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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코로나 19

일본, 코로나 19와 혐한 사정

6월 26일 NHK에 의하면 동경도의 코로나 19 신규 확진자는 54명으로 확진자 누계가 5,997명이 되었다. 사망자 누계는 325명으로 사망률 5.42%이다. 일본 전국에서 신규 확진자는 103명으로 요코하마항 크루즈선을 포함한 확진자 누계가 19,027명이 되었다. 사망자 누계는 984명으로 사망률 5.17%이다. 같은 날, 한국의 신규 확진자는 39명으로 확진자 누계가 12,602명이 되었다. 사망자 누계는 282명으로 사망률 2.23%이다. 

 

일본 전국 신규 확진자가 100명이 넘었다. 그래서 언제 숫자인지 봤더니 5월 6일 105명과 가장 근접하다. 한 달 하고 20일을 뒤로 넘어갔다. 100명이 넘은 것은 5월 9일 114명 이래 처음이다. 그런데, 언론의 보도는 잠잠하게 조용하다. 단발 뉴스로 나올 정도다. 일본에서는 코로나 19에 신경 쓰고 있을 겨를이 아닌 모양이다. 동경도의 경우는 7월 5일에 있는 도지사 선거가 있다. 요전까지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각종 퍼포먼스를 하면서 대처를 잘하고 있다는 이미지 메이킹을 했다. 요새를 신규 확진자가 늘고 있지만 주로 유흥가에서 젊은 사람들이라는 걸 강조하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염되어 PCR 검사를 받아 확진자가 된 것이 나쁜 일인 모양이다. 이런 식으로 대응하면 정말로 어떻게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전면적으로 해제했다고 하지만 사람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곳은 마트 정도다.

 

나도 어제와 그저께 몇 달만에 백화점에도 들렀고 다른 가게에도 갔다. 가는 길에 유니클로 자매 브랜드 지유가 있어서 지나면서 봤다. 입구를 제한해놓고 안에 사람도 거의 없다. 그래도 방역에 신경 쓰는 것처럼 안내방송을 자주 한다. 마스크를 하지 않은 사람은 기침할 때 매너를 지켜달라는 하나마나한 안내다. 다른 가게는 그런 안내방송 조차 없었다. 카운터에 투명한 비닐 커튼으로 막았을 뿐 손님은 방치한다. 그냥 한산하고 손님이 적어서 한가해서 가게가 열려서 영업을 하는 건지, 문 닫기 직전인지 모를 정도다. 카운터에 있는 사람들은 한가해서 지루한 것이 피곤한 얼굴이었다. 가게를 경영하는 쪽은 아주 답답한 모양이다. 고추장과 외국과자를 사려고 백화점 식료품 매장에 들렀는데, 옆에 있는 푸드코트에도 점심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손님이 한산했다. 손님이 없는지 500엔 이상 사면 에코백을 준다. 한 장 받아서 빨았더니 신발주머니 사이즈로 확 줄었다. 아베노마스크도 아니고 지금 세상에 한 번 빨았다고 사이즈가 확 주는 물건도 드물다. 받을 때는 신발이 두 켤레 들어갔는데 줄어서 한 켤레 밖에 들어가지 않는다. 백화점 전체에도 한산하지만 집에 있는 것이 답답한 사람들이 산책을 겸해서 나온 모양으로 몇몇 사람이 보였다. 아무리 평일이어도 사람이 없어도 너무 없다. 그래도 사람이 좀 있는 곳은 마트다. 예전처럼 북적거리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있고 계산해서 나와서 물건을 챙기는 곳이 붐비고 있다. 간격을 정해서 사람들이 물건을 정리하고 포장해야 되기 때문이다. 코로나 19 와중에 마트 비닐봉지를 유료화하는 모양이다. 마트에서는 코로나 19 대응으로 당분간 무료로 주는 곳도 있지만 7월 1일부터 유료가 되는 곳도 있다. 지금도 유료인 곳도 있는데, 유료화하는 타이밍도 참 눈치가 없다. 코로나 19로 인해 에코백에 포장을 하지 않고 일회용을 사용해달라면서, 유료로 봉지를 사라는 것인가? 

