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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코로나 19

일본, 코로나 19 '미담'인가요?

5월 27일 NHK에 의하면 동경도의 코로나 19 신규 확진자가 11명으로 확진자 누계는 5,180명이 되었다. 사망자 296명으로 사망률 5.71%이다. 일본 전국의 신규 확진자가 35명으로 요코하마항 크루즈선을 포함한 확진자 누계는 17,408명이 되었다. 사망자 누계는 882명으로 사망률 5.06%이다. 같은 날, 한국의 신규 확진자는 40명으로 해외유입이 3명, 나머지 37명이 지역감염이다. 확진자 누계가 11,265명으로 사망자 누계는 269명, 사망률 2.38%이다. 오늘로 한국과 일본이 신규 확진자가 역전한 날이다. 동경도의 경우, 어제 확진자 누계가 5,170명이었는데, 오늘 신규 확진자가 11명이면 5,181명이 되어야 하는데 5,180명이다. 이런 걸 확인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숫자가 정확한지 아닌지도 모르는데, 어디까지나 대충 경향을 읽은 정도다.

 

오늘 오전에 온라인 강의를 마치고 일주일 만에 큰 역 가까운 마트에 갔다. 내가 사는 과자 종류를 싸게 파는 날이다. 식료품을 사고 식물도 화분 두 개를 샀다. 다른 마트에도 들렀지만 산 것은 없다. 오늘은 습도가 아주 높아서 70% 가까이 된다. 마트에는 냉방이 들어와서 견딜 만 한데 밖에 나오니 마스크로 인해 숨이 턱턱 막힌다. 습도가 높아서 너무 덥다. 사람들이 없는 길에서는 마스크를 벗었다. 워낙 사람이 적은 동네니까 가능한 일이다. 집에 와서 일을 보고 다시 평소에 가는 마트에 갔다. 과일과 전갱이 두 마리를 샀다. 원래는 친한 이웃과 산책을 하고 싶었는데, 도저히 마스크를 쓰고 수다를 떨면서 산책하기가 괴로울 것 같아서다. 집에 와서 샤워를 해서 더위를 가라 앉혔다. 앞으로는 마스크를 써야 하니까, 가능한 밖에는 나가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밤이 되어도 무더운 기운이 가라앉지 않는다. 밤 12시가 넘은 시간에 20도가 넘는다. 이대로 여름이 된다는 건가?

 

요새 일본 분위기는 아주 무겁게 가라앉았다. 아베 총리가 25일에 나와서 성대한 말잔치를 했지만 사회 분위기는 무겁기 짝이 없다. 이전부터 사회분위기가 우울했지만 좀 천천히 가라앉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일본에서 경기가 나빠지니 절약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 지난주 학생들이 쓴 감상문에 '행복'에 대해, 자신에게 큰 행복과 작은 행복을 나눠서 쓰고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생각하라는 것이 과제였다. 강의에서 다룬 내용이 전달이 안된 모양으로 잘 쓴 학생이 드물었다. 그런데, 학생들 과제에서 본 것이 "지금은 삼시 세 끼를 먹을 수 있다는 걸 행복하게 여겨야 한다"는 게 몇 명이나 있었다. 나는 이런 내용을 보면 학생이 생각한 것이 아니라, 매스컴이나 어디선가 들은 거라고 본다. 학생들이 그런 걸 그냥 가져다 쓴다. 오늘 피드백을 할 때, 그런 걸 쓴 학생들이 있어서 놀랐다. 일본이 앞으로 힘들 거라고 보지만, 그래도 동경에서 사립대학에 다닐 수 있다는 건 형편이 좋은 편에 속한다. 솔직히 먹을 걱정이 없는 학생들이 그런 내용을 썼다는 것은 바라는 것이 그만큼 없다는 게 된다. 꼭 하루에 세끼를 먹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두 끼만 먹어도 되지만, 먹을 게 부족해서 못 먹는 게 아니면 된다. 그리고 현재 일본, 동경에서 사립대학에 다니는 학생이 끼니 걱정을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솔직히 학생이 끼니 걱정을 한다고 보지 않는다.

