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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미소지니와 제노포비아

여혐과 연애의 관계

2018/05/04 여혐과 연애의 관계

 

오늘 동경은 상쾌하게 맑은 날씨였다. 오늘도 어제에 이어 가까운 곳에서 어린이 축제가 열린다. 벼룩시장도 열리는 날이다. 아침에 토마토로 아침을 먹고 손빨래를 했다. 빨래를 널고 벼룩시장을 향해 길을 나섰다.

 

어제 벼룩시장이 열리지 않았으니 오늘은 어떻게 될까 궁금했다. 항상 벼룩시장이 열리는 곳에 가기 전에 가게를 낸 사람들이 있었다. 잠깐 둘러보고 본격적인 벼룩시장을 보려고 했다. 벼룩시장이 열리는 곳을 봤더니 가게가 없다. 이번에는 벼룩시장이 대부분 축소된 것인지 가게가 몇 개 밖에 없다. 지금까지 벼룩시장을 열던 사람들이 다른 곳으로 간 것일까? 없어도 너무 없다. 완전 실망이다. 벼룩시장은 뭔가 사지 않아도 가게를 낸 사람들과 대화도 하고 물건을 사고파는 걸 통해서 교류를 하는 것이 재미있다. 벼룩시장에서만 볼 수 있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이번 벼룩시장은 거의 없어진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적어졌다. 내일도 나갈 생각이지만 벼룩시장이 열리기는 하는 건가? 벼룩시장이 없어지면 코르덴 위크라는 봄 연휴와 가을 연휴에 갈 곳이 하나 없어지고 만다. 오늘은 가게도 적은데 사람들이 몰려서 앞을 다투어 물건을 봐서 천천히 볼 여유가 없어서 물건을 보고 살 것을 포기했다. 벼룩시장은 재미로 가는 것이지 꼭 뭔가 사러 가는 것이 아니다.

 

 

어제 왔던 네팔 아이 이야기를 쓰기로 한다. 네팔 아이가 어제 한 말은 "결혼을 해야겠다"는 것이다. 나는 사귀는 사람이라도 있니? 아니요, 아버지에게 부탁해서 중매로 결혼하려고요. 전에 내가 그렇게 말했더니, 엎었잖아. 근데 결국 그렇게 한다고? 알아서 해. 전에 둘이 의논을 해서 정한 걸 엎었잖아, 더 이상 관여하기 싫어. 결혼하면 자기에게 좋을 일을 나열한다. 결혼하면 더 열심히 일을 해야지. 지금까지 혼자서 살던 것과 전혀 달라. 가족이 되는 거니까, 책임져야 할 것도 두 배 이상 늘어나고 간단한 것이 아니야. 저는 결혼하면 좋은 점만 생각했는데 부담이 크게 느는 거네요. 부담도 늘지만 좋은 상대와 만나서 좋은 관계를 형성하면 행복해지겠지. 그렇게 되려면 어떤 사람과 만나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해. 근데 너는 기본적으로 여자 말을 듣지 않으니까, 힘들겠지.

 

갑자기 결혼하기 전에 여자와 사귀어 보고 싶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기가 막혀서 이제까지 주변 여자들은 자기만 쳐다본다고 난리가 아니더니 한 명도 못 사귄 것이다. 내가 들은 상대만 해도 몇 명인지 모를 정도로 많다. 근데 한 번도, 한 명도 사귀지 못했다고 해서 이유를 물었다. 제가 워낙 이상한 사람이라서 그렇죠. 이상한 줄은 알고 있니? 일본 여성과도 꼭 사귀어 보고 싶다고 한다. 사귀는 것은 어느 나라 사람이든 상관없이 좋아해야 되는 거 아니냐? 사귀는 것과 결혼하는 건 다르죠? 몰라,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 참 꿈도 야무지다. 어느 누구와도 사귄 적이 없으면서 사귀는 사람과 결혼할 사람과 따로 생각하다니. 자기가 결혼하고 싶다고 해서 금방 결혼이 성사되는 것도 아니다. , 희망 사항일 뿐이다.

