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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생활

동경, 무더위 지내기

2014/08/23 무더위 지내기

 

오늘 동경은 최고기온이 36도나 되는 무섭게 더운 날이었다. 어제도 최고기온이 37도였다. 수요일에 도서관을 왕복해서 너무 힘들었던 터라, 어제와 오늘은 일기예보를 보고 해가 있는 동안은 집안에서 꼼짝도 안 하고 지냈다. 밖에 나가기가 무서운 더위다.

오늘은 집에 먹을 것이 떨어져서 저녁 6시 넘어서 역 근처 마트에 가면서 이틀 만에 밖에 나갔다. 날씨가 어두워졌는 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낮의 열기가 남아있어서 더웠다. 오늘은 야채를 싸게 파는 날인 데, 야채가 엄청 비쌌다. 평소가격 두 배 이상 비싸고 신선한 것이 별로 없었다. 근처 농가에서 재배한 것을 사 오는 것이 훨씬 훨씬 좋겠다. 일부러 마트에 갔는 데도 살 것이 별로 없어서 옥수수와 호박을 사 왔다. 옥수수는 저녁에 쪄먹고 나니 없어졌다

요새 무더위 속에서 집에서 지내는 방법을 소개한다. 더워서 밤늦게까지 일어나 있다 보니 아침에는 늦게 일어난다. 아침에 일어나면, 동남쪽을 향한 창문을 모두 닫고 빛을 통과시키지 않는 두꺼운 커튼을 내린다. 동남쪽을 향한 건물이라, 창문도 크고 많다. 대신 북쪽 창문은 열어 두고 레이스 커튼만 친다. 레이스 커튼을 안치면 뒷동에서 방 내부가 보일지도 모르니까, 항상 방안이 안 보이는 레이스 커튼을 치고 있다. 레이스 커튼 아래쪽은 살짝 묶어서 바람이 잘 통하게 해 놓는다. 뒷동에서 봐도 아래쪽은 베란다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는다

커튼을 내리기 전에 동남쪽 베란다에 물을 뿌려서 열기를 식힌다. 베란다에 물 뿌리기는 몇 시간에 한번 간격으로 해서 베란다 열기를 식힌다. 북서쪽 방에 요가메트를 깔고 베개를 베고 선풍기를 약하게 틀어 놓고 책을 읽는다. 이렇게 하면 자연광에서 책을 읽을 수 있고 바깥 온도가 35도나, 36도라도 집안 온도는 28도 정도다. 집에서 가스레인지를 쓸 때는 가능하면 짧게 쓰면서 환기팬을 돌려서 열기를 재빨리 밖으로 보내고 썼던 냄비도 물로 식힌다

냉장고에는 작은 병에 물을 담아서 놓고 물을 병째 꺼내서 마시면, 냉장고를 열고 닫는 횟수를 줄이므로 냉장고가 돌아가면서 생성하는 열기도 줄인다. 낮에는 되도록 컴퓨터를 켜지 않는다. 컴퓨터에 전원이 들어가 돌아가면서 열기를 뿜어내고 화면도 열기를 뿜어낸다. 컴퓨터를 켜면 화면을 꺼서 라디오를 듣는 식으로 집안에서 열기를 만들어 나는 걸 줄인다. 내 자신의 체온도 방을 따뜻하게 하는지라, 가끔 찬물로 샤워를 한다

오후가 되어 북서쪽 방에 햇빛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북서쪽 방 창문을 닫고 커튼을 내리면서, 동남쪽 커튼을 하나만 걷는다. 그러면 자연광으로 집안일은 가능하다. 동남쪽 방의 커튼을 다 걷고 창문을 여는 것은 오후 4시가 넘어서다. 해가 지고 나면 북서쪽 방 커튼도 레이스 커튼을 남기고 걷어서 통풍을 시킨다. 그렇게 밤에는 커튼을 열고 창문을 열어서 환기를 시키고 아침까지 열어서 식힌다. 잠자는 방은 커튼을 내리고 잔다

이런 식으로 하면 보통 낮에 집안 온도가 28도 정도로 유지된다. 일본에서는 지진 이후 동경에서 냉방 설정온도가 28도다. 지금은 28도보다 훨씬 낮게 하는 곳이 많다. 그래도 대학에서는 28도로 설정하고 있다. 바깥 날씨가 더워도 집안에서 햇빛을 차단하고 선풍기를 쓰면 28도를 유지해서 지낼 수 있다. 북서쪽으로는 화장실과 목욕탕이 있어서 항상 창문이 열려 있어 환기가 되는 편이다. 화장실과 목욕탕 창문에도 레이스 커튼으로 햇빛을 가리고 있다

날씨가 더워도 집안에서 지내기는 괜찮은 편이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서 공포스러운 햇빛을 보면 무서워서 현기증이 난다. 그리고 아침부터 두꺼운 커튼을 내려서 실내를 어둡게 한다는 게, 좀 답답하다. 그러나, 에어컨을 켜고 지내는 것보다, 그냥 이렇게, 가능하면 선풍기도 안 쓰고 지내는 것이 훨씬 덜 피곤하고 쾌적하다. 물론 효율적으로 일을 한다던지, 정말 집중해야 할 작업은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다. 일도 최저한으로 하면서 지내는 것이다

사실, 최고기온이 35도 넘으면 더울 때, 밖에서 걸어 다니는 것은 위험하다. 단지 기온뿐이 아니라, 달구어진 아스팔트에서 반사열이 더 무섭다. 그리고 사람이 움직이면 열을 생산해서 더워지니까, 운동이나 작업도 하지 말라고 한다

어쩌다가 우리는 목숨을 부지하기도 어려운 일상을 지내야 하는 신세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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