다리듯 있으면 되는 건가? 태풍이 길어지면 그만큼 파괴되는 것이 많다.
일본에서 하는 걸 보면 코로나 19 대처에서 알 수 있듯 스스로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간다. 코로나 19는 그래도 사람들이 아프고 쓰러져서 병원에 가거나 사망하기에 눈에 보인다. 다른 일은 명확히 보이지 않기 때문에 얼마든지 책임지지 않고 피할 수가 있다. 그런 실책의 피해는 다름 아닌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 정치가가 되는 부잣집 사람들은 어떤 세상이 와도 사는데 지장이 없겠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야말로 죽고 사는 문제가 된다. 요새 매스컴에 오르는 기사 중에 오래 영업해온 가게들이 문을 닫는다는 게 많다. 오늘도 내가 아는 건물에 있는 양식 레스토랑이 문을 닫기로 했다는 기사가 났다( https://www3.nhk.or.jp/news/html/20200505/k10012417891000.html?utm_int=news-ranking_access_list-items_005). 아베 총리의 발표를 듣고 가게를 힘들게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꺾었다고 한다. 나는 지금까지 아베 총리를 보면서 화가 나고 동기부여를 파괴당하는 느낌이 들었는데, 나만이 아닌 모양이다. 이런 비상시국에 국민에게 힘을 줘도 모자랄 판에 마음을 꺾고 있으니, 지도자가 되면 안되는 인물이다. 일본이 망해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서 빵을 구워서 먹고 일을 시작했다. 수요일 첫 교시 수업 준비 반을 마치고 산책을 나갔다. 3일 전에 본 버섯이 궁금하고 다른 버섯이 나왔는지도 보고 싶었다. 3일 전에 본 버섯이 너무 작아서 나뭇잎을 덮어 뒀다. 오늘 가서 봤더니 이틀 동안에 상태가 나빠졌다. 봤을 때 따야 했다. 다른 곳에서 모렐 버섯을 찾았지만 볼 수가 없었다. 요새 찾아서 보는 게 즐거운 꽃은 일본에서 금란이라는 노랗고 작은 난꽃이다. 오늘도 날씨가 흐렸지만 몇 개 찾아서 봤다.
야채 무인판매에 갔더니 운이 좋게 삶은 죽순이 있어서 두 봉지 샀다. 그 발로 마트에 가서 과일과 과자를 사고 습관처럼 마스크가 있는 곳에 갔더니 기적처럼 마스크가 있었다. 소독액도 처음 봤다. 물건이 조금씩 돌고 있는 모양이다. 천 마스크가 두 종류 있어서 나는 두 개 남은 도톰한 쪽을 들고 있었다. 마스크가 쓸 수 있는 건지 보느라고 서서 보고 있었더니 다른 사람이 내가 손에 든 것을 놓는 걸 기다리고 있다. 나는 두 개를 다 가지고 계산대에 왔더니 한 장 밖에 살 수가 없다고 한다. 아니, 이런 천 마스크도 한 장이냐고 깜짝 놀랐다. 한 사람당 한 장이 아니라, 한 가족에 한 장 밖에 사지 못한다고 한다. 어머나 세상에 그래서 내 옆에서 다른 사람이 기다렸구나. 한 장 밖에 못 사니까, 다른 한 장을 놓으면 사려고 했구나. 아이, 미안하고 무색해졌다. 마스크가 놓인 곳에 주의가 있는데 마스크를 보고 눈이 뒤집혀서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모양이다. 얼마 만에 마트에서 마스크를 샀나 석 달만에 한 장 샀다.
아무리 봐도 아베노마스크와 같아 보여서 사도 쓸 수가 없을 것 같아 살까 말까 망설였다. 쓸모가 없는 것은 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마스크를 살 수 있다는 게 어디냐, 싸니까 샀다. 마스크를 석 달만에 한 장 샀다는 자체가 너무도 힘든 과정이라서 가슴이 벌렁벌렁 거린다. 마스크를 산 것이 아니라, 훔쳐오기라도 한 느낌이다. 지금까지 살면서 물건을 훔친다는 것은 상상한 적도 없지만 말이다. 마스크를 보면서 안 것은 나 같은 사람은 살 떨려서 훔치는 일도 못할 것 같다. 마트에서 나와 강을 건너면 공원이 있다. 공원에 가서 등나무 아래 의자에 앉아서 떨리는 손으로 마스크를 뜯어서 봤다. 일본에서 생산했다는데, 지금까지 본 적이 없을 정도의 싸구려로 막 만든 것이었다. 보통 사이즈라고 했지만 작았다. 나도 얼굴이 큰 편이 아니지만 작아 보인다. 빨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사진으로 봤던 아베 총리가 하고 있는 아베노마스크와 같은 제품으로 보인다. 아베노마스크는 아직도 배달이 되지 않았다. 어디서 길을 헤매고 있는지 궁금하다. 내가 산 마스크는 마트에서 65+세금이었다. 아베노마스크 원가는 더 비싸다고 했는데 이상하다.