 

일본이 코로나 19 대처를 보고 있으면 정치가나 지자체가 거의 악의적으로 확신범처럼 방치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의심이 든다. 방치하는 것은 코로나 19만이 아니라, 경제가, 나라가 망해가는 걸 방치하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지금까지 해보고 결국 코로나 19를 어떻게 하느냐에 모든 것이 걸린 것 같은데, 정작 가장 중요한 코로나 19를 방치하고 있다. 내가 화가 나는 것은 정치가는 책임을 지지 않고 그 짐은 모두 국민, 그중에서도 젊은 사람, 내 학생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젊은이에게 좀 더 좋은 세상을 물려줄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모두가 무책임 체제로 가는 모양이다. 

 

 

오늘 강의에서 학생의 질문에 답하느라고 한국의 불매운동,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해설을 하다가 화가 났다. 나는 일본에 오래 살면서 한국과 일본 사이를 쭉 봤던 사람이다. 그런데 한일관계가 나빠도 이렇게 나쁘게 될 줄은 몰랐다. 일본 정부나 매스컴이 하는 걸 보면 앞으로 한일관계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가질 수가 없다. 솔직히 가는 데까지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학생들은 일본이 얼마나 이상한 세계인지 잘 모른다. 일본이 세계에서 추앙을 받고 있다고 알고 있는 학생들도 꽤 있다. 한국을 아주 가난한 나라로 알고 있어서 카페가 유행하고 있다, 젊은 사람들은 사진이 잘 나오는 곳을 좋아하는 모양이라고, 나도 서울에 가면 카페 음료 가격이 음식값에 비해 비싼데 하루에도 몇 번이나 카페에 가서 차를 마시고 수다를 떨었다. 일본에서는 그런 일이 없다고 했다. 학생이 하는 말이 한국은 빈부차가 심하다고 들었다. 카페에 갈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제한된 사람으로 부유층만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는 것에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세상에, 그러면 카페가 장사가 안돼서 카페가 있을 수가 없다. 카페에 가는 걸 부유층이라고 생각한다니 몰라도 너무 세상을 모른다. 그러나, 일본에서 생각하면 그렇게 느낄지도 모른다. 

 

일본에서 '혐한'이 얼마나 극심한지 한국을 좋아하거나 K-POP을 좋아하는 학생들이 가족들이나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독립투쟁이라도 하는 것 같다. 가족 중에서는 아버지와 딸이 갈등을 겪는 경우가 많다. 한국 남자와 결혼한다는 것도 아닌데 그런 말을 들으면 기가 막히다. 자신의 소중한 딸을 위해서라도 취향을 존중해줬으면 좋겠다. 남학생 중에는 한국 아이돌 패션을 좋아하는데, 마음 속으로는 일본인으로서 한국 패션을 좋아해도 되는지 갈등을 겪고 있다는 웃픈 말을 듣기도 한다. 학생들에게 자주 듣는 내용이지만 이런 말을 듣고 있으면 내가 어떤 이상한 세계에 살고 있나 하는 마음이 든다. 

 

어느 학생이 한국문화를 좋아하고 K-POP을 좋아한다고 주위에서 핍박을 받은 내용을 잠깐 소개한다.

저는 일본 정부와 매스컴이 '혐한'이라는 걸 아주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작은 세계에도 '혐한'인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는 한국 문화나 K-POP을 아주 좋아합니다. 그러나 친구 중에도 "그렇게 한국이 좋다면 평생 김치나 먹어라"나, "BTS를 좋아해? 원폭 티셔츠를 입는 놈들을 좋아하다니 머리가 이상한 거 아냐"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왜 이렇게 심한 말을 하는지 화가 나고 슬픕니다. 아무리 친구라고 해도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 된다, 왜 '한국'이라는 것만으로 이런 말까지 들어야 하나? 매스컴과 정부가 주는 영향은 절대적이라서 국민이 '혐한'이 되지 않을 수가 없다는 걸 통감합니다. 선생님이 일본인이 자신의 나라에 대해 잘 알려고 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정말로 그렇다고 봅니다. 알아보지도 않고 흘러넘치는 확인도 하지 않은 정보만으로 SNS나 다른 사람에게 전하면서 사람들에게 상처를 줍니다. 이제는 학습을 해야 할 때가 된 것이 아닐까요? 정부가 변하지 않는다면, 국민이라도 변하지 않으면 일본은 앞으로 발전이 없다고 봅니다.

 

일개 학생, 내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대부분이 여학생이다. 씩씩한 여학생이 써낸 리액션이 아주 건전하다. 지금, 일본에서 정상적이고 건전한 것은 희귀한 측에 속한다. 자신들의 만든 올가미에 걸려서 옴짝달싹도 못하고 스스로를 옥죄이고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