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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코로나 19

일본, 코로나 19 애도한다는 것

7월 11일 NHK에 의하면 동경도의 코로나 19 신규 확진자는 206명으로 확진자 누계가 7,721명이 되었다. 사망자 누계는 325명으로 사망률 4.2%이다. 일본 전국에서 신규 확진자는 384명으로 요코하마항 크루즈선을 포함한 확진자 누계는 22,294명이 되었다. 사망자 누계는 996명으로 사망률 4.46%이다. 같은 날, 한국의 신규 확진자는 35명으로 내역을 보면 지역감염이 20명, 해외유입이 15명이다. 확진자 누계가 13,373명, 사망자 누계는 288명, 사망률 2.15%이다.

 

일본에서 신규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는 것은 동경도를 중심으로 수도권, 사이타마현과 가나가와현에서도 오늘 각 35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오사카에서도 신규 확진자가 28명 발생했다. 동경도의 경우는 특별히 많지만 다른 지역에 관해서도 이전과 비슷한 패턴으로 급증하고 있다. 동경도의 신규 확진자는 대부분 20-30대의 젊은이라고 한다. 중증이 없다고 하지만 폭발적으로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으니 그중에서 앞으로 중증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지금 중증이 아니라고 해서 의료부담이 적다고 보기도 어렵다. 감염경로에 대해서도 여전히 반 정도는 감염경로를 모른다고 한다. 한국처럼 감염경로를 추적해서 찾아낼 정도의 역학조사는 꿈도 못 꾼다. 오늘 스가 관방장관이 홋카이도에서 강연에서 일본의 코로나 19 사태는 동경의 문제라고 했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 일본 정부 각료가 하는 발언으로는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동경의 문제이긴 하지만 일본 정부는 뭘 했다는 말인가? 일본 정부가 적극적인 방역이라고 했다면 말을 하지 않겠다. 그러면서 지금 일본이 PCR 검사를 '공격적'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공격적인 PCR 검사'는 한국의 트레이드 마크인데 슬쩍 일본이 그렇다고 한다. 일본의 PCR 검사에 대해서 조금이라고 객관적인 시점이 있다면 어떻게 '공격적'으로 한다는 말을 할 수가 있을까? 일본은 세계적으로 PCR 검사를 하지 않는, 적게 하는 걸로 알려져 있다. 처음에는 'PCR 검사 혐오'까지 만들어서 매스컴을 통해 캠페인을 벌이더니 '왜곡'하는 걸 밥 먹듯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일본 사람들은 그걸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렇기에 정치가들은 '왜곡'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거듭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늘 지인이 페북에 실린 내용을 보고, 그렇구나 하고 말았다. 다른 지역 사람이 동경도 지사가 코로나 19 대응을 잘했다고 볼 수도 없고, 공약도 안 지키는데 왜 재선이 되었냐고 질문했다. 동경의 지인, 내가 알기로는 고이케 지사를 지지한다. "여성이라서 남성처럼 뇌물을 받거나, 공금 횡령해서 도중에 내팽기지 않을 거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했다. 허긴, 전 도지사 마스조에와 전전 도지사 이노세는 둘 다 공금횡령이나 뇌물을 받았다고 해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그만뒀다. 그 이전에 이시하라 신타로는 3기까지 했는데 도중에 내팽개치고 국정에 참여한다고 그만뒀다. 나는 고이케 지사가 재선 될 것으로 봤지만 그렇게 압도적으로 이길 줄은 몰랐기에 다른 사람들은 고이케 지사를 적극적으로 평가하는 줄 알고 있었다. 그게 아니었다. 코로나 19 대응을 잘하거나 동경을 더 좋게 하는 것 이전에 당선이 되면 임기를 채울 수 있는 사람이어야 했다. 일을 잘하고 못하고를 따질 차원이 아니었다. 다른 후보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 때문에 믿을 수가 없다. 이런 이유가 압도적인 표를 받았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일본, 동경에서 도지사에게 바라는 것이 그 정도 레벨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사망해서 한국은 충격에 빠졌다. 나도 이틀 동안 멍하니 좀 이상했다. 일본 감각으로 보면 한 정치가의 사망으로 충격을 받거나 마음이 복잡해지는 일은 없다. 박원순 시장이 서울을 맡고 있어서 얼마나 든든했는지 모른다. 믿을 수 있는 정치가가 있다는 것, 거기에 마음이 가는 정치가가 있다는 것 자체가 일본에서 보면 사치스러운 감정이다. 그렇기에 일본에서 보면 한국에서 사람들이 슬퍼하거나 분향소에 가서 애도를 표하고 조문을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도 한국에서 그런 일이 있었지만 일본에서 보면 집단적으로 세뇌라도 된 사람들로 비쳤을 것이다. 왜냐하면 일본에서는 정치가에 대해 같은 인간으로서 마음으로 신뢰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갖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너무 갑작스럽고 충격적이어서 슬퍼할 겨를도 없고 정신이 없었다. 오늘 오후에 시간이 나서 딴지일보 게시판을 봤다. 요새 어쩌다가 딴지일보 게시판을 보게 되었는데, 거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애도를 표하고 김어준 총수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 줄줄이 조문을 가고 있었다. 이런 일도 일본에서는 상상할 수 없다. 김어준 총수 어머니와 박원순 시장을 세트로, 신촌과 시청 앞을 코스로 혼자서, 가족과 함께 조문을 가는 한국 사람들 글을 보다가 나도 눈물이 줄줄 나기 시작했다. 슬퍼해도 된다. 자신의 가족도 아닌데, 조문을 가줘서 고맙다는 댓글이 줄줄이다. 이상한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들이다. 서울과 지방에서도 차를 타고 KTX로 서울로 조문을 오는 사람들을 일본에서는 이해할 수가 없을 것이다. 허긴,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나 검찰개혁을 위한 촛불집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지금이 보통 때가 아닌 코로나 19로 불안한 시국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마음에서 우러나 애도를 표하려고 신촌과 시청 앞 분향소를 향하고 있다. 한국 시민들은 불의에 무섭게 저항하는 한편 지지하고 응원하는 사람에 대해 사랑과 인정으로 대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박원순 시장의 경우 많은 시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던 인물이기에 더 충격적이었다. 마음을 어떻게 추슬러야 할지 몰라서 공중에 붕 떠있었는데, 온라인 분향소에서 헌화를 할 수 있어서 했다. 온라인 분향소에서 헌화라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애도를 표하는 것은 자신을 위한 행위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만히 생각해 봤다. 일본이라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애도를 표하려고 조문을 가는 행렬이 생길 수 있는 인물을 꼽으라면 아마 은퇴한 천황 내외를 들 수 있다. 현역 천황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다른 정치가에 대해서는 상상이 가지 않는다. 최장기 집권인 아베 총리에게 변고가 생긴다는 가정을 해도 한국과 같은 일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애도를 표하러 나서는 행동을 할 대상은 연예인이 될지도 모른다. 일본에서는 천황은 특별한 존재로 존경을 받는다. 그 외에는 시민들이 존경하고 사랑하는 정치가를 상상하기가 어렵다. 죽음을 슬퍼하고 애도를 표하고 싶은 정치가가 있다는 것은 참 다행이다. 어머니의 상을 당한 걸 위로하고 싶은 김어준 총수와 같은 인물이 같은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신촌과 시청 앞을 향하는 시민에게는 김어준 총수(의 어머니)가, 박원순 시장이 남이 아닌 동시대에 서로 의지하고 기대며 살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서로 연결고리가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나도 딴지 게시판을 보면서 사람들이 조문을 가서 김어준 총수에게 작은 위안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 이런 마음이 모여서 우리 사회를 움직이게 하고 있는 것 같다. 애도를 표하고 싶은 대상이 있다는 것, 슬퍼해야 할 일에는 슬퍼해야 된다. 