마스크를 사서 봉지를 열 때까지 가슴이 벌렁거린 것은 전조에 불과했다. 현타가 온 것은 내가 산 마스크가 너무도 아베노마스크와 닮은 걸 알았을 때다. 내가 이 마스크를 쓰면 아베 총리와 커플 마스크를 쓰는 게 된다. 다리가 풀리고 역한 감정에 쓰러질 것 같았다. 얼굴도 보기가 싫은데 같은 마스크를 쓰게 되면 연상하지 않을 수가 없다. 무력감이 몰려온다. 아무리 마스크가 없어도 그렇지 쓰기가 싫다. 많은 여성들이 아베노마스크가 싫다는 것에는 나와 같은 이유도 있을까? 물론 아베 총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커플 마스크를 쓰게 되는 다시없는 영광(?) 인지도 모르겠다. 한참 동안 공원에 앉아서 쉬면서 기운을 차렸다. 돌아오는 길에 머위가 있는 곳에서 머위를 땄다. 머위도 따니까 새로 좋은 것이 나오는 것 같다. 집에 와서 머위를 다듬고 씻었다. 국물을 내고 죽순을 썰어서 튀긴 두부와 머위대를 넣어서 조렸다. 문득 생각난 말이 '기구한 팔자'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누구와도 커플 아이템을 쓰지 않았는데, 여기서 아베 총리와 커플 마스크를 하게 된다면 나는 '기구한 팔자'가 맞다. 그 말은 20세기까지 적용이 되고 21세기에는 맞지 않는 말 같은데 오늘 딱 맞는 표현이라는 걸 나에게서 발견했다. '기구한 팔자'가 되기 싫다.
마스크를 꺼내서 사이즈를 쟀다. 내가 쓰는 마스크는 양쪽 다 16센티였다. 아베노 마스크는 가로가 13.5센티라고 되어 있는데 12.5였다. 세로가 9.5센티인 것은 맞았다. 냄새는 봉제공장에서 쓰는 기름 냄새가 난다. 빨면 줄어들 것처럼 보인다. 어쨌든 이 마스크는 빨아서 주는지 아닌지 볼 것이다. 한번 빨았더니 양쪽으로 5미리가 줄어서 더 작아졌다. 다시 빨면 더 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마스크를 쓰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아베 총리와 커플 마스크를 해야 한다면 화도 나고 너무나 우울할 것 같다. 사람을 지배하는 방법도 여러가지라는 걸 알았다.
코로나 19 사태를 맞은 한국과 일본이 명암으로 극명하게 갈린 날이 오늘로 보인다. 이미 갈려 있었지만, 선명히 대비되는 인상을 남긴 날이다. 한국은 과감하게 성실히 투명한 정보공개를 하면서 힘을 합쳐 만들어 낸 기적과 같은 성과다. 그에 비해 일본은 '독자적인 노선'을 택했지만 어떤 노선인지 명확하지 않다. 한국과 반대인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적극적인 방역도 하지 않고, PCR 검사도 억제해서 중증이 된다. 통계상으로 줄이는 각종 꼼수를 쓰고 있지만 코로나 19가 이기고 있는 상황이다. 아베 총리는 안심하라는 부적과 같이 아베노마스크를 세대별로 두 장씩 배부했지만, 마스크를 받고 나처럼 현타가 와서 우울한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재난 지원금도 일본 정부가 먼저 결정했지만, 아직 신청도 하지 못한다. 한국에서는 최근에 결정했지만 벌써 사람들에게 배부되어 소비하고 있다. 소비하는 과정에서 작은 문제가 있다고 하지만 굴러간다. 일본은 지자체에서 신청받을 준비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한다. 지난 번 다른 재난에서 재난 지원금이 빨리 나간 사례가 넉 달 걸렸다고 한다. 이번에는 일본 전체니까, 올해 안에 받을 수 있으면 다행인 것이다. 뉴스로만 보면 아베노마스크는 지난달 중순에 배달이 끝난 것처럼, 재난 지원금도 5월 중에 받을 수 있는 인상을 준다. 한국에서 보면 어처구니가 없겠지만, 일본이 한국처럼 빨리빨리 일처리가 되고 그런 만만한 곳이 아니다. 그동안 어려운 사람들이 어떻게 버티라고 하는 건지 모르겠다.
아이들이 학교에 갈 수 있게 된 한국이 빛나 보인다. 사람들이 조심스럽게 일상으로 돌아 갈 수 있다는게 축복처럼 느껴진다. 일본 사람들도 한국을 보면서 희망을 가지고 견뎌내길 바란다. 일본 정부는 결국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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