 

그런데 강의를 마치고 나서 생각하니, 그런 말을 하면 안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 중에는 아르바이트가 없어져서 수입이 없는 학생도 늘었다.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면 끼니 걱정을 할 필요가 없겠지만, 혹시 지방에서 올라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학생이 있을지도 모른다. 작년 다른 대학에서 수업에서 남학생이 밥과 간장으로 끼니를 때우고 파스타를 삶아서 소금을 쳐서 먹었다는 말을 듣고 설마 했다. 그랬더니 돈이 부족할 때는 종종 그렇다고 한다. 내가 깜짝 놀라서 통조림이라도 가져올까 했더니, 통조림은 자기도 있다고 한다. 주변에서 보면 학생이나 보통 사람들도 도시락을 사서 먹는 일이 태반이다. 도시락도 가격이 싼 것이 아주 많다. 집에서 아예 조리를 하지 않는다. 인스턴트식품이 간식이었는데 지금은 식사 대용으로 먹는다. 일본 매스컴에서는 벌써 사람들에게 하루에 세끼를 먹을 수 있다는 걸 행복하게 알아야 한다는 식이 된 모양이다. 

 

내가 제목만 보고 열 받은 기사가 있다. 도요 게자이 5월 15일자 기사다( https://toyokeizai.net/articles/-/348830). [ '식비 한달 2만 엔'으로 행복을 구축하는 부부의 비결- 외식 산업에  근무하는 남편을 한 달 휴업이 되었지만...]이 기사 제목이다. 20대 부부와 아이가 한 명 있다. 기사에서는 SNS를 통해서 만나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한다. 남편이 아르바이트를 해서 한 달 10만 엔 수입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줄일 수 있는 것은 식비라고 해서 절약하기 시작했다. 부부와 아이의 식비를 한 달 2만 엔에 남편 용돈이 2-3만 엔이라고 한다. 같은 동경에 살면서 부부와 아이가 한 달 식비 2만 엔으로 생활하는 걸 '미담'으로 칭송하다니 상상이 안된다. 나는 매일 맛있는 것이나, 비싼 고기를 먹어야 한다고 여기지 않는다. 나도 돈을 허투루 쓰지 않는 편이라서 물가를 잘 알고 있다. 아무리 그래도 부부와 아이가 한 달에 식비 2만 엔으로 생활하는 것은 힘들다. 나는 오늘 마트에 가서 필요한 걸 조금 샀더니 금방 6천 엔이었다. 나는 신선한 야채와 과일, 생선을 사지 않으면 식료품을 산 기분이 들지 않는다. 오늘 산 것은 그레이프 후루츠 두 개와 전갱이 두 마리다. 이건 다해서 세금 빼고 360엔이다. 동경에서 근래 제철 생선이 싸다. 아마, 수출이 되지 않아서 싼 게 아닐까 한다. 전갱이 두 마리는 생강에 건고추, 양파와 대파를 넣고 조려서 소면과 같이 먹었다. 나처럼 고기를 먹지 않고, 야채는 신선하고 가격이 싼 무인판매에서 사도 한 달 식비 2만 엔은 상상도 할 수가 없다. 코로나 19 사태를 맞아 물가가 비싸졌고 신선한 식품이 줄었다. 집에서만 지내기 때문에 식비가 늘었다. 스트레스를 받아서 과자도 많이 먹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 먹을 것까지 아끼고 절약해야 하는 걸 장려하다니, 너무 이상하다. 적어도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먹는 걸 절약하라는 건 아니라고 본다. 아이를 생각해서라도 같은 돈을 쓴다면 남편 용돈을 2만 엔으로 하고 식비에 3만 엔 쓰는 게 좋다고 본다. 

 

일본에서는 이렇게 기본적인 생활도 안 되는 걸 마치 '미담'처럼 포장해서 사람들이 '행복'하다고 선전하고 있다. '빈곤'을 '미담'으로 포장해 가는 풍조로 보인다. 국가와 매스컴이 너무 악랄한 것이 아닌가? 국민에게 먹을 것을 제공하고 배불리 먹게 해야 한다. '미담'으로 포장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