 

일본은 그럴 여유조차 잃고 말았다. 사람이 죽는 것에 대해 슬퍼하는 감각도 마비되고 말았다. 애도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다는 것, 자신이 직접적으로 알고 지내지 않는 인물의 죽음에 대해서 슬퍼할 여유도 없이 각박하게 살고 있다. 

 

오키나와에서 주일미군의 코로나 19 집단감염이 나왔다. 후텐마 비행장과 캠프 한센에서 7-11일에 걸쳐 61명의 확진자가 발생해서 록다운을 했다고 한다. 거기서 재미있는 것은 오키나와의 미군도 일본이나 오키나와의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분명히 일본, 오키나와에 있고 오키나와 의료기관에서 치료받을지도 모르는데, 미군이라서 미군기지는 미국 영내로 간주하기 때문인가? 어쨌든 일본의 코로나 19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오키나와는 긴장상태가 될 것이다. 

 

 

규슈의 집중호우로 인한 인명피해는 사망 68명, 심정지 1명, 행방불명 13명이다. 집중호우는 계속되고 있어서 다른 피해상황은 아직 파악이 되지 않았다. 그중 일부를 소개하면 11일 12시 기준으로 토사 붕괴로 인한 피해가 28개 현의 282건이 발생했다고 한다. 강이 범람으로 인한 피해는 11일 오후 1시 기준으로 101곳 하천에서 116군데 범람이 있었다고 한다. 집중호우로 인해 토사붕괴로 고속도로가 통행금지 뉴스도 나왔다. 집중호우는 15일까지 주의가 필요하다고 한다. 

 

오늘 뉴스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미국이 일본에 전투기 105대를 매각한다는 것으로 대금은 2조 4,800억 엔이라고 한다. 작년부터 일본 경제가 악화했고 이번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전후 최악의 상황이라고 했다. 거기에 이번 집중호우가 왔다. 전투기를 사는데 돈을 쓰는 게 아니라, 국민들을 돌보는 걸 우선시해야 하는 게 아닌가? 에효, 한숨만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