 

이제 조금 알게 된 것은 그동안 내게 했던 자기를 좋아한다고 했던 상대는 그 아이가 일방적으로 좋아했던 게 아닌가? 자기가 좋아했지만 여자가 상대해주지 않은 모양이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아주 매력적이라고 보는데 왜 여자들이 상대를 하지 않는지? 여자들 속을 모른다. 여자들은 뭔가 사주면 넘어올 것이라고 보는 모양이다. 그런 여자들도 있겠지만 보통 여자들은 자기대로 먹고살아. 남자가 사주지 않아도 스스로 돈 벌어서 명품도 사. 남자는 필요가 없나요? 남자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

 

거기서 화를 낸다. 자기가 지금까지 여자들을 좋아했지만 사귀질 못 한 걸 자신이 이상해서 그렇다고 하면서도 여자들에게 화를 내고 있다. 내가 보기에 여자에게 뭔가 사주면 넘어올 것으로 알고 있다면 여자를 자신과 같은 인간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여자, 인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걸 모르고 여자에게 화를 내고 있다. 심리 저변에 '여성 혐오'가 깔려 있다.

 

이번에 봤더니 살이 쪘고 근육을 엄청 키웠다. 한마디 했다. 키가 작은데 근육을 너무 키우면 징그러워. 너는 여자들이 좋아할 줄 알고 운동을 하는데, 적당히 해야지. 근육을 너무 키우면 멋있는 게 아니라, 이상해서 여자들이 피하는 대상이야. 여자들이 좋아할 줄 알고 노력한 결과가 여자들이 싫어하는 걸로 연결이 된다. 전에 비해 월급도 괜찮게 받는다. 수입이 늘면 여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그런 반응을 얻지 못한 모양이다. 노력한 결과가 자신이 원하는 것과 정반대 방향으로 가는 것에 대해 화가 난다. 그 게 여성을 향하는 것이다. 거기에는 여성을 우습게 알고 있는 자신에 대한 성찰이나 반성 따위는 없다.

 

아이러니하다. 여성에 대한 열망, 연애에 대한 동경이 '여성 혐오'에 불을 붙인다. 여성을 존중하지 않으면 연애나, 결혼을 해도 좋은 결과를 맺기가 힘들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자신이 여성을 비하하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하는데, 아무리 말해도 소용이 없다. 별 볼 일 없는 자신의 콤플렉스를 '여성 혐오'라는 걸로 포장해서 허세를 부린다. 여성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문제인 것을 인정해야 할 텐데 그런 길은 요원한 것 같다.

 

실은 내 강의를 듣고 있는 학생 중에 네팔 출신 여학생이 있다. 수수하면서 자립적으로 괜찮은 것 같아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기회가 되면 소개하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 와서 말하는 걸 듣고 소개하면 안 된다는 걸 알았다. 여학생에게 좋은 상대가 될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스스로가 기회를 발로 차고 있다는 걸 알까?

 

여성을 차별하는 걸 당연시하는 문화에서 성장하면 자신들이 여성을 차별하고 있다는 것조차 인식하기 어렵다. 우위에 있다고 여기는 자신을 여성이 상대해 주지 않는 것이 분노가 되어 '여성 혐오'로 변한다네팔 아이만이 아니라요즘 이런 증상을 보이는 학생들이 꽤 있어 일본에서는 흔한 현상이다. 네팔 아이는 구체적인 사례를 보여줄 뿐이다그런 학생들을 보면 자신들이 동경하는 '연애'와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안타깝다여성차별이 남성들의 연애할 기회를 뺏고 결혼 문턱이 높아지고 생애 미혼율을 높인다. 고령화와 저출산에 영향을 미친다. 정치적인 문제다.

 

 

오늘 허탕 친 벼룩시장에서 돌아오는 길 집 앞동산에서 신록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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